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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콜 진짜 짜치네ㅋㅋ

title: Kendrick Lamar (MMTBS)Pushedash2024.04.13 21:19조회 수 649추천수 3댓글 3

...라고 저도 잠깐 생각했었습니다만, 지금은 콜의 선택이 아주 멋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그로 ㅈㅅㅎㅎ) 이미 몇몇 분들이 했던 얘기 또 하는 거긴 한데, 곡도 진짜 지워버린 김에 한 번 더 옹호해보고자...

 

(일단 제가 힙합 문화, 흑인 문화를 아주 전문가 마냥 꿰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냥 제 눈에는 이렇게 보인다는 이야기로 봐주세요.)

 

힙합 문화는 상당히 마초적입니다. 흑인 사회의 갱스터, 마약, 성 문화 같은 것들과 상당히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그쪽이 꽤나 마초적이고 남성성이 강한 문화다보니 그렇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디스전에서 이런 마초적인 모습이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상대가 나를 깠으면 반드시 돌려줘야 하고, (지금은 덜한가 싶긴 한데) 갱스터 조직들의 대리전의 양상을 띄기도 하고, 쪽도 못쓰고 패배한 쪽은 아주 퇴출당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남성성을 래퍼에게 가장 많이 강요하는 분야인 것 같아요. 누군가 나를 디스했을 때 응답을 문화적으로 거의 강요받기도 하고, 랩 게임이라는 결투에서 반드시 이겨서 내가 상대보다 개쩌는 놈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야만 하는 거잖아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보다 마초적일 수가 없는 것 같아요. (물론 리스펙트와 발전에 대한 바램을 담은 건전한 디스전도 있지만, 언제나 그렇지는 않잖아요.)

 

켄드릭이 콜과 드리지를 아주 제대로 디스했을 때, 콜은 정말 난감했을 겁니다. "나는 이 둘을 다 리스펙하는데? 켄드릭 딱히 깔 거 없는데? 하, 근데 온 세상은 나한테 맞디스 안 하냐고 압박하네? X발 어떡하지?" 이런 고민을 하던 찰나에 콜은 나름의 묘수를 떠올린 것 같습니다. 힙합이 요구하는 래퍼로서의 멋과 자신의 존중, 겸손을 전부 충족시킬 방법을요.

 

맞디스를 하고 철회를 하는 겁니다. 일단 맞디스를 하면서 콜은 힙합 문화의 기대 혹은 강요에 충실히 응답할 수 있고, 동시에 철회를 하고 사과를 함으로써 상대에 대한 존중과 디스전 거부 의사까지 다 보여줄 수 있어요. 더 나아가 아예 디스곡을 후에 내려버림으로써, 콜은 디스전 문화에 겸손과 포용을 가져온 위대한 아이콘으로 남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마치 808에서 외로움과 우울함을 노래한 칸예나, Take Care와 본인의 행보 그 자체(...)로 힙합에 찌질함의 자리를 마련한 드리지처럼요. 콜은 힙합이 담을 수 있는 가치를 더욱 확장한 사람으로 기억됐을 겁니다.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였다면요.

 

하지만 현실은? 개같이 망했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번 디스전에 한해서만큼은 콜을 그냥 켄드릭한테 개같이 털리고 도망간 놈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는 이게 이유가 딱 하나라고 생각해요. 디스곡 퀄리티가 (켄드릭에 비하면) 너무 아쉬웠다. Like That의 켄드릭은 진짜 경이로울 정도였습니다. 랩 스킬, 디스 내용, 거기에 애시당초 본인이 가진 이미지까지 그냥 완벽했다고 생각해요. 반면 콜의 7 Minute Drill은 여러모로 아쉽죠. 퍼포먼스적으로도 켄드릭에 비하면 확실히 한 수 아래였고, 내용적으로도 특별히 좋지는 않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감을 못하기도 했죠. 게다가 애초에 콜보다 켄드릭을 높게 치는 사람들이 많았으니 더더욱 콜에게는 어려운 싸움이기도 했을 겁니다. 만약 콜의 디스곡이 켄드릭만큼, 어쩌면 켄드릭을 상회할 정도로 쩔었다면, 콜은 켄드릭과 동등한 위치에서 왕좌를 나누는 빅 3로서 "맞아맞아, 나는 이만큼이나 쩔어. 근데 너가 더 쩐 것 같다ㅋㅋ"라며 쿨하고 겸손하게 이야기하는, 그냥 X나게 멋있는 사람이 됐을 겁니다. 그런데 곡의 퀄리티가 비교적 아쉬웠다보니까 쪽도 못쓰고 두들겨맞고서 깨갱 하며 꼬리를 내리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아이러니하지만 겸손을 보여주려면 그만큼 위대했어야 했는데, 콜은 그러지를 못했던 겁니다. 그러니까 콜의 디스 철회가 너무나 짜친 행동이 되어버렸어요.

 

그럼에도 저는 콜의 이번 선택이 굉장히 멋있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앞서 말한 것처럼 (콜의 의도가 어디까지였을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콜은 디스 문화 자체를 거부함으로써 앞으로의 힙합에게 새로운 선택지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생각해요. 절반 이하의 성공이지만 어쨌든. 또 한편으로는 이번 선택이 아주 큰 용기를 요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콜 본인도 디스를 해놓고 사과를 박으면 많은 이들이 야유할 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겠죠. 그럼에도 본인의 소신을 위해서 꿋꿋이 디스곡까지 내려버리는 행동은 굉장히 용감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사실 그냥 "뿌애앵 사람들이 내가 개털렸대ㅠㅠ" 하고서 한 행동일지도 모르긴 합니다. 누가 알겠어요. 아무튼 제 눈에는 이번 콜의 행보가 아쉬움은 있지만 굉장히 멋있고 위대한 점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욕은 좀 먹었지만 짐도 좀 내려놨고, 어쩌다보니 주목도 많이 받았으니 앞으로 진짜 좋은 음악 더 보여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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