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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장문주의) 엘이 첫글을 켄드릭 앨범 전곡 리뷰로 쓰는 건 무리!(무리가 아니었다?!)

운명은살짝부족해2022.05.24 20:08조회 수 1125추천수 30댓글 19

*저는 외힙을 잘 듣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들은 앨범은 칸예 전 앨범, 켄드릭 전 앨범, 제이콜의 '2014 어쩌고'뿐입니다. 힙합 씬에 대한 배경 지식도 부족하여 가사 하나하나의 맥락까지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켄드릭의 앨범은 저에게도, 우리 사회에게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켄드릭 자신에게도 중요한 앨범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엘이 첫 글로 켄드릭의 'Mr. morale...'에 대한 감상평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 '~입니다'는 사실상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라는 의미입니다.) 

 

앨범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하기에 앞서서, 제가 멀리서 지켜본 켄드릭 라마라는 인간에 대해 적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켄드릭은 매우 관념적인 사람입니다. 칸예가 자신이 느끼는 그대로의 감정을 토해내는 듯한 느낌을 준다면, 켄드릭은 골방에서 스스로를 정신적으로 고문하며 가사를 써 내려가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영화에서는 이창동 감독님에게 이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품 수가 적고, 작품 출시 간격이 긴다는 점에서도 말입니다. 하여튼, 켄드릭의 얘기는 현실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언제나 관념적으로 접근합니다. 

 

또한 켄드릭은 매우 예민합니다. 일전에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솔직히 켄드릭이 저렇게 반성하고, 또 반성할 만큼 잘못한 것이 있나?"라는 말을 하더군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켄드릭 같은 사람을 친구로 두면 피곤하죠. 하지만 켄드릭은 예술가고, 그는 자신을 정당화하는 것에 대해 강박적으로 높은 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흑인 커뮤니티에 대한 그의 인식이 켄드릭 세계의 한 편에 있다면, 그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자신에 대한 높은 기준치, 그리고 그것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자신에 대한 질책이 또 다른 한 편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켄드릭의 성향은 그의 앨범 커리어에서 한 편의 영웅 서사시처럼 나타납니다. 먼저 1집인(section.70 인가? 그 앨범이 있다고는 하지만 우선 여기서는 GKMC를 1집으로 하겠습니다.) GKMC를 볼까요? 개인적으로 GKMC에서 저의 최애곡은 'Compton'입니다. 노래 자체도 좋지만, "Now, Everybody serenade the new faith of Kendrick Lamar, the king kendrick(새로운 믿음이자 왕인 켄드릭을 찬양하라!)"으로 시작하는 도입부의 가사가 압도적입니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앨범의 플롯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방황- 회개 - 부활이라는 전통적 영웅 서사의 마지막 곡에서 "Compton, Compton, ain't no city quite like mine(고맙다 컴튼아~)"를 외칠 수 있는 한 명의 인간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다음 나온 것이 TPAB이죠. 이촌향도라고 해야 할까요? 컴튼 촌놈인 컴튼 켄 씨가 뉴욕으로 들어와 겪는 새로운 페이즈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이 두 앨범의 특징이 있습니다. 앞서 말한 켄드릭이라는 사람의 특징 때문인지, 앨범이 롤러코스터처럼 오락가락한다는 점입니다. GKMC에서는 '고맙다 컴튼아~'를 외쳤지만, 그냥 "기분 ㅈ같군. 쌍년아 빠져(Bitch don't kill ma vibe) 같은 곡도 있죠. 이것이 더 심화되어서 나타난 것이 TPAB입니다. 흑인 예술가에 대한 백인 자본주의의 처우를 언급하는 'Wesley's Theory'가 인트로로 나오고, 'for free?'에서 여자를 등장시켜 백인 사회가 켄드릭을 바라보는 시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죠. 그러면서 'King Kunta'를 통해 이미 자신의 정체성을 GKMC에서 성립했다는 것을 선언하지만, 이내 얼마 못가 'U'가 나오며 자신을 가혹하게 몰아붙입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백인들이 만들어낸 편견을 마치 전통처럼 받아들이는 흑인 커뮤니티에 대해 우리는 지금 'Institutionalized(제도화)' 되었다고, 언제까지 흑인 커뮤니티 내부의 '정치질(Hood Politics)'을 할 것이냐고, 일부러 쎈 척할 필요 없다고(You ain't gotta lie), 우리는 Zulu Love를 해야 한다고(Complexion) 말하며 선각자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끝났으면 '오우~ 이 놈 좀 배운 흑인인데?" 정도였겠죠. (사실 아님. 존나 대단함.) 그런데 TPAB의 핵심은 'The blacker the berry'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곡 자체가 살벌하죠. 이 같은 날것의 감정을 외힙에 대해서 잘 모르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동쪽의 작은 반도에 사는 황인족이 느낄 수 있는 것부터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켄드릭이 이 곡에서 흑인의 역사에 대해 말하면서, 동시에 'Hypocrite(위선자)'라는 말을 계속 반복합니다. 여기서 잠시 다른 장면을 살펴보죠. 저는 오바마의 퇴임 후 자서전인 '약속의 땅(Promised Land)'이라는 책을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1200 페이지에 달하는 책인데, 기억나는 구절은 하나뿐입니다. "나는 민주당 후보 대통령 찬조 연설을 통해 일순간 스타가 되었고,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시간이 점점 흐르며, 나는 사람들이 나에게 나를 뛰어넘는 상징들을 부여하고 있음을 느꼈다. 두려웠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켄드릭은 "과연 내가 흑인 커뮤니티에 대한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 하는 질문과, "우리의 이러한 투쟁 방식이 진실로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과, "내가 흑인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과, "난 너무나 불완전한 인간인데, 사람들은 왜 이렇게 나를 위대하게 볼까?", 혹은 "왜 그들은 내가 자신들을 구원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라는 고민이 함축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TPAB의 마지막 두 트랙이 'I'와 'Mortal man'이라는 사실은 그래서 아름답습니다. 고향(home)인 compton을 넘어 고국(homeland)인 아프리카까지 인식한 켄드릭이 "I love myself'와 'Kendirick Lamar, The greatest Nugus alive'를 외치다가, '어쩌면 나도 그냥 평범한 흑인(I was gonna call it Another N---)인 것 같다며 나직하게 투팍을 찾는 사람. 너무 매력적이지 않나요?

