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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ye West - Ye (오랜만에 끄적여본 리뷰)

PDFMAFIA2025.03.21 21:00조회 수 1749추천수 17댓글 41


Ye (2018)
Kanye West


 Kanye West의 음악은 언제나 한 인간의 외피를 찢고, 심연을 향해 내딛는다. 'Ye'는 'Kanye West'라는 이름을 떼어낸 '자아'의 실루엣, 혹은 Kanye가 가장 솔직한 목소리로 자기 자신을 부르는 이름이다. 이 일곱 곡짜리 짧은 앨범은 마치 누군가의 고백노트처럼 흩어진 문장들로 채워져 있다. 정제되지 않은 진심, 그것은 칼날 같은 솔직함과 동시에 미쳐 다 말하지 못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첫 곡인 <I Thought About Killing You>는 그 제목부터 섬뜩하다. 그러나 그 섬뜩함은 분노가 아니라 고요한 우울에서 온다. 그는 말한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는 상상을 했어".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이라고 고백한다. 이 모순의 독백은 자살 충동과 자기애 사이, 광기와 감성 사이에 떠 있는 인간의 나약한 중심을 응시한다. 시적이고도 해부학적인 이 시작은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내면 탐사의 전주곡이다.

 <Yikes>는 약에 취한 의식의 파편 같기도 하다. 그는 조증을 '슈퍼파워'라고 부른다. 여기에 있는 건 의학이 아닌, 예술이다. 병명이 아니라 목소리, 처방이 아닌 리듬이다. 현실의 병을 예술의 힘으로 전환시키려는 듯한 시도는, '고통은 창조의 모태'라는 오랜된 문학적 상념을 떠올리게 한다. 이 앨범이 뛰어난 점은, 이런 고통의 파노라마를 허세나 신파 없이, 오히려 나직하게 말한다는 데 있다.

 <Wouldn't Leave>에서 그는 "그녀는 떠날 수 있었지만, 남았다"고 읊조린다. 그 말은 단순한 사랑 고백이 아니라, 함께 지옥을 통과한 이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일종의 신성한 고해인 셈이다.

 앨범의 끝, <Violent Crimes>는 마치 회개문처럼 들린다. 여성에 대해 가졌던 무례한 생각들이, 딸을 가진 아버지가 되어 되돌아오는 순간. 그 문장은 섬세하고 아름답다. 딸에게 세상이 안전하길 바라는 그의 목소리는, 한때 세상에 상처를 주었던 사람이 이제 그 상처를 두려워하게 되는 모순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Ye>는 완벽한 앨범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완벽하지 않음'을 가장 예술적으로 노래한 앨범일 수 있다. 이 앨범은 힙합도, 자기변호도 아니다. 그저 한 인간이 싸우고, 껴안고, 끝내 용서받으려는 자기 자신과의 아름다운 전쟁이다.

R.I.P. Kanye W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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