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집이 더 우월합니다. 이 음알못들아.

다크 판타지 이전까지 힙합 예술의 한계로 평가받는 작품은 Late Registration이었습니다. 재즈, 소울 등 고전 흑인 음악과 오케스트라를 유연하고 웅장하게 녹여내 힙합 얼터니티브의 극을 보여줬죠. 잔잔함과 웅장함, 감동을 오가는 동일한 구성에서도 2집이 1집보다 더 진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고요.

어떻게 보면 칸예의 랩을 제하면 이 앨범을 네오 소울이나 프로그레시브 소울의 일종으로 분류해도 딱히 어색하진 않겠죠. 거꾸로 뒤집어 말하면 Late Registration의 정체성을 힙합 음반으로 규정하는 속성은 바로 칸예의 랩이다, 이 말입니다. 당장 칸예가 가장 랩을 잘한 곡을 뽑으라면 3집의 곡 다수가 선정됩니다. 1집 플로우의 일직선적 경향을 극복했고 노련미를 더한 랩 스킬이 일품이죠.

주제의식과 전달법에도 컨셔스 랩과 코미디 랩의 그것을 벗어나진 않지만, 더욱 원숙해졌습니다. 당장 Gold Digger, Crack Music, Roses, Addiction 같은 곡들을 들어보세요. 그리고 그 중 일품은 단연 Hey Mama죠. 마치 전성기 투팍을 연상케 하는 진한 감동의 서정성... 칸예가 아니라면 과연 어떤 래퍼가 할 수 있었을까요? 그나마 제이지? 하지만 제이지도 칸예만한 마마보이는 아니었죠.

게다가 2집은 칩멍크 소울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오직 샘플 차핑만으로 우아미가 돋보이는 프로덕션을 구축했죠. 이미 2집부터 칸예의 혁신은 시작됐습니다. 힙합 특유의 미니멀한 사운드를 존 브라이언의 오케스트라로 극복한 2집의 프로덕션은 힙합 맥시멀리즘 역사의 방점이나 다름 없습니다. DFSL과 We Major의 프로덕션은 너무 웅장한 나머지 눈물이 나올 지경이고, Gone의 유연한 변주는 힙합에서 이 정도의 변동성을 찾을 수 있었나 싶습니다. 물론 Heard 'Em Say, Drive Slow, Addiction, Hey Mama 등 최소한의 음향만으로 최대한의 감동을 선사한 트랙들 또한 존재하죠. 드럼 역시 칸예가 드럼 머신으로 직접 찍은 것이 아닌, 대부분 샘플을 동원해 향수감을 증배했고요. 흑인 음악에 대한 걸출한 이해도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또, Graduation, 808s & Heartbreak,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등등등, 칸예가 현재까지 그의 프로덕션에 현악을 애용하게 된 계기가 바로 2집이기도 하죠.

단순히 '전위적인' 측면만 놓고 봤을 때, 피치포크가 준 8.2(1집), 9.5(2집)라는 점수만 비교했을 때 과연 어느 쪽의 업적이 더 지대한지는... 극명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2집이 결정적으로 위대한 이유는 힙합에 실물 오케스트라를 적극적으로 동원하며 감정적 여파를 극대화하고 앨범 하나의 서사시적 속성을 강화시켰다는 데에 있긴 하지만요. 기성적인 시각이나, 전위적인 시각이나, 어느 관점으로 보던 간에 2집이 1집보다 낫다고 볼 여지가 너무 많습니다.

빈티지와 혁신의 합치, 고전 흑인 음악과 오케스트라의 협력. 겪어본 적도 없는 노스탤지어의 파도 속에서 칸예의 식안은 한 줄기 등불과도 같았습니다. 중산층, 프로듀서 출신의 래퍼라는 독특한 위치에서 시작해 본격적으로 'Me Against The World'를 외치기 시작하며 자신의 유일무이함을 부각한 칸예 웨스트의 목소리는 그 우아하고 관능적인 음악과 어우러지며 지대한 설득력을 얻었습니다.힙합 외 어느 장르를 둘러봐도 복제품을 찾을 수 없는, 그리고 오직 힙합이기에 가능한.

<Late Registration>은 분명 칸예 웨스트의 디스코그래피를 통틀어 최고의 작품 중 하나이며, 동시에 2000년대 초반 범람하는 힙합 지성들의 명작 퍼레이드에서 단연 최고봉에 있는 음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