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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열전
2016.11.11 20:04

[연재] 아티스트 열전 - Prince

조회 수 12041 추천 수 8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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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아티스트 열전 - Prince


2013년, 제55회 그래미 어워즈(55th Annual Grammy Awards)의 ‘올해의 레코드상’ 시상자로 프린스(Prince)가 등장했다. 검은색 후드 모자와 아우터와 선글라스를 착용한 그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지팡이를 짚으며 등장했다. 관객들의 열띤 환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후보 명단을 발표했다. 후보 앨범 호명이 끝나자 그는 시상식 특유의 뜸 들이기를 시전하지 않고 곧바로 수상자를 발표했다. 무표정이었다. 객석은 뜨겁게 반응했다. 그래미 어워즈를 중계로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양분됐다. 프린스다운 시크함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었지만 그 시크함이 재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게 프린스와의 첫 만남이었다면 그렇게 보였을 법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음악 팬들은 프린스의 그런 거들먹거리는 모습이 더 익숙했다. 오히려 반가웠다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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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사랑한 왕자

 

1940년대에 존 넬슨(John L. Nelson)은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프린스 로저스(Prince Rogers)라는 스테이지네임을 사용하는 재즈 피아니스트였다. 그는 프린스 로저스 트리오(The Prince Rogers Trio)라는 밴드를 이끌었다. 그러던 1956년 어느 날, 공연을 함께한 가수 매티 델라 쇼(Mattie Della Shaw)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존 넬슨과 매티 델라 쇼 사이에선 두 명의 아이가 생겼는데, 존 넬슨은 첫 번째 아이의 이름을 자신의 스테이지네임인 프린스 로저스(Prince Rogers Nelson)로 지었다. 그가 바로 우리가 사랑하는 뮤지션 프린스다. 훗날 왜 아들에게 ‘왕자’라는 이름을 붙여줬냐는 질문을 받자 그는 “내가 하고 싶었던 것 모든 것을 내 아들이 하길 바랐다”고 답했다. 아버지의 바람은 이루어졌다. 감히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제대로 이루어졌다.

 

프린스에겐 형제자매가 많았다. 그의 친모 전에도 존 넬슨은 다른 여자와 사실혼 관계로 아이도 여럿 부양하고 있었다. 집안은 풍족한 편이었고, 덕분에 흑인음악뿐만 아니라 록, 포크, 팝 같은 백인 취향의 음악도 두루 접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성향이 드러나는 지점이 프린스가 흑인임에도 백인 음악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에 훵크와 알앤비의 요소까지 더해 자신만의 음악을 완성한 셈이다. 아무튼, 형제 중에서 음악에 관심을 보인 것은 프린스와 그의 친동생 타이카(Tika Nelson)였(훗날, 타이카도 프로 음악가로 활동하게 된다). 여러모로 부족함이 많았던 타이카에 비해 프린스는 어려서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일곱 살이 되던 해에 프린스는 “Funk Machine”이라는 곡을 썼다. 첫 작곡이었다. 당시는 60년대 중반으로 제임스 브라운이 훵크라는 장르와 스타일을 갓 유행시키던 시기였다. 스스로를 ‘섹스머신’이라 칭했던 제임스 브라운의 영향이 드러나는 제목이기도 하다.

  

프린스의 최고 전성기였던 80년대에 그와 합동무대를 가졌던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는 이렇게 말했다. “프린스는 제임스 브라운을 보고 자랐어. 그의 음악에는 제임스 브라운,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마빈 게이(Marvin Gaye)가 있지. 그는 늘 그것들을 조합시켜. 그게 바로 프린스야.” 여러 이름을 열거하던 그는 누군가의 이름을 빠뜨렸다는 듯이 잠시 머뭇거렸다. 그가 빼놓고 말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40년대 로큰롤 스타 리틀 리처드(Little Richard)였을 것이다. 그가 언급한 제임스 브라운, 지미 헨드릭스, 마빈 게이는 모두 리틀 리처드의 음악에서 영감을 받았고, 그들보다도 후배 뮤지션인 프린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무대에서의 역동성과 강렬함, 그리고 선정적인 제스처와 표현은 리틀 리처드에게서 보고 배운 것이었을 테니까. 행동이나 외모적으로 양성적인 매력을 풍기면서도 엄청난 여성 편력가이었던 점도 리틀 리처드와 겹치는 공통점이다.

