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bb Deep - Infinite
*풀버전은 w/HOM Vol. 28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https://hausofmatters.com/magazine/w-hom/#28
※ 본 리뷰는 w/HOM의 ryuzimoto님과 함께 집필했습니다. Just Like P and H.
https://youtu.be/NROwKJIw6Jc?si=aK6Dad43Iz5ZgpOv
Quincy Jones가 깎아낸 불길한 신시사이저가 뉴욕 퀸즈브릿지에서 디트로이트로, 관중의 호응과 손짓을 타고 다시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Shook Ones, Part II”는 힙합이 창조한 가장 강렬한 단일 신화이자, 단 한 번도 뉴욕 지면을 밟아본 적 없는 이방인들에게 건내는 도발적인 초대장이다. 그 내용물은 시종일관 위협적이고 배타적이지만, 비할 데 없는 그 압도적인 카리스마에 매료되지 않을 순 없는 법이다. 수많은 뉴욕 래퍼들부터 그들의 삶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타 대륙의 청자들까지 Mobb Deep이 논하는 생존 경쟁에 관심을 가졌고, 이는 [The Infamous]라는 희대의 힙합 명반에서 구체화된다. [Hell On Earth]의 냉혹함은 그에 못지 않았다. Prodigy와 Havoc은 그들의 음악에서 시종일관 냉혈했고, 그를 접한 감상의 첫 마디는 아마 이럴 것이다. ‘멋지다.’ Mobb Deep은 멋졌다. 고립된 남성성과 체념에서 비롯된 특유의 공격성은 Havoc의 천재적인 비트메이킹과 결합되며 뉴욕 하드코어 힙합 스타일을 재정립했다. 이처럼 위대한 업적은 곧 전설이 되기 마련이다. 후대의 래퍼들은 그들의 스타일을 최대한 원형에 근접하게 모방하려 노력했다. 가까이는 Big Pun과 Jadakiss, Pusha T부터, 멀리는 Griselda까지. 하지만 그들은 결코 Mobb Deep이 되지 못했다. Mobb Deep은 그런 전설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런 전설에서 멀어지고 있는 이들 또한 Mobb Deep이었다. “Takeover”에서 Jay-Z의 신랄한 조롱이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겠으나, 그 후 마법처럼 Mobb Deep의 음악은 붕괴되기 시작했다. The Alchemist의 지원으로 솔로 활동을 시작한 Prodigy도, Mobb Deep의 입단을 환영하며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G-Unit도 그 불가항력에 대항하지 못했다. 음악 내외적으로 이들을 위협하는 일은 너무나 많았고, 세월 앞에 퀸즈브릿지 최고의 듀오조차 한없이 작아지기만 했다. 과거의 일이 전설이 되어간다는 것은, 과거를 제외한다면 남길 것이 없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위상을 더해가는 90년대의 Mobb Deep으로부터 현재의 Mobb Deep은 한없이 멀어지고만 있었다. 애석하게도 누군가는 정말로 한없이 멀어져버렸다. 오랜 지병인 겸상 적혈구 증후군으로 입원 중, 급식으로 나온 삶은 달걀을 먹다 질식사. 그것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위대한 갱스터 래퍼 Prodigy의 최후였다. Havoc은 주저앉았고, 신화는 껍데기만 남은 채 한없이 과거의 광영만을 붙잡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없어질 듯 명멸하는 빛의 곁에 끝까지 남은, 그 빛이 도저히 꺼지는 것을 지켜만 볼 수 없던 이는 또 다른 퀸즈브릿지의 전설이었다. Nas.
