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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굿바이 마이 싸이월드, 그 시절 우리들의 BGM 7

Melo2015.12.19 13:36추천수 8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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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굿바이 마이 싸이월드, 그 시절 우리들의 BGM 7


또다시 한해가 가고 있다. 우린 어느새 2015년을 살고 있다. 그리고 2015년에도 우리의 SNS는 대체로 페이스북 혹은 인스타그램 위주로 흘러갔다. 사람들은 친구 맺기, 혹은 팔로우를 통해 타인이 업로드한 글, 사진, 영상을 실시간으로 각자의 타임라인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원한다면 클릭 한두 번으로 호감을 표시할 수도 있고 말이다(어떤 게 올라와도 모두 클릭하며 호감을 표시하는 '따봉충'이라 불리는 사람들도 있긴 하다). 그 사이에 2000년대 중, 후반을 풍미했던 싸이월드(Cyworld)는 싸이홈(Cyhome)으로 바뀌며, 기존의 데이터를 지난 10월 10일까지 백업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모두가 이미 알고 있었겠지만, 이는 랜선 역사(?)에서 한 시대가 완벽하게 종언되었음을 알리는 소식이기도 했다. 그래서 올해가 가기 전에 우리의 그 시절 SNS였던 싸이월드를 기리는(?) 글을 준비해보았다. 누군가의 미니홈피에 들어가면 눈보다 더 빠르게 귀를 자극하고, 각자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던 싸이월드 BGM에 관한 힙합엘이 스태프 7명의 추억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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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Kelly (Feat. Snoop Dogg) - "Happy Summertime"


추운 겨울이지만 마음만은 따뜻하다. 알켈리(R. Kelly)와 스눕 독(Snoop Dogg)이 함께한 “Happy Summertime”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곡은 아주 오래전 내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단골 BGM이었다. 싸이월드를 탈퇴한 지 오래되어 어떤 음악을 BGM으로 해놨는지조차 잊어버렸지만, 이 곡만큼은 확실히 기억할 수 있다. 당시 약도 없다는 중2병에 걸려버린 나는 미니홈피의 배경음악이 내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했고, 음악을 선택할 때마다 항상 신중을 기했었다. 하지만 어떤 음악도 갈대 같은 중2 여학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는 없는 법. 새로운 음악에도 쉽게 질려 하던 나는 고민 고민하다 다시 이 곡을 배경음악으로 지정하곤 했다. 언제 들어도 세련되고 신나는 멜로디 때문이었을까. 알켈리의 그루비한 목소리 때문이었을까. 난 이 곡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인지 많은 이들이 알켈리의 대표 앨범을 [12Play]로 꼽는 반면, 나는 이 곡이 수록되어 있는 [TP.3 Reloaded]을 그의 베스트 앨범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앨범이라고 말하고 싶다. -Ku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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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산 - "Somebody Loves You"

개화산은 10년 전에 나온 이 한 장의 앨범을 끝으로 단체 앨범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이 곡은 고등학교 때부터 오랜 시간 동안 나의 미니홈피에 BGM으로 걸려 있었다. 이 곡은 미니홈피 BGM으로서 여러 가지 좋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우선 랩 곡이면서 사랑 노래여서 듣기 편하고, TV에 나올 만큼 유명하지 않아서 '나 이런 노래도 알아.'라며 티를 낼 수 있었으며, 이마트(emart)에 흘러나와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명랑한 편곡과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짧은 시간에 귀를 즐겁게 하는데에도 딱 좋았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점은 이 곡의 가사 자체가 싸이월드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몰래 좋아하는 사람의 미니홈피에 들어가서 사진을 훔쳐보고, 다른 남자와 찍은 사진이 있으면 괜히 분노하고, 쓸데없이 방명록을 남겨 자신의 존재를 애써 드러내고자 했던 그 시절의 추억들이 라마(Rama)의 묵직한 목소리와 대비되는 다소 소심한 가사로 그려져 있다. 요즘 랩 가사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인스타그램이라는 단어도 언젠가 이렇게 아련한 느낌을 자아내게 될까? 추억의 놀이나 추억의 간식으로 순수했던 시절을 떠올리는 세대가 있듯이 지금 우리는 추억의 SNS로 낭만과 순정, 흑역사를 되새길 세대가 될 것 같다. - ATO