 

실제로 'Alright'은 BLM 운동에서 울려 퍼졌습니다. 하지만 켄드릭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표현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간접적으로는 의견을 표현했다고 생각하지만, 비욘세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일에 여성들과 행진하며 자신의 노래를 부른 것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습니다. 저 또한 BLM 운동에서 나타난 행위들이 과연 켄드릭의 노래를 제대로 들은 것이 맞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심지어 몇몇 사람들은 '소극적인' 그를 비난하기도 했죠. 그런데 시발 생각해보십쇼. GKMC도 그렇고, TPAB도 그렇고. 단순히 '인종차별, 멈춰!'가 아닙니다. 두 앨범은 굉장히 개인적인 서사이며, 자신의 불완전함을 담담하게 고백하면서도, 자신이 너무나도 사랑하는 흑인 커뮤니티가 고통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희망을 담고 있지 않습니까?(음악적인 완성도도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 부분은 잘 몰라서 직접 글로 쓰기는 꺼려집니다. 형님들이 더 잘 아시겠죠.) 이런 개판 오 분 전인 상황에 우리의 롤러코스터 형님인 켄드릭이 나직이 내뱉습니다. '제기랄(DAMN.)'

 

'DAMN.'은 글의 초두에서 말했던 켄드릭의 '세계-나'인식에서 '나'에 대한 비중이 더 높다고 느껴졌습니다. FEEL. 같은 노래를 새벽에 들으면 그냥 길거리에서 아무나 부여잡고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처럼 "저와 술을 한 잔 하시지 않겠습니까? 삶이 너무나 고달픈데 말입니다...."라고 일을 저질러 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야말로 푸우우우우욱... 가라앉는 느낌이죠. 푸우우우욱 가라앉다가 또 롤러코스터 급발진하면서 'DNA.' 같은 노래 부르고, 그렇게 하니 속이 좀 시원한지 'LOVE'를 부르며 청춘만화 같은 트랙도 하나 넣었다가 또 푸우우우욱 추락하면서 'FEAR' 같은 트랙도 하나 넣고. 저스디스의 'ㅆ프피' 발언이 슬며시 떠오를 정도로 '지독 하디 지독한'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켄드릭이 이러니까 너무 좋아여. 저 변태인 걸까요? 

 

아무튼, 'DAMN.' 이후 켄드릭은 긴 침묵을 지켰습니다. 그리고 앨범이 나왔죠. 아니 그런데 쓰다 보니 서론이 너무 길어졌네요. 앨범 리뷰는 다음 글에 쓰겠습니다...는 구라구요. 이제부터 앨범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데,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글 자체가 정말 '힙알못이 지 ㅈ대로' 쓴 글인 점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우선 제목을 봅시다. 'Mr. morale & Big steppers.' 저는 이 말의 의미가 중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포부는 컸으나 결국 제자리걸음이었던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난 크게 노는 놈, 그런데 너네는 쓸데없는 짓만 하고 있네" 해석했습니다. 그 이유는 탭댄스 때문인데요. 앨범에서 계속 탭댄스가 반복됩니다. 물론 트랙과 트랙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기능적인 역할도 가지고 있지만, 저는 탭댄스라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 조금 생각을 해봤습니다. 탭댄스는 시끄럽습니다. 무지막지하게 발을 휘두르죠. 그런데, 탭댄스가 끝나면 댄서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습니다. 앞으로 나가지도, 뒤로 돌아가지도 못합니다. 탭댄스는 자기가 서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만 일어나는 일시적인 행위입니다. 이것이 켄드릭이 생각한 자신의 커리어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보면, 미친 듯이 시끄럽게 떠드는, 그런 상황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 탭댄스라는 단어가 개인적인 의미일 때, 사회적인 의미일 때 그 함의가 달라지죠. 이러니까 시인이 아닐까요?

 

(여기서부터 영어 해석은 엘이를 바탕으로 제 마음대로 생각을 더 붙여서 의역했습니다)

 

