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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망디의 ‘패션 부적응자’ - ⑩눈여겨 봐야 할 콜라보레이션 TOP 5

MANGDI2017.07.29 01:23추천수 3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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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디의 ‘패션 부적응자’

‘정석’이라는 말은 나에게 항상 불편한 존재였다. 학교에 다닐 때나 사회에 나온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공부, 대학에서 시작해 전혀 어울리지 않는 패션에 관해서도 그렇다. 천편일률적인 것이 싫었다. 재미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이 글은 ‘패션’에 대해 삐딱하게 보는 내 시선이 담겨있다. 결코 부정적인 면이 화두가 된다는 것은 아니다. 틀에 박힌 패션관을 조금은 '틀어서' 보자는 취지이다. 그게 또 재밌기도 하고. 우리는 어쩌면 비정상 안에서 정상인으로 잘 버텨내며, 오히려 부적응자라는 낙인을 얻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이어질 이야기는 이런 부적응자들의 지옥에서 작은 공감을 갈구하는 소심한 끄적임이다.


*한 달에 한 번 연재될 연재물임을 알려드립니다.


나이가 들며 시간의 속도를 표면적으로 더 빨리 체감하곤 한다. 한 해의 반이 지나간 지금,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반전의 계획을 고민하기도 하는데, 패션이란 분야에선 2017년은 과연 어떤 의미로 기억될까?


각기 다른 둘의 만남은 여러 의미를 응축시킨다. 그 응집성은 새로운 의미를 발하기도 하는데 두 브랜드의 콜라보레이션, 협업은 패션 씬에서 더는 생소하지 않다. 2017년 유난히 잦았던 콜라보레이션은 무분별한 성행으로 피로감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신선함으로 다가올 때 또한 분명 있다. 콜라보레이션의 본질적인 의미를 다시금 상기시키며 리스트-업 해보자. 이번 열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 근거해 2017년 기억해야 할, 눈여겨 봐야 할 콜라보레이션 TOP 5를 선정하여 이야기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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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니클로 X 조나단 앤더슨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때는 2012년, 온스타일(OnStyle)에서 방영된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는 4번째 시즌을 진행 중이었다. 매회 진행되는 가혹한 미션 앞에 각양각색 디자이너들의 감각과 취향에 빗댄 옷을 볼 수 있다는 점에 많은 팬을 양산한 TV 프로그램이었고 네 번째 시즌을 진행 중이었다. 여러 디자이너 중 나는 김성현 디자이너에 매료되었는데, 정확히 말하면 그의 페이버릿 디자이너가 조나단 앤더슨(J.W Anderson)이라는 사실을 안 후 디자이너의 패션에 관한 철학이 이해가 됨과 동시에 정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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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허물며 혁신과 창조의 목소리를 크게 외쳤던 조나단 앤더슨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디자인적인 미학과 예술성이 대중성보다 앞선 브랜드였다. 오죽하면 나는 작년 10월 두 번째 에피소드인 ‘잊을 수 없는 패션 모멘트’에서 패션에 관심이 둔한 사람을 예로 들며 “조나단 앤더슨의 이름을 평생 듣지 못하고 살아갈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견해를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정확히 틀렸다. 그는 이미 미남 디자이너의 타이틀을 깨부수고 수면 위로 떠올랐다. 또한, 함께 조나단 앤더슨을 착용한 지드래곤(G-Dragon)의 패션 파워가 대단함을 새삼 느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외부효과만을 이유로 들 수 없다. 조나단 앤더슨의 행보 또한 꽤 적극적이며 에이셉 라키(A$AP Rocky)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포함해 최근 피티 워모에서 선보인 컨버스(Converse)와의 콜라보레이션 또한 눈에 띈다. 그리고 올해 9월 SPA 브랜드인 유니클로(Uniqlo)와의 가을 컬렉션이 발매 예정에 있다. 이미 공개된 여러 제품군을 살펴보면 조나단 앤더슨의 특유의 팝한 색감과 함께 정제됨을 함께 갖춤을 확인할 수 있다. 추가로 공개될 제품들을 조금 더 기다려봐야겠지만 왠지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향기가 강하게 풍기고 있다.


