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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힙합의 'Payback Season’: 국내 힙합은 죽었는가?

Asherp7시간 전조회 수 602추천수 15댓글 3

#1. 코로나 팬데믹 기간, 디지털 전환에 대한 낙관적 전망과 시장에 풀린 유동성으로 국내 스타트업 업계는 전례 없는 호황을 맞이했다. 벤처 업계 투자액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은 ‘22년도 하반기와 ‘23년도를 지나, 이제 국내/글로벌 스타트업 업계는 다른 게임을 맞이하고 있다. 적자일지라도 ‘외형적 성장’ 지표를 증명할 수 있었다면 돈 잔치를 벌일 수 있었던 그들은 이제 ‘흑자 전환’이 가능한지, 작은 스케일에서도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지를 증명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다. 과도한 자금이 쏟아져 몸집을 키웠지만, 정작 투자에 상응하는 아웃풋을 뱉어내지 못한 이들은 문을 닫게 되었다.

 

쇼미더머니’의 첫 등장을 기억한다면, ‘국내 힙합 vs. 쇼미더머니’라는 이 오래된 논쟁의 주제는 시장에 대한 거시적인 이야기보다는 아티스트 하나, 하나의 자존심과 관련된 에피소드에 가까웠다. 당시 팔로알토는 MNET이 래퍼 화나에게 심사위원이 아닌 참가자 제의를 했다는 사실에 분노했고, MC 메타는 ‘힙합을 모르는 PD’가 문화를 망칠 것을 경계해 방송에 뛰어들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더콰이엇의 가사처럼 문화의 관점에서 쇼미더머니가 ‘힙합을 망쳤는지 살렸는지’는 그 누구에게 물어봐도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지만 쇼미더머니로 인해 국내 힙합이라는 작은 시장에 큰 자본이 유입되었고 많은 래퍼들의 수입이 몇 배로 늘어났다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우리는 국내 힙합이 망했는가, 멋지지 않는가에 대한 논쟁을 ‘문화’로 풀어가거나 아티스트들의 양질의 작업물의 유무로 답하는 경우가 많다. 빈지노는, 군 전역 후 인터뷰에서 국내 힙합의 스펙트럼이 넓어졌으며 다양한 작업물을 내는 아티스트들이 많아졌기에 이 문화가 아직 건강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시장의 규모 측면에서는 어떨까? 국내 힙합의 시장 규모는 어디에도 조사할 필요가 없는 수치겠지만, 굳이 따져보자면 좁게는 1) 시장 내에 존재하는 모든 힙합 뮤지션(래퍼)들의 매출, 조금 더 넓게 본다면 2) 힙합 프로듀서/비트메이커, 믹싱과 마스터링을 담당하는 엔지니어, 힙합 전문 레이블에 속해 산업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의 수입까지 합쳐야 할 것이다. 이러한 Bottom-up 접근 방식이 부정확하다면, 시장 내에 존재하는 모든 힙합 레이블의 매출을 더한 정도도 시장의 규모를 나타내는 지표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작업은 그다지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주요 레이블을 리스트업해서 지표를 확인하여 간단한 가정과 함께 더하기만 하면 된다.

 

슬프게도, 리스너들은 굳이 이러한 수치를 직접 찾아보지 않아도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하이라이트 레코즈와 VMC라는 2010년대 한국 힙합의 전설적인 레이블들은 문을 닫았고, 양질의 작업물을 발매하는 아티스트들의 조회수와 관심도는 터무니없다. 실제로, 시장 내 주요 레이블들의 매출/영업이익 수치는 ‘22년도 피크를 찍고, 하향세에 접어들고 있다. 여기서 AOMG의 재무 수치를 들고 ‘한국 힙합이 죽었다’를 논하는 건 부정확하다. 모든 산업에는 사이클이 존재하고, Up & Down이 존재한다. 또한 ‘24년도 현재 우리가 맞이하는 국내 힙합 시장은 2010년대 초반 일리네어 레코즈가 시장을 바꾸던 시절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해졌다. 따라서, 우리가 여기서 질문해야 하는 Key Question은 ‘한국 힙합이 죽었는가?’보다는, 쇼미더머니라는 외부적 요인으로 호황을 맞이했던 국내 힙합은 이제 성장 동력을 상실했는가?’일 것이다.

