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슈타인 정규 1집-T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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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는 어디까지나 여행자들을 위한 임시거처이다. 제대로 지은 건물처럼 모든 비바람을 막기는 힘들겠지만, 그렇기에 언제 어디든 동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식처로는 충분하다. '하늘을 올려다 보는 기분'을 찾아 떠나고 싶어했던 원슈타인에게는 자신의 삶, 그 안의 불안을 희망과 사랑으로 기워 만든 텐트가 필요했다. 2024년 즈음부터 정규 앨범 발매에 앞서 텐트의 뼈대와 천막, 설계도가 EP의 형태로 하나 둘 공개되었던 만큼 리스너들도 그 텐트의 완성을 기대하고 있었다. 물론 매드클라운부터 자이언티에 이르는 씬의 거물들을 매료시킨 보이스 톤과 멜로디 메이킹의 힘, 이에 힘입은 미디어 다방면에서의 활약도 기대의 이유이겠지만, 이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순수하고 해맑은 페르소나가 정규의 형태로 펼쳐지는 데서 기인한 기대도 컸으리라. [TENT]는 그러한 재능과 기대에 뚜렷한 서사와 담백하고 응집력 있는 프로덕션, 이를 하나로 엮는 대중적인 퍼포먼스의 힘으로 크게 부응하는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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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롬, 피셔맨, 발로와 같은 레이블의 인하우스 프로듀서들은 물론, 구영준과 모노캣, 뷰티풀 디스코와 피제이에 이르는 범-스탠다드 프렌즈 사단의 중핵들이 두루 프로덕션에 투입되었다. 특히, 앨범의 절반을 담백하고 재지한 연주로 채워낸 기타리스트 구영준은 사실상 [TENT]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봐도 무방하다. 이로써 완성된 앨범의 사운드는 얼터너티브 알앤비를 큰 축으로 힙합, 재즈, 댄스와 얼터너티브 락이 공존하는 독특한 양상을 띠게 되었다. 보사노바로 시작해 드럼 앤 베이스로 흘러가는 "You Look So Good"을 타이틀로 내세우기도 하고, "FLEX"처럼 몽환적인 리듬 구조에 얼터너티브 락에 가까운 기타를 배치하기도 하는 혼종적 프로덕션은 이를 가장 잘 대표한다. 특히, 따스한 기타에서 날카로운 신디사이저와 함께 힙합적인 드럼이 끼어들며 기이한 안온함을 자아내는 "파자마"는 단연 백미다. 상술된 온갖 실험의 와중에도 [TENT]의 장르적 기본기는 꽤 탄탄하다. 두터운 베이스가 이끌어가는 네오 소울 넘버인 "알잘딱깔센"과 "Valentine"부터, 상당히 통상적인 팝 알앤비의 색을 지닌 "달팽이 2", 발로의 어쿠스틱한 기타와 함께하는 미니멀한 팝 트랙 "DENIM"은 원슈타인의 대중친화적 감각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탄탄한 기본기가 중심을 잡고 있기에, 앨범의 다채로운 음악적 시도들은 단지 실험에 그치지 않고 원슈타인이라는 강력한 개성을 통해 설득력 있게 결집된다.

완성도가 보장된 음악적인 골조 위에 자신의 삶으로 직조한 천막을 씌워낸 것이 [TENT]의 전체적인 형상이다. 천막을 이루는 씨줄과 날줄, 천 조각에는 부모의 이혼에서 비롯된 씁쓸한 가정사도, 과거의 이성관계에서 시작된 복잡함과 두려움, 이를 해소하는 사랑과 소통, 균형의 철학이 고루 포함되어 있다. 원슈타인 스스로도 '고향'에서 시작된 개인적인 앨범임을 말했던 만큼, 앨범 내의 게스트들은 가사적, 서사적으로 도움을 주기보다도 원슈타인의 진두지휘 하에서 정서와 분위기를 증폭시키는 악기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누군가와의 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다룬 "중고인간"의 코러스에서 은은히 퍼지는 제이클레프의 목소리가 위로를 건네주기도 하고, 남의 시선과 의견에 굳이 반응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담긴 "알잘딱깔센"에서는 레이블 동료인 자이언티의 독특하게 꼬인 톤이 여지없이 개성을 빛낸다. 연인과의 달콤한 순간이 담긴 "Valentine"의 후미에서 민지운의 몽환적인 보컬이 공감대를 쌓아올리는 구간은 앨범의 전반을 지배하는 따스한고 인간적인 정서가 가장 명확하게 구체화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한 가지 특기할 부분이 있다면 "꿈"에 샘플링된 곡의 원곡자인 재즈 피아니스트 윤석철이 객원 아티스트로 기재되어있다는 것이다. 윤석철의 건반과 함께 흘러나오는 샘플링 원곡 "꿈이었으면"의 가사 - '그날 너에게 그 말 하지 않았다면, 실수처럼 한 얘기 사실 아니라면' - 에서 시작된 담담한 후회는 브릿지의 '난 네가 죽는 꿈을 꾸고 싶어'라는, 후회에 대못을 박는 듯한 극단적인 표현으로까지 뻗어나가며 옛 연인에 대한 미련을 꾸밈없이 드러낸다. 표현의 하드웨어는 해맑지만, 그 깊이는 무르익고 성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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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을 달리해 보자. 정주민들에게 텐트는 임시거처이겠지만, 떠돌이들에게 텐트는 아느 무엇보다 편안한 안식처이다. 하늘을 올려다볼 수 없게 만드는 환경에 대한 원망스러움으로 인해,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과 같은 기분을 찾아 자꾸 떠나게 된다는 원슈타인의 심리는 어찌보면 노매드에 가까워 보인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잠시 텐트를 쳐 머무르고, 비바람에 천이 찢어졌다면 자신의 삶의 한 조각으로 기워서 고치는 그의 텐트는 그의 유랑과 함께 변하고 성장해왔다. 그리고 이를 기워내는 실과 바늘은, 결국에는 사랑이다. 피치못할 사정으로 갈라져버린 가족에 대한, 그 상처를 딛고 새롭게 만난 연인에 대한, 그리고 그 순간마다의 깨달음을 거쳐 성장해온 자신에 대한. 그렇게 셀수 없을정도로 고치고 고쳐진 텐트는, 원슈타인에게, 그런 그를 보는 우리 모두에게도 세상 어느 고대광실보다도 아늑하고 든든한 안식처가 되어주는 것이다. 그의 음악이 빚어낸 이 편안한 공간 안에서, 우리는 비로소 천에 난 틈새와 기운 자국에서 흘러들어온 빛을 따라 각자의 하늘을 올려다 볼 용기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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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Track: You Look So Good, 알잘딱깔센 (Feat. Zion.T), 파자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