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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그.알: James Brown - Live At The Apollo (1963)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은 얼굴이 일그러진 채로 레이블 사무실을 나섰. 그의 소속사 킹 레코즈(King Records)가 아폴로 극장에서의 공연 실황을 앨범으로 내달라는 그의 부탁을 거부했던 것. 이유는 간단했다. 팬들이 아폴로 극장에서 제임스 브라운이 부른 대부분 히트곡을 이미 싱글로 갖고 있었기 때문에 LP로 출시해봤자 중복 구매를 할 리가 없다고.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제임스 브라운은 몇몇 싱글로 인기를 누리고 있었지만, 정규 앨범 판매 실적은 저조했다. 그런 그가 라이브 앨범을 히트시킬 가능성은 대단히 낮아 보였다.

 

제임스 브라운의 의지는 완강했다. 일반 공연도 아니고 아폴로 극장에서의 공연이었다. 아폴로 극장은 1914년 할렘에 세워진 흑인 전용 극장(Chitlin Circuit)이다. 지금이야 할렘하면 부정적인 시선이 앞서지만, 할렘은 흑인 예술문화의 중심지였다. 1910년대 말부터 1930년대까지 미국 전역의 예술가들이 할렘에 모여들었고, '할렘 르네상스'라는 거대한 흐름을 끌어냈다. 그중에는 음악도 있었다. 할렘 최대 규모의 극장인 아폴로 극장은 흑인 음악가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가 되었다.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과 카운트 베이시(Count Basie) 같은 스윙 시대의 주역부터 샘 쿡(Sam Cooke)과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과 같은 소울 슈퍼스타들까지, 모두 이 무대에 서는 걸 영광스럽게 여겼다. 제임스 브라운도 그중 하나였다. 그에게 상업적인 성과는 문제가 아니었다. 자신의 화려한 순간을 기록하고 싶어 했다. 당연히 이윤을 추구하는 레이블의 입장은 달랐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아폴로 극장에서의 녹음물을 출시했던 음악가가 없었기에 라이브 앨범을 발매하는 건 많은 부분을 감수해야 하는 프로젝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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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라이브 녹음은 진행됐다. 출시는 다음 문제였다. 제임스 브라운은 보컬 그룹 페이머스 플레임스(The Famous Flames)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페이머스 플레임스는 제임스 브라운이 속해 있던 밴드다. 당시 레이블 측은 스타성이 강한 제임스 브라운의 솔로 활동을 원했다. 그로 인해 페이머스 플레임스 멤버들의 의지와는 달리 제임스 브라운만이 계약했고, 나머지 멤버들은 그의 코러스 그룹으로 참여해야 하는 식이었다. 이들의 첫 싱글 "Please, Please, Please"에도 제임스 브라운 위드 더 페이머스 플레임스(James Brown With The Famous Flames)라고 기명됐다. 불만을 가진 멤버들은 탈퇴했다. 그러나 제임스 브라운이 "Try Me"로 히트를 기록하자 멤버들은 다시 모여들었고, 그가 아폴로 극장에 설 때는 완벽한 팀으로 활동할 수 있었다. 페이머스 플레임스의 리더 바비 버드(Bobby Byrd)는 제임스 브라운이 정신적으로 의지했던 동료인데, 제임스 브라운과 대조되는 저음으로 노래하며 완벽한 듀엣을 이뤘다.

 

아폴로 극장에서 노래한 "Try Me"나 "I Don't Mind"는 하나의 보컬팀으로서의 견고한 조화를 이룬다. 발라드곡을 멋지게 소화하는 제임스 브라운이지만, 그의 음악은 블루스에 기반을 두고 있다. 걸걸하고 거친 목소리로 시원하게 내지르는 창법을 사용한다. 이날의 공연에선 그가 50년대 말에서 60년대 초에 발표한 곡들을 노래했었다. 이 시기의 제임스 브라운의 음악은 거칠고 탁한 리듬앤블루스와 로큰롤에서 상대적으로 매끈한 소울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 동시에 금관악기를 활용한 리듬감 강한 연주는그가 60년대 중반부터 '모든 악기가 리듬 악기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끌어낸 훵크를 연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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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킹 레코즈는 앨범 발매를 허락했다. 제임스 브라운과 그의 매니저 버드 헙굿(Bud Hobgood)이 끈질기게 레이블을 설득하기도 했지만, 기존의 스튜디오 녹음물에서 느낄 수 없었던 열기 때문이기도 했다. 함성, 박수와 같은 관객의 능동적인 참여가 특징인 흑인 극장에서의 공연에서 음악가들은 일종의 상승효과를 내곤 한다. 이 앨범에서 비치는 제임스 브라운의 모습도 그렇다. 관객들은 그가 등장하기 전, 전주에서부터 격렬하게 환호하고, 자신의 음성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평소 공연에서 땀을 쏟아내는 제임스 브라운은 이날 공연에서도 열띤 무대를 펼쳤고, 그날의 뜨거운 분위기가 녹음물에 고스란히 담긴다. 기존의 곡을 노래했지만, 앨범은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히트곡들을 모은 사실상 그의 첫 베스트 앨범이었을 뿐만 아니라, 앨범 중간중간에 삽입된 메들리는 기존 그 어느 녹음물에서도 만날 수 없었다. 강렬한 사운드와 여성 팬들의 환호성은 앨범의 열기를 고양했다. 일전에 레이블이 제기했던 반대 논리로는 발매를 막을 수 없었다. 결국, 킹 레코즈는 [Live At The Apollo]라는 제목으로 앨범을 출시하게 된다.

 

[Live At The Apollo]는 대성공이었다. 팝 앨범 차트는커녕 알앤비 앨범 차트에도 올라본 적이 없었던 제임스 브라운은 이 앨범으로 팝 차트 2위에 오르는 성공을 거뒀다. 그때까지 그를 잘 알지 못했던 대중들도 제임스 브라운이라는 존재를 인식하게 됐다. 이 여파로 이후에 발표한 앨범들은 차트 성적을 낼 수 있었고, 사람들은 그를 두고 '소울의 대부'라 칭송했다. 하지만 제임스 브라운은 이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60년대 중반에는 소울의 리듬 체계에 혁신을 가하며 훵크를 개척했다. 재즈 트럼페터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의 곡 "So What"에서 사용된 모달 이론을 훵크에 접목하는 실험적인 시도도 마다치 않았다. 그는 만족이란 걸 모르고 발전했다. 그의 밴드에서 활동했던 연주자들은 70년대 훵크와 80년대 퓨전 재즈의 영역까지 나아갔다. 여러 의미에서 제임스 브라운은 흑인음악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가 뱉은 '현재 음악 중 나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은 없다'는 거만하게 보이기도 하는 발언에 그 누구도 반박하지 못했던 이유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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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엘이 매거진팀 에디터. 월간 재즈피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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