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H3vN6HfECyk
사뮈의 정규 2집 [비균형]은 온전한 균형을 되찾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긋난 것처럼 보이는 자리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담은 기록이다. 앞서 1집 [농담](2020)을 발매한 뒤 가진 단독 공연에서 자신의 “음악 인생에서 1막이 끝난 기분”이라는 소감을 남긴 그는, 5년이 지난 지금 무엇을 바라보고, 느끼고, 노래하고 있을까? 말장난 같지만 ‘불균형’과 ‘비균형’은 분명 다르다. ‘불균형’이 균형이 깨진 상태라면 ‘비균형’은 처음부터 균형이 맞지 않는 상태를 가리킨다. 애초에 인간에게 완벽한 균형이라는 게 존재할까? 우리는 누구나 비균형의 존재로 살아간다. 사뮈는 여행지에서 우연히 마주친 ‘음양’에서 이번 이야기를 떠올렸다. 도시의 분주함을 떠나 오롯이 자신을 비춰본 그는, 흔들림 속에서 자신의 기준을 지키는 ‘비균형의 균형’을 노래하기로 했다.
앨범은 ‘음’(陰)과 ‘양’(陽)의 두 축으로 나뉜다. ‘음’의 세계는 내면을 응시한다. “믿고 싶지 않은 결말”(‘알고리즘’), “감은 눈을 떠 괜찮을 거야”(‘떠’) 같은 구절에서 사뮈는 자신이 어쩔 수 없이 흔들리는 존재임을 받아들인다. 상실과 체념 중에도 이를 견디는 태도를 그린다. ‘넌 늘’에 등장하는 ‘너’ 역시 타인이기보다 내면의 그림자에 가깝다. 반면에 ‘양’은 외부 세상과 관계를 향한 움직임이다. 사랑과 상실, 회복의 감정이 극적으로 터져 나오며 균형으로 나아간다. “난 정말 너를 사랑해”(‘사랑노래’), “나를 찾아와줘 난 여기 있을게”(‘찾아와줘’) 솔직한 고백으로써 사랑과 상처, 연결의 욕망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양]의 타이틀곡인 ‘고백’은 지난 추억을 다루고 “지금이라도 다시 돌아왔음” 좋겠다고 말하며 사랑의 회복을 바라지만, 이를 처절한 아픔 대신 따뜻한 회상 톤의 서정적인 발라드 록으로 노래함으로써 ‘양’의 시선을 대변한다.
여정의 끝에는 전체 앨범의 타이틀곡 ‘나 언제나’와 ‘엔젤리즘’이 있다. 카더가든과 신해경이 피처링으로 함께하며 의미와 미학을 확장한 두 곡은, 그대와 나 사이 관계와 감정의 공명을 들여다본다. 비균형에 여전히 흔들리면서도, 이대로 괜찮은 마음의 빛을 믿음으로 지켜낸다. 두 곡의 말미 배치와 사운드 전환은 무척 절묘하다. 앞서 사뮈가 주로 이끌었던 뜨겁고 선명한 미학에 가까웠던 보컬리즘이 따스하고 몽롱한 카더가든과 서늘하고 환상적인 신해경의 그것과 어우러지며 입체적이고도 정제된 로파이 인디 팝 사운드를 만든다. 앨범의 하이라이트로서 세상에 단 하나인 무게중심을 맞춘다.
음과 양의 두 사운드는 거칠고 몽환적인 세계를 오간다. 빠르거나 느리든지, 강렬하거나 잠잠하든지. 록킹한 박력과 사이키델릭한 사운드 연출이 아름다운 불온의 미학을 들려준다. 동시에 안정감을 갖추고 있다. 매력적인 멜로디와 감정을 과도하게 늘이거나 축약하지 않은 편곡 및 송폼, 애절하고도 호쾌한 사뮈의 보컬이 계속 듣고 싶은 노래를 완성한다. 보컬과 연주자, 작곡가이자 소리를 설계하는 디자이너와 프로듀서로서 사뮈의 음악은 이지리스닝과 하드리스닝의 절묘한 경계 위 놓여 있다. 록의 긴장과 강한 발산, 팝의 직관과 부드러운 수용이 교차하고 공존하며 의도했던 비균형의 균형을 이끈다. 아무 생각 없이 그 음악을 즐기고 고개를 까닥이고 있다가도 스스로 묻게 된다. 좋은 음악이란 무엇인지, 내 삶의 비균형의 틈에서 나는 무언가를 잘 지키고 있는지. 정답 없는 어긋남 속에서 그의 노래가 울려댄다. – 대중음악평론가 정병욱(Byungwook 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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