 


♬ Prince - Soft And Wet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이런 모습은 그의 데뷔 초기에는 드러나지 않았다. 우리가 기억하는 프린스의 음악,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의 1978년 발표된 데뷔 앨범 [For You]는 뭔가 어색했다. 당시 유행했던 디스코를 소심하게 차용한 트랙들과 말랑말랑한 발라드가 주를 이루었다. 타고난 재능은 분명했다. 그는 세션 연주자을 동원하지 않고, 직접 스물일곱 개의 악기를 연주하고 오버더빙하여 앨범을 제작했다. 모두 독학으로 익힌 악기였다. "Soft And Wet" 한 곡을 제외하면 모든 수록곡을 직접 썼다. 그가 계약 전에 제작했던 데모테입을 들은 메이저 레이블들이 몰렸던 것도 이런 천부적인 능력을 눈치챘었기 때문일 것이다. 재능이 충만한 아티스트의 데뷔지만 ‘프린스의 음악’이라고 부를만한 건 없었다. 소속사 워너 브라더스 레코즈(Warner Bros. Records) 측은 ‘조금 더 갈고 닦아야겠다’고 평가했다. 이어진 앨범 [Prince]에서는 록과 훵크를 부분적으로 차용했고,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프린스의 음악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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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의 시작

 

이런 기간이 오래 가진 않았다. 이어진 앨범 [Dirty Mind], [Controversy], [1999]에서 그는 훵크와 록 사운드를 강화했고, 가사도 노골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물론, 과거 소울/훵크 음악가들도 선정적인 가사를 즐겨 썼다. 하지만 프린스와는 달랐다. 그들의 음악이 야릇한 분위기와 우회적인 가사를 통해 자극하는 정도였다면, 프린스는 그냥 대놓고 노래했다. 숫처녀인 여성에게 오럴섹스를 받는다는 내용의 “Head”가 대표적이다. 프린스의 선정적인 음악 중 주요작들(?)은 앞서 언급한 이 세 앨범에 집중되어 있다. 신음소리에 가까운 가성으로 노래하고, 채찍소리를 비롯한 자극적인 사운드이펙트로 점철된 프린스의 음악은 십대들을 자식으로 둔 부모들의 경계대상이었다.

 

여기서 “Darling Nikki”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니키라는 여자애를 알아/걔는 섹스광이라고 할 수 있겠지/호텔 로비에서 잡지를 보며 자위하는 그 아이를 만났어’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곡이다. 도입부 가사만 보더라도 어떤 곡인지 감이 올 것이다. 이 곡에는 유명한 일화가 얽혀 있다. 상원의원 앨 고어(Al Gore, 훗날 부통령이 된다)의 부인인 티퍼 고어(Tipper Gore)는 어느 날 자신의 11살 딸이 “Darling Nikki”를 듣는 모습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는다. 곡이 다루는 대상이 여자아이이고, 마침 자신의 딸이 성에 관심을 두기 시작할 나이였던 터라 유독 민감했을 것이다. 티퍼 고어는 이런 사안에 불만을 가졌던 이들을 모아 PMRC(Parent Music Resource Center)이란 단체를 설립했다. 우리말로 하면 ‘부모들의 심의위원회’ 정도가 될 것이다. PMRC가 등장하자 RIAA(Recording Industry Association Of America, 미국레코드협회)는 ‘Parental Advisory’ 스티커를 도입했다. 선정적, 폭력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음반에 이 스티커를 붙여 청소년들은 부모의 동의 하에 구입하고 들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이후 수많은 힙합/알앤비 앨범의 표지에서 만나게 되는, 소위 ‘19금 딱지’라 불리게 되는 이 표시는 이렇게 탄생했다.