 

아직도 우리에게 기억되는 ‘비와이 열풍’, Forever과 Day Day가 차트 1위를 기록하던 순간과 대학교 축제 시즌과 행사 시즌에 빽빽하게 채워지던 래퍼들의 라인업 등, 인디고 뮤직의 전례 없는 팬덤 형성과 힙합의 범주를 넘어선 AOMG의 사업 확장, 그리고 창모의 ‘Boyhood’와 같이 개인의 역량으로 대형 차트에서 경쟁하는 선도 사례 등 우리는 지난 10년간 ‘힙합’이 어느 정도 메인스트림에 올라오는 과정을 지켜봤다. ‘방송의 성공, 곧바로 반영되는 쇼미더머니 음원의 차트인, 이후 행사 시즌에서 래퍼들의 섭외, 유명세를 얻은 래퍼들이 개인의 역량으로 만들어내는 컨텐츠와 부가 매출’로 이어지는 순환의 구조는 곧바로 시장의 규모를 수 배로 키웠다. 여기서 발생하는 Value는, 국내 힙합의 파이를 나눠 먹는 유형의 부가가치가 아닌 외부의 자본, 그러니까 기존에 1) 힙합을 전혀 모르던 일반 대중들의 유입과 2) 소위 행사 라인업에서 힙합이 아닌 다른 장르가 차지하던 영역을 우리의 쇼미더머니 래퍼들이 확보한 것과, 3) 기존에는 없었던 다양한 규모의 힙합 페스티벌이 생기는 것 등으로 굳이 따지자면 썩 나쁘지 않은 방식의 성장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기록적인 성장률(비록 계산하지는 않았지만)을 보여줬던 국내 힙합이, 이제 쇼미더머니의 종말과 함께 다시 꺾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국내 힙합은 기형적으로 외부의 몸집만 키웠을까, 아니면 착실하게 문화의 기반을 다지고 씨앗을 뿌렸을까? 슬프게도, 우리는 다양한 지표들로 국내 힙합의 기형적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힙합 리스너, 그러니까 LE와 같은 커뮤니티의 리스너들은 B-Free가 알바를 한다는 사실에(비록 농담 소재로 쓸지라도) 분노하고, 예술가들의 터무니없는 조회수에 “이런 아티스트가 뜨지 못하다니 어이가 없다”라는 댓글을 달고는 한다. 냉혹하게도 국내 힙합을 소비하는(혹은 기꺼이 자신의 돈을 지불할) 리스너의 수는 이 모든 아티스트들을 배부르게 할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다. 쇼미더머니 시즌이 우리의 눈을 가렸지만, 하나의 방송이 종료되자마자 바로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문화의 선순환’, 국내 힙합으로 말하자면 쇼미더머니발 자본이 유입된 지난 10년간, 국내 힙합은 착실하게 수요층을 새롭게 키워나가고, 우리의 음악이 방송의 Hype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대중들에게 보여줘야 했다. 글의 서두에 논했던 스타트업 업계는 투자된 금액에 상응한 금전적 보상으로 돌려줘야 했다면, 우리는 그럴 필요는 없었다. 외부의 자본이 유입된 것은 힙합 아티스트들의 방송 퍼포먼스, 행사에서의 무대 등 우리 문화에 속한 재화를 파는 것이기에 국내 힙합은 제값을 제대로 치렀다. 다만, ‘재구매’가 이루어지려면, 국내 힙합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메인스트림에 약간이나마 올라갔을 때 유입된 돈 이상의 리턴을 보여야 했을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시도들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누가 봐도 적자였을 슈퍼비의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런칭을 통한 호미들의 발굴, 더콰이엇의 랩하우스, 자잘한 랩 컴퍼티션들과 성공한 뮤지션들의 대가 없는 신인 발굴 등 훌륭한 아티스트들은 국내 힙합을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는 이를 문화를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굳이 따지자면 외부 자본 유입을 국내 힙합 시장에 건전한 방식으로 돌리기 위한 하나의 투자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결국 일회성에 그치고, 시장 전반에 퍼지는 데에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다.

 

스윙스의 AP Alchemy 설립과 그 이후는 국내 힙합의 시장적 한계를 보여준다. 작년에 이슈가 되었던 AP Alchemy 콘서트 실패는 대표적인 사례다. 시장의 호황기일 때 저스트 뮤직과 인디고 뮤직으로 대성공을 거둔 그는(호황기를 그들이 만든 것일 수도 있다) 국내 힙합의 선구자이자 가장 큰 성과를 거둔 사업가이다. 하지만 시장의 거품이 걷히는 시점에 기존보다 더 많은 아티스트들이 모인 AP Alchemy가 설립되었고, 설립 시점의 Hype과 기대감과는 정반대로 정작 콘서트에서 높은 금액을 지불할 리스너와 대중은 부재했다. 이제는 단순한 기대감과 애매한 힙합 음악으로 돈을 지불할 사람은 없다. 대형 레이블과 지주사 형태의 레이블 운영은 겉으로 보기에는 멋지고 용감한 시도였지만, 시장의 관점에서 존재하지 않는 수요층을 노리고 과도한 투자가 이루어진 실패 사례이다. 이러한 시장의 한계에 맞서기 위해 많은 아티스트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바람직한 시도는 해외 시장의 개척이다. 과거와 다르게, 이젠 해외 투어를 매진시키는 래퍼들도 다수 존재한다. 국내 내수 시장을 쪼개는 한계를 넘어서는 멋진 시도이다. 다만, 이는 매우 제한적인 소수의 래퍼들의 개인적 역량에 의존하는 일반적으로 이루기 어려운 성과이기도 하다.

