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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017.11.02 22:18

Lapalux / Ruinism (2017) Review

조회 수 136 추천 수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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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들으며 가장 안타까울 때는 바로 나의 무지함에 기인한 몰이해를 맞닥뜨리게 될 때다. 쉽게 말해 보컬 얹은 곡 들을 때 외국어 가사를 쉽게 해석 못 한다는 뜻이다. 심지어 별 생각 없어 보이는 EDM이나 트랩 장르조차 걔네가 트랙에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거랑 아는 거랑은 장르를 이해하든 즐기든 그 정도에 큰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는 법이다. 예컨대 skrt의 뜻을 아는 거랑 모르는 거랑은 아주 다름... 몹시 다를 수 밖에 없음. (여담이지만 음악 듣기라는 행위의 수준은 1. 이해하고 분석하면서 동시에 즐기면서 듣기 2. 이해하고 분석하며 듣기 3. 그냥 즐기면서 듣기 의 세 가지로 구분하는 동시에 순위를 둘 수 있으며 많이 들을수록 321 순으로 그 수준이 자연스레 상향된다고 본다)

그런 맥락에서 인스트루멘탈 앨범은 음악이라는 공통된 하나의 언어를 이해한다, 라는 감성적인 접근을 가능케 한다. 실제로도 해당 언어/문화권 사용자와 엇비슷한 이해 수준에 쉽게 다다를 수 있다. 뭐 그거 때문에 그런 앨범이나 장르들을 선호하게 된 것은 아니지만은(아마도?).

왜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하냐면 라팔럭스(Lapalux)의 이번 신보가 온전한 인스트루멘탈 앨범이 아님에도 특히나 그런 음악 언어의 이해를 요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는 듯이 들렸다는 점이다. 언어가 문장을 이루고 하나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많은 변화가 느껴진다. 전작 <Lustmore> 역시 잠깸/잠의 경계인 선잠(hypnagogia)을 주제로 한 일종의 스토리텔링 앨범이지만 각 트랙이 자신만의 억압된 이야기를 개별적으로 풀어낸 느낌이었다면 본작은 전체적으로 하나의 음악적 서사를 통일된 12개의 트랙들로 연속해서 말하는 느낌이 더 크게 든다.

<Ruinism>은 <Lustmore>보다 더 깊은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를 정서적/ 음악적으로 탐구한 앨범이라고 한다. 영화 <Depart>를 위해 작곡한 곡들로부터 모티프를 얻었다. 앨범의 타이틀에 맞게 실제 사용된 소스들마저도 기존 샘플을 그냥 사용한 게 아니라 다시 샘플링하고, 피치를 조절하고, 여러 소리를 뒤엎고 '부수며' 재가공해 사용되었다. 하지만 통상적인 노이즈와는 분명히 다르게 좀 더 친숙한(비교적) 장르적 음악을 이야기로써 연출해내고 있고, 그렇게 외부에서 시작한 서사를 내부적으로도 긴밀히 연결하고 있다. 

본작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한 포인트는 라팔럭스가 제시한 삶과 죽음, 무한성과 유한성 등의 양가치를 최대한 주목하고 발굴해내야 한다는 것에 있다. 신디사이저 등의 악기, 여성 보컬 등의 상대적으로 활기찬 소스에 대비되는 단조의 멜로디라인과 무거운 드럼, 리버브드되는 소리들, 자글대는 노이즈라는 외부적 요소가 가장 먼저 눈에 띌 것이다. 개별 트랙 안에서 이 소리들은 서로를 공격하며 트랙이라는 공간을 독점하려 하다가도 서로 융합하기도 한다. 가령 4번 트랙 [Rotted Arp]에서 Louisahhh의 스포큰 워드가 하프 소리 위에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하다가 점점 일그러진 노이즈가 그 소리를 침식하고 종내에는 강하고 불길한 드럼과 멜로디로 변주된다. 이후 다시 보컬이 등장해 합쳐지다가 점점 사그라든다. 이런 식의 구성과 해체가 개별 곡에서 반복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런 작은 소용돌이가 앨범 전체적으로 대비되는 가치를 돋보이게 하는 큰 소용돌이로 확장되며 통일성을 부여한다.

곡의 연주 방식도 통일성 부여의 한 요소인데 벌스-훅-벌스2-훅 식으로 전형적인 힙합 느낌이 더 강했던 전작까지의 느낌이 본작에선 없다. 모든 곡에 해당되진 않으나 전개-절정-결말 식으로 곡이 구성되어 있고, 특정 멜로디라인이 존재하지 않거나 있더라도 반복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장르 자체가 바뀌었음을 인지할 수 있게 된다. 곡 자체가 그것의 본질로써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한 주제의 분위기나 이야기를 돋보이게 하는 주변 장치로써 연주되는 것이다.

그의 이름에 어울리게 부, 황금, 화려함 등의 이미지로 장식되던 이전과는 다른 앨범 자켓 역시 그런 주제를 함축적으로 나타내려고 시도하는 것 같긴 한데 사실 구체적으로는 어떤 의도인지 알 수가 없다. 풀릴 수 없게 단단히 묶인 끈 뒤로 자유롭게 흐트러진 리본, 속박된 것이 아니라 마치 그네를 타는 듯 편안한 표정과 자세를 취한 여성 등의 이미지가 그런 양가치를 대표하는 것 같긴 한데 아주 심오한 그의 세계를 이해하기는 역시 어렵다. 그 이상 생각하는 건 해석이 아니라 망상의 여지로 넘어갈 것 같아서 패스.

결과적으로 모든 점에서 이번 앨범은 라팔럭스의 혁신적인 실험이자 과도기 역할을 하고 있다. 그것이 어떤 반향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보여줄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의 원래 음악 스타일을 좋아하던 청자들이라면 그보다 더 심한(?) 음악들도 겪었을 것이므로 이런 식의 실험과 작가주의적(어떻게 보면 철저한 자기본위적) 태도는 쉽게 적응하기 어려운 것은 아닐테지만 일종의 장벽으로써 작용할 것임은 분명하며 그것은 물론, 라팔럭스 본인에게 이미 가장 크게 다가왔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아티스트 본인에게나 리스너들에게나 조금 더 그를 기대할 수 있는 좋은 앨범이 되지 않았나 싶다.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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