 

프린스의 음악은 많은 흑인 비평가들 사이에서도 논쟁을 과열시켰다. 이를 '프린스 현상'으로 규정한 흑인 심리학자 앨빈 푸세인트(Alvin Poussaint)는 <에보니>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성(性)에 집착하는 젊은 세대의 미국인을 이끄는 피리 부는 사나이며, 우리 젊은이들의 논란의 롤모델입니다. 그는 얕고, 잘못되었으며, 잠재적으로는 젊은이들을 파멸의 방향으로 이끕니다.” 문화평론가 조지 넬슨(George Nelson)도 "리틀 리처드 이래, 그 어떤 음악가도 이런 이성(異性)적인 감각으로 대담하게 흑인사회를 우롱하지는 않았다"며 비난 행렬에 동참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학부모들과 평론가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프린스의 인기는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



♬ Prince - Purple Rain


 

PMRC는 가장 문제가 되는 열다섯 곡을 공개했는데, 그중 먼저 언급된 것이 프린스의 “Darling Nikki”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곡이 1984년작 [Purple Rain]에서 유일하게 선정적인 곡이라는 점이다. 경쾌하고 몽환적인 “Lets Go Crazy, 프린스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게 되는 아름다운 명곡 “Purple Rain”을 비롯해 그 어느 수록곡도 선정적인 가사를 담지 않았다. 그럴 만도 한 게, 이 앨범은 프린스의 개인 앨범이 아니라, 그가 출연한 영화 <퍼플 레인>의 사운드트랙 앨범이었다.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았다. 1984년 최악의 영화로도 꼽혔다. 하지만 음악은 달랐다. 1985년에는 음악으로 오스카상을 받으며 평단의 극찬을 자아냈다. When Doves Cry”와 “Lets Go Crazy”가 팝 차트 넘버원을 기록하고 “Purple Rain”이 2위를 기록했다. 알앤비 차트와 댄스 차트에서 넘버원을 기록한 적은 있었지만 전체 팝 차트에서는 프린스 최초의 기록이었다. 발매 첫 주에 미국에서만 150만 장이 팔려나갔고, 현재까지 미국에서 1,300만 장, 전 세계로는 2,200만 장이 팔렸다. 빌보드 앨범 차트에선 24주 연속 1위를 기록했었다(음악의 흥행에 힘입어 혹평에 시달렸던 삼류 영화 <퍼플 레인>은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슬랜트>는 “[Dirty Mind]의 외설성은 없지만 부드럽고 성숙하며 열정적인 질감을 발산한다”는 평가와 함께 [Purple Rain]을 ‘80년대 100장의 명반’ 목록 2위에 올렸다. 이 앨범의 성공 때문인지 프린스는 지나치게 선정적인 곡을 자주 쓰지는 않았다. , 그 섹시한 음색과 야릇한 분위기는 어디 가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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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과의 라이벌 관계

 

[Purple Rain]으로 팝스타 반열에 오른 프린스는 80년대 최고의 스타였던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과 비교될 운명에 놓였다. [Purple Rain] 2위에 올랐던 목록에서 1위는 마이클 잭슨의 [Thriller]였다. 여러모로 이 둘은 비교가 되기 좋았다. 70년대 말에 본격적인 솔로 활동을 개시하여 80년대 초중반에 최고점에 올랐다. 무엇보다도 흑인이란 공통분모는 이들의 영역이 겹쳐 보이게 만들었다. 정통적인 흑인음악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도 상통했다. 하지만 추구한 음악은 전혀 달랐다. 마이클 잭슨이 모타운 레코즈(Motown Records)의 매끈한 소울/알앤비에 팝, , 디스코를 접목했다면 프린스는 훵크와 알앤비에 록을 접목했다. 마이클 잭슨의 음악에는 특별한 장르명이 붙지 않았다. 그저 팝으로 퉁치는 수준이었다. 반면에 사람들은 프린스의 훵크록 음악을 그의 고향명을 따서 미니애폴리스 사운드라 불렀다. 타임(The Time), 레볼루션(The Revolution), 뉴 파워 제너레이션(The New Power Generation), 아폴로니아 식스(Apollonia 6) 등 함께 작업한 밴드와 음악가에게 자신의 스타일을 전파해서 하나의 장르적 흐름으로 이끌었기 때문이었다.

