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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프콘 정규 1집-Lesson 4 The People

title: Kanye West (Vultures)Alonso20002022.08.28 22:17조회 수 698추천수 5댓글 7

https://blog.naver.com/alonso2000/222860567210

 

 

 

 

지금의 데프콘은 음악인이라기보다도 예능인으로서 맹활약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2000년대부터 10년 넘게 이어져온 그의 디스코그래피는 그가 의외로 녹록지 않은 아티스트임을 말해준다. 아니, 'SNP'라는 인터넷 동호회를 이끌며 버벌진트, 피타입 등과 더불어 한국어 라임을 개척했을 뿐만 아니라, 특유의 걸걸한 랩에 기반한 하드코어함, 그리고 뛰어난 편곡을 통해 보여주는 훵키한 대중성까지 두루 갖춘, 2000년대 한국 힙합을 대표하는 멀티 플레이어를 단순히 '녹록지 않다'라는 표현으로 서술하는 것도 사실은 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그의 음악성에 토대를 둔 5장의 정규 앨범은 거의 대부분 준수한 평을 받았지만, 그가 지닌 날 것의 매력을 느끼려면 역시 그의 첫 정규인 'Lesson 4 The People'이 제격이다(물론 그의 EP인 'Straight From The Streetz'(2001)도 훌륭한 앨범이지만, 믹싱의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팝적인 요소와 거친 매력이 적절한 조화된 프로덕션 위로 쏟아지는 걸쭉한 육두문자와 라임의 파상공세, 그리고 마스터 플랜과 SNP의 인맥을 총동원한 다양한 협업과 조율은 초기의 한국 힙합만이 지닌 뜨거운 에너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보너스 트랙 격인 'Sex Drive Pt.1~Re-Visited'를 제외한 전곡의 작곡 혹은 편곡을 데프콘이 직접 주도했다. 이렇게 완성된 프로덕션은 투박하되 기본기에 충실하다. 가령 '전진 2003'에서 베이스와 퍼커션 만으로 붐뱁 특유의 그루브를 충실하게 구현해 내었고, '가족'이나 'Power 2 Bob', 'Thank You~2002을 보내며'에서는 여기에 재지한 전자 피아노 소리를 더해 섬세한 무드를 조성해 내기도 했다. 컷 앤 페이스트로 현악 샘플을 재조합해 타격감을 극대화한 'Damn You'라거나 색소폰과 신시사이저로 음침하고 긴장감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 'Velociraptor'엔 기존의 거칠고 터프한 모습이 그대로 묻어나고, 재지한 소스를 갖고 놀며 흥을 올리는 '달빛클럽', 우주적인 전자음 위에 동심을 그려낸 'ET', 밴드 불독맨션의 도움으로 서정성이 더해진 '길'과 '흐르는 강물처럼'에 다다르면 그 강인함 뒤에 숨겨진 의외의 진솔함과 소탈함까지 엿볼 수 있다. 그 위에 더해지는 데프콘의 랩은 동료인 버벌진트나 피타입의 그것보다 화려함은 덜할지언정 직선적이고 단단한 라임 설계와 노골적인 언어를 연이어 선보인다. 'Damn You'의 능수능란한 라임 운용, 그리고 'Velociraptor'와 '내겐 너무 화끈한 그녀'에서 보여준 고어와 코미디를 오가는 스토리텔링, 'Sex Drive Pt.1~Re-Visited'의 변태적이기까지 한 묘사력은 데프콘이라는 래퍼가 가진 내공의 수준을 짐작게 하는 탁월한 퍼포먼스라 할 수 있다.

 

 

 

 

마스터 플랜이라는, 당시 한국 언더그라운드를 움켜쥔 레이블에 합류한 덕에 'Straight From The Streetz' 시절보다 다양한 참여진을 동원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참여진 중 가장 빛나는 인물을 꼽자면 역시 SNP 안에서도 특히 데프콘과 교류가 잦던 버벌진트다. 앨범의 3분의 1('전진 2003'의 내레이션 참여도 참여라 치면 앨범의 40%를 버벌진트와 함께한 셈이다.)을 함께하며 버벌진트는 'Modern Rhymes EP'(2001)로 다져진 특유의 라이밍을 유감없이 선보인다. 넋업샨, 주석 등 마스터 플랜의 중역들이 앨범을 빛내는 가운데, 당시만 해도 파릇한 영 건이었던 바스코(現 빌 스택스)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곡의 예리함을 더해준다. 역시 SNP 동료인 정인을 비롯한 객원 보컬이 비중이 커진 것도 확인이 되고, 이 중 정기고(당시엔 'Cubic'으로 활동했다.)가 악기에 섞이는 세련된 보컬로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한다. 2000년대 초반 막장 인터넷 방송의 시조 격인 구봉숙트리오를 활용해 앨범의 스토리텔링을 강화하는 부분은 데프콘의 센스가 특히나 잘 드러난 부분이라 하겠다. 이후 데프콘이 보여줄 음악적 영역의 확장을 예고하는, 상술한 다양한 협연은 이 앨범이 다양한 표정을 형성케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 앨범으로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힙합-음반 부문에서 첫 번째로 수상하는 영광을 얻게 된 데프콘이었지만, 그에 대한 반응은 영 신통치 못했다. 앨범은 기대했던 만큼의 상업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그의 어머니마저 그의 음악에 거부감을 보이자 다음 앨범인 '콘이 삼춘 다이어리'(2004)는 윤종신까지 동원하며 아예 팝 랩에 가까운 노선으로 전환하게 된다. 이후 여러 방송 활동을 통해 얻은 명성에 자신이 붙자, 4집 'Macho Museum'(2009), 5집 'The Rage Theater'(2011)에서는 다시금 거친 언어로 컨셔스한 소재까지 자유자재로 다루며 트렌드까지 끌어안는 뛰어난 역량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 앨범들까지 상업적으로 실패하자, 결국 데프콘은 낙향할 생각까지 하게 된다. 다행히도 정형돈의 권유로 시작한 '형돈이와 대준이' 프로젝트가 나름대로의 성공을 거두며 데프콘은 음악인으로서의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방송 위주의 행보로 인해 그와 힙합 씬과의 거리는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보가 그의 아티스트리를 깎아내릴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이 앨범 안에 내재된 넓은 스펙트럼과 스토리텔링, 거친 톤과 수준급의 라이밍은 그가 지닌 아티스트로서의 저력이 상당했음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다. 2000년대 한국 힙합의 한 축을 당당히 차지할 자격이 있는, 한 터프 가이의 멋지고 유쾌한 첫번째 수업은 보다 정당한 평가를 받을 필요가 있다. 데프콘은 충분히 그럴 만한 아티스트이기 때문이다.

Best Track: Damn You (Feat. Vasco, 주석), Velociraptor, 달빛클럽 (feat. Verbal Jint, Cub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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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title: Kanye West (Vultures)Alonso2000글쓴이
    8.28 22:19

    이참에 레이지씨어터도 함 돌려보려고요 ㅎㅎㅎㅎ

  • 8.29 00:05
    @Alonso2000

    그 앨범 참 좋습니다 전 데프콘 형님 앨범 중에서 그걸 가장 좋아하는 편

  • @Alonso2000

    제기준 뎊읔온 역대 최고명반

  • 8.28 22:29

    내가 힙합에 빠지게 해준 형님

  • 8.28 23:47

    가족과 벨로시랩터가 한 앨범에 있다는 충격을 선사

  • 831
    8.28 23:56

    진짜 다재다능한 mc

  • 8.29 14:47

    전 ET를 너무 좋아함 이런 주제로도 곡을 만들수 있구나 햇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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