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검색

음악

스윙스의 음악적 사망을 원한다면 필독(*존나 김)

anmond1시간 전조회 수 991추천수 15댓글 6

간만에 스윙스 관련(+한국힙합 옛날 이야기) 글을 쓰게 됐는데요. 스윙스를 무슨 한국힙합씬에 어린 사람이 나이 든 사람 묻지마 폭력으로 갈구는 문화를 발명한 사람처럼, 가만히 있던 사람도 맘에 안 들면 패버리는 사람처럼 언급하는 몇몇 분들 의견에 버튼이 눌려버렸거든요ㅋㅋㅋ


모두 아시다시피 스윙스가 불 같은 성격에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을 보인 적은 징그럽게도 많죠. 하지만 적어도 제가 기억하는 스윙스는 갠소 라인으로 밈이 돼버린 'Work'에서의 가사처럼 '싫어해도 잘하면 인정 안 한 적 없는' 사람이었거든요. 등장했던 2007년부터 꾸준히 그 태도를 유지했고요. 과거 버벌진트한테 오케이션은 아직 덜 익었으니 지금은 오버클래스에 영입하지 말자고 했던 과거 언급하면서 실수였고 후회한다고, 씬에서의 활약 더 기대한다고 말했던 거, 이런 게 쉬운 게 아니거든요. 오케이션이 스윙스를 얼마나 오랜 시간 스닉디스하고 미워했는지 다 알고 있었을 텐데도 말이죠. 스윙스는 경쟁 마인드가 강한 사람이지, 앞뒤 다르게 행동하고 정치하면서 누구 커리어 묻는 식으로 행동한 적은 없었어요. 물론 그렇게 비춰지고 오해할 수는 있다고 보지만요.


어드스피치, 데드피, 유엠씨, 스나이퍼사운드 등을 디스했었지만 그게 무슨 버벌진트를 신격화하느라, 관종 또라이가 관심 좀 받아보려고, 나이 처먹고도 대장놀이 하고 싶어서는 아니었다는 거예요. 디스를 할 때든 누군가를 저격할 때든 너무 높은 수위로 내일이 없는 놈처럼 굴었지만 적어도 랩이 구린 이유, 랩에 근본이 없는 이유, 노력하라는 충고, 애정 없이 가볍게 접근할 거면 꺼지라는 경고를 빼놓지 않았었죠. 존중은 하되 할 말은 확실히 했던.


2000년대 초반 한국힙합씬 최대 화두는 '제대로 된 라임 방법론으로 한국말로 랩하기'였어요. 버벌진트, 피타입, 데프콘, 사륜구동 등 SNP 출신들은 거의 캠페인 수준으로 한국말랩 라이밍의 표본을 보여주며 정립했었고 무브먼트, 소울컴퍼니 정도가 바톤을 이어받듯이 체계가 잡힌 한국말랩을 했었죠.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래퍼들의 평균 랩 수준이 높아졌고요.(라이밍 한정+스나이퍼 사운드 제외)


스윙스는 2007년에 등장했는데 이미 한국말랩 라임 방법론은 기준이 잡힌 상태였어요. 스윙스가 당시 너무 튈 수밖에 없었던 건 동음이의어, 펀치라인, 건방진 태도와 스웩 등을 한국힙합에 이식하려고 엄청 노력했기 때문이었죠. 당시 한국의 래퍼들은 관객들에게 존대말을 하면서 겸손한 태도를 유지했었고 호응 유도의 방식도 뻔하고 비슷비슷했었거든요. 라이밍이라는 것도 자모음을 잘 맞춘 수준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는 못했어요. 물론 그 자체로 문화적으로 유의미했고 어떤 면에서는 한국적이고 한국에서 살아온 남자들의 정서를 반영하긴 했으나 힙합만이 가진 확장된 자유로움, 장르 특유의 리듬과 그루브, 엔터테인적인 요소는 당시 한국힙합에는 부족했었죠.


스윙스는 건방지게도(?) 앨범 한 장 없던 시절부터 싸이월드에 글을 엄청 쓰면서 한국힙합에 대한 평가와 비판, 잘하는 래퍼와 못하는 래퍼들에 대해서도 가감없이 리스트를 적고 당연히 랩으로도 별 얘기를 다 하고 다녔어요. 그래서 엄청 주목을 받았죠. 이 존나 자뻑 심하고 당돌하고 건방진, 근데 말장난이랑 라이밍 존나 골때리게 하는 그루브 쩌는 래퍼가 누구냐로 커뮤니티가 들썩였고요. 동시에 그 에너지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미움도 엄청 받았죠. 근데 재밌는 건 이런 태도와 행동을 먼저 보여줬던 사람이 2001~2002년의 버벌진트였다는 거예요. 버벌진트가 SNP에 썼던 수많은 한국힙합 비판 및 실명 거론 저격성 글과 '노자', '투올더힙합키즈'에서의 디스 가사들. 그걸 계승해서 더 재밌는 콘텐츠로 승화시킨 게 스윙스였죠.