 

스타일은 달랐지만 이 둘이 라이벌이었던 것은 분명했다. 그렇다고 앙숙이었다는 말은 아니다. 합작의 기회도 있었으니까 틀어진 관계는 아니었을 것이다. 마이클 잭슨은 “Bad”를 프린스와의 듀엣곡으로 구상하고 작업했고, 프린스도 그 요청을 수락했다. 그런데 곡의 첫 소절 ‘네 궁둥이는 내 거야(Your butt is mine)’라는 가사를 보자마자 거절했다. 이에 라이벌 논란이 다시 일었다. 그는 마이클 잭슨의 상대역인 자신에게 그런 이상한 말을 하는 게 마음에 안 들었던 것뿐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마이클 잭슨이 “We Are The World”에 참여를 제안했을 때는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녹음에 불참했다. 훗날, 여러 음악가와 무대에 올라 이 곡을 합창하게 됐을 때도 프린스는 입을 닫고 있었다. 옆에 있던 퀸시 존스가 그의 입에 마이크를 갖다 대자 프린스는 자신이 빨던 사탕을 퀸시 존스에 들이밀었다. 지극히 우발적인 행동이었지만, 뭐랄까 ‘너라면 하겠냐?’라는 태도였다랄까.

 

라이벌 논란에 늘 반박했지만, 마이클 잭슨을 의식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2006년에는 프린스가 자신의 공연을 관람하던 마이클 잭슨의 면전에 대고 강렬한 슬랩 연주를 한 건 유명한 일화다. 다음 날 마이클 잭슨은 윌아이엠(will.i.am)에게 “프린스는 내게 못되게 굴어”라고 토로했다 한다. 실제로 마이클 잭슨을 의식한 듯한 태도는 이후에도 몇 차례 더 있었다. 2004년 발표한 [Musicology]에 수록된 “Life O The Party”에는 ‘나는 코 성형한 적 없어/그건 다른 녀석이야’라는 가사가 실렸다. 여기서 지칭하는 ‘다른 녀석’은 마이클 잭슨으로 짐작된다. 마이클 잭슨의 아동 성추행이 한창 논란이 되며 과도한 성형수술을 비롯한 여러 이유로 뭇매를 맞던 시기였다. '돌려 까기'가 되었든 뭐든, 프린스는 마이클 잭슨을 늘 의식했다. 프린스가 남에겐 철저히 무관심한 존재였다는 점을 상기해 본다면 그는 마이클 잭슨에게 특별 대우를 해주었던 셈이다. 마이클 잭슨은 프린스를 제외한 모두가 인정하는 라이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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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라 알려졌던 아티스트

 

[Purple Rain] 이후 프린스는 전성기를 달렸다. 프린스 특유의 관능미를 대중적으로 풀어낸 “Kiss, 힙합과 뉴잭스윙을 접목한 1991년작 [Diamonds And Pearls] 등 다양한 모습으로 전천후 팝스타의 면모를 보였다. 이 시기에 그의 창작욕은 폭발했다. 쟁여놨던 수백 곡의 녹음물을 모두 발표하려고 했다. 이에 소속사 워너 브라더스 레코즈는 완강히 거부했다. 레이블은 앨범 수익금을 거둘 시간이 필요한데, 앨범을 짧은 텀에 발표하게 되면 그럴 기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계약이 된 상태였으므로 프린스는 소속사의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에 분노한 프린스는 본격적으로 ‘소속사 엿 먹이기 작전’에 돌입한다.

 

1993년에는 뜬금없이 이상한 기호를 제시하며 자신의 새로운 이름이라고 발표했었다. 프린스로 불리는 것을 거부했다. 남성과 여성의 성기호를 합쳐 놓은 러브심볼이라 불리는 그 기호는 그의 1992년 앨범에 처음 등장했던 것이었다. 실재하지 않는 기호였기 때문에 소속사 측은 이 표식을 제작해 플로피디스크에 넣고 언론사와 매체에 돌려야 했다. 마땅한 이름이 없었기에 그는 ‘프린스라고 알려졌던 아티스트(The Artist Formerly Known As Prince)’로 불렸다. 급기야 프린스는 자신이 ‘레이블의 노예’라며 볼에 ‘SLAVE’라는 문자를 적고 다녔다. 그는 “그 누구도 나를 이용해 먹을 수 없다. 나를 이용하려는 사람은 결국 스스로를 이용해 먹고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96년에 발표한 [Emancipation]은 자신이 설립한 NPG 레코즈(New Power Generation Records)에서 발매된 앨범으로, 워너 브라더스 레코즈가 아닌 타 레이블에서 발매한 첫 앨범이었다. 앨범의 제목부터가 ‘독립(Emancipation)’이다.