2020년대의 Nas는 동세대 래퍼들의 귀감이자 자랑스러운 증명이었다. [King's Disease]와 [Magic] 3부작은 오직 훌륭한 실력과 적절한 디렉팅만 있어도 데뷔 후 몇십 년이 지나던 간에 다시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선언과도 같았다. 1973년, 하필 힙합이 탄생한 해와 생년도 같았던 그. Nas에게는 재기 이상의 어떤 사명감이 존재하는 듯했다. 후배들이 고향 땅의 옛 사운드를 한참 재해석하는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을 때, Nas는 그 시절의 주역들을 복원하고 부활시키는 데에 주력했다. Mass Appeal의 Legend Has It 시리즈는 옛 시대의 전설들에게 ‘너희도 다시 할 수 있어!’라며 용기를 불어넣는 데에서부터 출발했다. Slick Rick, Raekwon, Ghostface Killah가 차례로 앨범을 발표했고, 세상을 떠난 Big L의 녹음물과 De La Soul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이에 Mobb Deep이 있었다. Nas의 용기는 주춤하던 Havoc에게도 닿았고, Havoc은 다시금 그와 Prodigy의 목소리를 같은 트랙 위 나란히 올려놓을 수 있었다. Prodigy 영광의 순간만을 영적인 형태로 재소환해, 불운과 비극으로 차마 얻지 못했던 적법한 엔딩을 Mobb Deep에게 다시 안겨주기 위한 프로젝트. [Infinite]는 그런 의의를 지니고 있는 앨범이다.
[The Infamous]는 최근 피치포크가 선정한 “The 100 Best Rap Albums of All Time” 리스트에서 1위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물론 20년이 지난 현재의 [Infinite]에서는 그때만큼의 차가움과 하드코어함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The Infamous]나 [Hell On Earth]에서 접할 수 있던 고순도의 카리스마보다는, 되려 그들로부터 [Murda Muzik]까지 그은 연장선상 그 어딘가에 가까워 보인다. 30년 전의 그 순간을 고스란히 포착했다기보다는, 30년이란 시간 동안 희석될 대로 희석된 노스탤지어의 흔적을 부여잡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 앨범은 과거의 잔혹한 생동감을 단순 반복하지 않는다. 그 시절의 공기와 긴장을 오늘의 문법 속에서 교차시키며, 익숙했던 기운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한다. 시간이 남긴 흔적들은 현재의 사운드 언어로 번역된다. Havoc과 The Alchemist의 휘하 아래 말이다. Mobb Deep 본인들이 구축한 뉴욕 붐뱁의 DNA를 Griselda를 필두로 한 최근 드럼리스와 로파이 미학이 이어받았고, 이제 그 흐름이 The Alchemist를 통해 원점으로 환류된다. 하나의 사운드가 시대를 돌아 완전한 순환을 이루는 순간이다.
그 시작은 금관악기의 흐릿한 울림이 배경을 채우는 “Against The World”이다. 드럼은 여유 있는 템포로 배치되어 긴장과 완급을 동시에 만든다. 이 과정에서 미묘한 잔향이 서로 맞물리며 입체감을 나타내고, 고인이 된 Prodigy의 미발매곡 “P Against the World”의 오리지널 벌스를 각색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과거를 불러내는 방식이다. 추억을 미화하지 않고, 목소리를 기념비처럼 떠받들지도 않는다. 오히려 한 인물의 감정과 리듬이 지금의 질감 위에서 조용히 스며들게 한다. 과장 없이, 그러나 흐려지지도 않은 채. 아주 담담하게. 결국 이 트랙은 Prodigy의 부재를 설명하기보다, 그가 어떤 방식으로 이번 앨범에서 여전히 곁에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한 태도를 먼저 제시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Infinite]의 실질적인 정체성이 반 정도는 사후 앨범임에도, 청취하는 동안만큼은 사후 앨범이라는 의식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다. Prodigy의 영혼은 랩으로서 선언한다. ‘아직 건재하다.’
그에 부끄럽지 않게 Prodigy는 대부분의 곡에서 예전 못지 않은 지배력을 행사한다. 냉정하고 무신경한 그의 중저음과 담백하고도 담담한 플로우는 과연 듀오의 트레이드마크답게 다시 한 번 Mobb Deep의 음악을 진정으로 위협적으로 들리게 한다. 생전의 녹음 보존 상태가 우수했고, Havoc과 The Alchemist가 그것을 2025년의 트랙에 기워내는 과정 또한 가히 장인정신이라 칭할 만한 애정이 투입되었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Havoc은 그의 파트너보다 오래 살아 비교적 노쇠했으나, 바뀐 목소리로도 래퍼로서의 기능을 준수하게 행사하며 Prodigy의 흔적에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 특히 “Look At Me”의 훅은 약간 허스키하게 익은 Havoc의 목소리가 되려 음악적 스릴러와 더 잘 어울리며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 중 하나로 남는다. 무엇보다도, 둘의 조합이 인공적으로 선사되었음에도 그들의 커리어에서 정말 오랜만에 듀오로서 화합한다는 인상이 앨범 전반을 감돈다는 것이 Mobb Deep 음반으로서 [Infinite]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The M. The O. The B. The B.”의 불길한 공기 속에 함께 읊조리는 훅과 “Mr. Magik”의 후반부에서 한 구절씩 주고받는 듀오 래핑은 이 장점이 가장 직관적인 형태로 실체화된 예시이다.
