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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bbno$ - bbno$

title: Jane Remover예리4시간 전조회 수 180댓글 5

해당 리뷰는 블랙뮤직 매거진 Hausofmatters 홈페이지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https://hausofmatters.com/magazine/w-h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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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no$ - bbno$

 

 

 

 

수성이 역행하는 듯. 시대가 거꾸로 돌아가는 중이다. [Rubber Soul]에서 거슬러 올라가 Elvis Presley를 데려오려고 한다. 그들은 앨범을 원하지 않고, 그들은 취향을 학습하며, 그들은 유행가를 더더욱 유행가로 만드려 한다. 단적으로 보인다면 옳은 시각이다. ‘그들’에 끼지 못하는 제3구역의 한탄이다. 대중매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비자본주의적 현상은 자타칭 전문가들에게 머리채를 잡힌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상은 댄스 플로어 위에서 돌아간다.

 

[bbno$]는 제3구역에 끼지 못하는 ‘그들’과 함께 한다. 제3구역이 싫어할 만한 레이어를 많이도 덧씌웠다. 브라질 라틴 풍의 포 온 더 플로어 드럼셋은 예외 없이 범벅이다. 덥스텝과 하우스를 오가는 멜로디 선택에 브릿지 전반적으로는 보사노바에서 만나는 리우의 레이백 향기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곡순은 싱글컷 트랙들과 떨거지들을 셔플하는 무성의함의 표본이다. AC/DC, Ariana Grande, Eminem 등이 비유라는 명목으로 트랙 리스트 곳곳에 나앉아 있다. 변주는 고사하고 한 손으로 피아노 연주가 가능할 만큼 역동성이라고는 조금도 없고, 고리타분한 랩스타식 가사가 잔뜩이다. 대미를 장식하는 맥아리 없는 톤으로 ‘la-da-da’, ‘yeah yeah yeah’, ‘la-la-la’ 따위의 추임새를 늘어놓으면, 무엇도 변하지 않는 루프 속에서 강요받는 이 즐김당함이 슬슬 무서워질 지경에 이른다.

 

그러나 감히 장담하건대, bbno$를 처음 접하며 이 50분 안에서 단 한 번의 번뜩임이라도 느꼈다면, 그 번뜩임이 머리 어딘가를 맴돌고 있다면, bbno$의 인스타그램을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bbnomula. 피드의 선봉장에는 느끼하게 생긴 남성이 나서 말레피센트와 헌트릭스를 오가며 700개에 달하는 우스꽝스러움을 꾸준히 생산해낸다. 고명도 고채도로 뒤덮인 피드는 휘발하는 인터넷 밈 자극과의 조화를 이룬다. 엄지로 릴스를 내릴 때마다 트랙리스트 어딘가에 부유당하며, 음악은 철저히 이용당하는 위치로 부족한 숏폼 액자에 구겨넣어져 우스꽝스러움에게 조각난다. 아티스트가 음악 바깥에서 놀고 있다. 이제 음악은 아무 소용이 없다. 심연이 나를 들여다본다는 이야기가 이렇게나 와닿은 적이 없다. 하지만 마냥 부정적일 수는 없다. 복싱 경기에서 발길질이 날아올 때 마주한 선수는 당황스럽겠지만 관중석 어딘가에서는 환호성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은가.

 

bbno$는 변하지 않았다. 어딘가 모자라는 면마저 캐릭터 브랜딩으로 흡수하고, 여전히 꽤나 잘난 체하려 애를 쓴다. 굳이 눈여겨볼 점은 아티스트 본인의 입지가 커지며 음악적으로도 슬슬 우회를 시도하는 현상이다. 스타덤에 오른 “Lalala” 이후 팝 랩에서 힙 하우스로 넘어가며, 프로듀서 Y2K와 Diamond Pistols의 협업 아래 새로 주목할 만한 킬링 트랙들이 쏟아졌다. “It Boy”, “1-800”, “gigolo”. 21곡 50분이라는 덩어리로 모으면 어딘가 단조롭고 지루하지만 개별 곡으로는 한 번씩 귓바퀴에 꽂힌다. 짚을 문제가 있다면 bbno$의 지향점이다. 조직적인 작품 제작에는 관심이 없는 걸까? 예술적 시도나 창의성 따위는 조금도 가치있지 않다 생각하는 걸까? 인종과 무관한 라틴 계열 샘플에 추임새뿐인 음악을 생산하는 아티스트가 과연 힙합을 정말 사랑하기는 한 걸까? 과연 그는 정말 랩을 하고 싶은 걸까?

 

[Donda]나 [MUSIC]이 선보인, 유기체를 지향하지 않는 조각과 조각의 집합처럼 조잡한, 앨범을 재구성하는 새로운 시각처럼 보이나 오히려 과거로 회귀하는 양상은 이제 예삿일이다. 문제는 아티스트 본인에게 있다. bbno$는 그간 경험한 누구보다도 가장 덜 존경스러운 아티스트처럼 행동한다. 평론가들은 잔뜩 약이 올라있다. 예의도 없이 짜깁기한 공갈빵 덩어리를 제공받은 제3구역에게 이 앨범은 더 이상 앨범이 아니다. 이 리뷰 역시 더 이상 리뷰가 아니게 된다. 하지만 아티스트는 이래야 하고 앨범은 이래야 한다는 의견이 박살나는 순간, 그에게 느끼는 짜증이 그를 완성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평론을 작성하며 무용하다는 허접한 결론에 다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였겠는가. 그런 면모에서 스스로를 제3구역이라 칭한 이유도, 어쩌면 음가와 리듬이 감상을 전달하는 본질적인 음악의 논리란 이 편이 더 옳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쉽사리 틀렸다는 말을 할 수 없고, 오히려 내 쪽이 더 틀렸다는 생각마저도 든다. 그러니 아직은 얌전히 지켜봐야 할 순서다. 수성은 역행하는 듯 보이지만, 그저 그렇게 보일 뿐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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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댓글 5
  • 3시간 전

    사람이 좋을수록 음악력은 수직 하락한다의 좋은 예

  • title: Jane Remover예리글쓴이
    3시간 전
    @yuke

    소올직히 난 나쁘지 않앗슴...

  • 3시간 전

    솔직히난비비노스좋아한다아돈기버뻑

  • 3시간 전

    아 근데 이건 듣다끄긴함

  • title: Jane Remover예리글쓴이
    3시간 전
    @외힙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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