 

워너 브라더스 레코즈에서는 풀려났지만, 발표해야 할 앨범은 한 장 남아있었다. 1999년에 [The Vault: Old Friends 4 Sale]를 워너 브라더스 레코즈에서 발표하면서 계약까지 완전히 종료됐었다. 이듬해부터 프린스는 자신의 이름을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 앨범을 기계처럼 뽑아냈다. 2004, 한 해에만 정규 앨범을 무려 세 장이나 내기도 했다. 그는 2015년까지 총 서른여덟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그중 지난 2014년 발표한 두 장의 앨범 [Art Official Age] [Plectrumelectrum]는 워너 브라더스 레코즈에서 발표됐다. 둘이 갈라선 지 18년 만의 재회였다. 워너 브라더스 레코즈 측은 발매 30주년을 맞이한 [Purple Rain]의 리마스터링 버전 발매를 선언했다. 그 대가로 프린스의 녹음물(마스터테입)에 대한 소유권을 프린스에 넘겼다. 관계가 틀어졌던 시기도 있었지만,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며 쌓였던 앙금을 털어내고 전성기를 함께한 동료와 다시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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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가 남긴 유산

 

2015년 제57회 그래미 어워즈에 ‘올해의 앨범상’을 시상하러 나온 그는 이렇게 말했다. “여전히, 앨범은 중요합니다. 책과 흑인의 인권처럼 앨범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이 발언은 객석에 앉아 있던 뮤지션들을 포함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방송을 시청하던 일부는 머리를 갸우뚱했다. 그렇다면 백인은, 히스패닉은, 아시아인은? 그들은 역차별, 역인종차별이라 주장했다. 처참히 밟혔던 흑인들의 인권을 일으켜 세우는 과정에서 흑인들의 인권을 그 어느 인종의 인권보다도 우위에 둔다는 주장이었다. 아니었다. 프린스가 앨범의 중요성을 통해 암시하고자 했던 것은 ‘블랙 라이브스 매터 운동(Black Lives Matter Movement)’이었다. 이 사회참여 운동은 2013, 흑인 소년 트레이본 마틴(Trayvon Martin)을 총살한 히스패닉계 백인 조지 짐머만(George Zimmerman)이 무죄판결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미국 전역에서 비슷한 사례가 잇따르자 이 운동은 전국구로 퍼져나갔다. 프린스가 이 발언을 한 것은 특정한 인종의 가치를 우위에 두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지적이었다.

 

프린스는 굉장히 간결하게 말했다. 그럼에도 그의 목소리는 그 어느 흑인 음악가의 발언보다 파급력이 있었다. 사실, 이런 사회참여적인 자세는 공민권 운동이 최고조에 도달했던 60년대 소울 가수들도 적극적으로 취했었다. 그들은 발언 기회가 생길 때마다 주장했고, 음악을 통해서도 꾸준히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백인들에게 흑인음악가들의 목소리는 그저 스스로를 대변하는 것, 또는 자기 권리 주장 정도로만 비쳐질 뿐이었다. 그렇기에 큰 설득력을 지닐 수 없었다. 하지만 프린스는 달랐다. 그는 로커이자 거물급 팝스타였다. 게다가 그가 주장하는 흑인 인권 문제는 당장 그가 직면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그러한 문제 경계 밖에 서서 흑인들의 인권을 지켜주려고 하는 쪽에 더 가까웠다. 백인들은 인권을 박탈당한 흑인들보단 자신들에 더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프린스의 주장에 설득됐다. 정통 흑인음악 가수가 아니고, 대다수 흑인들이 겪어야 했던 차별을 거의 겪지 않은 인물인 그가 흑인들에게서 열렬한 지지를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게 근래까지도 목소리를 내던 프린스는 지난 2016 4 21일 돌연 사망한다. 57세였고,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 미국 전역의 랜드마크에는 보랏빛 조명이 켜졌었다. 급기야 나이아가라 폭포와 파리 에펠탑에도 보랏빛이 가득 했었다.

