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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5주: 테이크원 등

Melo2016.01.04 13:28추천수 10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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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E (2015년 12월 5주)


윅엘이(WeekLE)는 지난 2년간 매주 월요일, 빠짐없이 진행된 장기 연재 시리즈다. 2015년의 마지막 윅엘이까지 포함하여 총 102회 진행되었으며, 2014년에는 약 290여 개의 소재를, 2015년에는 약 337개의 소재를 다뤘다. 평균적으로 2년간 주당 약 6.1개의 한국힙합 씬의 다양한 소식과 결과물들을 다뤄온 셈이다. 아마 웹사이트를 통해 연재되고 글로 구성된 시리즈 중에서는 펑크없이 가장 꾸준하게 진행되어 온 시리즈가 아닌가 싶다. 이를 위해 힙합엘이의 에디터들은 매주 소재 선정부터 실제 글 작성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때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어떤 애매함 때문에 힘에 부치기도 했었다. 그 애매함은 어떤 소재를 고를지 말지부터 자신이 느낀 좋은 지점을 어떤 단어, 어떤 표현, 어떤 문장으로 풀어낼지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온다. 또, 그 모든 과정을 일주일 안에 해내야 한다는 건 어쩌면 애초부터 무리였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 순간 주어진 상황에 따라 최선을 다했고, 최고를 위해 치열하게 쓰고 또 썼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의 몸과 정신이 더이상 이것을 해나갈 수 없다는 걸 안다. 어느 샌가부터 우리는 간혹 윅엘이를 관성에 의해서 진행해왔고, 또 내·외부적으로도 폐단이 발생하는 걸 크고 작게 느꼈다. 그래서 작게나마 언론적 기능을 해주기를 바라며 고안해냈던 윅엘이를 이제는 우리 손으로 직접 없애려 한다. 그간 짧은 호흡으로 한국힙합에 관해 2년간 다뤄왔던 힙합엘이는 이제 긴 호흡으로 다음 스텝을 밟으려 한다. 2016년, 힙합엘이에 올라올 새로운 한국힙합 관련 콘텐츠에도 많은 관심과 성원, 그리고 질타를 부탁드린다. 윅엘이 2015년 12월 5주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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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원 (Feat. GRAY, Crucial Star, Black Gosi, MC Meta, Lolly) - "이제는 떳떳하다"


언뜻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All Of The Lights"가 떠오른다. 물론, 참여진의 움직임이 그와 완전히 동일한 건 아니며, 그렇기에 테이크원(TakeOne)이 레퍼런스를 땄다는 뜻은 아니다. 게스트들은 각자의 파트를 온전히 배분받아 목소리를 뽐내기보다는 테이크원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 그 중심을 잡는 테이크원의 '한국말' 랩은 특유의 리듬감으로 무려 네 개의 벌스를 빈틈없이 소화해낸다. 하지만 "이제는 떳떳하다"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런 구성적이고 형태적인 측면뿐만이 아니다. 그보다 더 인상적인 건 래퍼 테이크원이 거쳐온 지난 역사와 그 속의 생각과 감정을 단순하게 통시적으로만 서술하지 않고 공시적으로 가져간다는 것이다. 즉, 그는 어쨌든 자신의 '현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신의 서사를 네 개의 벌스에 걸쳐, 한국말 랩으로만, 그것도 사건의 나열로 이루어진 타임라인 형식이 아닌 효과적인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는 래퍼가 과연 몇이나 될까? 훅과 브릿지 파트에서 각 악기의 소리와 게스트들의 목소리가 더 멀리까지 뻗어 나가지 못한 채로 텁텁하게 들려 감동의 진폭이 다소 줄어든 건 아쉽지만, [녹색이념]의 시작을 알리기에는 충분한 트랙이었다. - Melo







나플라 - “Stanky”


