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최고 화제의 러시아 힙합 엘범들(2)

Каспийский Груз - Саундтрек к так и не снятому фильму (2017)

Azerbaijan  / Trap Rap

평점 : 7.5/10

올 하반기는 좀 잠잠하나 싶었더니, 역시나 어김없이 초대형급 뮤지션의 신보가 발표 되었습니다.

카프카스 지역을 대표하는 전설적인 힙합 그룹 Каспийский Груз가 작년 각 멤버들의 솔로 엘범을 발표한지 1년만에 그룹의 정규 엘범 'Саундтрек к так и не снятому фильму'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작년 두 멤버, 'Брутто'와 'ВесЪ'의 정규 작들이 평단에서 엄청난 극찬을 받았던 가운데 상당한 기대치를 받으며 발표된 본작은 예상외로 다소 전형적인, 지극히도 'Каспийский Груз' 다운 음악들로 채워져있습니다.

미니멀한 악기 구성과 진중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카프카스 팝 어프로치의 트랩 비트들이 여전히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여전히 그들의 차분한 래핑과 강점이였던 뛰어난 훅메이킹 역시 강점으로 남아있으나 이미 그전 3장의 정규 엘범에서 보여준 사운드를 그대로 답습하는듯하여 예상치 밖을 보여주는 무언가가 없는 것은 아쉽습니다. 그 누구도 아닌 거물인 Каспийский Груз니까요.

또한 몇몇 트랙에선 너무 지나치게 의도적으로 싱글컷용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계산된 팝트랙들 역시 중간중간 엘범의 전반적인 흐름에 아쉬움을 남깁니다. 타이틀곡 'Так невоспитанно'는 이들의 기존 타이틀곡들과 비교해서 가장 약한 임팩트의 타이틀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Саундтрек к так и не снятому фильму는 여전히 기존 트랩 사운드완 완전히 차별화된 Каспийский Груз만이 갖고 있는 독자적인 사운드스케이프와 훌륭한 사운드들을 다시 한번 감상할 수 있는 엘범입니다.

Артем Лоик - Крысолов (2017)

Ukraine  / Alternative Hip-Hop

평점 : 7.5/10

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래퍼중 한명인 Артем Лоик는 상당히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는 랩퍼입니다. 

대게 많은 랩퍼들이 피쳐링,믹스테잎과 같은 작품 활동으로 첫 선을 보이는 방면 Артем Лоик는 우크라이나의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들인 'X-Factor'에 출연하여 이름을 알리고 다음해 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인 'Ukrainan Got Talent'에서 준우승을 거두며 랩퍼로써는 보기 드문 오디션 스타로 거듭나게 되는데요.

이후 전격적으로 러시아 진출을 시도하여 팝랩퍼로써의 길을 걷지만 러시아의 벽은 그의 예상보다 두텁고 험난하였으며 결국 성공을 뒤로 한채 우크라이나 귀향길을 걷고 맙니다.

하지만 CIS 지역 전역에 프리스타일 랩배틀 붐이 일기 시작했으며 미디어 활용의 장인 Артем Лоик가 그를 놓칠리 없었죠.

그는 곧장 Versus 리그에 참여하여 상당히 많은 경기들을 소화 하였으며 크게 돋보이는 성적은 아니였으나 러시아를 비롯한 CIS 힙합팬들에게 이름을 각인 시키는데 성공 합니다.

하지만 그의 진가는 그의 본국인 우크라이나에서 나타납니다. 우크라이나 랩배틀 리그인 Rap Sox에서 슈퍼루키 ГИГА를 꺾고 그 기세를 타 우크라이나 원탑 랩퍼인 Ярмаk마저 3:0으로 관광 x태워버리며 우크라이나 최고의 프리스타일 랩퍼의 자리에 앉게 됩니다.

이렇게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Артем Лоик가 최근 발매한 신보 'Крысолов'는 무려 2CD 엘범으로 최근 그의 상승세에 따른 자신감이 엿보입니다.

원채 팝랩 랩퍼이기도 했고 우크라이나 출신들 자체가 팝성향이 짙은 가운데 Крысолов은 얼터너티브, 팝랩과 최근 유행하는 트랩들이 혼재 되어 있습니다.

