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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Jurassic 5, 공룡도 깨울 흥겨움

title: [회원구입불가]soulitude2013.05.08 00:08추천수 9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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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rassic 5, 공룡도 깨울 흥겨움


※ 주라식 5(Jurassic 5), 제게는 언제나 떠오를 때마다 기분 좋은 이름이었습니다. 동네 음반점에서 [Quality Control] 라이센스반이 떡하니 있는 것을 발견하고, 사장님을 무지하게 칭송하며 구매했을 때부터 그랬던 것 같습니다. 미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음악에 취향이 맞는 분이라면 이 그룹에게서 왠지 모를 유쾌함이 느껴지시지 않을까 합니다. 통통 튀면서도 무게점을 잘 잡고 있는 이 그룹의 음악과 그 이야기, 즐기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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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라식 5가 걸어온 길


주라식 5는 1993년, 레벌스 어브 리듬(Rebels of Rhythm)과 유니티 커미티(Unity Committee)라는 두 그룹이 합쳐져서 생긴 얼터너티브 힙합 그룹이다. 이들은 찰리 투나(Chali 2na), 에이킬(Akil), 자키르(Zaakir), 마크 세븐(Mark 7even), DJ 뉴-마크(DJ Nu-Mark), 컷 케미스트(Cut Chemist)의 6인 체제로 시작했다. 6인임에도 불구하고 ‘5’라는 숫자를 넣은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원래 DJ 뉴-마크는 나머지 5인과 자주 함께하던 DJ 중 한 명이었다고 한다. 이후 자연스럽게 팀에 합류하는 형태가 되었고, 프런트맨 격인 찰리 투나는 DJ 뉴-마크가 농구에서의 ‘식스맨’ 같은 역할이라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앱스트랙트 힙합이 두각을 나타내던 90년대 후반 미국, 쟁쟁한 이름들이 언더그라운드의 실험적 토양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컴퍼니 플로우(Company Flow), 모스 뎁(Mos Def), 닥터 옥타곤(Dr. Octagon), 써 메널릭(Sir Menelik) 등이 마치 군웅할거의 무림에서 활약하는 고수들처럼 팬들의 귀를 공격했다. 이러한 시기에 주라식 5는 이런저런 레이블과의 계약에서 어려움을 겪던 중, 결국 자리를 잡고 지금까지 회자되는 데뷔 EP [Jurassic 5]를 발표한다. 이 앨범은 미국과 영국에서 20만 장이 넘는 판매를 올렸고, 특히 유럽에서 큰 반응을 얻는다. (이후 판매량은 40만 장에 달했다고 한다) 옛것(Old School)의 풍미를 잘 살리면서도 낡지 않은 ‘어떤 매력’이 이들의 시장 진입을 도왔던 듯싶다. 이후 주라식 5는 존재감 있는 신성으로 LA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을 주도하며 활약한다. 찰리 투나와 컷 케미스트가 오조매틀리(Ozomatli)의 활동에 참여하기도 하고, 피오나 애플(Fiona Apple)과 '더 워프트 투어(the Warped Tour)'를 진행하기도 하는 등 이들의 황금기는 순조롭게 흐르고 있었다. 이어서 2000년, 주라식 5는 [Quality Control]을 공개한다. (이에 관련된 이야기는 다음 꼭지에서 자세히 다루기로 한다.) 이후 2002년에 앨범 [Power in Numbers]를 발표하며, 주라식 5는 확고한 팬층을 보유한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의 터줏대감으로 성장한다. 하지만 2006년에 컷 케미스트가 그룹을 탈퇴하고 무언가 바람직하지만은 않은 변화가 시작된다. 같은 해에 공개된 [Feedback]은 팬들이 주라식 5에게 바라는 부분에서 변질된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 앨범 이후 그룹은 해체한다. 많은 그룹이 깨지는 이유인 ‘음악적 견해의 차이’를 이유로.