전달에 손속을 두지 않는 Mobb Deep의 가사는 거의 편안하게 느껴질 만큼 원숙해진 이들의 플로우를 타며 [Murda Muzik] 이래 가장 실제적인 스릴을 선사한다. 그들 스스로의 유산과 영향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한 디렉팅으로 현재의 시간대에 그 톤앤매너를 소환한 결과다. 이들의 냉담함은 Legend Has Is 시리즈의 연작들이 뒀던 악수마저 반복케 하지 않는다. 과거의 광영을 회상할 때마저 이들은 철저히 감정을 절제하기에 이른다. “My Era”에서 Mobb Deep은 자신들이 단지 골든 에라를 경험한 목격자가 아니라, 그 시대를 직접 구축한 당사자임을 선언한다. Wu-Tang, Nas, Jay-Z, 2Pac, Biggie와 같은 이름들의 나열, 그러나 이 호명은 단순한 동경이나 경외가 아니다. 오히려 같은 흐름 속에서 함께 움직였던 동료들에 대한 존경과 증언이다. 자신들이 서 있던 자리, 서로 부딪혔던 거리, 그리고 그 공간을 함께 만들어낸 순간들을 되새기는 기록인 셈이다. 물론 이는 과거로 돌아가려는 몸짓이 아니다. 오히려 그 잔여 속에서 지금도 자신들은 궤도를 이어가는 아티스트라며 정체성과 위치를 재확인하는 것이다. 여기서 한 시대의 공기를 함께 들이마셨던 이들이 떠났거나 멀어졌음에도, Mobb Deep은 여전히 살아남아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현실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물론 이들의 과거와 향수감 사이 영광스러운 순간들을 훌륭히 반영한 [Infinite]의 프로덕션 또한 호평 받을 만하다. 당연히도 “Shook Ones, Part II”나 “Survival Of The Fittest”, 혹은 “Hell On Earth” 같은 역사적인 비트들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창의성 대신 노련함이 빈 공간을 채워낸다. 음험하게 연주되는 샘플과 키보드, 스트링 운용부터 금속성의 외피 아래 스산한 공허함이 감지되는 특유의 드럼까지, Havoc은 일선에 나서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Mobb Deep을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듯하다. 그동안 간간히 동향의 래퍼들과 합작만 발매하던 그가 그의 근본을 위해 진심을 발휘하자 나오는 결과물들은 하나 같이 환상적이다. 빈티지하게 깔리는 오르간 코드가 시종일관 위협적인 톤을 조성하는 “Look At Me”, Jorja Smith의 고혹적인 코러스와 함께 “Temperature's Rising”을 [Hell On Earth] 타입으로 편곡한 것만 같은 “Down For You”, [Murda Muzik]의 B사이드에서 갓 잡아 올린 듯한 최면적인 “Mr. Magik”까지 — 전성기의 작업물에 비견하기엔 어렵다 한들, Mobb Deep이라는 전설적인 이름의 귀환으로는 부족함이 없다.
총 4곡을 프로듀싱한 The Alchemist의 조력도 적절하다. 특히 미친 듯한 다작으로 인해 개성을 잃어가던 그의 비트메이킹이 Mobb Deep을 위해 다시 복고적인 스타일로 회귀했다는 사실은 — 새삼 그가 20년 전부터 얼마나 감각적인 프로듀서였는지 체감케 하는 대목이다. Griselda 스타일이나 “meet the grahams” 타입의 호러코어, 영화적인 사운드스케이프가 돋보이는 “Gunfire”와 “Score Points”는 단일 존재감만으론 본작에서 가장 돋보이는 비트들이다. 또, 선공개곡이었던 “Taj Mahal”에서는 The Alchemist의 프로덕션 설계가 멋들어지게 나타난다. Fermáta의 “Huascaran I”에서 가져온 서늘한 코러스 샘플이 마치 공기가 살짝 희박한 고지대처럼 펼쳐진다. 멜로디는 거의 움직이지 않고, 대신 밀도로 흐름을 구축하여 잠식되는 공간을 만든다. 이 호흡은 뻔한 미니멀리즘이 아니다. 불필요한 장식 없이, 서로 겹치지 않는 사운드 소스들이 거리감을 유지하며 부유한다. 결국 “Taj Mahal”은 기억을 붙잡으려 하지 않고 떠난 자와 남은 자 사이의 조용한 간극을 그대로 둔다. 표면적으로는 가깝게 놓여 있지만, 결코 완전히 맞닿지 않는 거리감. 마치 야무나 강 위에 비친 타지마할의 모습처럼 — 같은 형상으로 공존하지만, 서로의 경계를 넘지 않는 채. 그 미묘한 간극 속에서, 여전히 함께 있고 동시에 어딘가 떨어져 있는 Mobb Deep의 현재가 조용히 그려진다.
