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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무조건 '빠는' 시대는 지났다

MANGDI2018.08.08 10:04조회 수 7499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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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디의 객관성 제로


갑론을박하고 왁자지껄 떠드는 즐거움을 잊고 살고 있다.


얼마 전 희대의 관심 속에 버질 아블로(Virgil Abloh)의 루이비통(Louis Vuitton) 쇼가 열렸다. 스트릿 패션에서 시작해 콧대 높은 럭셔리 하우스에 입성한 그의 스토리는 세간을 주목하기에 충분했다. 컬렉션이 열리는 당일부터 근 한 달간의 패션 타임 라인은 그의 이름으로 가득 찼다. 각종 휘황찬란한 단어들로 포장한 글들과 함께.


나는 나이키 '더 텐', '오프 화이트(OFF-WHITE)'라는 천군만마를 등에 업은 그에게 대중들이 열광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버질 아블로의 새로운 루이비통 남성복은 전례 없는 역설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소위 전문가들이라 칭하는 기자들의 찬양 어린 시선과는 반대로 대중들의 온도는 미적지근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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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발매되는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이지 부스트, 발렌시아가(Balenciaga) 러너 시리즈, 슈프림(Supreme)의 의류 또한 이와 비슷하다. 그것들에 대한 단점과 아쉬움을 알려주는 지침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게 됐다. 이 같은 상황을 대부분의 사람은 유명세, 인적 관계, 상업성과 같은 단어를 사용해 업계의 특성으로 치부한다. 공공연한 불편함을 내색하기 싫은 눈치다.


아블로의 옷을 대중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일까? 여러 엉켜있는 각주 속에 우리가 해석해야 할 부분을 놓친 것일까? 분야적 전문성의 결여가 그 이유일까? 나는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이 현재 패션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공연히, 만연히 자행되는 의뭉스러운 속뜻과 함께 말이다.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비평'이란 도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특히 패션이란 큰 틀에서 본다면 장르사적 비극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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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 감독의 2016년작 <곡성>이 이러한 문제에 답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시종일관 매우 기묘한 공기를 뿜어내는 이 이상한 영화는 우리가 가져야 할 문화사적 관점을 돌아보게 한다. <곡성>은 수년째 별다를 것 없는 주제를 담은 기획성 영화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영화 산업에 신선함을 안겨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가치는 개봉 후 대중들의 반응 속에서 더 빛났다. 모두가 영화라는 분야의 참여자가 되어 의식, 장치, 결말 등에 이야기를 나누며 토론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런 현상들은 기존 영화들의 뻔한 시장적 면모와 평단의 예측 가능한 평가들에 피로감을 느낀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 할 수 있겠다. 기이하고 이상하다고 평가되는 이 영화가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많은 지지를 이끌어내었던 이유, 그리고 이후 일련의 일들이 시사하는 바를 우리는 곱씹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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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애매모호한 성격상 그 정확한 정의를 찾기 어렵다. 이러한 의미에서 패션이란 분야의 비평적 복기는 자신의 작품 혹은 관점을 되돌아보고, 그 시선을 타인으로 돌려 작가 본인조차 간과할 수 있었던 의미들을 함께 복원해 보는 것이다. 단순한 비판이 아닌 본질에 대한 탐구이다. 예술가들이 철학가가 돼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개념을 3차원의 실재로 재현해야 하는 행위들에 있어서 비로소 근원적 가치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 꼭 필요한 도구가 바로 비평이다. 우리는 모두가 평론가, 비평가인 시대에 살고 있다. 영화 <곡성>과 같이 작품에 대해 갑론을박하고 왁자지껄 떠드는 즐거움을 패션 신은 한참 동안 잊고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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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GDI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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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작품에 대해 갑론을박하고 왁자지껄 떠드는 즐거움'

    되게 중요한 부분이네요.

    잘보고갑니당

     

  • 2018.8.8 23:42 댓글추천 1

    정말 너무 재미있게,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진심으로 패션을 사랑하시는게 느껴지는거 같아요. 실제로 그정도 이신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패션은 정말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하나의 장르인데, 다른 ‘예술’ 로서 인정받는 장르들에 비해서 그 예술성이 수익 및 매출에 덮혀 예술적인 면을 다른 디자이너들이 들어내지 못하고 그냥 시장에서 원하는, 마냥 소비하는 사람들의 취향만을 저격하는게 전 너무 아쉽다고 생각해요.