2. [Quality Control] & [Numbers In Power]


이 뮤직비디오가 많은 것을 설명하지 않나 싶다. 내가 주라식 5의 이야기를 쓰겠다고 밝혔을 때도 주위 사람들은 ‘퀄리리 컨츄~로울’로 제일 먼저 화답했다. 그만큼 "Quality Control"은 이들의 정체성을 확실히 보여준 히트곡이다. 이 곡에서도 드러나듯 이들의 매력은 ‘펑키하며 진중하고, 둥둥 떠있는데 동시에 무게감이 있는’ 독특한 개성에 있다. 앞서 계속 반복한 얘기지만, 주라식 5의 음악은 올드 스쿨 플레이버(Old School Flavor)가 살아있으면서도 촌스럽거나 낡은 느낌을 주지 않는다. [Quality Control]에 수록된 "World Of Entertainment (W.O.E. Is Me)"도 주라식 5의 특징을 잘 설명해주는 곡이다. 신나고 재기 넘치는 엔터테인멘트의 장난꾸러기 같은 느낌이 앨범의 트랙 하나하나에 잘 섞여 들어가 있다. 인터스코프 레코즈(Interscope Records), 메이저 레이블를 통해 빛을 본 이 앨범 [Quality Control]. 앨범은 ‘나무의 나이테에 턴테이블의 바늘이 달린 커버 이미지’ 가 나타내듯이 ‘확장성이 있는, 언더그라운드 힙합 사운드가 본질을 잃지 않은 채 힙합 시장에 참신한 도전을 던지는’ 상징물이 아니었다 싶다.


이들의 참신한 펑키함은 세 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Power in Numbers]로 이어진다. "What's Golden", "Freedom", "Thin Line"으로 이어지는 싱글들은 주라식 5의 팬을 충분히 만족하게 할 만했다. 나는 특히 "Freedom"의 샘플 운용이 아주 좋았다. 줄리어스 브락킹턴(Julius Brockington)의 “This Feeling”에서 따온 목소리가 곡의 묘미다. "Thin Line"도 빼놓을 수 없다. 이 곡은 피처링이 돋보이는 곡인데, 발랄하면서도 색깔이 확실한 스타일로 2002년 당시까지 인기를 이어오던 넬리 퍼타도(Nelly Furtado)가 등장한다. 한때 힙합 음악의 완성은 ‘잘 짜인 훅(hook)'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는데, "Thin Line"에서는 그런 부분에서 장점이 돋보인다. 저음으로 읊조리는 주라식 5의 가사에 넬리 퍼타도의 목소리가 토핑으로 올려지며 곡은 ’맛있는 소리의 조합‘을 만들어낸다. 사실 [Quality Control]과 [Power in Numbers]는 아직 안 들었다면 복이 있는 것이니, 직접적인 감상 체험을 하기를 권장한다. 이야기를 써가면서 이렇게 감상이 즐겁기도 참 오랜만이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각을 공유하기를 원한다. 들어라. 말이 필요가 없다.







3. 변절? 그리고 해체


네 번째 앨범이 나오기 전, 출중한 DJ로서의 외부 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주라식 5의 사운드에도 큰 기여를 한 컷 케미스트의 탈퇴가 있었다. 그리고 공개된 신작 [Feedback]. 이 즈음하여 나는 주라식 5의 팬들 사이에 ‘변절, 바람직하지 않은 변화’에 관한 이야기가 돌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나도 생각날 때마다 2집과 3집을 즐겨 들었던 터라, 4집의 싱글 중 하나라는 “Work It Out”을 듣고 머리 위로 물음표가 뜰 수밖에 없었다. 뭔가 그저 그런 팝 트랙의 느낌이 왔던 것이다. 물론 팝 트랙이라고 나쁠 것은 없다. 곡 안에서 ‘주라식 5의 스타일’을 굳이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면 듣기 좋은 트랙이다. 데이브 매튜스 밴드(Dave Matthews Band)의 보컬도 적절했다. 하지만 뭔가 기존의 '재기 발랄함’이 사라진 느낌이 들었다. 달라진 그들을 느끼며, 나는 2집, 3집으로만 이들을 즐기자고 생각하며 다른 뮤지션의 음악들을 향해 갔고 이들과는 멀어졌다.