The Alchemist, Big Noyd, Raekwon과 Ghostface Killah. 옛 동료들은 그림자 아래에서 못내 잘 어울린다. 오히려 최근 활약상이 좋았던 Nas와 Clipse가 물 위의 기름처럼 잘 섞이지 않을 뿐이다. 이는 [Infinite]가 미래를 지향하는 앨범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시한다. 그저 그런 회고는 없다. Mobb Deep이라는 브랜드의 리폼도 없다. [Infinite]는 한 시대의 중심이 과거 그 자체로서 현재에 존재하는 방식에 대한 품위 있는 대답이다. 이 움직임은 과거를 소환하는 제스처보다, 한정된 요소로 무게감를 다시 세우는 데 가깝다. The Alchemist는 새로움을 과시하지 않는다. 이미 손에 쥔 요소들을 어떻게 배치하면 다시 호흡을 불어넣을 수 있는지 집중한다. 과장된 변주 대신, 오래 길들여온 균형에 집중한다. 그 틀 안에서 Havoc는 적당히 숨을 아껴가며 라인을 다듬는다. 남겨진 여백은 공백이 아닌, Prodigy가 여전히 호흡하고 있다는 믿음으로 채워진다. 무너지지 않은 감각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가 어떤 형태로 남을 수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실천이다. 흔들리지 않으며 지금에서야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그 담담함이 오히려 가장 묵직하게 사무친다. 마침내, 한 프랜차이즈의 엔딩으로 적절한 작품이었다.
블로그: https://blog.naver.com/oras8384/224071638710
사실 그동안 나온 Legend Has It 시리즈의 앨범들은 하나 같이 실망스러웠습니다.
특히 고스트페이스의 Supreme Clientele 2는 전작이 전작이었다보니 더더욱이요.
그런데 맙 딥의 앨범은 기대 이상으로 잘 만들었더라고요.
물론 전성기 수준에 비하면 당연히 턱없이 모자라고, Down For You를 두 번이나 넣어서 뇌절하는 등 단점은 있었지만...
적어도 그 시절 맙 딥 감성을 현대적으로 다듬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전 Murda Muzik보다 Infinite를 좋아하게 될 것 같습니다.
특히 프로디지가 전혀 고인 같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 앨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빅 엘의 신보도 정말 랩 하나는 엄청나던데, 시리즈가 가면 갈수록 퀄리티가 향상되는 것이 보이니 데 라 소울이나 나스 X 프리모 앨범은 과연 얼마나 좋을지 기대가 되네요.




이제까지 레전드프로젝트중 최고 공감합니다 기대이상으로 차갑게 잘뽑았음
2000년대 느낌은 확실히 지워내면서도 그 시절 래퍼들이 옛날 스타일 앨범을 만들 때의 우를 범하지 않아서 너무 좋았던 것 같네요. 다시 말하지만 전 Murda Muzik보다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리뷰 넘 잘봤습니다. Mobb Deep 앨범이 나오는 거 자체가 레전드라는 생각에 기대없이 들었는데 정말 놀랍게 잘 뽑았네요. 살벌하면서 황량한 맙딥 특유의 바이브가 잘 나온거같아서 손이 많이 갈꺼같습니다
정말 전성기 못지 않게 정제된 스타일로 그동안의 부진을 말끔하게 씻어낸 느낌이었죠. 감히 예상해본다만, 이제 하복은 프로디지에게 부끄러움 한 점 남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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