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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Flash Photography


No Flash Photography, 그러니까 플래시를 이용한 사진 촬영 금지가 정말 필요한지에 대한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카메라의 플래시가 일시적으로 직사광선에 노출되는 만큼의 힘을 지니고 있으며 변색이나 왜곡의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실제로 카메라의 플래시가 그 정도의 힘을 가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간단하게 생각해봐도 단 한 번 플래시를 터트리는 것과 일제히 여러 명이 터트리는 것, 혹은 플래시가 장시간 반복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나는 플래시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이유는 작품 훼손이 아닌 관람에 있다고 본다. 어느 한 사람이 플래시를 터트리면 다른 사람들은 플래시의 잔상을 볼 수밖에 없고, 이는 전시 관람에 방해될 수 밖에 없다. 타인의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터지면 집중할 수 없을뿐더러, 나이가 어린 관객은 작품보다는 플래시에 반응할 것이다. 플래시가 터지는 소리는 두말할 것도 없다. 작품을 굳이 사진으로 남기려고 하는 이유는 뭘까. 전시에 놓인 작품을 눈으로 담아내고 후에 기록하는 것, 혹은 도록을 구매하는 것은 왜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정작 그 사진을 찍으면 나중에 보게 될까? 어디에 쓰일까? 의문은 이어지지만, 긍정적인 답은 딱히 나오지 않는다.

나는 전시 관람에서 배리어프리를 지향한다. 약간의 소음이 나면 어떠한가. 작품을 해치지 않는다면 전시라는 것도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감상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친절한 설명과 좋은 전시 환경이 필요하다. 더불어 전시를 보는 이에게 집중력과 인내를 요구한다. 그러나 지금 말한 조건은 전시를 열 때 당연히 해당하는 것들이다.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면서 지금은 전시조차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면 주목받을 수 있는 힙한 여가생활로 치부되고는 한다.

No Flash Photography는 트왱스타(Twangsta)와 내가 함께한 프로젝트다. ‘음악을 ‘음미’하는 것이 힘들어진 소비 형태에서 다시 한 번 음미의 감각을 되찾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비록 부족함이 많을지는 몰라도 그 의미만큼은 구현해보고자 노력했다. 비트 씬(Beat Scene)이라 불리는, 전자음악과의 결합이 가미된 인스트루멘탈 형태의 음악이 유행한다. LP가 유행하며 샘플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가 생겼다. 로날드 레이건부터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까지 두 사람의 대통령 집권 시기에 가난을 겪은 이들이 래퍼가 되며 담화의 방식은 더욱 견고해졌다. 그러나 등장하는 음악의 수와 순환 속도, 음악을 접하는 환경은 앞서 말한 세 가지 상황을 누를 정도로 크다. 이번 전시가 온라인 공간에서 열리는 것이기 때문에 강제성을 부여하는 점에 있어 한계가 있지만, 조금이라도 몰입 혹은 음미라는 과정을 경험했으면 한다.

이번 전시는 트왱스타가 하고 싶어하는 음악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측면을 담았다. 가장 예술적이라고도 포장할 수 있지만, 가장 난해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과거의 소리를 착실하게 구현하는 듯싶지만 이는 요즘 유행하는 미래 지향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샘플링 방식으로 선보일 수 있는 아름다움을 극대화하였고, 낡은 질감과 악기를 꺼내 들며 때로는 루핑의 미학을 주장한다. 다섯 곡으로 이루어진 No Flash Photography는 통일된 분위기와 질감을 선사한다. 또한, 최근의 흐름과는 전혀 거리가 먼 음악을 통해 당신을 다른 곳으로 데려간다. 이 전시는 작품만으로도 당신을 이질적인 공간으로 이동시키며 집중의 분위기를 높이고 하나의 경험을 줄 것이다.



01. Remini-scent

02. oom ap

03. Ball

04. Stay

05. No Flash Photography



Remini-scent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곡은 가장 처음 만들어졌고, 그만큼 전시 전체를 통틀어 가장 대표적인 곡이라고도 할 수 있다. 드럼은 소리의 가운데 자리에 위치하며 무게중심을 잡고 있지만 두 개 이상의 멜로디 라인은 아슬아슬하게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 피치를 잔뜩 낮춘 채 움직이는 보컬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무엇보다 극단적인 패닝과 화이트 노이즈의 조합은 공간이라는 존재를 지각할 수 있게 만들었으며, 다양한 퍼커션의 배치 역시 인상적이다. 이번 전시를 포함하여 전체적인 톤은 과거의 것들을 연상시키며 ‘모던’이라고 불리는 영역에 근접하기까지 하다. 각 소리가 아슬아슬하게 합을 이루는 과정을 듣다 보면 트왱스타의 이러한 감각은 멋있을지언정 절대다수에게 통용되기는 어렵다는 걸 알 수 있다.





oom ap


농담삼아 “oom ap”이라 이름을 붙인 이 트랙에는 드럼 라인이 없지만, 누가 들어도 랩이 먼저 연상된다. 자글자글한 노이즈, 댐핑 잔뜩 먹은 피아노 연주, 그리고 곡의 가장 중심이 되는 성긴 베이스는 드럼 없이 리듬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B가 빠진 붐뱁을 의미한다. 붐뱁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이견은 발생하겠지만, 그 전에 드럼이 없는 이 곡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이 곡을 듣는 이들의 상상력은 확장될 것이라 믿는다. 곡은 소리를 통해 이미지를 구성하고 느낌을 전달하지만 뚜렷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이 곡을 판단하고 구체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듣는 이의 몫이다.





Ball


이 곡은 4박자에서 3박자로, 다시 4박자로 능청스럽게 리듬 구성을 오간다. 실제 세션을 활용한다면 더없이 멋질 것 같은 트랙. 4박자로 구성된 루프, 3박자로 구성된 루프 자체는 익숙한 느낌을 선사하지만, 이것이 자연스럽게 전혀 다른 리듬 체계로 이동하는 과정, 그리고 자연스럽게 바뀐 뒤에 남기는 여운은 이 곡을 특별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어떤 악기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어느 시대의 느낌일지, 그리고 이 곡이 라이브로 연주된다면 어떤 비주얼을 가질지 상상하면서 들으면 좋을 것이다.





Stay


이 곡은 어두운 느낌의 연주와 함께 힙합 드럼이 등장하며 부분적으로는 전시 전체에서 가장 평이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트랙 전체 음량의 미묘한 변화, 뼈대를 구성하는 드럼과 연주 외의 소리, 절정의 순간을 지나 서서히 등장하는 이펙트까지 극적인 서사를 보인다. 그리고 로우 패스 필터를 이용하여 소리를 점점 가라앉힌다. 찬란함, 혹은 아름다움을 지니고 점점 커지던 소리는 그렇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긴 싸움의 출발점에 서 있는 지금, 이 곡에서 느껴지는 슬픔과 먹먹함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No Flash Photography


전시를 마무리하는 이 곡은 앞서 선보였던 곡들보다 화려하지만, 마무리의 위치에 있는 만큼 차분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곡은 트왱스타의 다양한 경험이 집약되어있다. 밴드와 관악대를 경험하고 힙합 음악을 하는 트왱스타는 자신의 첫 정규 앨범에서도 70년대 사이키델릭 사운드에 대한 애정을 선보인 바 있다. 풍채 좋은 곡의 기세는 듣는 이를 압도당하게 하며, 전시의 여운을 강하게 만든다.









기획 bluc, Twangsta
작곡 Twangsta
글 blu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