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iuozAQH1LuM&list=RDiuozAQH1LuM&start_radio=1
잘 쓴 가사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힙합 꽤 오랜시간 따라가다보니 제 기준으로 대충 어느 정도냐 에 대한 감은 있습니다
들었을 때 오 하게 되는 재치나 통찰력이 있고, 청자를 그 상황에 빠져 몰입하거나 상상하게 하는가
쉬운 말로 쓰여졌으면서 자신의 캐릭터를 한방에 어필하는가
이 둘 중 하나라도 충족하면 제 기준 좋은 가사입니다 빨리는 맛 있으면 가산점 있고요
첫 번째 예시를 들면 타블로의 Airbag에서 '사망이란 단어 옆의 숫자 1이 어찌나, 외롭게 보이는지' 라는 라인인데
곡의 화자는 그냥 비 존나 오는 꾸리꾸리한 날에 가족사진 붙여놓은 택시를 타고 혼자서 터덜터덜 집에 가고 있는 사람 1일 뿐인데
이 사람이 오죽 우울하면 혼자 라는 키워드 하나에 몰입해서 숫자 1에 이입을 했을까
저 혼자 죽어간 사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 사람도 화자인 나처럼 외롭고 쓸쓸해하다 죽었을까 아니면 택시 아재처럼 모두가 기다리는 곳으로 가다 변을 당한걸까
둘이었다가 떨어져나가 혼자 잘 살고 있을 니 생각도 나던 차에 혼자 죽어간 저 사람이 화자인 나같은데, 나도 죽어가는 거 아닐까
가사 한 줄로 청자에게 오만 상상, 묘한 감정 다 불러일으키면서 곡에 완전히 몰입하게 만드는 그 좆되는 무언가
두번째 예로는 '소주가 달아'에서 '여기 살다 죽으면 죽는 게 아니라 뒤지는 거라던 동네 형 말이 떠올라 서럽게 울었지 뭐'의 차붐이 있는데
청자가 가지고 있을 자신의 출신지역에 대한 배경지식, 죽는다/뒤진다 의 어감과 뉘앙스 차이
한국인이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무언가를 처음으로 꺼내버린
한국을 알고 있어야 제대로 이해 가능한 한국힙합만의 가치라고까지 생각하는 진짜 존나 잘 쓴 라인
거기에 자신의 캐릭터까지 한방에 어필 성공한 진짜 사람잡는 한 줄
캐릭터 어필로는 가오가이의 '논리 꺼져 2분 안에 줘패면 되는 게 내가 아는 이분법' 이런 것도 있는데
존나멍청하지만 건들면 바로줘패는 단순무식한사람 이라는 자기 캐릭터를 피식하게 되는 말장난에 자기 좆되는 땜핑으로 뱉으니 점마는 저런 캐릭터구나~ 바로 캣치하게 되는 참 잘 쓴 라인
반대로
얼마 전 조광일이 냈던 매운짬뽕집 장사 라인은 헬스할때 들으면서 '아 이거 어쩌자는거냐' 싶었고요 걍 듣기싫음 가라고 한 줄로 쓸 수 있는거를 굳이 그렇게 구구절절 써야 하나 싶었고
마찬가지로 큐엠도 상황설명이 너무 자세해서 상상할 여지를 그다지 안 주는 거 같아 그다지 선호하지 않음. 빨리는 맛도 그다지 없고
그리고 앞에 해놓은 살아의 초콜릿 이란 곡은 개인적으로 반응 좀 더 받았어야 했다고 생각하는데
'마음으로 마음을 사는 분들의 마음은 대체 얼마이시길래'
이거 진짜 존나 잘 쓴 라인임
정신적 가치(마음)와 물질적 가치(돈)가 한 줄에 뒤얽혀서
'잘 나가는 놈들의 마음은 대체 얼마짜리냐' '내가 만든 이 곡은 너희한테 얼마짜리냐' '내 마음이 얼마짜리여야 나한테 마음을 줄래?'
여러 가지 면에서 반응 빡 오게 만드는 가사
이 즈음 찬바람 솔솔 불어올때 항상 트는 게 3장 있는데
브라운아이드소울의 the wind, the sea, the rain
타블로의 airbag
그리고 얼돼의 살아




살아 진짜 좋은 앨범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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