 

오히려, 시장이 축소되는 와중에 국내 힙합은 올해 ‘유튜버 풍자 사태’로 홍역을 치뤘다. 힙합 문화를 풍자하는 유튜버인 이들의 존재만으로 국내 힙합 리스너들이 짜증을 낸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개그는 언제나 존재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이들이 놀랄 정도의 인기와 호응을 얻었다는 점이다. Ph-1과 이센스가 유튜버의 영상 속의 컨텐츠만으로 분노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튜버의 영상에 쏟아지는 호응과 이에 파생되는 시청자들의 문화에 대한 조롱이 국내 힙합의 구성원들을 분노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이 사태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우리는 이들의 컨텐츠가 왜 이렇게 인기를 끌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유튜버들이 기가 막히게 재밌어서일까? 자극적인 컨텐츠가 유행이어서일까? 모든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되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쇼미더머니로 비정상적이고 건강하지 않은 방식의 Hype과 주목을 받은 힙합 문화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10년간 쇼미더머니의 인기는 새로운 리스너들의 유입을 이끌었지만, 왜곡된 힙합 문화 또한 퍼졌으며 분명 많은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반감을 유발했다. 시장의 호황기에는 인기가 부작용을 앞섰지만, 힙합에 대한 거품이 빠지는 시점, 이제는 부작용이 문화의 주목도와 인기를 앞서기 시작했다. 이 ‘Tipping Point’에, 유튜버는 기가 막히게 컨텐츠를 선정한 것뿐이다. 이미 국내 힙합에 대한 반감과 문화에 대한 오해는 무의식중에 대중들에게 자리 잡았고, 유튜버의 컨텐츠는 그러한 감정을 마음껏 해소할 수 있는 최초의 창구일 뿐이다.

 

딥플로우가 감탄한 “우리는 다시 홍대로 돌아갈 것이다”는 흥미롭게도 발언 당사자인 더콰이엇이 본인이 말한 지도 기억하지 못했던 문장이지만, 음악 산업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더콰이엇의 강력한 인사이트일 것이다. ‘홍대로 돌아가는 것’은 전혀 낭만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더콰이엇은, 이 모든 쇼미더머니의 버블이 끝난 이후 국내 힙합이 돌아갈 터전이 필요함을 말한다. 그의 여러 인터뷰에서 이 모든 시장의 성장은 방송으로 인한 비정상적인 시기였을 뿐, 우리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게 됨을 암시한다. ‘홍대로 돌아가는 것’은 지리적인 의미의 홍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표현하면 이 모든 거품이 빠진 과거의 힙합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기에 낭만적이기보다는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24년도 말을 향하는 현재, 국내 힙합은 성장 동력을 상실하고 있으며 시장의 규모는 축소되고 있다. 문화에 대한 혐오가 쏟아지기도 하였으며, 많은 레이블이 문을 닫고 있다. 국내 힙합의 ‘Payback Season’이 도래했다. 슬프게도, 멋진 힙합 음악으로 세상에 복수하는 통쾌한 Payback이 아닌, 우리가 10년간 받아온 기대감과 크레딧을 뱉어내야 할 Payback Seaso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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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1 7시간 전

    공감추

  • 1 7시간 전

    인디고로 그 호황기를 누리던 스윙스가 에이피알케미라는 참패를 맛보는게(물론 실패만 있던건 아닙니다만) 단지, 스윙스의 입장, 처지 뿐만 아니라

    보는 국힙 팬의 입장에서도 마냥 남일이 아니더라구요, 스윙스의 대책?이랄까 플랜에서 문제가 있는것도 맞지만

     

    저런 쟁쟁한 인물들이 많았던 , 국내 힙 뮤직 쪽에서 가장 규모가 큰 집단에서 저런 실패를 보여지는게 되게 씁쓸하더라구요 . 진짜 이거 좋은일이 아니다 이게 진짜 현실이구나 아팠습니다 되게

  • 3시간 전

    글 잘 쓰시네요.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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