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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jon - Baby Pitchfork 리뷰 해석

title: DMX공ZA8시간 전조회 수 603추천수 13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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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Dijon Duenas가 데뷔 솔로 앨범 <Absolutely>를 발표했을 때, 그는 동시에 라이브 영상을 내놓았다. 영상 속 무대는 집 안의 방처럼 꾸며져 있었고, Dijon과 그의 오랜 협업자 Michael Gordon(활동명 Mk.gee)을 비롯한 몇몇 뮤지션들이 식탁 주위를 빙 둘러싸고 연주했다. 테이블 위에는 악기들, 반쯤 비워진 맥주병, 커피잔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처음엔 이 소박한 세팅으로 Dijon 특유의 밀도 있고 추상적인 소울 음악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까 싶지만, 곡들이 지닌 난해한 디테일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는 집안에서 몇몇 사람이 모여 함께 만들어낼 수 있는 ‘핸드메이드’ 음악이라는 점 때문에 오히려 잘 어울린다. 물론 카메라가 뒤로 빠지며 드러나는 건—그곳이 실제 집이 아닌 스튜디오 세트라는 사실이다.

새 앨범 <Baby>는 여러 개의 방을 동시에 품은 듯한 음악이다. 한 순간은 햇살이 비치는 공간에 있다가도, 곧바로 칠흑 같은 어둠 속 인공 조명만 켜진 세계로 바뀐다. <Absolutely>에서는 이런 대비가 암시 정도로만 존재했지만, 사랑과 갈망을 담은 따뜻한 장면들을 변덕과 혼돈의 먹구름이 가볍게 두르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Baby>에서는 그 먹구름이 완전히 내려앉았다. 날카로운 잡음이 세상을 여러 조각으로 갈라놓고, 그 위에 잠시 발 디딜 수 있을 뿐이다. 가사 역시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왜곡된 단편으로 들려온다. (간혹 또렷하게 들릴 때는, 성행위, 아이를 갖는 것, 불안감을 지워버릴 만큼 강렬하면서도 혼돈과 불확실성을 함께 지닌 사랑 같은 일상의 순간들이 터져 나오듯 묘사된다.) 리버브는 과할 정도로 덧입혀져 있어, 모든 소리가 메아리치고 느리게 소멸하는 과정을, 깨진 거울에 수천 번 반사되는 듯한 울림을 의식하게 한다. 이 모든 요소들은 과거·현재·미래가 가장 날카로운 형태로 충돌하는 ‘콜라주’ 같은 R&B의 비전을 제시한다. 각각의 사운드 조각이 투박하게 이어 붙여진 듯 보이는 것도 의도된 ‘이음새’다.

동료 Mk.gee의 음악처럼, Dijon의 송라이팅에도 잡히려 하면 사라지는 형상성과 유동성이 있다. 당장 귀에 꽂히는 펑키한 리듬이나 기억 속에 남는 훅도 있지만, 여러 겹을 뚫고 나와야 들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바로 이런 해체 덕분에 <Baby>의 곡들은 기존의 예측 가능한 형태로 굳지 않는다. 곡들은 흘러넘치고, 모였다가 금세 사라지며, 마치 타임랩스로 촬영한 듯 빠르게 변해간다.

이것이 음악의 마법을 깨뜨리진 않는다. 오히려 그 마법을 심화시킨다. 듣다 보면 “내가 뭘 피운 거지?” 싶을 정도다. 연주는 마치 처음부터 대마 연기에 걸러져 나온 듯, 한 박자 늦게 다가온다. 리듬은 종종 스스로 걸려 넘어지는데, "HIGHER!" 같은 곡은 매 순간 박자가 더해졌다 빠졌다 하는 듯하다. 어쿠스틱 기타처럼 유기적인 악기조차 Dijon의 음악에 들어오려면 변형되고 부서져야 한다. "Baby"의 타이틀곡을 지탱하는 기타 역시 잘게 쪼개지고 과장된 소리로 가공되어 있다. 앨범의 가장 덜 다듬어진 순간들—"FIRE!"의 과도하게 찢어진 주파수, "(Referee)"의 유리 깨지는 소리 같은 하이햇, "(Freak It)"에서 끝없이 늘어지는 드럼 딜레이—에서는 마치 스피커 속에서 직접 음악을 듣는 듯, 소리를 듣기 전 먼저 진동을 느끼게 된다.

이는 대담하고, 불손하며, 탐구적인 음악이다. 올해 Dijon이 참여했던 저스틴 비버의 앨범에서 그의 역할이 비버의 보컬을 다듬고 감정적 멜로디에 닻을 내려주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Baby>에서 Dijon은 <Absolutely>와 함께했던 협력자들—Mk.gee, Andrew Sarlo, Henry Kwapis—와 다시 뭉쳤지만, 이번엔 그 어떤 닻도 필요 없다. 이 음반에는 애초에 닻이 닿을 ‘바닥’이 없을지도 모른다.

<Baby>의 분명한 전거는 Frank Ocean이다. 그의 음악은 경력이 쌓일수록 추상적으로 무너져내리며, 결국 공간 자체를 음악만큼이나 중시하는 설치미술 같은 양상을 띠었다. Bilal의 미래지향적 펑크-소울 실험도 겹쳐 들린다. D’Angelo와 소울쿼리언스가 <Like Water for Chocolate>에서 파고들었던 내향적 차원도 스며 있다. 또, 올해 Dijon과 협업한 Bon Iver의 흔적도 곳곳에 남아 있다. 특히 Dijon의 목소리가 커지며 감정이 목구멍에서 끓어오르는 듯 들릴 때, Bon Iver 특유의 보컬 프로덕션이 느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Baby> 전체를 유령처럼 떠도는 Prince. 특히 고장 난 믹싱 콘솔로 녹음해 고음이 전혀 없는, 물에 젖어 금세라도 흩어질 듯한 "The Ballad of Dorothy Parker"의 Prince가 그렇다. 그에게는 결과물이 ‘잘못’ 나오든 말든 상관없었다. 넘쳐나는 아이디어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Dijon은 그 지점을 한 발 더 나아가, 의도적으로 ‘잘못’ 들리게 함으로써 오히려 옳은 소리를 만들어낸다. 정밀함이 미덕인 장르 R&B에서, 이제 아티스트가 갈 수 있는 다음 길은 ‘오류의 심연’뿐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Baby>가 끝내 난해하고 버거운 것만은 아니다. "Yamaha"는 빛을 반사하는 크롬처럼 비교적 정상적으로 빛난다. 싱글컷이 될 법도 하지만, 이 앨범은 애초에 싱글을 뽑을 생각이 없다. 실제로 선공개곡도 없이 발표되었다. 마지막 곡 "Kindalove"는 가장 직설적이고 접근하기 쉬운 트랙으로, Dijon 특유의 햇살 가득한 공간감을 전한다. 그러나 곡이 진행될수록 리버브가 끝없이 불어나, 마치 버려진 거대한 공간에서 외로움을 달래려 노래하는 듯 울려 퍼진다. 또 하나의 ‘에러’, 보이는 이음새, 흩날리는 실밥 같은 것.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그 장면을 한쪽 벽이 뚫린 창문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느낀다. 카메라가 줌 인과 줌 아웃을 반복할 수 있도록 말이다.

<Baby>는 자신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만들어진 앨범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가장 ‘진짜’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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