그리고 들려온 그룹의 해체 소식. 숩(Soup)이라는 랩 네임을 같이 쓰는 자키르는 주라식 5의 해체에 관해 이렇게 밝히고 있다.


"I don't want to sit here and fake around with it--we're not seeing eye to eye right now. People see us as a harmonizing, loving group, but that's far from the truth."

(나는 여기 앉아서 괜찮은 듯 꾸미고 있고 싶지 않아. 우리는 이제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고. 사람들은 우리를 화합하며 동료애가 있는 그룹으로 보지. 하지만 그건 전혀 진실이 아니야)


이들의 해체 이유는 대외적으로 '음악관의 차이(Musical Differences)'라고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면에는 각자의 솔로 활동에 대한 욕심이나 이런저런 불화의 상황이 있었던 듯싶다. 아무튼, 더 이상 [Quality Control]의 중심이 잡혀있는 ‘날것 느낌의 재치’를 만나기 어렵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리고 이들의 앨범, [Quality Control]과 [Power in Numbers]를 향한 집착은 조금 더 짙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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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어쨌든 고마워요, J5


이런 경우가 있다. 어떤 배우가 어느 영화나 드라마에서 맡은 역할/캐릭터가 무척 맘에 들어 팬이 되었는데, 인터뷰나 여타의 다른 매체에서 그들의 ‘다른 모습’을 접하고 좋아하던 마음이 식어버리는 경우. 그리고 그 특정 캐릭터에 대한 애착만 더 깊어지게 된다. 지금까지도 그래 왔고, 이 이야기를 쓰기 위해 이들의 음악을 계속 반복하여 듣는 중에도 확실히 그런 생각이 든다. 주라식 5를 오래간만에 즐겨야겠다라는 생각이 들 때는, 아마 2, 3집을 계속 돌려 들을 것이다.


최근 주라식 5는 재결합 소식을 알렸다. 코첼라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2013)에도 얼굴을 비췄으며,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열리는 여름 축제에 참석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재결합하는 그룹에게는 항상 '초심'을 주문할 수밖에 없다. 과거의 영광보다 더 빛나는 '제2의 주라식 타임'을 열어주기를 바란다. 결국, 이 팀을 향한 호감과 정을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계속 품질 관리 잘 된 사운드를 생산해주기를 진심을 담아 기대하겠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Quality Control]과 [Power in Numbers]의 라이센스반 해설지를 쓰신 과거 하이텔 흑인 음악 동호회 ‘검은 소리’의 Zenn이라는 분에게 감사의 말을 남긴다. 많은 영감을 얻었다. 나의 J5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나머지는 실제 감상으로 채우시길!



글 | Mr. TExt




 


신고
댓글 10
  • 5.10 21:55
    재결합 ? @0@
    완전 환영합니다 !!!
    다시 돌아와줘요ㅜ
  • j_k
    5.10 22:46
    퀄리리 컨츄ㅓ럴~~~~ 뮤비 끝까지 집중해서 보고 또 보고했네요 짱짱 !
  • 5.10 22:51
    갠적으로 주라식 좋은지모르겠는데 다시들어보니좋군요
  • 5.10 22:51
    zennscript.com 이라는 홈페이지도 운영하셨었고 블렉스 시삽도 지내셨었죠. 지금 남아있는 흔적은 절정신운 한아 데모앨범의 피처링 외에는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 오 좋다
  • 5.10 22:54
    찰리투나의 동굴목소리 랩핑
  • 5.10 23:07
    Quality Control은 정말 클래식이죠ㅋ
  • 5.11 00:03
    갠적으로 좋아했는데 재결합이라니! 기대기대' -'b
  • 5.11 02:30
    퀄리티컨트롤 짱
  • 5.11 14:34
    전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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