첫곡을 들어봅시다. 'Unite in Grief'를 '슬픔으로 하나 된 우리' 정도로 저는 번역을 했습니다. 첫 시작 가사부터 의미심장합니다. '이번 생애는 편안함을 찾길 바란다'는 구절과 '이제 진실을 말해'라는 가사가 반복되죠. 결국 이번 앨범 또한 자기 고백인 것입니다. 벌스1을 보면 켄드릭이 침묵한 그동안의 시간 동안 생각했던 것들이 나열됩니다. 하나씩 다 의미부여를 하고 싶은데, 그렇게 하면 글도 너무 길어지고 솔직히 해석이 맞을 것 같지도 않아서 크게 크게만 보면, 벌스1의 내용은 침묵 기간에 있었던 켄드릭의 의식의 흐름과 '치료사'를 만난 것입니다. 'Therapist(치료사)'라는 단어는 다른 트랙에서도 반복됩니다. 아마 침묵의 기간 동안 상담사와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눈 모양입니다. 부르릉, 하는 차 소리와 피아노 소리는 DAMN.의 연장선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근황에 대해 알린 후 본격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죠. 벌스2에서 켄드릭은 소수민족 여성과 섹스를 한 이야기를 합니다. 켄드릭과 그 여성 모두 어린 나이에 가족을 잃은 슬픔이 있죠. 둘은 섹스를 통해 서로의 슬픔을 이해하려는 듯 몸부림칩니다. 이러한 고통의 공유의 순간, 다소 역설적인 가사가 침투하죠. "난 다르게 슬퍼해." 청자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벌스3이 나옵니다. 성공한 자신의 모습과 가족들의 모습, 최근 사회적으로 큰 현상이 되어가고 있는 'PC 현상'에 대한 혼란스러움까지. 그 끝에서 "나에게 있어서 문제는 가난이지. 돈으로 눈물을 닦고 있지만 말이야."라는 마지막 구절은 심적 불안감과 외적인 부를 대비시키는 좋은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웃트로에서는 "난 다르게 슬퍼해"라는 켄드릭의 독백과 "모두 다 다르게 슬퍼해"라는 누군가의 음성이 반복됩니다. 벌스2에서 켄드릭은 소수민족 여자와 '동일하지만 완전히 같지 않은' 슬픔을 나누었고, 벌스3에서 켄드릭은 '기쁘지만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고뇌'에 대해 독백합니다. 톨스토이가 "인간은 모두 같은 이유로 행복하지만, 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라고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을 적은 것처럼, 켄드릭 라마 역시 "우린 모두 각자의 문제를, 각자의 방식으로 슬퍼하지만, 바로 그 슬퍼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하나다" 정도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른바 '멍청 트랙'인 'N95'가 나옵니다. 친구가 이렇게 부르던데, 말이 재밌습니다. 여담인데 밤늦게까지 알바하고 집 가는 길에 맥주 한 캔 마시면서 들으면 장난 아닙니다. 이거 띵곡 맞습니다. 

아무튼, 우리의 켄드릭이 누구입니까. 롤러코스터입니다. 첫곡에서 "애들아 나 1885일 동안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 너무 힘들다."로 시작하더니, "아잇 씻빨, 생각해보니 열 받네"라며 곡 분위기를 완전히 바꿉니다. 이렇게 나와야 켄드릭입니다. "얘들아~ 켄드릭이가 할 말 있다네?" 하면서 잔잔히 시작하더니 바로 "테익 댓 쓋"하고 '갈!'합니다. 벌스들은 모두 직관적입니다. 연예인이나 셀렙들의 인스타 댓글, 유튜브의 댓글들을 떠올리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어떤 느낌인지 대충 감이 오실 겁니다. 켄드릭은 그놈들 엉덩이를 벗기고, "내가(찰싹), 이런 것좀(찰싹), 제발 좀(찰싹), 하지 말라고(찰싹), 몇 번을(찰싹), 말하냐(찰싹)"하기 시작합니다. 이른바 반지성주의에 대한 일갈입니다. N95가 'KF95 마스크' 같은 말이라고 하던데, 대충 미친 세상 속에서 정신 좀 차리자는 트랙으로 느꼈습니다. 좋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트랙이 'Worldwide Steppers'입니다. 미친놈들 얘기했으니, 이젠 자기 얘기해야겠죠. 곡으로 들어가면 벌스1에서 켄드릭은 가정을 꾸민 아버지의 삶을 보여줍니다. 그 삶에는 더 이상 세상에 대한 생각도, 흑인이라는 정체성에 대한 생각도 없습니다. 오직 생명의 본능만 있습니다. 딸을 지키기 위해 살인까지도 할 수 있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육욕에 대해 생각하고. 말 그래도 자신의 실존만을 덩그러니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서술합니다. 그리고는 백인 여자들과의 섹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죠. 백인 여자들과의 섹스는 켄드릭에게 있어서 정치적입니다. 흑인 남성이 백인 여성을 성적으로 정복하는 서사는 전통적인 미국의 복수극이 아닐까요. 그러면서 켄드릭은 "우리 모두 살인마다"라고 말합니다. 미친 세상에서 사람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상처를 받고 복수를 꿈꿉니다. 그래서 불교에서 세상을 무간지옥이라고 말한 것 아닐까요?. 그런데 마지막 벌스가 인상적입니다. 노래가 갑자기 사회적 영역으로 확대됩니다. 가사는 사람들을 이른바 '주류 학문'으로 키워내는 자본에 대한 비판이면서, 동시에 주류의 반대이면 곧 정의라고 착각하는 완고한 pc주의자들에 대한 비판입니다. 언론 재벌도, 목사도, 레디컬 페미니스트도, 켄드릭이 보기에는 모두 킬러입니다. 그래서 이 곡에서 '크게 노는 놈(worldwide steppers)'이란, 자기 자신의 내적인 삶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80억 인구 모두를 뜻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들이 미친 듯이 추기 시작하는 탭댄스가 지금 사회의 모습이라는 것이죠. 이 또한 반지성주의자들을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앨범 자체가 그런 측면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자, 그러면 다음에는 어떤 곡이 나와야 할까요. 'the blacker the berry'처럼 그냥 다 싸다구 날려야 할까요? 하지만 우리의 롤러코스터 형님은 화를 몇 번 내시더니 이내 차분해지셨습니다. 차분해지니 사람이 또 감성적으로 변하죠. 'Die hard'가 나옵니다. 이 곡, 저는 정말 좋습니다. 노래도 미쳤고 가사도 다 미쳤습니다. 이 곡만큼은 꼭 가사랑 같이 들어야 합니다. 미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 예술가, 어느새 '크게 노는 놈'이 되어버린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만큼 매력적인 이야기도 없습니다. 가사가 직관적이어서 제가 중언부언 사족을 달기도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가사 한 구절만 인용을 하자면, 

I got some regrets (I-I-I, yeah)

후회 남는 게 좀 있어 (I-I-I, yeah) 