한국말랩 라이밍은 불가능한 게 아니라 이미 기준이 잡힌 지 한참 지났고 그 중심엔 버벌진트가 있었다는 것. 라이밍을 어떻게 하는지 연구와 이해를 안 하는 래퍼들이 투팍, 비기, 나스 운운하는 게 우습고 버벌진트, 피타입 같은 래퍼들에게 리스펙을 표현하지 않는 래퍼들은 다 건방진 엉터리라는 얘기를 여러 번 언급했었어요. 버벌진트, 가리온, 다듀 등이 자신이 한국힙합, 한국말랩을 하게 된 계기이자 뿌리라고 자주 리스펙을 표현했었고요. 동시에 이센스, 도끼, 쌈디, 라마 등 잘하는 동료 래퍼들에 대한 리스펙도 열심히 표현했었죠. 유엠씨, 배치기, 빅딜 등의 네임드들을 디스한 것도 큰 이유는 같았다고 할 수 있고요.


사실 칭찬이든 비판이든 공개적으로 하는 문화가 본토 힙합에서는 꽤 흔한 일인데, 한국은 칭찬에 인색하고 비판이나 질투도 속으로 숨겨서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스윙스가 그런 분위기 속에서 아이스브레이커 역할을 했다고 보거든요. 리스펙하는 래퍼와 TOP 5 얘기를 공개적으로 여러 번 꺼낸 것도 2007년의 스윙스부터였다고 보면 되고요. 이런 행동들 자체가 마니아들에게 엔터테인 콘텐츠로 작용했고 씬에 활기를 불어넣어줬죠. 힙합의 게임, 스포츠, 경쟁적인 측면을 키우는 데 크게 일조한 게 스윙스와 버벌진트였다고 보고요. 2002년에 버벌진트가 붙을 붙였고 2007년부터 스윙스가 기름을 부었달까요.


그래서 대놓고 버벌진트와 SNP의 라임방법론을 무시하는 유엠씨, 허니패밀리식 리듬타기에 애매한 글자 맞추기 라임을 가미한 듯한 배치기와 스나이퍼사운드, 구린 랩과 음악을 비판하던 버벌진트의 태도에 반기를 든 어드스피치 등을 디스했던 거죠. 데드피까지 이어진 건 감정적인 부분이 컸었지만 스윙스가 관종 기질 기반으로 아무 이유 없이 가만히 있던 사람을 음악적이지 않은 이유로 디스한 적은 없었어요. 오랜 시간 한국힙합을 따라온 입장에서 스윙스만큼 씬에 대한 애정, 발전에 대한 열망, 잘하는 사람에 대한 인정과 질투, 못하는 사람에 대한 비판과 무시를 솔직하고 투명하게 해온 래퍼가 없거든요. 아니 적어도 그런 리얼하고 투명한 태도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첫 타자가 스윙스였다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어요. 건방지다고 욕 처먹을 걸 알면서도 항상 씬에 대한 당근과 채찍을 들고다녔던.


저는 스윙스와 식케이의 비프와는 별개로 스윙스가 음악적 감을 70% 정도는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랩을 할 줄은 알지만 신선함과 알맹이가 없는 게으른 작법으로 일관한 게 업그레이드5였다고 생각하고요. 콘서트 규모 및 티켓값 조정 실패, 소속 아티스트들의 존재감 없는 활동들, 스윙스 커리어 중 가장 객관화에 실패한 무색무취의 정규 앨범 등 아마 뮤지션으로서 가장 타격을 많이 받고 상처을 입은 시즌을 보냈을 거라고 봐요. 동시에 식케이의 음악적 성장과 유의미한 성과들을 인정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식케이의 스윙스 디스 이유와 스윙스의 과거 디스들에 대해 관종이라서, 리스펙 없이 묻지마 노인폭행이 마땅해서라고 말하는 건 두 사람의 비프를 떠나서 한국힙합이 어떻게 흘러왔는지, 꽤 큰 영향력이 있었던 스윙스의 레거시에 대해 너무 잘못된 이해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스윙스의 투머치함과 경쟁 마인드를 당연히 싫어할 수 있고 그걸 나댄다고 여겨도 이해할 수 있지만 스윙스가 이 문화와 장르에 대한 애정 없이 오직 자기만 왕이 되기 위해 질투와 독단으로 다른 뮤지션들을 죽여왔다는 얘기는 그냥 틀린 거라고 말하고 싶네요.


