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때문에 글쓰기 연습하고 있는데, 다른 분들과 감상을 공유하고 싶어서 올립니다! - 가 아니고 바이닐 예약받았던 거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알고 빡쳐서 써본 열꽃 리뷰.
평론이 아닌 개인적인 감상평입니다.
‘내 내장이 도마 위에 조각조각 놓여있었다.’ 타블로는 당시 자신이 놓여있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일부는 그를 경멸했고 모두가 그를 의심했다. 누군가의 병적인 집착이 널리 사랑받던 한 뮤지션을 바닥까지 끌어내렸고, 또 짓밟았다.
2011년 발매된 타블로의 첫 번째 정규 앨범, <열꽃>은 이런 ‘짓밟혔던’ 상처가 고스란히 묻어있는, 음악의 가면을 쓴 한 사람의 진한 흉터다.
‘혼자 있기 싫은 걸까, 아니면 눈에 띄게 혼자이고 싶은 걸까’ - Airbag 中
사람들은 대개 음악을 통해 위안을 얻길 바란다. 보통 뮤지션은 음악을 통해 청자를 위로한다. 하지만 이 작품의 경우 정반대다. 첫 번째 파트를 다 감상할 즈음, 거꾸로 타블로를 위로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앨범 전반에 배어있는 타블로의 상처는 그만큼 깊고, 섣불리 공감하기 힘들만큼 지극히 개인적이다.
이러한 개인성은 너라는 객체를 명시한 다섯 번째 트랙에서 더 선명해진다. 이 곡이 타블로가 아닌 다른 이의 것이었더라면 청자는 화자 혹은 '너'에 자신을 대입해 감정을 공유하려했을 것이다. 허나 이는 그의 곡인 까닭에 화자는 오직 타블로 한 사람으로 고정되고, 객체 또한 분명한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 이 벽에 부딪힌 화자는 곡 안에 들어가지 않고, 관조자의 입장에서 뮤지션의 상처를 보듬는다. 분명 흔치 않은 경험이다.
‘내 불행의 반을 떼어가길 바래서 너의 반쪽이 된 건 아닌데’ - 밑바닥에서 中
첫 번째 파트에 짙게 깔린 깊은 슬픔은 두 번째 파트에 이르러 어느 정도 해소된다. 첫 곡에 참여한 태양의 보컬은 분명 우수에 젖어있으나, 그것엔 위로 뻗어나가려는 힘이 있다. 첫 파트에서 한없이 축 쳐진 타블로의 감성을 붙들기보단 그대로 감싸던 이소라, 나얼의 것과는 분명 다른 성격이다. 그와 더불어 타블로 또한 보다 기운 있는 랩을 내지르기 시작한다. 톤에 힘이 실리고 표현도 보다 날카롭다.
네 번째 트랙에선 마침내 그간의 상처를 어느 정도 치유했음을 암시하며 앨범 제목인 ‘열꽃’이 뜻하는 바를 명확히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열꽃은 열이 떨어질 때 피어나기 시작한다. 본 작품의 영문명 또한 ‘Fever's End’이다. 타블로는 이 작품의 존재 이유가 상처보단 치유의 고백에 있음을 제목을 통해 암시하며, 두 번째 파트의 마무리를 통해 단단히 매듭짓는다.
‘이제 난 모든 걸 잃었다고 하기엔 99를 놓쳐도 사소한 일에 크게 감동하기에 난 웃고 있어‘ - 고마운 숨 中
간략평 ‘뮤지션의 개인적인 아픔은 청자에겐 때로 축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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