엘범과 동명인 타이틀곡 'Крысолов'나 엘범의 포문을 여는 첫 트랙 'начну'와 그 뒤를 있는 'Гамельн' 그리고 Oxxxymiron, Johnyboy등과의 협업에서 엄청난 임팩트를 주었던 러시아 최고의 프로듀서 'Scady'의 트랙 'Расплата'등은 Артем Лоик의 유려한 플로우와 뛰어난 멜로디감각이 돋보이는 트랙들입니다. 다만 스킷 없이 24곡 분량은 너무나도 분량이 많으며 굳이 24곡이나 넣었어야 했나 싶을 정도로 중간중간 쳐지는 트랙들이 많아 그 부분에 있어서는 다소 아쉬운 감상을 남깁니다. 특히 'Искусство', 'Указ бургомистра', 'Гильотина'와 같이 오로지 랩만으로 조지는 트랙에선 랩을 잘하다는 감상을 넘어 '감상하기 좋은' 랩을 전달하는데엔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한 'Невесте' 같은 트랙은 보컬도, 랩싱잉도 아닌 다소 애매모한 트랙이라 굳이 엘범에 필요했나 싶습니다.

Крысолов은 그 방대한 분량으로 인해 엘범의 전반적인 포커스가 흐릿하면서도 꽤 많은 킬링트랙과 전반적으로 빼어난 사운드들이 돋보여 여러방면에서 좋은 감상을 주는 엘범입니다.

Alphavite - Горизонт событий. Разбег (2017)

Kazakhstan  / Trap Rap

평점 :6/10

카자흐스탄의 프리스타일 챔피언이 돌아왔습니다. 현 Слава КПСС가 천하통일을 이루기 이전, 올해초를 기점으로 러시아엔 대략 3명의 프리스타일 챔피언들이 군웅할거 하고 있었는데, Alphavite는 Versus의 Oxxxymiron, SlovoSPB의 Слава КПСС에 이어 Versus에서 주최한 Fresh Blood 리그에서 무려 Эрнесто Заткнитесь를 결승전에서 꺾어내며 챔피언 자리에 획득한 랩퍼이며 사실상 카자흐스탄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러시아 랩배틀 리그에서 성공을 거둔 인물입니다. ㅡ그외 중앙아시아 출신 유명 랩배틀 리거로는 우즈베키스탄의 Halloween, 키르기즈스탄의 Gokilla가 있습니다만 Alphavite의 명성엔 한참 못미칩니다.

서서히 랩배틀 리거들의 작품 활동들이 왕성해지는데 많은 팬들이 기다리던 Alphavite의 데뷔 엘범은 아직까진 다소 아쉽게 느껴집니다.

트렌디하고 세련된 사운드들이 주류를 이루는 알마티 지역 출신 답게 퓨처베이스 비트들을 엘범 잔반적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만 Alphavite의 랩메이킹 실력이 그를 뒤받쳐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의 랩은 분명 프리스타일 챔피언 답게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고 있지만 감상에 있어서 그 어떠한 이끌림을 주는 리듬이나 멜로디를 만들어내지 못한채 비트위에 공허히 떠돌고 있는 느낌을 줍니다. 

그래도 'Amnesia Haze'에선 그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다른 곡들에서도 이처럼 좋은 멜로디감각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Yanix & Thomas Mraz - Bla Bla Land (2017)

Russia  / Trap Rap

평점: 4/10

러시아의 두 트랩 스타 Yanix와 Pharaoh에게는 상당히 많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둘다 20대 나이의 영건이며 모스크바 출신의 부잣집 아들들이고 상당히 빼어난 외모를 갖고 있습니다. 또한 상당히 트렌디한 음악을 선호하는 것 역시 둘의 공통점이죠. 하지만 단 한가지 다른 점이 있는데, Pharaoh는 음악을 존나 잘한다는 것이고 Yanix는 그만큼의 음악성이 없습니다.

최근 러시아에서 각광 받고 있는 알앤비 싱어 Thomas Mraz를 섭외하여 북미에서 한창 유행중인 랩싱잉-PBRNB를 선보이고 있지만 그저 어설프게 따라하기만 했을 뿐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합니다.

