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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017.11.22 00:58

Happy Birthday, Dark Fantasy!

조회 수 1539 추천 수 19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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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인물들에게 세상을 극적으로 변화시킬 영감의 원천을 제공했던 사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자기 자신과 사람들 간에 사고의 간극이 도저히 메울 수 없는 골이라고 여겼던 아이작 뉴턴은 나무에서 떨어진 사과를 머리에 맞고 만유인력의 기본 개념을 떠올렸다(이 일은 정확한 사실이라기 보다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미화되었다.). 스위스 연방공과대학의 졸업반 중 유일하게 취직자리를 구하지 못했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4년 후, 친구와의 사소한 대화에서 얻은 깨달음을 통해 기적의 해1905에 특수상대성이론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이 역시 의견이 분분하다). 사람들로부터 열광과 혐오라는 양극단의 평가를 오갔던 스티브 잡스는, 저녁 만찬 자리에서 "태블릿PC 구성품에는 스타일러스가 반드시 포함되야 한다"라는 마이크로소프트 엔지니어의 발언에 분노를 느끼고, 오로지 다섯 개의 손가락으로만 구동되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구상하게 된다(이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칸예 웨스트는 힙합의 정의를 새롭게 아로새기는 걸작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의 영감을 어떻게 얻을 수 있었을까. 이 영감의 원천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2009년의 그 '난입'에서 시작됐다. 그의 무모한 행동 뒤에는 전에 없던 수준의 비난이 뒤따랐고, 그 대열에는 당시 미국의 대통령이던 오바마도 포함되어 있었다. 폭풍우처럼 쏟아지는 비난들을 감내하며 칸예는 무언가 거대한 밑그림의 원동력이 될 결심을 했음이 틀림없다. 굳이 테일러 스위프트와의 반목이 아니더라도 칸예는 어머니를 여의고 연인이었던 엠버 로즈와 결별하는 등 이미 악재가 겹친 상황이었고 그런 상실감과 우울함을 치유할 계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에 음악보다 적합한 플랫폼은 없었을 것이고, 칸예의 동기와 농밀한 원동력은 하와이 오하이오 섬의 Avex 스튜디오와 그의 동료들을 고스란히 감싸 안았다.


  Dark Fantasy의 비트 메이커로는 No I.D., Mike Dean, Jeff Bhasker, 우탱클랜의 RZA, Symbolyc One, Bink!, Emile, Lex Luger 등이 참여했고, 게스트로는 Kid Cudi, 우탱클랜의 Raekwon, Jay Z, Rick Ross, Nicki Minaj, Swizz Beatz, Pusha T, Cyhi the Prynce, John Legend, 본 이베어의 Justin Vernon 등이 참여했으며, 그 밖에 앨범 크레딧에 기록되지 않은 수많은 프로듀서, 뮤지션, 엔지니어들이 이 앨범에 자신들의 값진 재능을 보탰다. 함께 앨범을 작업했던 ATCQ의 큐팁은 역사상 유례없을 이 힙합 드림 팀을 "위원회에 의한 음악Music by Committee"이라고 칭했다. 의례 그렇듯이 큐팁의 단어 선택은 흔한 립 서비스일지도 모르지만 실은 앨범의 작업과정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더할 나위 없이 간결한 표현이다. 칸예 웨스트가 이 앨범을 위해서 지출한 돈은 35억 원 상당이라고 알려졌는데, 이 어마어마한 금액의 규모보다 놀라운 부분이 있다면 그건 바로 스튜디오 안에서 나타나는 칸예 웨스트의 장력이다. 위에 열거된 저마다의 개성이 강한 무리들에게 번갈아가며 당근과 채찍을 휘둘러, 의도한 대로 움직이게 하는 카리스마와 혜안은 가히 그가 가진 최고의 능력이라 할만하다. 칸예는 언젠가 스튜디오 안에서 본인의 창작력과 주도권이 힘을 잃어갈 무렵에 이런 다수의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하는 작업 방식을 고안하며 발전시켜 왔을 것이고, Dark Fantasy는 그런 청사진과 비전의 결정판인 셈이다. 이 앨범으로 칸예는 누구나 상상은 하지만 실천할 엄두를 내지 못하던 작업 방식의 원형 모델(여전히 칸예의 주요한 작업 방식이자 거의 칸예만의 작업 방식)을 제공한 셈이 됐고, 이는 Dark Fantasy가 거둔 최고의 성과라고 할 만 하다.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의 원제는 Good Ass Job이었다. 화창한 봄날이 한창일 때쯤에 앨범명은 My Dark Fantasy가 되어 있었고, 여름 즈음엔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라는 자의식이 충만한 지금의 명함을 가지게 되었다. 이 앨범의 역학관계는 오장 육부가 각각 제 기능을 해주어야 신진대사가 원활하듯이, 이 앨범 수록곡들은 각기 하나의 트랙으로도 훌륭한 음악이지만 온전한 앨범 형태로 감상해야만 그 매력과 감동을 더욱 손쉽게 느낄 수 있다. 하나씩 따로 떼어 들어보면 호불호가 갈릴만 한 트랙들이 앨범 내에서 부여받은 역할과 기능을 다할 때, 듣는 이가 느낄 감흥의 차원은 분명 다르게 다가온다. Dark Fantasy가 가진 일체감은 별다른 감상과 근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듣는 것만으로 곧바로 체감할 수 있으며 이는 누군가의 인생에서 거의 유일무이한 음악적 경험이다. 사실 이 걸작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인트로인 Dark Fantasy를 듣는 순간 결정된다. 니키 미나즈의 내레이션과 웅장한 중창으로 시작하는 곡은 중창이 끝난 뒤, 르자가 만든 중독적인 루프가 시작되자마자 관객을 앨범의 심연으로 떨어뜨린다. 칸예의 동향인 시카고 출신의 프로듀서 심볼릭 원이 만든 첫 싱글 Power의 샘플은 부족적이면서 흥미롭고, 킹 크림슨의 일렉기타 샘플은 트랙에 힘찬 역동성을 선사한다. 곡 후반부의 드웰르의 보컬은 매혹적인 순간과 함께 칸예가 소울싱어들을 활용하는 방식에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킹 크림슨의 코러스를 샘플링한 사실보다 감각적인 부분은 바로 이 곡을 첫 싱글로 낙점했다는 점이다.


