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tp2SIpmMU70
한 20년을 전후로 해서 포근하고 퍼지한 신디사이저에 이런 무드에 어울리는 보컬까지 해서 네오-사이키델리아와의 접점이 보이는 음악들이 얼터너티브 알앤비 쪽에서 슴슴히 나왔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건 비교적 최근에 앨범이 나왔던 Nourished By Me나 MK.Gee정도? 좀 더 이전으로, 그리고 음지로 가보면 '힙너고직 팝'이라는 하나의 장르 겸 유사 무브먼트가 있다. 과거의 것에 대한 강한 레퍼런스를 드러내는 이쪽 장르의 음악들, 그리고 James Ferraro와 같은 아티스트들이 행했던 전위적이고 독특한 시도들이 결국 지금 와서야 조금씩 보다 수면 위로 드러나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보다 듣기 편하고 보편적인 감성으로 말이다. 혹여나 이 장르에 관심이 생겨 소위 '근본'에 해당하는 앨범들을 찾아본다면 당황할수도 있다. 애초에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극도로 로파이한 프로듀싱을 지향하기도 했고 이쪽의 근본 아티스트들은 때론 괴랄한 시도를 하기도 하니까.
아무튼 본작으로 돌아와서 사실 앞서 신나게 괴상한 장르에 대한 설명을 하긴 했지만, 신지항의 <NONG>이 그 장르를 지향했냐고 묻는다면 아마 그렇다고는 하기 어려울거다. 당장에 앨범 자체가 로파이한 프로듀싱과는 거리가 멀고 전체적인 곡의 무드들은 근본 힙너고직 팝 특유의 음침함과는 거리가 있으니까. 그러나 '이름'과 '4LETTERS'의 변조된 보컬과 나른한 편곡, 'SLOW'와 'END OF THE WORLD'의 귀를 가득 채우는 신디사이저와 기묘한 스트링 등 여러 수록곡에서 첫 문단 첫 줄에 설명했던 네오-사이키델리아와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퓨전 음악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개인적으로는 그 또한 거짓말일 것이다. 아티스트 본인이 그러한 음악들과 아티스트들에게 얼마나, 그리고 실제로 영향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느껴지는 감상이 그렇단 뜻이다.
요컨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래서 이 <NONG>이라는 앨범이 그러한 아티스트들의 카피캣 내지는 하위호환이라는 소리가 전혀 아니다. 오히려 한 장르와 다른 장르가 만나 생기는 새로운 뿌리에서,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각자의 해석으로 그 가지를 뻗쳐 나가는 과정을 직접 목도하는 기분이라 상당히 재미있는 경험이였다. 그 새로운 흐름이 국내에서도 발견된다면 아마 그 스타트는 신지항일지도 모른다. (사실 그 이전의 안다영의 <Antihero>같은 앨범도 존재하긴 했는데 그런 앨범을 국내에서 발견하는게 일이니까..). 아쉬운 점이라면 너무나도 일관된 무드를 유지해서 약간의 지루함을 느낄 건덕지가 존재한다는 점? 그래서 'SEOUL2'같은 랩 트랙을 수록한건가 싶지만 개인적으로 이 트랙은 좀 아쉬웠다. 그럼에도 세밀한 프로듀싱과 적절하게 등장하는 인터루드/피쳐링, 곡 간의 부드러운 트랜지션을 모두 갖춘 <NONG>은 한국 얼터너티브 알앤비 씬에 간만에 나온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ap알케미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몰라도 23년 당시의 그 근들갑에 비하면 지금까지 지지부진했던건 사실인지라 신지항의 요번 신보가 어떤 분기점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듯 하다.
농 ㅋㅋ
리뷰 잘 읽었어요 힙나고직팝을 연상시키지만 그쪽 사운드는 아닌...재밌는 작품이네요
글 잘쓰시네요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