But my past won't keep me from my best (I-I-I, yeah)

하지만 과거가 내가 최고에 다다르는 걸 막지 못해 (I-I-I, yeah) 

Subtle mistakes felt like life or death (I-I-I, yeah)

미묘한 실수가 생사를 가를 것 같은 느낌 (I-I-I, yeah) 

I wanna see the family stronger

가족이 더 강해지는 걸 보고 싶어 

I wanna see the money longer

돈을 더 많이 보고 싶어 

You know that I'd die for you (I'd die for you)

널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잖아 (있잖아) 

I get emotional about life

인생 얘기하면 감성적이 돼 

The lost ones keepin' me up at night

길 잃은 존재들이 날 잠 못 이루게 해 

The world be reminding me it's danger

세상은 내게 위험을 일깨워 

I'll still risk it all for a stranger

여전히 낯선 이를 위해 위험을 무릅쓸 수 있어 

If I told you who I am, would you use it against me?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했으면, 그걸 날 공격하는데 쓰겠어? 

Right or wrong, no stone, just love to send me

옳고 그름, 돌 말고, 사랑만 내게 보내줘  

 ... 너무 좋습니다. 특히 성경을 인용한 마지막 구절이 인상 깊었습니다.

 

아무튼, 'Die hard'를 통해 켄드릭은 또다시 자신의 내면으로의 탐구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것을 마주하죠. 'Father issue'입니다. 저는 이걸 '남자는 개, 아니면 애'라는 우리말로 번역하고 싶습니다. 고전적인 아버지의 모습, 그리고 우리를 '남자'로 키우려 했던 사회라는 또 다른 아버지. 그 속에서 '다 큰 척' 행동하는 '애 같은' 남자들의 모습들. 예술가는 솔직할 때 가장 멋있습니다. 켄드릭은 이 트랙을 통해 솔직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내면으로의 탐구를 시작하자마자, 치료사가 등장하죠? 여자가 켄드릭에게 "치료사를 좀 만나"라고 말하지만, 우리의 켄드릭은 "상남자 특: 심리상담사 개무시함."이라는 애새끼 같은 답변만 남깁니다. 그리다가 비트가 강렬하게 바뀌면서,    

"I come from a generation of home invasions and I got daddy issues, that's on me"

"나는 가택 침입의 세대 출신이고, 아빠 관련 문제가 있어, 그건 내 문제"

 ---저는 이 구절이 너무 좋았습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별 일이 다 생깁니다. 세상이 고통으로 가득 찬 이유는, 내 탓이 아닌 이유 때문에 내 삶의 일부분이 망가져버리기 때문입니다. 왜 연인이 이별을 할까, 왜 부모가 아플까, 왜 나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을까, 왜 나의 부모는 나를 사랑하지 않을까. "왜"로 시작되는 수많은 질문들이 우리들이 겪는 고통의 원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켄드릭이라는 인간이 위의 구절을 강하게 내뱉는 순간, 특히 가사의 끝부분에서 강조하듯이 "그런데 그건 내 문제(That's on me!)"라고 말하며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 너무 멋있었습니다. 다들 말 못 할 고통이 하나씩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불현듯 깨닫게 되죠. "아, 이건 내가 안고 가야 하는구나." 켄드릭이라는 인간의 개별성이 지구 건너 한반도의 청년의 삶과 공명하는 순간, 저는 전율이 돋았습니다. 

"I don't give a fuck what's the narrative, I am that n--"

"상황이 뭐든지 상관 안 해, 난 그런 놈"

이 태도가 너무 멋있지 않나요? 곡 전체의 분위기를 관통하는 문구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내러티브는 상관없다. 결국 남에게 나의 고통은 남 이야기다. 그냥 나는 이런 놈이다. 난 이렇게 산다. 이상하게 이런 느낌이 들어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Rich(interlude)'와 'Rich spirit'이 나옵니다. 인털루드에서는 코닥 블랙이라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저는 이 사람에 대해서 전혀 몰랐기 때문에, 켄드릭과 같이 작업을 하면서 커간 신예 예술가 정도로 추측했습니다. 과거의 가난과 현재의 부를 대비시키고, 그러면서도 OG들에 대한 존경을 표하죠. 이 간주곡만 들었을 때는 조금 애매했습니다. 켄드릭이 이 곡을 넣은 이유가 뭘까. 이제 자신이 누군가를 키워줄 수 있는 OG의 반열에 들었다는 걸까? 아니면 자신이 키워낸 래퍼들이 결국 '흑인 래퍼'라는 고정관념을 반복하고 있다는 성찰적인 의미일까? 그런 의문을 남기면서 다음 곡인 Rich Spirit을 들었습니다. 하, 정말 지독한 롤러코스터죠? 다시 한번 켄드릭은 수직 하강하기 시작합니다. 성공한 자신의 위치 때문에 생겨나는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죠. 

"And celebrity do not mean integrity, you fool

유명세가 진실성을 의미하진 않아, 멍청아 

I'm a good man, shake your hand, firm grip rule

난 착한 사람, 너랑 악수해, 꽉 쥐는 게 규칙"

 

이런 가사에서는 '보이는 나'와 '내가 보는 나'의 간극 때문에 여전히 켄드릭이 고민을 하는구나, 싶다가도.

 

Rich nigga, broke phone (Ah)

부자 녀석, broke (고장난/가난한) 전화 (Ah) 

Tryna keep the balance, I'm stayin' strong (Ooh)

균형을 맞춰보네, 난 항상 강하게 살아 (Ooh) 

Stop playin' with me 'fore I turn you to a song (Yeah)

널 노래 주제로 쓰기 전에 그만 나한테 장난쳐 (Yeah) 

Stop playin' with me 'fore I turn you to a song (Ooh)

널 노래 주제로 쓰기 전에 그만 나한테 장난쳐 (Ooh) 

Ayy, bitch, I'm attractive (Ah)

Ayy, 개년아, 난 매력적이야 (Ah) 

Can't fuck with you no more, I'm fastin', ugh (Ooh)

너랑은 이제 못 뒹굴어, 금식 중이라, ugh (Ooh)

 

이런 가사에는 또 워낙 자아가 강한 사람이다 보니, 그러한 시선에 짓궂게 반항하는 것 같기도 하고. 

