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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이 플레이리스트
2016.12.18 01:06

[연재] LE Playlist: 애니메이션 속 훵크/디스코 6

조회 수 4388 추천 수 6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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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LE Playlist: 애니메이션 속 훵크/디스코 6


유행은 돌고 돈다. 진부하고 식상한 표현이지만 사실이다. 느닷없이 찾아오지는 않는다.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 과거의 것은 어느 정도 잊혔을 때, 역으로 힘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가령, 우리 바로 윗세대가 여전히 향유하는 문화는 촌스럽고 구시대적인 것으로 비칠 뿐이다(미국의 젊은이들이 컨트리 음악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기서 잊히는 데는 약 1세대, 그러니까 30년 정도가 걸린다고 본다. 70년대 훵크와 디스코도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촌스러움과 부끄러움의 대상이었으나, 2000년대에 들어서는 전 장르에 걸쳐 차용됐다는 점을 기억하면, 이는 더욱 확실해진다. 덕분에 기존의 거부감이나 이질감은 사라졌고, 자연스럽게 과거의 음악들이 조명받기 시작했다. 이제는 영화와 광고에서 옛 훵크/디스코 음악을 만나도 반갑다기보다는 지금의 음악처럼 자연스럽다. 본 기사에서는 그중에서도 동화스러운 어떤 이야기에 집중하느라 인식하지 못했던 애니메이션 속 훵크/디스코 명곡들을 소개한다. 봤던 작품이라면 얼핏 노래가 나왔던 것 같은 장면을 다시금 상상해보며 읽어보면 어떨까.



 


Bee Gees - Stayin' Alive (1977)

from <마이펫의 이중생활(2016)



비지스(Bee Gees) "Stayin' Alive"는 디스코 전성시대를 대표하는 곡이다. 팝록 밴드로 인기를 얻었던 비지스는 눈치가 빨랐다. 70년대 중반, 팝 씬의 중심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던 디스코를 재빨리 받아들였다. 그 결과, 1977년에 개봉한 디스코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 사운드트랙 앨범에 참여하여 여섯 곡을 수록할 수 있었다. 이 곡은 여러 수록곡 중 "More Than A Woman"과 더불어 비지스를 상징하는 곡이다. 영화 <마이펫의 이중생활>에는 엔트랜스(N-Trance)의 버전으로 삽입됐다. 원곡에 리카도 다 포스(Ricardo Da Force)의 랩을 올린 버전이다.

 






Bee Gees - You Should Be Dancing (1977)

from <슈퍼배드(2010)


70년대 중,후반에 유행했던 디스코는 크게 유럽 스타일의 백인 디스코와 훵크 스타일의 흑인 디스코로 나뉜다.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 Fire)나 갭 밴드(The Gap Band)가 훵크에 기반을 둔 디스코 사운드를 추구했다면, 그 반대편에는 비지스가 있었다. 그들은 전자음악에 기반을 둔 가볍고 중독적인 사운드를 냈다. 또, 보컬의 비중을 줄이며 전체적인 사운드를 만드는 데에 집중했다. "You Should Be Dancing"는 비지스의 디스코 곡 중에서는 보컬의 비중이 적은 편이며, 훵키한 사운드를 잘 살린 축에 속한다. 이 곡은 <슈퍼배드>에서 세 자매의 학예회 장면에서 재생됐다. 디스코볼과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그루(Gru)가 디스코 안무와 쌈마이 댄스를 선보였던 걸 기억하면, 아마 이 노래도 자연스레 기억날 것이다.







