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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스티어와 스윙스, 힙합이라는 닫힌 계(closed system)

시인4호2024.05.09 09:24조회 수 1768추천수 14댓글 7

저는 2000년대 초반부터 힙합을 들었습니다.

입문은 드렁큰타이거와 여기에서 힙합으로 분류되지 않을 거리의 시인들이었고

 

비교적 최근에는 리짓군즈와 뱃사공을 너무 좋아했습니다.

한 아티스트의 음악을 통해 이렇게 큰 치유를 받을수 있을까 싶은 정도로 큰 울림이 있었고

그 울림만큼 아쉬움도 컸습니다.

 

아쉬움이라고 표현한 것은, 아직 그 치유의 기억과 고마움이 남아있어서겠죠.

 

힙합은 철저하게 닫힌 계입니다.

 

다른 장르와 달리 선험적으로 자기 과시를 합니다.

객관성을 따지자면 최고는 한명일 수 밖에 없고

많이 쳐줘도 국힙씬의 최고는 10명 내외정도 되겠지만

 

힙합을 하는 사람은 모두가 내가 최고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내가 뱉은 말을 서서히 증명해나가고 인정받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힙합적인 태도이고요.

 

그래서 우리는 힙합을 통해 현실에서는 받지 못하는 위로와 동기 부여를 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힙합은 리얼함을 추구합니다.

real MC vs fake MC를 철저히 구분하고

직접 가사를 쓰는 것에 그 어떤 장르보다 큰 의미를 부여하며

곡 안에서의 설득력 뿐만 아니라 아티스트 자체와 그 아티스트의 삶을 통해 서사가 완성됩니다.

에넥도트가 그 대표적인 앨범이고요.

 

이 선험적 자기과시와 후향적 성취, 그리고 리얼함 사이에서 팬들은 열광하고 나를 움직이게 한 엠씨를 추앙합니다.

다만 때로는 이 원리가 힙합이라는 닫힌 계 내에서만 작동하기도 합니다.

 

스윙스는 입체적인 인물이죠. 

키 작고 허세 가득한 행동을 하지만

뱉은 말을 증명하고, 누구보다 강한 추진력이 있으며

광역 어그로를 끌기도 하지만 레이블의 수장으로서 멋진 역할을 해내기도 합니다.

 

힙합이라는 장르 안에서 스윙스는 멋진 부분이 훨씬 더 많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스윙스 주변에는 힙합이라는 렌즈로 자신을 바라봐주는 사람이 더 많을 테니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로 가득찬 환경에서 내 방식이 옳다는 사회적 실재가 형성되어

확증 편향이 발생하고 자신의 태도를 더 분명히 하게 됩니다.

 

힙합이라는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들에게는 멋있어 보이는 그의 행동방식이 실재로 작용해서

스윙스는 돈과 인정을 모두 얻고 그의 탄탄한 실력으로 대중적 인기도 얻지만

힙합이라는 작은 사회를 벗어나 대중이라는 더 큰 사회, 복잡계에서는

그 방식이 작동하지 않기도 합니다.

 

그들의 눈에는 스윙스는 작은 키에 허세가 가득하며 여러가지 사건 사고를 일으킨 사람일 뿐이죠.

 

스윙스는 불완전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많은 아티스트를 품을 수 있었고

많은 팬이 생긴 것이기도 합니다.

 

또 스윙스는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고 메타인지도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여러가지 상처와 또 충동성으로 본인이 알아차리기 전에 행동화 하는 것이 때로 문제가 될 뿐이죠.

 

업그레이드 III의 holy의 아웃트로만큼 힙합만이 할 수 있는 순기능을 진솔하게 나타낸 것은 없습니다.

지탄받아 마땅한 사람들의 맥락을 이해하고 두번째 기회를 주고 연대하고 자부심을 줍니다.

 

[outro]

Hip-hop이 양아치 문화가
아예 아니라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야
전체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양아치 문화가 그 안에 있어
근데 난 hip-hop이란 문화에게 고맙다?
솔직히 내가 rap 안 했으면 나 뭐 됐을 거 같냐?
우리 의사 선생님이 그랬어
아마 정신 병원에 묶여 있거나
길거리에서 술 먹으면서 구걸하고 있거나
범죄자로 살고 있었을 거라고

 

교회도 안 받아 줄 수 있는데
Hip-hop은 날 음악인으로 받아 주고
날 최고의 뮤지션 중의 한 명으로 받아 줬다고
나 돈 벌게 해 줬다고, okay?
난 이 문화를 사랑해 그래서
모든 인간들은 결국 받아들여짐을 필요로 한다고
요즘 문제아들, 소위 말하는 일진 새끼들

 

근데 나 하나만 물어볼게 진짜
야, soul 대 soul로, 영혼 대 영혼으로 우리 한번 얘기하자
걔네들이 왜 그렇게 됐는지는 생각 안해봤냐?