 

I would never live my life on a computer

난 절대로 컴퓨터에서 인생을 살지 않아 

IG'll get you life for a chikabooya

인스타에선 사진 한 장에 골로 가곤 해 

More power to ya, love 'em from a distance

너에게 더 힘을 보태, 멀리서 사랑해주지 

Why you always in the mirror more than the bitches?

넌 왜 여자들보다 더 많이 거울을 보는데? 

And my cousin tried to sue me like he got the privilege

내 사촌은 특권이라도 있는 것처럼 날 고소하려 했지 

But I didn't lose sleep 'cause I got the spirit, ayy (Ooh)

하지만 편히 잠잤어, 내겐 성령이 왔으니, ayy (Ooh)

 

요런 가사에서는 언제나 그랬듯이 기독교적 사상으로 자신의 고통을 치유한다는 내용을 반복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시 켄드릭과 기독교에 대해서 조금 말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원래 종교라는 것이 사람에게 이해되는 방식이 다 다르지 않습니까? 그런데 켄드릭의 경우에는 약간 영지주의적인 모습이 보입니다. 영지주의란 신에 대해 치밀하게 논증하는, 토마스 아퀴나스로 대표되는 기독교 철학이라기보다는 신비와 영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기독교의 부분을 말합니다. 앨범에서 계속 인용되는 'Eckhart'가 약간 그런 느낌의 기독교인이라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예술가들이 영지주의적인 기독교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러시아의 작가 톨스토이와 영화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가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사실, 한국에서는 이런 영지주의적 분위기에 대한 거부감이 높죠. 워낙 신천지 같은(이만희 개새끼. 이만희 영생 못함.) 사이비가 큰 문제일뿐더러, 한국 자체가 '영혼을 통해 연결되는~'식의 문구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죠. 그래서 저도 켄드릭이 기독교를 인용할 때, 철학적인 측면에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평범한 인간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인간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이 영지주의적인 사상에 이끌린 원인이 아닐까 싶고, 그러한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다시 한번 하강을 걸친 켄드릭의 다음 곡은 무엇일까요? 내면으로 들어왔던 켄드릭은 다시 바깥을 형해 시선을 돌립니다. 그리고 여기서 논란이 될만한(스포: 앞으로 논란이 될만한 곡 더 많이 나옴) 곡인 'We cry together'이 나옵니다. 저는 처음에는 칸예 웨스트의 'Blame game'을 처음에는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두 곡의 형식이(blame game의 아웃트로와 we cry together) 비슷한데, 성격은 정반대입니다. 칸예의 곡을 들으면,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칸붕이'라고 부르는 표정이 자연스럽게 떠올려지고, 참 의미 없지만 옆에서 듣고 있으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Blame game의 아웃트로였습니다. 반대로 켄드릭은 정말 어디 인터넷 커뮤니티 댓글들을 나열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비슷한 형식이 오히려 두 인물의 차이점을 극명히 드러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가사로 들어가 볼까요? 살벌하죠. 저는 여기서도 가사를 조금 중의적으로 보았습니다. 첫 번째 벌스는 켄드릭과 그의 아내(아니면 정부, 아니면 그냥 설정한 애인)가 서로를 탓하죠. 이는 그냥 켄드릭 개인의 서사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구절은 자신이 키운 래퍼들과 켄드릭의 대화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곡이 진행되면 후반부에서는 완전히 사회적인 맥락으로 바뀌죠. 특히 하비 와인스타인, 트럼프가 등장하고, 페미니스트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착한 척하지 말라고 하는 부분에서는 극에 달하죠. 곡이 여기까지 치달으면 우리는 어느새 두 사람이 지금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젠더 갈등의 두 축에, 아주 극단적으로 서 있는 두 사람으로 변모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거기에 켄드릭은 날카로운 냉소를 던지죠. 서로를 격렬히 비난하던 두 사람이 섹스를 하기 시작합니다! 이것 자체가 웃기죠. 결국 유유상종이다. 너네는 서로 다른 척하지만 사실 같은 놈들이다. 이런 정도의 의미 아닐까요. 그리고 켄드릭이 한 마디 더 얹습니다.

 "Stop tap-dancing around the conversation

지금 중요한 얘기 하고 있는데 같잖은 탭댄스나 추고 있지 마라"

 

그리고 'Purple Hearts'가 나옵니다. 핵심 구절은 하나입니다.                                                       

"Shut the fuck up when you hear love talkin'

제가 개인적으로 추가한 해석은 이렇습니다. "니들은 서로를 증오하며 시끄럽게 굴지만(탭댄스나 추지만), 사랑하고 있는 연인이 주고받는 이야기가 들리면, 제발 조용히 좀 해줘." 결국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파랑과 빨강이 섞이면 보라입니다. 자신이 선이고 타인이 악이라는 세상에서 보라색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언제부터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 되었을까요. "내 엉덩이가 싫었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지"와 "나를 구속한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지"라는 가사는 익살스럽게 삶의 진실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그들은 두 번 두드려 입력한 좋아요 두어 개로 네 삶을 판단한다"는 구절. 이 노래 자체가 'We cry together'에 대한 답변입니다. 후반부에는 고스트 페이스 킬러..? 이 분이 참다못해 '꾸짖을 갈!'을 하시죠. 그분 목소리가 허스키하신 것이 듣기 너무 좋았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것은.... 위 크라이 투게더 다음에 퍼플 러브가 나오는 것이 조금 뻔했다 정도였습니다. 사실 제가 오만한 거죠. 좋았습니다. 