Carl Douglas - Kung Fu Fighting (1974)

from <쿵푸 팬더(2008)


꽤 오랫동안, 아시아권의 문화는 유럽과 북미에서 신비로운 것으로 여겨졌다. 급기야, 과거 우리에게 가난의 상징이었던 간장밥을 꽤 세련된 식사로 여기기까지 했다. 동양 무술도 같은 맥락이다. 서양권에서는 동양인들이 무술을 단순히 호신이나 전투를 위한 게 아니라 심신을 단련하는 예술, 즉 무예(Martial Art)로 여긴다는 데서 매력을 느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쿵푸다. 쿵푸를 노래의 소재로 사용한 곡이 있으니 바로, 칼 더글라스(Carl Douglas) "Kung Fu Fighting"이다. 곡 중간중간에 기합 소리를 넣어 주제에 대한 집중력을 높인다. 북미, 유럽, 호주,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전 세계 차트에서 넘버원 줄세우기를 성공한 대형 히트곡이다. 물론, 칼 더글라스 자체는 이후 별다른 성공을 이뤄내지 못했고, 곡은 원히트원더로 남게 됐다. 애초에 컨셉 자체가 잘 맞다 보니 영화 <쿵푸 팬더>에도 삽입이 됐다. 노래나 영화 모두에서 쿵푸라는 무예에 대한 서양인의 비현실적인 환상 따위의 것을 엿볼 수 있다.

 






Chic - Le Freak (1978)

from <토이 스토리 3> (2010)


"Le Freak"은 다프트 펑크(Daft Punk) "Get Lucky"에 참여해 어린 친구들에게도 친숙한 기타리스트 나일 로저스(Nile Rodgers)가 이끌었던 디스코 밴드 시크(Chic)의 대표곡 중 하나다. 나일 로저스의 전매특허인 스트록 연주가 잘 드러나는 곡이다. 이 곡은 팝 차트와 알앤비 차트에서 동시에 넘버원을 기록했다. 싱글로 발매되진 않았지만 국내, 외의 힙합곡에 샘플링된 "Savoir Faire"가 수록된 [C'est Chic]의 또다른 수록곡이기도 하다. <토이 스토리 3>에서는 켄(Ken)의 패션쇼 BGM으로 사용됐었다. 여담이지만, 노래 속에서 "Freak out"이란 가사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원래는 "Fuck off"로 하려 했다고.

 






Earth, Wind & Fire - Let's Groove (1981)

from <쿠스코? 쿠스코! 2> (2005)


"Shining Star" "September" 같은 곡에 조금 밀린 듯한 감이 있긴 하지만, "Let's Groove"는 어스 윈드 앤 파이어를 대표하는 히트곡 중 하나다. 팝적인 감각, 훵키한 기타와 베이스의 운용, 필립 베일리(Philip Bailey)와 모리스 화이트(Maurice White)의 대비를 이루는 환상적인 이중주까지,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집약된 곡이다. <쿠스코? 쿠스코! 2>에선 베이킹을 하던 도중 두 배우가 눈이 맞아 난데없이 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각종 촌스러운 복고 댄스는 물론, 이 곡이 나왔을 당시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Billie Jean" 문워크까지 선보인다. 그건 그렇고, 본격적으로 춤추기 직전에 "나의 알과 당신의 건포도가 만나면 아주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어요."가 섹드립처럼 느껴지는 건 내가 저질인 탓인가.







The Sylvers - Boogie Fever (1975)

from <슈퍼배드> (2010)


부기라는 장르는 디스코, 전자음악, 훵크, 알앤비가 섞인 댄스 음악의 일종이다. 제목에 부기가 들어간 곡으로는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Boogie Wonderland"가 있다. 70년대 초에 등장한 실버스(The Sylvers)는 별다른 인기를 누리지 못했는데, 그럼에도 "Boogie Fever"가 넘버원 히트를 기록하며 디스코 밴드로의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 곡은 <슈퍼배드>에 잠깐 등장한다. 철옹성 같은 집에 사는 경쟁자의 집에 침투하기 위해, 주인공 그루는 쿠키 로봇을 만들기로 한다. 그 경쟁자가 쿠키라면 경계심을 낮추기 때문. 주인공은 전담 개발자에게 쿠키 로봇을 요청하지만, 귀가 먹은 탓에 부기 로봇을 만들어버린다. 이 로봇은 실버스(The Sylvers) "Boogie Fever"에 맞춰 춤을 춘다.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끼어드는 미니언의 귀여움은 덤.

 


글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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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엘이 매거진팀 에디터. 월간 재즈피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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