분명 비싼 비트와 비싼 믹싱을 끌어다왔지만 아무런 인상 깊은 멜로디도 랩도 없습니다. 당연히 그저 유행에 편승한 음악일 뿐이니 오리지널리티는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이러한 음악을 선호한다면 그냥 북미의 Drake를 듣거나 러시아어로 된 음악을 듣고 싶으면 Pharaoh의 'Pink Pholyd' 음반을 한번 더 돌리는게 났습니다.

Yanix의 음악은 정말로 아무런 차별성이 없습니다.

Миша Маваши - Питбуль (2017)

Kazakhstan  / Hardcore Hip-Hop

평점 : 8.5/10

현 CIS 지역에서 카자흐스탄 출신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또다른 카자흐스탄의 유명인사가 돌아왔습니다. 

Миша Маваши는 러시아판 스트레이트엣지인 Afisha 무브먼트(술,담배,마약을 철저히 하지 않고 격투기,운동등을 하며 철저하게 건강을 챙기는 라이프 스타일)의 리더로 비단 음악씬을 넘어 사회운동가로써 발을 넓히며 수많은 지지자들을 거느리고 있으며 또한 러시아 극우주의와 네오나치즘을 전폭적으로 후원하며 스킨헤드들의 히어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ㅡ 다만 아이러니컬 하게도 Миша Маваши는 러시아 출신도 아닌 카자흐스탄 출신이며 심지어 유대인입니다... ㅋㅋㅋㅋ

이렇게 여러 방면에서 명성을 떨친 그는 카자흐스탄에서 벌어진 여러 범죄 사건들의 배후라는 의혹을 받아 결국 경찰에게 체포 되어 카자흐스탄의 감옥에서 수감을 하게 되었는데요. 출소 이후에도 감옥에서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었던건지 평소 그가 결사반대 해왔던 마약에 손을 대 결국 마약 과다복용으로 의식불명을 일으켜 병원 신세를 지기도 하였습니다.

이후 수개월이 지나 발표된 본작 'Питбуль'은, 그간 그가 겪었던 방황과 카자흐스탄 감옥에서의 이야기, 또한 어김없이 등장하는 Afisha 무브먼트의 필요성 등등을 이야기 하고 이야기 하고 있는 가운데 'Русская история Х' 같은 곡에선 네오나치즘을 옹호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게 힙합 가사들이 어느정도 테마들이 통일 되어 있는 가운데 Миша Маваши의 가사들은 상당히 다채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고 정치성향을 떠나서 굉장히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음에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Миша Маваши가 00년대 부터 활동해온 랩퍼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Питбуль의 사운드는 사실 트렌드와는 꽤나 동떨어져 있습니다. 그는 최근 유행하는 트랩,멈블 사운드 노선을 전혀 따르지 않고 그야말로 00년대의 향수가 물씬 풍겨져 나오는 하드코어 사운드들을 들고 나왔는데요 ㅡ흔히 현 폴란드 지역에서 유행하는 Street Rap과 거의 흡사한ㅡ 

오히려 이게 다들 비슷비슷한 트랩 사운드들만이 범람하는 러시아 힙합씬에서 Миша Маваши만이 갖고 있는 고유의 오리지널리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당히 매력있는 감상을 들려줍니다.

 Миша Маваши의 랩은 분명 수준급이라고 보기 힘드나 묵직하게 벌스를 채워넣으며 무게감 있는 플로우로 곡을 부족함 없이 만들어내가고 있으며 담백하게 뱉어내는 훅 역시 좋음 감상을 더해줍니다.

본작 Питбуль은 분명 걸작은 아니지만 확실히 그간 러시아 힙합에서 오래동안 볼 수 없었던 유니크한 바이브를 전달해주는 수작 엘범입니다.

AK-47 - Новый (2017)

Russia  / Trap Rap

평점 : 6.5/10

세간에서의 평가와 다르게 전 AK-47이 그렇게 아주 최악의 그룹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룹 AK-47이 들려주는 음악들은 형편 없지만 적어도 그룹의 리더 Витя АК가 Триагрутрика와의 합작 엘범 'TGK AK47'에서 보여줬던 랩 퍼포먼스는 예상외로 뛰어났으며 TGK의 프로듀싱 위 그의 랩이 들려주는 감상은 꽤나 좋았기 때문입니다.

