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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ye West, <ye> 리뷰

title: Vince Staplesuma馬2025.06.14 22:04조회 수 1945추천수 20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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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버전은 w/HOM Vol. 23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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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래에 들어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인터넷상에 게시하는 트윗들과 음악을 보면 마음이 여러모로 심란해진다. 그는 데뷔 이래 꾸준히 논란의 발언으로 여러 구설수에 오르곤 했으나 현재는 그저 혐오만을 반복하고 있고, 그의 가장 큰 무기였던 음악 역시 <Vultures> 시리즈와 가장 최근의 <Donda 2>로 완벽히 무너졌으니 말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칸예 웨스트라는 아티스트의 수명은 약 3년 전에 이미 그 순간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그에게는 본인의 비전을 열어젖혀줄 동료도, 자신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줄 가족들과 친구들도, 본인이 가장 잘 하던 음악적 역량 역시 모두 잃어버리지 않았는가.

    필자는 여전히 칸예 웨스트의 음악을 사랑한다. 그의 커리어 초기를 빛냈던 대학 3부작은 여전히 아이코닉한 것이고,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는 힙합씬에서 다시는 나오지 못할 불멸의 클래식이며, <Yeezus>는 작금의 익스페리멘탈 힙합들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음반이다. 한데, 나는 최근 이따금씩 그의 음악을 찾게 될 때마다 고민 없이 “Ghost Town”과 "I Thought About Killing You”를 반복 재생하곤 한다.

    그 이유는, 현재 칸예 웨스트가 겪고 있는 상황과 <ye>라는 작품의 전반적인 컨셉, 그리고 통념을 서로 비교해가며 듣는 것이 퍽 흥미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ye>는 발매 초기부터 극단적인 자기 고백의 앨범이라 평 받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의미는 점차 다르게 해석되기 시작하였다. 정신 질환, 가족 관계, 유명인으로서의 고립감 등 그가 본작에서 꺼내든 이야기들은 현재에 와서는 붕괴의 서막처럼 해석되기도 한다. 'No half-truths, just naked minds'. 위 가사는 마치 마지막으로 남은 이성과 감정 사이의 교차점에서 터져 나온 절규로 들린다. 자기 자신을 신이라고 믿었던 아티스트가, 그 믿음이 흔들렸던 첫 순간을 포착한 음반. 그것이 바로 <ye>였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ye>는 그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불안정하고 가장 인간적인 작품으로 기록되었다. 본작은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가 아니고, 칸예 웨스트 버전의 <To Pimp A Butterfly>가 아닌 스스로를 향한 침묵에 가까운 고백이다. 그가 겪은 정신 질환을 있는 그대로 노출하고, 자신조차도 믿지 못하는 내면의 불안을 음악으로 토해내는 것. 그것이 <ye>의 가치이자 존재의 이유인 것이다. “I Thought About Killing You”는 타인을 향한 공격성보다도 자신을 향한 적대감에 대한 서술이며, “Wouldn’t Leave”는 관계의 붕괴 속에서도 남아주는 이들에 대한 고마움과 자책이 동시에 묻어 있다. 본작의 그 어떤 순간도 영웅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맥없이 털어놓는 듯한 그의 목소리는 보면 당시 그가 얼마나 위태로웠는지를 새삼 확인시켜준다.

    또한 본작은 칸예 웨스트가 더 이상 신의 위치에 놓인 존재가 아니라, 실존의 위기 앞에 놓인 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리스너들에게 일깨워 준 음반이기도 하다. 그는 이전까지 자신의 천재성과 종교적 구원 서사를 일체화해왔지만, <ye>에서는 그 서사가 급작스럽게 무너진다. 자기혐오, 공황, 무기력함이 이 앨범의 기조를 이루고 있으며, 이는 <Donda>나 <Vultures>에서 보였던 공격적 이미지와 비교했을 때 훨씬 더 솔직하고 복합적인 내면의 서술이란 것이다. <ye>는 작정하고 걸작을 만들겠단 생각으로 제작된 작품이 아니다. <ye>는 한 사람의 내면이 어떻게 붕괴되는지를 처절히 기록한 드문 사례 중 하나로 남았다.

    앞선 문단에서 계속해서 <ye>의 음악 외적인 요소만을 언급했는데, 그렇다면 과연 <ye>의 음악은 어떨까. 음악적으로 보자면 <ye>는 칸예 특유의 장르 혼합이나 사운드의 야심찬 실험에서 한 발 물러서 있는 듯 보이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칸예 웨스트가 당시 느꼈던 감정이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Ghost Town"의 Kid Cudi와 070 Shake의 보컬은 곡의 주제를 대변하는 희망과 체념의 양가성을 아름답게 구현한다. 'I feel kinda free'라는 구절이 반복될 때마다, 듣는 이는 그것이 진짜 자유의 선언인지, 아니면 자포자기의 독백인지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모호함이야말로 <ye>가 갖는 가치이자 정서인 것이다. <ye>는 감정의 단면을 분명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드러내고, 흘려보내며, 듣는 이에게 해석을 맡긴다.

    그렇기에 <ye>는 불완전하면서도 강렬하다. 그의 이후 앨범들과는 달리, 본작 안의 목소리는 아직도 인간으로서의 고뇌를 간직하고 있고, 그 고뇌가 리듬과 가사 속에서 맴돌며 듣는 이에게 어떤 감정의 파편들을 남기니 말이다. 그 감정은 때로 불쾌하고, 때로 감동적이며, 때로는 무력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렇기에 나에게 있어 <ye>는 여전히 좋은 작품이다. 본작 속에는 아직 아티스트로서의 칸예 웨스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무너지고 있었지만, 그 무너짐조차 음악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던 마지막 순간. 그것이 바로 <ye>였다.

7.9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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