 

외로워서 갈 곳 없어서 그런 집단을 만드는 애들 많아
나도 그랬었어, 어릴 때, 잘했단 얘기냐고? 아니

법에서는 미성년자가 사고를 치면
성인이 일을 저지를 때보다 더 관대한 처벌을 내리잖아, 맞지?

법은 차가운 것 같지만 사람이 만들었기 때문에
그 안에 상식도 있고 인간미도 있어
물론 그 이유 때문에,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법 그 자체도 완벽하진 않잖아

...

 

학폭이라는 아주 민감한 주제에서

우리가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스윙스가 잘 집어냅니다.

당연히 스윙스의 말이 100% 옳은 것은 아니고

학폭은 근절되어야 하지만 그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줄 것인가,

준다면 과연 언제 줄 수 있는가 하는 처벌과 상생이라는 예민한 문제에서 

우리에게 고민거리를 던져줍니다.

 

힙합에는 이러한 순기능이 있는 반면, 다른 수 많은 문제점도 있고

멘스티어는 그것을 유머와 개그라는 멋진 장르적 방식으로 풀어냅니다.

 

리스너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하고싶은 말이 많죠.

힙합에 그런 면만 있는 것은 아닌데..

몇몇 잘못된 방식의 애들이 성공해서 대표하고 있을 뿐인데..

지금도 아르바이트 하며 꿈만 보고 음악하지만 빛을 못보고 있는 친구들이 수두룩 한데..

 

하지만 이를 다른 작은 사회의 예시로 본다면

 

- 민주화 세대(운동권) -

목숨걸고 이 나라를 독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투표하고 말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어줬습니다.

그들의 숭고한 뜻과 용기는 그 상황을 겪지 못한 사람들은 감히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당시 시위에 참여하고 아직도 불의를 없애고 사회정의(라 믿는 것들)을 바로잡기 위해 싸우는 분들의 대다수는

여전히 가난하고 보상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대중들은 정치인 등 운동권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들만 보고 그들을 욕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일부 (또는 대다수)는 욕먹을 짓을 하죠.

그들이 타도하고자 했던 세력처럼 아랫 사람을 찍어 누르고 착취하기도 하고

성추행을 하기도 합니다.

 

당연히 대중은 질타하지만 그들의 팬은?

나름의 논리를 만들어 대응합니다.

왜냐하면 자유와 평등이라는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보다

다른 세력에게 지지 않고 우리 세력을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민주화 운동을 하며 특정 세력과 싸워왔고,

그 특정 세력이 실제로 사람을 죽이고(518 광주) 고문하기도 했기 때문에

자기 세력을 공격하는 사람들 또는 그것이 연상되는 사람들에게 아주 강한 거부반응이 있을 수 밖에 없어요.

실제로는 과거 자신을 공격한 사람과 지금의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전혀 다른 맥락의 사람들인데도요.

 

그 윗세대 - 6.25세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이 우리에게 총부리를 겨누었고

살아남기 위해 우리도 그들에게 총을 쐈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총을 쏠 때, 상대를 이해하면 상대를 죽일 수가 없습니다.

내가 나쁜 사람이 되니까요

당연히 사상교육을 받고 우리를 지키기 위해 나쁜 무리에게 총을 쏩니다.

 

그들은 지금도 북한이 연상되는 모든 것 - 노동운동, 민주화, 넓은 의미에서의 진보와 변화 - 에 북한이 연상되고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행동을 합니다.

이런 행동이 때로는 나라를 누구보다도 아끼는 애국심에서 우러나옵니다.

 

힙합 내부에서의 논리와 작동방식, 그리고 힙합 문화를 바라보는 마음은

외부에서 바라보는 그것과 같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서로 다른 것을 보고 있기도 합니다.

이 씬에 있는 사람들과 팬들이 대중보다 더 힙합을 깊이 있게 알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말이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외부에서 보기 때문에 보이는 것들, 우리가 놓친 것들은 없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멘스티어가 원인이 되어 힙합씬이 무너진다기 보다는

무너져가는 힙합씬에 멘스티어가 트리거가 된 것에 가깝죠.

이 또한 더 발전하기 위해서 겪는 해체와 구축의 과정일 뿐일 수도 있습니다.

 

이에 어떤 방식이 더 설득력 있고 효과적일지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뭘해도 안되고 어차피 진 게임이라고요?

언제부터 힙합이 그런 장르였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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