 

이렇게 CD1이 끝나죠! 사실 여기까지만 들어도 어느 정도 완결된 서사가 있습니다. 'DAMN.'의 끝자락을 이어가면서 동시에 CD2로 진입하는 통로이기도 하죠. 침묵을 지킨 기간 동안의 생각들이라고 말하면 될까요. 그런데,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핵심은 CD2다!! 결국 CD2에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할까! 밑밥은 다 깔았다. 자신이 아직 죽지 않았고, 여전히 이 정도는 거뜬히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큰 거 온다.... 애들아 이제 큰 거 온다......!!!

 

-Count Me Out

미쳤죠. 최애 곡입니다. 

 

"Session 10, breakthrough

세션 10, 돌파구"

 

그동안 cd1에서 했던 고민들. 이제 이 곡을 통해 켄드릭은 돌파구를 찾아보려 합니다. 가사는 인용하지 않겠습니다. 이건 정말 직접 보셔야 합니다. 내용만 조금 짚어보자면, 결국 cd1을 통해 자신이 겪어온 것들, 어쩌면 그전부터 켄드릭을 괴롭혔던 모든 것들에 대한 응답이죠. 끊임없이 무너지는 자아, 타인의 압력, 위선, 증오, 반지성주의, 그냥 켄드릭이 생각하는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제 좀 빼 줘."

*엘이 가사 해석 댓글에 "자궁에 부리는 항생제"라는 가사에 대한 질문이 있던데, 그것에 대한 제 생각을 써보자면 이렇습니다. 켄드릭은 피해망상에 가까울 정도로 예민한 사람이지 않습니까?(사실 안 걸리면 이상함) 그러니까 아마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시도하는 섹스에서마저 성병을 걱정하여 자궁에 항생제라도 뿌리고 싶은 심정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또는 이렇게 망가지고 고통받는 자신의 피를 물려받는 생명이 태어나는 걸 원하지 않으니 차라리 자궁에 항생제를 뿌려라, 정도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근데 켄드릭 자식 키우고 잘 사는 걸로 봐서 두 번째는 좀 과한 것 같고, 첫 번째가 아닐까요?

 

그다음 곡이 'Crown'입니다. 그동안 자신에게 사람들이 씌웠던 왕관을 이제는 좀 치워달라는 말일까요? 한 번 가사를 봅시다잉. (아니 너무 재밌지 않나요 앨범이. 저는 이번 앨범 정말 미친 것 같습니다. 물론 저의 과몰입 탓일 수도....)

 

[Verse 2]

They idolize and praise your name across the nation

전국에서 너의 이름을 우상화하고 찬양해 

Tap the feet and nod the head for confirmation

확인을 위해 발을 구르고 고개를 끄덕여줘 

Promise that you keep the music in rotation

음악 계속 전파 타게 하겠다고 약속해줘 

That's what I call love (That's what I call love)

그게 내가 말하는 사랑 (그게 내가 말하는 사랑)

 

우선 Count Me Out의 주제를 연장하고 있고, 가사는 뭐... 장난 없죠. 직접 봐야 합니다. 그럼에도 이 부분을 굳이 인용한 이유는 제가 '탭댄스'에 대해서 말한 이중적인 의미가 여기서 드러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I can't please everybody (I can't please everybody)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어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어)"라는 구절을 하이톤으로 반복하는 곳에서는 소름이 돋았고요. 가사가 직접적으로 자신이 감당하는 무게를 표현한 것이 오히려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이리저리 말을 돌리던 사람이, 자기만 아는 배경지식을 인용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이상한 취급을 받던 사람이, 술 한 잔 들어가니 직설적으로 진심을 표할 때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처럼 말입니다. 

 

Count me Out으로 장엄하지만, 동시에 조금 흥겹게 올라왔다면, Crown은 TPAB의 U를 생각나게 만드는 절규였습니다. 다음으로 나오는 곡이 Silence Hill인데, 사실 Crown의 감정을 조금 안락하게 풀어낸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라고 적기에는 조금 부족한 면이 있긴 합니다. 사운드적인 측면을 제가 잘 몰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말이죠. 왜 이 곡이 사족처럼 느껴지냐면, 코닥 블랙, 이 사람의 벌스가 너무 많은데 혼자 다른 소리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어색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옥에 티였던 작품. 아니지, 옥의 기스 정도였던 곡이었습니다. 

 

다음 곡이 'Savior'인데요. 인털루드와 곡으로 나누어져 있죠. 먼저, 인털루드에서는 베이비 킴이라는 사람이 나옵니다. 이 사람도 'rich(interlude)'처럼 켄드릭의 밑에서 자란 래퍼인 것 같습니다.  Mr. Morale이라고 외치며 직접적으로 켄드릭을 부르는 것으로 보아 그를 동경하는 흑인을 대표하는 것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특이했던 점은 제목이죠. 'Savior', 구원자라는 뜻인데, 방금까지 왕관을 벗겠으니 나를 좀 빼 달라던 사람이 갑자기 구원자라니...? 분명 다음 곡에서 뭔가 반전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은 구원자가 아니라고 'Savior' 곡 처음 부분에서 바로 언급하죠. 켄드릭이 왜 이런 구성을, '자신을 동경하는 사람'과 '동경받기 싫은(받을 수 없는) 자신'을 대비시키는 구조로 곡을 만들었을까. 그동안 너무 어렵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서일까요? 