  Dark Fantasy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간은 후반부의 Hell Of A Life와 Blame Game이다. 서로 다른 두 개의 기타 리프를 샘플링 한 뒤, 그 샘플들을 교차시켜 만든 사운드에 힘 있는 베이스를 더하고, 거기에 사운드 못지않게 재치 넘치는 칸예의 가사를 담은 Hell Of A Life는 그 자체로 앨범의 동력이 된다. 이와는 반대로 Blame Game에는 앨범에 쓰인 샘플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서정적인 에이펙스 트윈의 Avril 14th의 피아노 라인이 사용되었다. Blame Game은 명절 장바구니처럼 가득 찬 사운드를 자랑하는 앨범의 수록곡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단출함이 돋보이는 곡이다. Hell Of A Life에서는 끊임없이 벌스와 훅이 번갈아가며 이어지고, Blame Game에서는 칸예의 랩보다 존 레전드의 보컬과 크리스 락의 내레이션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전자는 힘 있는 꽉 찬 사운드를 자랑하고, 후자는 단출하고 서정적인 사운드를 선보인다. 이처럼 상반된 구성은 다면적이고 복합적이게 느껴졌던 주제의 다소 이분법적인 관점을 나타낸다. 하지만 이 앨범이 가진 완벽에 가까운 일체감은 그런 시도가 무색하리만큼 앨범 내에서 쉽사리 그 이질감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Devil In A New Dress는 가장 매력 점이 많은 곡이면서 동시에 가장 멋진 곡이다. 앨범 모든 수록곡 중에서 가장 칸예 다운 곡이지만, 실은 유일하게 칸예가 사운드 메이킹에 참여하지 않은 곡이다. 제이지의 블루 프린트를 함께 만들었던 영광의 동료 Bink! 가 탄생시킨 이 트랙은, 스모키 로빈슨의 매력적인 팔세토를 담은 샘플과 고풍적인 박자의 드럼라인 그리고 후반부 변주되는 사이키델릭한 기타 연주가 한데 섞여 맥시멀리즘을 표방하는 앨범 콘셉트와 완벽하게 부합한다. 사실, 앨범의 모든 곡이 이런 방식이다. 다소 전위적이고 적절히 변주하지만 그 어떤 앨범보다 일체적인 콘셉트를 자랑한다. 사운드, 가사, 아트워크, 뮤직비디오, 시퀀스 등 앨범을 구성하는 모든 구성요소들이 오직 한 방향만을 가리키면서.