대형 레이블 Gazgolder의 계약만료후 발표된 본작 'Новый'는 거대 자본의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진 엘범임에도 전반적인 엘범 퀄리티는 전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너무나도 전형적인 트랩 사운드와 번뜩이는 무언가가 없이 그대로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은채 엘범이 끝난다는건 아쉬운 부분입니다.

늘 그렇듯이 한결 같은 AK-47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는 엘범 'Новый' 입니다.

 

Макулатура - Сеанс (2017)

Russia / Abstract Hip-Hop

평점 : 9/10

황금기를 이루었던 00년대의 러시아 앱스트랙 힙합은 러시아 힙합씬의 전체적인 인기와 규모가폭등함에 따라 점차 사장되어가고 있습니다. 

많은 앱스트랙 랩퍼들이 인디락이나 일렉트로니카등 다른 장르로 눈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Макулатура는 꿋꿋이 앱스트랙씬을 지키고 있는 몇안되는 거물 랩퍼중 하나입니다.

사실상 2H Comapny의 마지막 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Макулатура는 2H Comapny의 영향 아래 있었던 초기 엘범 'Девять рассказов'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펼치며 본인만의 독자적인 사운드스케이프를 구축 해왔는데요.

작년 'Пляж' 이후 불과 1년 만에 발표된 신보 'Сеанс'는 리얼 인스투르먼트 기반으로 보다 리드미컬해해지고 포스트락 어프로치를 가미해 영묘한 공간감을 만드는 연주위 Макулатура의 두 멤버 'Женя Алехин', 'Костя Сперанский'의 2H Company식 속사포 랩이 어우러져 상당히 인상깊은 감상을 줍니다. 또한 유명 트랩 랩퍼 'ЛСП'와의 협업 역시 좀처럼 볼 수 없던 독특한 바이브를 만들어내어 좋은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엘범의 흐름은후반부에 이를수록 더욱 강해져 7번 트랙 'Ни Ночи Ни Дня' 부터 마지막 트랙 'Свобода Это Гетто'까지의 전개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감상을 전해줍니다.

본작 Сеанс는 북미,폴란드의 기존 앱스트랙 힙합과는 상당히 차별화된, 독특한 바이브의 러시아 앱스트랙을 그야말로 완벽하게 담아낸 멋진 엘범입니다.

Джая Миядзаки - Molly (2017)

Kyrgyzstan  / Pop Rap

평점 7.5/10

키르기즈스탄에서 또다른 신흥 강자가 탄생 했습니다. 키르기즈스탄의 수도인 비슈케크 출신의 영건 그룹 Джая Миядзаки은 올해 성공적인 데뷔를 거치며 기존 키르기즈스탄의 최강자인 Троеразных의 뒤를 바짝 따라잡고 있을 정도로 현지에서 엄청난 성장세를 거두고 있습니다.

정말 철저히 메인스트림스러운 음악을 들고 나온 이들은 그간 키르기즈스탄에선 좀 처럼 볼 수 없었던 떼깔 좋은 팝랩을 들고 나왔는데요. 이 정도면 사실상 카자흐스탄의 팝랩 거물인 Jah Khalib과도 비벼 볼 수 있지 않나 싶을 정도로 상당한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이들은 기존 북미나 러시아의 팝랩 뮤지션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곡 중간중간 중앙아시아 전통 음악의 영향을 받은 악기구성,멜로디들을 삽입 하였는데 다소 곡의 흐름에 안맞거나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이들이 올해 갓 데뷔한 신인임점을 미루어 보아 이러한 실험은 앞으로 이들의 커리어에 긍정적인 희망을 할 수 있는, 신선한 시도입니다..

비록 대부분의 곡의 하이라이트를 보컬에 몰빵 한 것은 조금 아쉽지만 적어도 수록곡 5곡 전부 하나하나가 버릴 곡 없이 평균 이상의 트랙들이라는 것은 본작 'Molly'의 상당한 메리트입니다.

Джая Миядзаки이 중앙아시아를 넘어서 러시아까지 그 영향력을 펼칠 수 있을까요? 적어도 본작은 그들에게 그러한 기대를 할 수 있게 만드는 엘범, 'Molly'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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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회차에선 시간 관계상 미쳐 소개하지 못했던 상~중반기의 러시아의 화제 엘범들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재밌게 보셨으면 개추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