곡과 뮤직비디오에는 한 주제를 바라보는 아티스트의 시선이 담긴다. 뮤직비디오를 통해 추상적인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료 표현하거나, 복잡한 내용을 좀 더 눈에 보이는 이야기로 치환하는 식이다. 나플라(Nafla)는 후자에 가까운 방법으로 신곡 “Stanky”를 구성했다. 곡의 다소 비판적인 내용은 뮤직비디오에서 나플라, 음악 딜러, 그리고 나플라에게 총을 겨누는 모종의 사내로 비유됐다. 이 뮤직비디오를 통해 나플라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유튜브 댓글처럼 메인스트림에 대한 비판일까? 발단, 전개, 절정을 갖춘 4분짜리 뮤직비디오를 보고도 설왕설래하는 건, 나플라가 세운 작가 정신과 표현이 절대 단순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작년 한 해 다큐멘터리, 공개곡으로 주목을 받은 나플라. 그의 행보는 2016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 Pepno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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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보이 (Feat. BrotherSu) - "호구"

기리보이(Giriboy)는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는 아주 징글징글하다. 나쁜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로서의 이미지든, 스스로 풀어내는 이야기의 방식이든 자신의 방향이나 색을 단순히 음악뿐만 아니라 아이덴티티 그 자체로 가져간다. 물론, 기리보이 자체가 그런 사람이라 자연스럽게 이런 류의 이야기들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다소 텐션을 가진 트랙의 진행은 기리보이의 불안함과 더없이 잘 어울리고, 브라더수(BrotherSu)의 깔끔함은 곡이 가진 느낌을 정돈해주는 듯하다. 함께 작업한 브라더수, 피셔맨(Fisherman)의 색과 기리보이의 색이 좋은 화학적 조합을 이뤄낸 결과이기에 더욱 인상적이다. 이 곡을 들으면서 '현실적이다.', '내 얘기다.'라고 느끼는 사람에게는 감정을 토하는 새벽에 들어보길 권하고,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는 사실 이 곡이 어느 정도까지 불편함을 주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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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티 - [무중력]

적절한 비유라고 할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비유를 좋아하지도 않지만), 굳이 이야기하자면 올티(Olltii)의 이번 싱글은 드라마 <리멤버>의 유승호를 보는 듯하다. 자신의 행보를 길게 가져가기 위해 어른으로서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하려면 인상의 변화를 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고, 올티의 싱글 [무중력]은 그런 의미에서 좋은 싱글이라 생각한다. 차분한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 것 역시 래퍼가 멋지게 보여줄 수 있는 것 중 하나고, 올티는 기존에 보여줬던 모습에서 벗어나 또 하나의 도구를 가지게 되었다. 보여주고 증명한 게 많지만, 올티는 여전히 더 멋지게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 bluc







360 사운즈 - [360 Sounds 10th Anniversary mix relay]


2005년 탄생한 360 사운즈(360 Sounds)는 지난해 10주년을 맞이했다. 강산이 변하는 동안에도 꾸준한 발걸음 이어간 이 크루는 2015년에 더욱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다양한 컨셉의 파티, 전시, 공연 등 그들의 움직임은 시간이 흘러감과는 상관없이 여전했다. 그리고 1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해가 지나기 전, 360 사운즈는 DJ 집단의 본질로 돌아가 믹스 릴레이를 공개했다. DJ 소울스케이프(DJ soulscape), DJ 진무(DJ Jinmoo), 플라스틱 키드(Plastic Kid), DJ 와이티스트(DJ YTst), DJ 앤도우(DJ Andow), 썸데프(Somdef), DJ 썸원(DJ Someone), DJ 재용(DJ Jeyon), 말립(Maalib)이 모여 제작한 [360 Sounds 10th Anniversary mix relay]는 단순히 DJ들이 모여 공개한 믹스 시리즈가 아니다. 지금의 클럽 씬을 있게 한, 그리고 여전히 그 중심에 있는 360 사운즈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기록이다. - HR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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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잇볼타운 - “8BallTown (You are not alone)”