  이미 발매된 지 상당한 시간이 흐른 앨범이고 또 그 시간에 비례하는 많은 평가와 앨범을 지칭하는 대명사들이 만들어졌기에 특별히 첨언할 이야기는 없다. 다만, 90년대 힙합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 중에는 일매릭 키드가 많을 것이다. 동과 서, 양대 진영의 아이콘이었던 투팍이나 비기를 우상으로 꼽기도 하고, 누구는 스눕독을 나 같은 경우는 커먼을 꼽는다. 2000년대의 힙합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에미넴 스탠이 많을 것이다. 누구는 클럽튠 넬리의 전성기를 기억할 것이고, 아마 넵튠스가 만든 음악들은 대부분 선호할 것이다. 블루 프린트와 블랙 앨범을 가진 제이지, 허슬의 대명사 릴 웨인, 남부의 왕 티아이, 혁신의 상징 아웃캐스트도 빼놓을 수 없다. 힙합 음악을 들은 지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은 켄드릭 라마, 드레이크 또는 제이 콜을 가장 좋아할 것이다. 누구는 신선한 바람이었던 루페 피아스코를, 또 누군가는 먹구름 같은 에이셉 라키를 외친다. 여기 우리 시대 수만 장의 힙합 앨범과 수백 명의 힙합 뮤지션들이 있고, 다시 수십만 개의 개인 취향이 산재해 있다. 절대적인 인사이트를 가지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한 가지 사실만은 장담할 수 있다. 시대와 취향을 초월하고 이 모든 조건을 아울러 당신의 마음속에 자리 잡을 앨범은 아직까진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밖에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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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가 벌써 7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시간 참 빠르네요.

대학교 마지막 학기에 부품실에서 처음 들었던

앨범의 여운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듯한데 말이죠.


우리시대 힙합음악을 새롭게 정의했던,

우리시대 대중문화의 방향을 결정지은 걸작!

Dark Fantasy의 일곱 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

위의 리뷰는 예전에 썼던 리뷰입니다.


칸예와 같은 시대를 살아간다는 건  

그 자체로 정말 영광이고, 흥분되는 일이에요.

앞으로도 오랜 시간 동안 칸예의 음악을 들을 수 있기를.



댓글 14
  • ?
    힙잘알입니다 2017.11.22 01:51
    Yeezus
  • profile
    title: Travis ScottCloudGANG 2017.11.22 01:58
    힙합과 칸예를 이 앨범으로 접하게 된건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뮤지션들이 아직도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더 닮고 싶어지는 아티스트는 칸예가 유일하네요.

    뜬금없지만 칸예는 정말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요. long live kanye, HBD mbdtf
  • ?
    That shit 2017.11.22 09:17
    학교가는 버스에서 글잘읽었어영
  • ?
    NewDB 2017.11.22 11:40
    간만에 이거 들어야겠다
  • profile
    title: Mos DefCstick 2017.11.22 12:41
    클래식
  • profile
    title: Action Bronson골든프리저 2017.11.22 12:47
    칸예 극혐 하는 사람도
    이건 못 깔듯
  • profile
    title: [로고] Wu-Tang Clan빅파파 2017.11.22 13:03
    크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 profile
    title: Mos Defbiggiesmallistheillest 2017.11.22 13:08
    잘읽었습니당
  • profile
    title: [이벤트] Eazy-E (WC Month)노리웨스트 2017.11.22 14:19
    스웩
  • ?
    wjdwu 2017.11.22 14:32
    이 앨범이랑 생일이 같은건 축복임ㅋㅋ글 잘 읽었습니닿
  • ?
    루다 2017.11.22 16:14
    제 인생앨범 첫손가락에 꼽음
  • ?
    title: Kanye Westido 2017.11.22 16:51
    저 군대 이등병 시절때 나와서 첫휴가 나오자마자 구입하고 군대시절 내내 들었던 명반이네요. 이런 시대 대표적인 명반을 가장 작았던 시절에 들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좋은글 감사해요.
  • profile
    title: Kanye West - The Life Of Pablo라이프오브타블로 2017.11.24 11:51
    진짜 좋아하는 앨범인데 이렇게 들으니까 훨씬 좋아지네요. 몰랐던 점도 많이 알게 됐고... 감사합니다!!
  • profile
    IFHY_BILY 2017.11.24 16:35
    메인스트림만 겉핥기로 듣는 음알못이지만 저한텐 최고의 앨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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