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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의미 없는 우아함을 벗어야 할 때

MANGDI2018.10.12 10:23조회 수 6210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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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디의 객관성 제로


편견을 탈피할 때, 우리는 모두 즐거워질 수 있다.


우리는 패션이란 분야에 덧입히는 수많은 수식어를 기억하고 있다. 그와 같은 단어들은 본래 더 나은 이해를 위한 것이었으나, 언제부터 무언가 특별한, 보통의 것보다 우월한 느낌을 자아내고자 할 때 불필요하게 악용되곤 한다. 나는 이러한 의미 없는 우월감의 남용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 싶다. 우리는 쉽게 접할 수 있는 패션 미디어 일부에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외래어 표기와 난해한 문법을 적용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자칭 트렌드 리더라 불리는 마니아들의 수직적인 시선 역시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그 이유가 패션이란 영역에 가지는 편견, 남들의 시선에 대한 의식에서 시작한다고 본다.


의(衣)문화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선 공감의 영역이 필수적이다. 물론, 충족할 수 없는 이상에 대해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대리 만족을 느끼며 갈증을 해소할 수도 있겠으나, 제품의 면면을 살펴보지 않은 채 가격에 따라, 국내 제조 제품이라고 해서, 다수의 사람이 사용한다고 해서 그 본연의 가치를 무시하고 더 나아가 우열을 가리는 진영적 논리는 더는 불필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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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 서보츠키(©Mikhael Subotzky), Magnum Photos


인간의 필수적, 선택적 삶의 향유 방식이 점점 다수에서 멀어지는 것은 그 태생의 가치 논리에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참 곤혹스럽다. 우아함과 고고함으로 무장한 자신의 고집이 더 편협한 시장과 산업 구조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평범한 문장에 평범하지 않은 척 억지스러운 단어를 끼워 넣기에 바빴던 나 자신도 많은 반성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많은 사람의 실생활과 직접 맞닿아 있는 콘텐츠들이 많아져야 한다. 누구에게만 관심 있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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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흥미로운 영화 한 편과 비교해보며 이어 나가자. 해리포터의 다니엘 래드클리프와 폴 다노 주연의 <스위스 아미 맨(2016)>은 편견과 시선에 대해 독창적인 방법으로 그 속뜻을 전달한다. 무인도에 홀로 남겨진 폴 다노가 삶의 희망을 저버리고 절망하고 있을 때, 보트의 모터를 연상하게 하는 ‘방귀’를 탑재한 시체(다니엘 래드클리프)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시체와 공생하며 삶의 희망을 조금씩 찾아가는 주인공은 생존과 탈출 방법을 점차 강구하기 시작한다. 그는 시체의 팔을 둔기로 사용하기도 하고, 시체의 입에서 쏟아지는 물을 용수원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은밀한(?) 신체 변화는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 역할까지 도맡는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타인의 시선, 인간관계와 같은 사회 문제에 대한 무거운 메시지를 영화 곳곳에 잊지 않았다. 오히려 관객에게 "영화가 가져야 할 덕목은 진정 무엇인가?"라는 명제를 던져준다. 이렇게 소위 ‘약 빤’ 영화라 할 수 있는 병맛 시퀀스들이 어떤 고고한 장면보다 아름답고 기품있게 느껴지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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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식 없는 전달 방식은 신선함을 탄생시키며 또 다른 다양성을 낳고, 곱절의 울림을 선물한다. 현실성 있는 조금 더 쉽고 편한 접근 방식, 타인에 대한 존중, 주체적 삶에 대해 생각해 볼 때다. 마찬가지로 패션 전문가 혹은 애호가들에 대한 이유 없는 평가절하 역시 경계해야 할 것을 잊지 말자는 당부의 말도 함께 드린다. 자신의 편견과 눈치 속에 내가 어떻게 보일까 걱정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 지 되돌아보자. 나는 ‘옷 입기', ‘옷 사기'가 남들보다 우월하기 위한 도구가 아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재밌는 놀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조금은 추해. 다들 쓸모없고 죽어가는지도 몰라. 하지만 딱 한 명만 그 사실을 인정하면 모든 사람이 노래하고 춤추고 방귀 뀔 거야.


이야기 후반부 다니엘의 대사처럼 패션 산업을 주도하는 집단 중 단 한 사람이라도 그 사실을 인정하고 꽉 쥔 손을 조금 푼다면, 영화 속 파티 같은 일이 현실에서도 벌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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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G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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