 

아무튼, 곡으로 들어가 봅시다. 역시, savior라는 곡을 강조하기 위한 인털루드였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Yeah, Tupac dead, gotta think for yourself

그래, Tupac이 죽었으니, 생각은 네가 스스로 해 

Yeah, heroes looking for the villains to help

그래, 영웅들은 도와줄 악당을 찾지

그냥 이 가사 하나로 끝이죠. 다른 부분들이야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켄드릭은 스스로 자신은 영웅이나 구세주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영웅이 되고 싶어 악당을 찾아 만드는 사람들이 지금은 더 많죠. 진정한 영웅이었던 투팍은 죽은 지 오래니 생각은 스스로 해야 하는데도 말이죠. 자신이 한 말의 정확한 반대를 행하고 있는 자들이 웃으며 켄드릭을 반기는 상황. 켄드릭 같이 예민한 사람이 받아들이기에는 얼마나 힘들었을 일이었을지 상상이 안 됩니다. 자신의 불완전함에 대해 토로하면서도, 동시에 너 새끼들과 같은 부류는 아니라는 예술가의 자의식이 대단하죠. 

 

그리고 나옵니다. 'Auntie Diaries.' TPAB의 'How much a dollor cost'를 떠올리게 만드는 노래였습니다. 개인적 서사를 쭉 이어가죠. 곡의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기 시작하고, 이야기도 절정에 달하기 직전까지 옵니다. 그리고 무언가 터져야 할 그 자리에서, 켄드릭은 분위기를 반대쪽으로 돌려버리죠. 사회를 향해, 그리고 자신으로부터 타자를 향해 쭉 뻗어나가던 시선이 급격히 스스로를 향해 역주행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이번 곡의 경우는 기존의 래퍼들이 언급하지 않던 문제이고, 진보이든 보수이든 확실히 입장이 서지 않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하나는 확실합니다. 켄드릭은 자신의 답을 찾았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그의 판단을 옳냐/그르냐 판단하는 것은 논점을 놓치는 것입니다. 이 노래가 켄드릭에게는 진심이고, 가장 정교하게 표현한 비평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적어도 그의 진실을 존중하고 싶습니다. 

 

그다음 곡이 'Mr. morale'이죠. 직전의 가사가 흑인들이 'fagxxx'을 말할 수 있으려면 다른 이들이 'n-word'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한 성철이 auntie's diary라는 곡이었고요. 이 곡의 마지막 구절은 청자가 들어도 강렬합니다. 그러니 실제로 그 말을 내뱉은 켄드릭은 어떻겠습니까? 롤러코스터인 켄드릭은 곧바로 n-word'라는 말을 언급하자 흑인들의 삶을 떠올리며 '트라우마'들에 대해 언급합니다. 여러 가지의 트라우마들이 등장하죠. 먼저 언급할 수 있을 만한 것은 성폭행과 관련된 인물을 나열하는 것입니다. 한 사람은 가해자, 또 다른 사람은 피해자이죠. 여기서 켄드릭의 사고방식의 독특함이 나옵니다. 켄드릭은 '성폭행범이 아니었으면 로버트 켈리는 계속 잘 나갔을까?'라고 묻죠. 이와 같은 켄드릭의 스스로에 대한 강박은 TPAB에서 이미 나왔던 적이 있습니다. 'Mortal man'에서는 "정부가 나의 차에 마약을 심어 두고, 나를 마약사범으로 체포해도, 나를 믿어줄 거야?"라고 말하기까지 하죠. 제삼자가 보기에는 피해망상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나는 어차피 나의 결함 때문에 실패할 몸'이라는 생각은 켄드릭의 의식 깊은 곳에까지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의 성폭행 사실을 폭로하는 오프라 윈프리를 언급하며 "저 사람은 그걸 정말 극복한 걸까?"라고 묻기도 하죠. 왜냐하면 자신에게 그것은 가능해 보이지 않거든요. 

 

동시에, 그들은 모두 흑인입니다. 로버트 켈리는 흑인 R&B 가수이고, 오프라 윈프리는 흑인인 삼촌에게 성폭행을 당했었죠. 켄드릭은 이러한 흑인 커뮤니티의 행동을 긍정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SSI(경찰이나 수사관을 지칭하는 것 같습니다)에게 가족이 살해당하거나 심하게 진압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동시에 파파이스나 F&N(GS25 같은 느낌의 회사)에서 그들을 손님으로 접대하죠. 그리고 지나가듯이 내뱉습니다. 자신의 어머니 또한 그러한 흑인 커뮤니티 내부의 성폭행 관련 사건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말이지요. 마지막에서는 이번 앨범을 만드는데 켄드릭에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Eckhart가 다시 내레이션을 넣으며 지금 흑인 커뮤니티에서 일어나고 있는 악순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런 면에서 'Mr. morale'이라는 제목이 이 곡에 붙여진 이유는 이 마지막 부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악순환을 끊으려고 하는 사람. 혼란을 이용해 혼란을 부추기는 것이 아닌, 조금 더 높은 인식의 경지에 오르는 사람, 즉, 크게 노는 사람이 되려고 하는 켄드릭의 욕망이자 포부이겠지요.

 

그 욕망의 달성을 위해, 흑인들의 트라우마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봅니다. 그리고는 'Mother I Sober'이 나옵니다. 가사가 충격적이죠. tpab에서도 '센 척할 필요 없다(you ain't gotta lie)라고 말하던 수준에서 더 나아가, 흑인들이 서로의 트라우마로 인하여 파멸해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적습니다. 켄드릭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 이 사람은 곡 하나에서도 완벽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변신'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유년시절 목격했던 가정폭력과, 이를 묻어둔 채 빠져들었던 힙합, 그리고 때때로 자신이 행했던 실수들, 수많은 변신을 거듭한 끝에, 아버지로서, 더 이상 자식들에게 자신이 겪었던 것과 같은 트라우마를 형성해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마음을 울립니다. 곡의 마지막 부분에서 'Thank you Daddy'라고 말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아마 이번 앨범을 만들게 된 이유가 아닐까 추측이 될 정도입니다. 특히 흑인 커뮤니티 내부의 폭력성과 여성혐오(미소지니)가 커뮤니티를 끊임없이 악순환하게 만든다는 지적은 켄드릭 정도의 래퍼가 아니라면 쉽게 말할 수 없는 주제였다고 생각합니다. GKMC에서 'Sing about me'가 다른 트랙과 연결되어 10분 정도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이 곡이 'Mr. Morale'과 붙어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곡인 Mirror가 나오죠.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켄드릭. 지금 그의 눈에는 자신이 어떻게 보이고 있을 까요? 