 


♬ Prince & Lenny Kravitz - American Woman



그가 떠난 뒤에도 그의 잔향은 여전히 짙게 남아있다. 레니 크래비츠(Lenny Kravitz), 디안젤로(DAngelo), 미겔(Miguel)의 음악에서 프린스의 음악적 영향을 엿볼 수 있고, 커먼(Common), 비욘세(Beyonce),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태도에서 프린스의 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대단히 자기중심적인 사람처럼 보였던 프린스는 그렇게 동시대와 후대 사람들에게 꽤 많은 걸 남기고 떠나 버렸다.

 

글 | greenpla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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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엘이 매거진팀 에디터. 월간 재즈피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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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7'
  • ?
    2PAC LOVES BIGGIE 2016.11.11 20:09
    R.I.P
  • profile
    title: Nucksal부적절한 닉네임 2016.11.11 23:38
    너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버렸네요. 이런글 넘나 좋습니다 ㅎㅎ
  • ?
    title: [로고] VismajorABoX 2016.11.12 02:14
    락을 주로 듣는 저로서도 엄청난 뮤지션입니다. 거의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은 했지만 내한을 오길 바라는 1순위였지만 그럴 일은 없어졌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profile
    title: Frank Ocean - Blonde₩&amp;♤☆♧₩ 2016.11.12 11:02
    아멘
  • profile
    title: 2Pac - All Eyez on MeBadMTone 2016.11.12 15:55
    프린스 들읍시다 ㅠㅠ R.I.P
  • ?
    TomBoy 2016.11.13 10:34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정말 음악부터 성격과 개인사까지 방향과 호불호가 확실한 아티스트였죠
  • profile
    칸예술 2016.11.16 02:30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Rest In Pur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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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음스타그램 - 강민경 나날이 다음 주자가 누구일까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기획 기사 <#음스타그램>은 여러 유명인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음악들을 이야기하는 시리즈다. 어째 기사마다 여성 뮤지션들만 다루는 듯한 착각이 들고, 댓글에 ...
    조회수13365 댓글1 작성일2016.09.14 카테고리#음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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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연재] 영화보다 더 짜릿한 수어사이드 스쿼드 트랙 6

     [연재] 영화보다 더 짜릿한 수어사이드 스쿼드 트랙 6 *본 글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Suicide Squad)>가 지난 8월 3일 그 모습을 드러냈었다. 개봉 전까지는 DC코믹스(DC Co...
    조회수13850 댓글3 작성일2016.08.31 카테고리엘이 플레이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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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연재] Digger's Choice ⑥ - The Stylistics

    [연재] Digger's Choice ⑥ - The Stylistics <서울소울페스티벌 2016(Seoul Soul Festival 2016)>에서 가장 적은 관심을 받고 있는 팀은 아무래도 스타일리스틱스(The Stylistics)가 아닐까 싶다. 아마도 70년대에 활동했던 밴드라는 점이 크게 ...
    조회수11108 댓글1 작성일2016.08.13 카테고리Digger's Ch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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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연재] 재즈x힙합 ② Quincy Jones - Back On The Block

     [연재] 재즈x힙합 ② Quincy Jones - Back On The Block * '재즈x힙합'은 재즈 매거진 <월간 재즈피플>과 <힙합엘이>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기획 연재입니다. 본 기사는 <월간 재즈피플> 2016년 8월호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퀸시 존...
    조회수9847 댓글5 작성일2016.08.08 카테고리재즈x힙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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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연재] #음스타그램 - 레드벨벳

    [연재] #음스타그램 - 레드벨벳 <#음스타그램>은 사실 음악 큐레이팅을 가장한 일종의 덕질이라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첫 번째 주인공 에프엑스(F(x))의 크리스탈(Krystal)에 이어 두 번째 주인공이 바로 SM 엔터테인먼트(SM Entertainment)의 흥을! 돋우는! ...
    조회수14305 댓글13 작성일2016.08.05 카테고리#음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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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연재] LE Playlist: The 7 Best Sexy Tracks of Tinashe

    [연재] LE Playlist: The 7 Best Sexy Tracks of Tinashe 가슴이 벅차오르다 못해 터질 것만 같다. 티나셰(Tinashe)가 오는 8월 20일,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카스 블루 플레이그라운드(Cass Blue Play Ground)>에서 내한 공연을 갖는다. 이번 기...
    조회수16424 댓글5 작성일2016.07.28 카테고리엘이 플레이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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