앨범 존나 구리게 낸 거 맞고, 무엇을 하든 말을 아끼고 신중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맞고, 성향의 차이로 인해 스윙스식 당근과 채찍이 독재처럼 느껴져 거부감을 갖고 디스를 하는 래퍼들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스윙스처럼 플레이어들에게 귀감이 되는 존나 쩌는 음악과 랩을 씬에 많이 남기고, 랩으로 돈을 벌고 씬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기꺼이 쇼미참가+디스전 등의 여러 사건들을 일으키고, 선후배동료들에 대한 가감없는 칭찬과 쓴소리를 공개적으로 해온 사람이 많이 떠오르진 않네요. 그리고 그런 걸 어떻게든 음악 좆도 못하는 성질 드러운 골목대장의 행패처럼 몰아가는 분들은 좀 꼴사나운 것 같아요.


대상이 스윙스든 누가 됐든, 당연히 음악과 행보에 대한 비판은 활발해야 되는 게 맞지만 영향력과 레거시에 대한 인정과 존중도 없는 일방적 마녀사냥하는 건 좀 참으시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 존나게 길게 글 남겨봅니다.


신고
댓글 6
  • title: 왕쿠쿠쿠쿠Best베스트
    5 1시간 전

    윙이 업보가 있긴 하지만 너무 과한 내려치기가 많음

    윙 콰 중에 누굴 더 좋아하냐 하면 콰인데 진짜 국힙 대부(후임양성측면), 영향력을 꼽으라면 윙이라고 생각함 - 물론 지가 다 깎아먹음

    짜치는 점 말해보라면 논문도 쓸수 있다만 그 이상으로 한게 많은 사람임

  • title: Young Thug (Punk)박근호구다Best베스트
    3 24분 전

    힙합 좋아하면서 2007년부터 20년대까지 빼놓을수 없는 사람은 스윙스였다고 생각해요

    글쓴분의 말에 대체적으로 다 공감합니다

     

    하나 아쉬운점은 이 모든것을 만든게 스윙스라는 생각이 저는 듭니다

    예로 힙합계의 대부로 무조건적으로 나오는 타이거jk와 mc메타가

    만약에 현재의 스윙스처럼 행동을 한다라고 하면 욕을 안먹을수가 있을까요?

     

    오래전부터 힙합을 좋아하던 사람들은 스윙스의 예전 영향력을 알고 있으니

    og라는 생각과 씬에서의 영향력에 대해서 솔직히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거예요

     

    하지만 세월이 지나가고 자기 객관화가 되어가면서 취해야 하는 스탠스가 있죠

    예시로 더콰이엇이나 제이팍이 있겠네요

    스스로가 레전드라고 표현하는 더콰이엇이나 제이팍은 제가 봤을때

    지금처럼 사람들이 인정해줄꺼 같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겸손 겸손이라는 이야기를 하는거죠

     

    말많고 입만 앞서는 경향이 많은 스윙스에게 가장 아쉬운점이 이런겁니다

    자기 평가를 자기가 깍아먹고 있어요

     

    힙합씬처럼 빠르게 잊혀지고 치고 오르는 판 자체에서

    예전부터 힙합을 좋아했던 사람들이야

    스윙스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후하지

    힙합을 좋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크게 공감이 되지는 않을꺼 같습니다

     

    참 아쉬워요 스윙스란 사람 자체가

  • 5 1시간 전

    윙이 업보가 있긴 하지만 너무 과한 내려치기가 많음

    윙 콰 중에 누굴 더 좋아하냐 하면 콰인데 진짜 국힙 대부(후임양성측면), 영향력을 꼽으라면 윙이라고 생각함 - 물론 지가 다 깎아먹음

    짜치는 점 말해보라면 논문도 쓸수 있다만 그 이상으로 한게 많은 사람임

  • 2 1시간 전

    갈라치기 안 한다는 그 카피캣이랑 그 줌들이 존나게 내려치기함

    업글5 ㅈ박은 거랑 별도로

  • 25분 전
    @한국힙합세계화

    사실 업글5가 부스터 역할을 한 게 아닐까, 싶네요. 앨범만 잘 냈으면 굳이 깎일 이유가 없었을 것 같아요

  • 국힙에서 스윙스랑 데프콘 만큼 고평가와 저평가를 동시에 받는 신기한 래퍼는 없을 거라고 봅니다. 잘 읽었어요

  • 3 24분 전

    힙합 좋아하면서 2007년부터 20년대까지 빼놓을수 없는 사람은 스윙스였다고 생각해요

    글쓴분의 말에 대체적으로 다 공감합니다

     