한 줄 코멘트 : 수면 위로 떠오른 조나단 앤더슨. 그의 패션 커리어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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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샤 루브친스키 X 카파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페레스트로이카의 격동기. 패션과 거리가 먼 단어들이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됐다. 의식적인 흐름과 디자인을 접목한 고샤 루브친스키(Gosha Rubchinskiy), 베트멍(Vetements)의 뎀나 바잘리아(Demna Gvasalia), 안드레이 아티요모프(Andrey Artyomov) 등의 디자이너들은 사회적 메시지를 브랜드에 투영하여 불과 몇 년 만에 동유럽 패션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그 중 고샤 루브친스키 그는 파리 데뷔 컬렉션에서 컬러풀한 스트리트웨어를 선보였고 가을 컬렉션 또한 러시아 밀리터리 룩과 축구 유니폼을 믹스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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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디자이너들은 특히 콜라보레이션과 오마주를 많이 하고 잘하기로 유명한데, 고샤 루브친스키 또한 다르지 않다. 그 예로 이탈리아 스포츠웨어 브랜드 카파(Kappa)와의 17 S/S 컬렉션을 들 수 있다. (물론 휠라(FILA), 세르지오 타키니(Sergio Tacchini)와의 콜라보레이션 또한 놀랍다) 대부분의 남성의 기억에 카파는 학창시절 입는 운동복으로 각인되어있다. 그러나 고샤 루브친스키는 카파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었다. 올드한 향을 조금 걷어냈다. 그리고 라인 디자인을 영리하게 풀어냈다.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던 패션 브랜드들을 이렇게 다시금 되살아나게 하는 그의 재능은 여전히 놀랍다.


한 줄 코멘트 : 디자인의 미적 가치보다 고샤 루브친스키의 도전의식과 영향력에 박수를. 그의 유려한 해석에 ‘콜라보레이션 전문 자격’의 존재를 떠올리게 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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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디올 X 토루 카메이


1등의 빛에 가려진 2등의 그늘은 시리고 서늘하다. 디올 옴므(Dior Homme)의 아티스틱 디렉터 크리스 반 아셰(Kris Van Assche)는 브랜드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에디슬리먼(Hedi Slimane)과 많이 비교되곤 한다. 에디 슬리먼이 창조한 디올 옴므의 이미지는 너무나 강렬했고 동시에 패션 씬을 통렬하게 고발했다. 하지만 나는 크리스 반 아셰가 진행한 디올 옴므와 토루 카메이(Toru Kamei)가 함께한 17S/S 컬렉션을 보고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 역시 훌륭한 디자이너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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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루 카메이의 작품에 앞서서 바니타스(Vanitas)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는 전통적인 정원을 유럽의 16~17세기 고딕으로 새롭게 풀어내는데, 화려한 색감의 꽃 프린트와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 등으로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17 S/S 컬렉션은 ‘놀이공원(Fun Fair)’이란 테마 아래 펑크 문화를 주입했다. 그리고 토루 카메이가 터치한 블랙 슈트, 배지 등의 액세서리는 컬렉션의 방점을 찍었다. 거기에 에이셉 라키, 영국 팝 음악의 대가 보이 조지(George Alan O'Dowd) 등이 어두운 무드로 캠페인에 참여해 시크하면서도 상반된 아름다움을 더욱 부각했다. 토루 카메이에 칭찬을 아낄 수 없지만, 컬렉션을 총괄한 크리스 반 아셰 역시 디올 옴므의 훌륭한 디렉터임이 틀림없다.


한 줄 코멘트 : 대충 눙치는 방식이 아닌 직관적인 아름다움이 활보하는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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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X 라프 시몬스


