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JACKBOYS - JACKBOYS 2 🥷🏿

오늘 소개할 앨범은 따끈따끈한 신작 <JACKBOYS 2>입니다. 본작 <JACKBOYS 2>는 Travis Scott의 레이블 Cactus Jack이 2019년에 발표했던 첫 번째 컴필레이션 <JACKBOYS>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후속작이지요. 그간 Don Toliver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면서 씬에서 어느정도의 영향력을 자랑하는 아티스트로 성장하였고, SoFaygo와 Sheck Wes는 명맥을 잇지 못한 채로 뒤로 밀려났으며, Travis Scott은 자신의 정규 <UTOPIA>를 통해 스스로의 실험을 마친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JackBoys 2>는 일종의 팀워크 회복제처럼 보였고, 팬들 사이에서는 Cactus Jack 레이블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할 수 있을 작품으로 여겨져왔죠.

일단 레이블의 수장인 Travis Scott의 현 상황을 짚고 넘어가볼게요. 2023년에 발매한 <UTOPIA>는 평론적으로는 그닥 좋지는 못했지만, 대중적인 성적으로는 힙합 씬의 가뭄과도 같았던 당해년도에 기적 같은 장맛비처럼 차트를 휩쓰는 데에 성공했고, 작년에 재발매한 <DAYS BEFORE RODEO>는 Sabrina Carpenter의 <Short n' Sweet>과의 치열하고, 어쩌면 비열한 경쟁 끝에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의 상황이 나쁘지는 않았어요. 문제는 올해부터 입니다. Playboi Carti의 <MUSIC>에서 보여준 아쉬운 퍼포먼스가 문제였을까요? 아니면 "4×4"에서의, 코첼라에서의 미약한 모습 때문이었을까요? 언젠가부터 그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반응이 국내외 커뮤니티에서 많아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호기롭게 예고했던 프로젝트가 <JACKBOYS 2>입니다. 참여진들에게 선물한 번쩍번쩍한 람보르기니, 코첼라에서의 선공개와 Pusha T의 디스로 인한 바이럴 등등의 사건들 덕에 본작은 발매 전부터 많은 관심과 기대를 거뒀죠. 

그리하여 오늘! <JACKBOYS 2>가 발매되었습니다. 앨범은 예고대로 무려 17곡, 약 55분이라는 풍성한 러닝타임을 자랑하고 있죠. 하지만 그 분량이 곧바로 음악적인 밀도나 다양성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사운드 프로덕션 측면에서는 전반적으로 전에 보여준 다크한 트랩 사운드, 무게감 있는 베이스, 그리고 약간의 Scott식 사이키델릭 터치가 유지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이 요소들은 진부하기 짝이 없는 소재들이죠. 씬에서 반복적으로 소비된 사운드를 그대로 들고 왔고 신선함이나 실험성은 거의 없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그냥 지루하다는 거에요. <ASTROWORLD>처럼 독특한 요소들을 잔뜩 집어넣은 것도 아니고, <HARDSTONE PSYCHO>처럼 확 터지는 뱅어들을 채워넣은 것도 아닙니다. 그냥 진짜 평범한 트랩 비트에 Travis Scott의 손길이 조금 닿은 정도로 끝난달까요. 이에 더해 Travis Scott의 무서울 정도로 일관적인 보컬은 정말 최악입니다. 본작에서 Travis Scott은 전혀 레이블의 수장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Don Toliver는 고사하고 Sheck Wes에게 조차도 퍼포먼스가 밀리는 느낌입니다. 리더로서 방향을 제시하기는 커녕, 침몰해버립니다. 이런 Scott의 솔로 트랙이 수록곡의 절반을 넘으니 지루하지 않을 수가요. 

지루함이 증폭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트랙 길이일 것 같아요. 단조로운 레이지 사운드를 보여준 "CONTEST"가 4분 30초를 넘어가고, Kodak Black과 합을 맞춘 "FLORIDA FLOW"는 무려 5분을 훌쩍 넘깁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트랙들이 3분을 넘어가고, 4분을 넘어가는 트랙도 많습니다. 사운드 자체가 형편 없는데, 길이까지 길다니요. 차라리 Playboi Carti의 <MUSIC>처럼 앨범 전체의 길이는 길더라도 러닝타임이 짧은 트랙들을 많이 넣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무엇보다도 트랩 앨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주아주 강력한 한 방, 소위 말하는 킥일텐데, 본작은 그런 뱅어조차도 없습니다. 그나마 Don Toliver와 Sheck Wes의 "VELOUR", Travis Scott이 본작에 있어서 그나마 나쁘지 않은 퍼포먼스를 보여준 21 Savage 피쳐링의 "KICK OUT"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JACKBOYS>의 Young Thug 선생의 "OUT WEST" 굿판과 "GATTI"의 매서운 열기에 비해서는 명함도 못 꺼낼 수준임은 확실합니다. 

<JACKBOYS 2>는 마치 트랩 곡들을 모아두고는 셔플로 맞춰둔 것 같은 인상입니다. 어디서부터 플레이해도 상관없고, 어디서 끊어도 별 의미가 없는 앨범이에요. 트랩 장르와 Travis Scott 음악 특유의 화끈함 대신에 총체적인 무기력함이 프로젝트를 지배합니다. 심지어 Cactus Jack이라는 레이블 이름조차 여기에서는 그다지 설득력 있게 작동하지 않습니다. 아티스트들은 자기 파트에서 그럭저럭 숙제를 해내고 있지만, 이들이 하나의 이름 아래 모여 있다는 사실은 음악적으로 어떤 시너지나 성취를 제공하지는 못합니다.

Travis Scott이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본작을 통해 어떤 음악적 야망이나 실험정신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ASTROWORLD>나 <Rodeo>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황이죠. 마치 본인은 이미 진짜 자신의 정규 앨범 작업을 마쳤고, 본작은 단지 레이블 유지와 마케팅용으로만 존재한다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팬 입장에서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작업물은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물일테죠. 

본작은 컴필레이션 앨범으로서의 시너지, 그리고 레이블의 방향성과 개성 모두를 잃어버린 작품입니다. 개별 곡의 완성도도 떨어지고, 앨범으로서의 구조도 느슨합니다. 단순히 몇몇 트랙의 실패가 아니라, 본작이 기획 단계부터 잘못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피처링 라인업은 화려하지만, 그게 음악적으로 통일성을 끌어내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각자의 음악이 따로 노는 가운데, 중심이 되어야 할 Travis Scott은 무기력하고, 실질적인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제 점수는 5점 만점에 1.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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