You won't grow waitin' on me

넌 날 기다리며 크지 않을 거고 

I can't live in the Matrix, huh

난 Matrix 안에서 살 순 없어 

Rather fall short of your graces, huh

차라리 네 은혜 없이 지낼래, huh 

This time I won't trade places, huh

이번엔 자리를 맞바꾸지 않겠어, huh 

Not about who's right, who's wrong, huh

누가 옳고 그른지가 중요한 게 아니야, huh 

Evolve, the only thing known, huh

진화, 유일하게 알려진 것, huh 

Ask me when I'm coming home, huh

언제 집에 올 거냐고 물어봐, huh 

Blink twice again, I'm gone

다시 두 번 눈 깜빡, 난 사라져 

 

- 이 가사에서 you는 자신의 자식들이면서, 동시에 흑인 커뮤니티라고 생각합니다. 뒷부분에서는 아내(혹은 애인)로 추정되는 인물도 나오고, 가스 라이팅이라는 단어도 나오죠. 래퍼들이 흔히 말하기 쉽지 않은 단어이지만, 말하고 싶은 것은 간단합니다. 

 

Sorry I didn't save the world, my friend

세상을 구하지 못해서 미안해, 친구 

I was too busy buildin' mine again

내 것을 세워 올리느라 바빴거든

I choose me, I'm sorry

난 나를 선택해, 미안해

+ Run away from the culture to follow my heart

나의 마음을 따라 문화로부터 도망쳐 

 

직관적이죠. 지금까지 제가 중얼중얼거린 모든 서사가 하나로 모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곤 마침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지금의 내 모습이 그저 나일 뿐이라고 선언합니다. 영웅의 마지막 인사이죠. 오랜 이야기였고, 장엄한 서사였으며, 황홀한 엔딩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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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9
  • 5.24 20:17

    우선 추천

  • 5.24 23:13
    @ㅁㅣ친얀디

    헉 감사합니다

  • 5.24 20:20

    베이비킴은 무려 켄드릭 사촌입니다 ㅋㅋ 켄드릭의 새회사에 소속되어 있고요.

    코닥블랙은 꽤 범죄행력, 논란이 많은 래퍼라서 선정된 게 아닌가 싶고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 5.24 23:13
    @맙쉿

    ?!?! 사촌도 랩을 해요...? 랩 명가네요...

  • 5.24 20:35

    읽진 않았지만 일단 추천 박습니다

  • 5.24 23:13
    @SKIM

    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ㅠㅠㅠㅠ

  • 5.24 20:36

    미친 퀄리티네요

  • 5.24 23:14
    @lilililil

    과찬이십니다요... 감사합니더 ㅎㅎ

  • 1 5.24 21:43

    우리 섹션80한테 왜그래요 왜!!!!!!

  • 5.24 22:56
    @큩티칸발련

    앗...... ㅎㅎ;; ㅈㅅ;; ㅋㅋ;;

  • 5.24 22:55

    글 너무너ㅜ너무너무너무 좋습니다 진짜

  • 5.24 23:14
    @슬기

    너무너무너무너무 감사합니다 ㅎ

     

  • 5.25 14:04

    좋은 글 감사합니당

  • 5.25 14:20

    정말 재밌게 잘읽었습니다.

    " 탭댄스는 자기가 서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만 일어나는 일시적인 행위입니다. 이것이 켄드릭이 생각한 자신의 커리어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라는 구절은 무릎을 탁 칠정도로 재밌는 해석이였습니다.

     

    코닥블랙은 각종 기행과 범죄로 유명한 래퍼입니다.

    코닥은 켄드릭이 이번앨범 전에 발매한 싱글 "The Heart Part.5"에서 추모한 닙시허슬 그의 아내를 조롱한적도

    있죠.

    켄드릭같이 흑인사회에서 구원자로 평가받는 래퍼가 왜 범죄자를 앨범에 참여시켰냐 에 대하여 생각해보자면

    이번 앨범 주제가 트라우마의 극복과 용서의 의미가 짙기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과거이력을 바탕으로 사회적으로 끌어내리려하는 "Cancel culture"에 대항하는 의미같기도 하고요.

    실제로 스포티파이가R.Kelly와텐타시온의 범죄이력을 보고 그들의 노래를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내리려 한적있고,

    켄드릭은 R.kelly와 텐타시온의 노래를 내리면 자신의 노래도 내리겠다는 협박을 한적이 있습니다.

     

    참고

    https://www.okayplayer.com/music/kendrick-lamar-xxxtentacion-spotify-hateful-playlists.html

     

    https://www.xxlmag.com/kendrick-lamar-backlash-kodak-black-morale-big-steppers/

     

    https://hiphople.com/news_world/13829373

  • 5.25 14:44

    추천누를려고 진짜 오랜만에 로그인했네요

    이렇게 맛있고 유익한 글 (+진한 한국인 농도) 너무 좋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 5.25 14:46

    이번 앨범 리뷰 중 최고...!

  • 5.25 15:57

    Thumbs up to the nice review!

  • 5.25 16:30

  • 5.26 01:05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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