에잇볼타운(8BallTown)은 수개월 전부터 파운더인 기린(Kirin)을 통해 조금씩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레이블이다. 지난 11월, 유누(U’Noo)와 제이슨 리(Jason Lee)의 위키즈(Wekeyz)가 데뷔 싱글 “Want Me Girl”을 발표하면서부터 그들의 색깔은 더욱 확실해졌다. 에잇볼타운은 90년대 성행하던 음악 스타일을 토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이 집단이 지향하는 90년대 음악은 단순히 겉치장만 그 시절스럽지 않다. 음악 속에 존재하는 고운 정서도 재현하려 한다. 그들의 첫 번째 단체곡 “8BallTown (You are not alone)” 또한 이러한 성향을 반영한다. 플라스틱 키드부터 재규어 중사, 위키즈, 요요, 기린까지 그간 다양한 영역에서 움직이던 구성원은 한 트랙에 모여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과 낭만, 그 속에 존재하는 행복을 이야기한다. 이는 단순히 노래와 랩처럼 음성이 동반되지 않는 표현법으로도 이뤄진다. 제이슨 리가 색소폰 연주로 아름다운 분위기를 연출한 것처럼 말이다. “8BallTown (You are not alone”은 단순히 과거의 음악을 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매끈한 모양새의 트랙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표면적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트랙이다. 하지만 막상 감상할 때에는 외적인 부분보다는 에잇볼타운이 가진 감성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 꾸밈없는 그들의 담백함이 진정성 있게 다가오기 때문이 아닐까. - HR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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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만 - [Mood Swings] (링크)

션만(Syunman)의 믹스셋은 늘 흥미롭다. 직접 악기를 연주하거나 스크래치를 하되, 그 연주나 기술적 면모가 예사롭지 않으며, 같은 장르의 음악이라도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특히 션만이 연주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악기는 그의 큰 자산이자 그를 존경하게 되는 대목이다. 토크박스 등의 악기로 진행되는 구간도 인상적이지만, C2C의 "Superstition" 리믹스부터 "Feel Like Makin' Love"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내는 것도 멋지다. 시간이 나는 대로 감상해보시길 권한다. - bluc



글 | Melo, Pepnorth, bluc, HRBL 

이미지 |  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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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 1.4 14:24
    null
  • 1.4 15:12
    아쉽네요ㅠ 월요일 오후에 윅엘이에서 저번 주 작업물들에대한 리뷰 보는게 꽤 재미난 루틴이엿는데 ㅜㅜ 앞으로 한국힙햅에 관한 다양한컨텐츠기대해봅니다
  • 1.4 17:31
    아쉽네요...ㅜㅜㅜㅜ 다음번에도 더 좋은 콘텐츠 부탁드리겟습니다!
  • 1.4 22:34
    왜마지막이지 ㅠㅠ
  • 1.4 22:56
    할 이것도 마지막이라니;;;
  • 새로운 시작,발판이라고 해주셨으니 깊은 도약을 기대해봅니다! 마지막 호 잘 읽었습니다..!
  • 1.5 01:44
    윅엘이가 마지막이라니... 힙합엘이가 얼마나 많은 변화를 하려는지 모르겠지만 아쉽네요. 항상 국힙의 새 이슈가 들리면 윅엘이부터 기다리곤 했었는데... 윅엘이만큼 양질의 피드백을 국힙과 그 리스너들에게 전달하는 콘텐츠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욕심이 과할지도 모르겠지만 새로운 시작의 발판 안에도 국힙을 위한 콘텐츠가 꼭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1.6 01:49
    수고많으셨어요
  • 2.3 00:29
    아쉽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 2.15 14:01
    게으른 리스너라서 신인이나 새로운 작업물들을 발견하지 못하고 넘어간 적이 많았는데 마침 윅엘이 픽엘이가 연재되서 그런 부분을 많이 알려줬던 것 같아요ㅎㅎ 정말 즐거웠습니다 에디터분들의 생각이 이렇게 결정됐다는게 아쉽지만 그동안 너무 고생하셨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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