나이키(Nike)와 아디다스(adidas)의 잘 갖추어진 생산 공정과 효율적인 동력을 발할 수 있게 하는 인프라는 개인 브랜드를 운영하는 디자이너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며 질 좋은 컬렉션을 만들어낸다. 콜라보레이션의 기준에서 본다면 전번 나이키의 성공에 비해 아디다스가 조금씩 앞서고 있는 모양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위트와 절제미를 뒤섞는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Raf Simons)가 있다. 그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와 꾸준히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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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 오리지널스와 라프 시몬스의 만남은 슈즈 라인에 초점을 맞춘다. 스탠 스미스로 시작해 오즈위고까지. 투-머치 하지 않으면서 심심하지 않은 캐주얼한 컬렉션은 전 시즌 사랑받고 있다. 그리고 17 F/W 시즌으로 돌아온 둘의 만남은 날이 섰으면서도 신선하다.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으로 탈바꿈한 이번 컬렉션은 애슬릭 무드와 전위적인 디자인을 조화시켰다. 디트로이트 러너, 오즈위고 3, 스피릿 그리고 스탠 스미스의 새로운 버전을 탄생시켰다. 밑창의 메탈릭한 디테일의 디트로이트 러너와 둔탁한 갑피와 외형에 세련되면서도 위트 있는 색 배합을 한 오즈위고는 편안함과 스타일을 모두 갖춘 슈즈였다. 옷과 신발을 착용하다 보면 두 가지 장점을 모두 가져오기 힘든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편안하지만 룩에 포인트가 되는 동시에 스타일리시한 제품을 직접 착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와 라프 시몬스의 컬렉션은 다르다. 둘의 콜라보레이션은 지극히 편안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하다. 


한 줄 코멘트 : 편안함과 스타일을 제대로 갖춘 슈즈 라인. 과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은 기능성과 미적 디자인의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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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슈프림 X 루이비통


슈프림(Supreme)과 루이비통(Louis Vuitton)의 콜라보레이션은 올해 가장 큰 인기와 이슈를 몰고 다닌 컬렉션으로 볼 수 있다. 이전에도 스트릿 브랜드와 소위 ‘명품’으로 일컫는 하이앤드 브랜드와의 만남은 존재했지만 각 분야의 상징과 대표가 되어버린 두 브랜드의 협업은 충격적이었다. 브랜드 고유의 가치를 살리며 젊음과 트렌디함을 모두 이끈 구찌(Gucci)의 성공이 있었기에 루이비통의 행보는 많은 이들에게 기대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2017 F/W 컬렉션으로 공개된 슈프림 X 루이비통의 제품들은 맥시멀리즘의 진화라 볼 수 있었다. 로고의 배치 및 활용(루이비통의 모노그램), 베이스 컬러(슈프림의 레드 컬러)등은 누가 봐도 슈프림이었고 루이비통이었다. 나는 이런 컬렉션의 작법이 성공의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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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션이 공개된 후 얼마 뒤 전 세계 슈프림과 루이비통의 팝업스토어에 해당 제품들이 발매되었다. 슈프림은 온라인 사전 예약제, 한정된 수량을 공고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캠핑족과 함께 리셀 대란이 일어나게 된다. 봇(Bot)을 사용해 온라인 예약을 대신 진행하며 제품을 구매하는 위탁 업체들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가게 앞의 경찰과 캠핑족의 실랑이, 30배에 달하는 되팔기는 우스갯소리가 아닌 현실이 되었다. 나는 2년 전의 H&M과 발맹(Balmain)의 컬렉션이 떠올랐다. ‘캠핑족’이 크게 대두되었던 그 컬렉션은 현재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무의식적 인스턴트 소비의 결과였다.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하나의 브랜드를 만든 슈프림과 루이비통의 컬렉션은 성공이라는 단어가 작아 보일 만큼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무차별적인 수용과 추종이 그들의 장기적 브랜드 미래에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 우려에는 슈프림보다 루이비통이 더 탄력적으로 움직여야 할 상황이다.


한 줄 코멘트 : 패션 역사에 있어 큰 획을 그은 컬렉션. 그러나 그것에 상응할 만큼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컬렉션.






번외 : 준야 와타나베(Junya Watanabe MAN) X 노스 페이스(The North Face), Lee X 와코마리아(WACKO MARIA) 등 더 많은 브랜드를 이야기하지 못해 아쉽지만, 앞으로 이어질 수많은 콜라보레이션에도 관심을.



글 l MANG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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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7.29 09:20
    준야노스 진짜 이쁨
  • 7.31 09:22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토루 카메이 지렸네요
  • 7.31 12:31
    디올이 약간 더 미니멀한 느낌을 가져가고 생로랑이 영국식 펑크 느낌을 많이 가져갔는데 이번 시즌은 그 펑크 느낌의 생로랑을 따라간다는 느낌 그런의미에서 아직 에디슬리먼의 그늘에서 못벗어났다고 생각함 근데 그게 옛날 비비안 느낌은 또 아님 생로랑식 펑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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