    이런 비평이 필요하다고 따끔하게 지적하는 이런 글 하나가 패션이 좀 더 예술적으로 향유 할 수 있고 음미하고 더 수준 높게 만들어가는 시작점이 될거라고 전 믿고 있습니다. 만약 이런게 없으면 더이상의 발전과 예술성 없이 그대로 도태되고 수익만을 쫓게 되겠죠.



    글을 읽으면서 정말 공감하고 스스로 충격받고 했습니다. 정말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에 대해선 확실히 이해를 했는데, 제가 이쪽 지식이 깊지가 않다보니 댓글을 이상한 내용을 적은게 아닐지 모르겠네요.

  • 2018.8.9 01:02 댓글추천 1

    잘 읽었습니다. 한때 모델계에 종사했던 사람이라 공감이 가는 글이네요.

     

    근 3-4년 동안 대중 사이에서 패션 아이템의 트렌드가 바뀌는 등의 변화 정도는 꾸준히 있어왔지만, 유명 브랜드들에서 그만한 변화가 있었는지는 늘 의문이었습니다. 팩트입니다. 물론 본인이나 여타 모델들은 입혀주는 대로 입고 걷고 사진 찍는게 일이라지만은, 영 아니다 싶을 때가 여럿 있었던 기억이 있네요. 이거는 유독  네임밸류가 있는 외국 브랜드에 한해서 두드러지는거 같습니다. 점점 가면 갈수록 ' 우와 발렌시아가다, 우와 루이비통이다' 하면서 열광할 이유가 점점 사라져가는 것 같습니다

  • 2018.8.9 01:11 댓글추천 1

    양질의 의견 양질의 글 잘봤습니다.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너무 무분별하게 자신의 주관과는 상관없이 선동적 유사언론이나 비상식적인 현상에 휩쓸리는것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기만합니다. 저는 이글을 보면서 얼마전 영화판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독전을 재밌게 본분들한텐 죄송하지만 근래에 이 영화가 흥행하고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망하는걸보면서 씁쓸함을 감출수가없었습니다. 대중의 눈속임을 위한 상업적이고 값싼 스펙타클보다는 이 세상에 무언가 시사하는바가있고 우리의 영혼을 이끌어줄수있는 그런 문화/예술이 좀 많이 생겼으면 하고 절실히 바라고있습니다. 그리고 그런것을 가려낼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져 우리의 삶이 좀 풍성해졌으면합니다.

  • 2018.8.9 01:32 댓글추천 0

    패션에 제대로 된 비평이 있었던 적은 거의 없었죠. 쓴 소리 했다가 브랜드에서 광고 철회하면 잡지사만 손해이니깐... 그냥 좋게 좋게 말해주는 게 보통 관행이죠 특히 대형 브랜드한테는... 그리고 루이비통이 패션계쪽에서 찬사를 받았냐고 하면 그것도 애매하고 대중들한테 싸늘한 시선을 받았다는 것도 애매하지 않나요. 인스타그램에서 말하는 대중들이 실제 소비자인지도 의문스럽고 은근 인스타에서 댓글 다는 애들 사이에 스노브 기질이 팽배해서... 대중의 평가는 다음년에 루이비통에서 매출표를 보면 알게 되겠죠

  • 2018.8.9 10:01 댓글추천 0

    망디님 새로운 시리즈인가보네요 너무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돌이켜보면 패션에 대한 제대로된 비평글이 없었던거 같아요. 잡지사에 들어오는 광고 특성상 좋은 얘기만 써주는게 관행이 되서 그렇겠죠. 그러나 그렇게 휘둘리고 주관 없는 미디어는 오래가지 못할거라 믿습니다. 이런 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고 다같이 문제에 대해 얘기해보는 장이 더욱 풍성해졌으면 좋겠네요. 이 칼럼으로 인해 엘이가 다른 미디어보다 한발 앞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꾸준히 읽고 같이 이야기 해보면 즐거울 것 같아요. 응원합니다.

  • 2018.8.9 11:05 댓글추천 0

    정말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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