    하나 아쉬운점은 이 모든것을 만든게 스윙스라는 생각이 저는 듭니다

    예로 힙합계의 대부로 무조건적으로 나오는 타이거jk와 mc메타가

    만약에 현재의 스윙스처럼 행동을 한다라고 하면 욕을 안먹을수가 있을까요?

     

    오래전부터 힙합을 좋아하던 사람들은 스윙스의 예전 영향력을 알고 있으니

    og라는 생각과 씬에서의 영향력에 대해서 솔직히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거예요

     

    하지만 세월이 지나가고 자기 객관화가 되어가면서 취해야 하는 스탠스가 있죠

    예시로 더콰이엇이나 제이팍이 있겠네요

    스스로가 레전드라고 표현하는 더콰이엇이나 제이팍은 제가 봤을때

    지금처럼 사람들이 인정해줄꺼 같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겸손 겸손이라는 이야기를 하는거죠

     

    말많고 입만 앞서는 경향이 많은 스윙스에게 가장 아쉬운점이 이런겁니다

    자기 평가를 자기가 깍아먹고 있어요

     

    힙합씬처럼 빠르게 잊혀지고 치고 오르는 판 자체에서

    예전부터 힙합을 좋아했던 사람들이야

    스윙스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후하지

    힙합을 좋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크게 공감이 되지는 않을꺼 같습니다

     

    참 아쉬워요 스윙스란 사람 자체가

  • @박근호구다

    스윙스의 캐릭터가 겸손 좆까 식이라 더 매력적이긴 했지만

    아무래도 그만큼 본인이 예전을 못 따라가니 반감도 큰 법이긴 한 것 같아요 ㅇㅇ..

댓글 달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일반 [공지] 회원 징계 (2025.10.23) & 이용규칙16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025.10.23
인디펜던트 뮤지션 프로모션 패키지 5.0 안내2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023.01.20
화제의 글 일반 힙갤에서 본 인상적인 젓딧 평가글13 title: Imaginal Disk오션부활기원 23시간 전
화제의 글 일반 깡계 새끼뱀들 지령 제대로 받았네 ㅇㅇ24 ㄱ그래놀라 19시간 전
화제의 글 음악 스윙스의 음악적 사망을 원한다면 필독(*존나 김)6 anmond 1시간 전
298892 음악 앨범 구매 했는데 질문 있습니다. dlwhdghk 3분 전
298891 음악 친누나 매형 만나는 자리 어색하다..2 Dre드노트 9분 전
298890 일반 ㅅㅂ 마미손 이새낀 이상한것들은 바이럴 존나게 돌려놓고3 redstar 10분 전
298889 일반 나 일루미나틴데 저스티스 현피 신청하고싶다2 gogetem 38분 전
298888 일반 KC콘만 가면 완성이다 title: 박재범우주식물 43분 전
298887 일반 앱뮤 녹색이념 아예 사라짐 ㄷ4 서X 1시간 전
음악 스윙스의 음악적 사망을 원한다면 필독(*존나 김)6 anmond 1시간 전
298885 일반 릿에 관련해서 일단 확실한건 잼이너무귀여 2시간 전
298884 일반 김강토는 스윙스를 싫어하는걸까5 패치 2시간 전
298883 일반 진짜 기대되는 앨범2 Yoxuor 2시간 전
298882 일반 릿 vs 노비츠키9 nayaaaanw 2시간 전
298881 일반 올해의 앨범7 FeAg 3시간 전
298880 일반 콰형 패치 3시간 전
298879 일반 테이크원 연말에 또 뭐 하나 낼 것 같지 않나여5 에일란 4시간 전
298878 일반 남자니까 식케이리믹스는 항소심 때문에 그냥 발매 안하나 ㅋㅋ4 title: 수비KCTAPE 4시간 전
298877 일반 타블로 커피 관련 벌스 아는 사람?6 ㄱ그래놀라 4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