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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루이비통, 버버리 돌려내

MANGDI2019.07.12 18:31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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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is Vuitton


망디의 객관성 제로


빠른 손절이 답일까?


스트리트의 시대다. 과연 누가 런웨이에서 요즘 같은 물결을 예상할 수 있었을까. 2020년을 준비하는 그곳은 격변기를 맞이했다. 각종 그래픽 디자인, 액티비티즘, 친근한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 스트리트 향이 짙다. 이런 광경은 패션 엘리트주의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나에게 기분 좋은 출발이었다. 그러나 설렘은 오래가지 못했다. 개성을 잃어버린 하우스들이 유독 눈에 띄었으니까. 치열한 경쟁 속 아수라장을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곳이 여기라면 지나친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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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myton


스트리트와 럭셔리의 이례적인 충돌은 알렉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가 지휘하는 구찌(Gucci)의 성공, 그리고 그 경계에 아슬하게 있는 베트멍(Vetements), 오프 화이트(OFF-WHITE) 같은 신예의 인기로 급물살을 탔다. 그중 명품 브랜드의 대표격인 루이비통(Louis Vuitton)과 버버리(Burberry)가 특히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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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is Vuitton / Burberry


그들은 버질 아블로(Virgil Abloh), 리카르도 티시(Riccardo Tisci)라는 스타일 아이콘을 사령탑에 앉히며 혁신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패션의 모호한 경계가 부서지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우아함과 고귀함만을 강조하는 럭셔리 문화에 비판적이다. 수직에서 수평으로의 이동은 문화예술의 지속 발전을 이끄는 엔진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무차별적인 차용만이 능사는 아니다. 루이비통은 1997년 아트 디렉터로 합류하게 된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를 필두로 가죽의 질 높은 공정과 다년간의 연구로 제작된 모노그램 패턴을 강조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버버리 역시 1895년 레인 코트를 시작으로, 2001년에 부임한 크리스토퍼 베일리(Christopher Bailey)가 브랜드 특유의 고전적 미학에 영국 펑크 문화를 조합하며, 클래식 웨어를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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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is Vuitton


지금의 루이비통은 어떨까? 아블로의 LV 하우스는 지속적인 표절 논란과 독창적 디자인의 부재를 지적받고 있다. 보다 스트리트 신에서 많이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말고는 전반적 브랜딩 역시 오프 화이트의 테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는 패션계의 애매모호한 성격을 예로 들며 자신을 변호했지만, 시원한 답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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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berry


버버리 역시 지방시(Givenchy)의 전성기를 이끈 티시의 변혁적 움직임에 몸을 맡겼다. 그는 시그니처 체크 패턴에서 탈피해 ‘토마스 모노그램’이라는 새로운 브랜딩을 창조했다. 제품에 화려한 무늬와 텍스트에 의존하는 디자인을 자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구찌인지, 루이비통인지, 제3의 스트리트 브랜드인지 쉽게 분간하기 힘들다는 비난도 함께 수반 됐다. 어쨌든 지방시와 달리 버버리에서는 매우 이질적인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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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ewe


로에베(Loewe)는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참고할만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젠더리스, 전위성을 고수할 줄 알았던 J.W 앤더슨의 적절한 줄다리기는 큰 사업 성장을 이뤄냈다. 그는 개인 브랜드뿐 아니라 유서 깊은 하우스를 새롭게 변화시켰다. 기존 로고와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히피다운 캐주얼한 터치, 새로운 소재의 사용으로 트렌디하면서도 한층 가볍다. 과거 우아한 여성의 전유물이었던 로에베 스타일이 웨어러블하게, 개성 있게 변모했다. 정제된 화사함, 그 전통적인 색감 속 드러나는 모던성은 가히 천재적이다.


잘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자 태생적 기원이 다를뿐더러 성공의 필요 요건 역시 차이가 있다. 저명한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Raf Simons) 역시 캘빈 클라인(CALVIN KLEIN)의 CCO를 맡으며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지난해 12월 하차했다. 한 브랜드의 지휘자를 맡는다는 것은 중책이다. 개인 레이블을 이끄는 것과는 또 다르다. 대중은 자만감으로 솟은 콧대를 낮추기 위해, 무작정 스트리트 패션으로 회귀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마니아들과의 연대감,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보다 가까운 채널, 그리고 변화에 동반되는 소신 있는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목적과 방편을 명확히 견지하자. 목적 없는 디자인은 의미도, 감동도 없다.


차라리 럭셔리 패션 하우스들이 스트리트 패션에 싫증이 난 나머지 ‘손절'하고 다음 트렌드를 찾아 떠나는 게 낫다고 본다. - 후지와라 히로시, 프라그먼트 디자이너



CREDIT

Editor

MANG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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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7.12 18:41

    음악으로 완벽히 증명하는 카녜와 달리 버질 아블로는 좀 거품이 끼었다고 생각합니다

  • 7.12 18:54

    제가 생각하던 주제가 나왔네요 ㅎㅎ 베일리와 킴존스가 그립네요. 베일리는 버버리의 아이덴티티에맞는 디자인을 했고 킴존스는 버질이랑 디자인적능력이 차원이다르니...디자이너 변경후 구입을안하게됩니다 ㅠㅠ요즘은 클레어의 지방시가 끌리더군요

  • 7.18 11:52
    @필립플레인

    반대로 킴존스의 디올은 정말 멋지더라구요,,

    알릭스 앰부쉬랑 협업한 악세사리들도 그렇고

    미래지향적으로 참 잘 만든것 같아요

  • 7.12 18:55

    공감이 많이 가는 글입니다. 무엇보다 패션씬의 다양성이 참 부족하다고 느껴져요.

  • 7.13 02:55

    루이비는 확실히 전이 나음

  • 7.13 16:10

    디올은 개쩔던데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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