Nelly (Feat. Kelly Rolland) - "Dilemma"


내가 싸이월드를 가장 자주 활용하던 시기는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으로 넘어가던 시기였다. 그 시기 자연스레 찾아온 2차 성징은 이성에 대해 눈을 뜨게 했고, 이에 발맞춰 나는 어떻게 하면 여자 친구들한테 멋있게 보일 수 있는가에 꽂혀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SNS가 그렇듯 당시 미니홈피와 버디버디(Buddybuddy)는 친구의 친구 혹은 같은 동네에 살지만 서로 모르는 이성에게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는데(난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미니홈피의 BGM을 특히 중요하게 생각했었다. 그때 내가 생각하기에 잘나거나, 멋있는 친구들이 BGM으로 하던 트랙은 프리템포(Freetempo)의 “Sky High”, 에픽하이(Epik High)의 “혼자라도”, 니요(Ne-Yo)의 “So Sick” 정도. 그중 넬리(Nelly)의 “Dilemma”는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멋있는 친구들이 좋아할 것만 같은 트랙이었다. 그래서 BGM으로 쓰기도 했던 트랙이다. 결과적으로 별 소득은 없었지만 말이다. 지금 생각해도 “Dilemma”에 왜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지 달리 구체적인 이유를 댈 수는 없지만, 어렴풋이 불꽃 보드화와 칼카니(Karl Kani) 바지가 유행하던 2000년대 중, 후반 KMTV에서 방영한 뮤직비디오를 보고 힙합 패션을 멋들어지게 소화한 흑인들이 멋있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Dilemma”를 들으면 사자 머리를 한 예쁘장한 여자 초, 중생의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고. - HR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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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노스 인 뉴올 - "S.E.O.U.L"


한 5년 전쯤 고향 홍성을 떠나 서울로 왔다. 간간히 서울에 올라온 적은 있지만, 아예 자리를 잡고 장기 체류하는 건 처음이었다. 이후 상황에 맞춰 학교 기숙사, 고시원, 자취방 등을 전전했다. 남들은 시골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대자연을 온몸으로 느낀다는 군시절에도 나는 서울을 벗어나지 않았다. 서울에서 의경 생활을 한 탓이다. 그렇게 5년 이상 서울에 거주하게 되었지만, 이곳이 내게 주는 인상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여전히 차갑고, 때로는 폭력적이다. 내가 여기 온 이유가 무엇인지 목적을 잃고 헤맬 때도 있고, 녹록지 않은 세상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때도 있다. 싸이월드가 한창 유행하던 대학교 2학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듣고, 술도 가끔 마셨으며, 친구와 맛집 나들이도 다녔었다. 하지만 그리 행복하지는 않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나 혼자고, 저녁에 눈을 감을 때도 나 혼자인 자취방. 남들은 ‘자유’를 얻었다며 부러워했지만, 나는 그들이 집에서 받을 가족의 ‘사랑’과 ‘집 밥’이 부러웠다. 한참 ‘고딩 친구’와 ‘대딩 친구’를 나눌 때여서 그런지 진지하게 고민을 나눌 이도 없다고 여겼다. 지금 생각하면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때의 나는 그랬다. 그래서 내 미니홈피 배경음악은 늘 “S.E.O.U.L”이었다. 마이노스(Minos)의 거침없는 랩에 담긴 서울 속 지방 사람의 고충이 왠지 내 이야기 같았다. 덕분에 많은 위로를 받았고, 또 꿈을 꿨다. 지금도 여전히 내 미니홈피에서는 이 노래가 울려 퍼진다. - Pepnorth







Drake (Feat. Kanye West, Lil Wayne & Eminem) - "Forever" 

실로 오랜만에 싸이월드에 접속했다.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헷갈려서 5분을 소비했다. 추억을 가장한 오글거림과 낯 뜨거운 비밀 글이 존재하는 그곳, 미니홈피에 그렇게 들어섰다. 이것저것 흑역사를 살펴보던 중, BGM 리스트에 들어섰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M.O.P.의 “Ante Up (Remix)”, 티아이(T.I.)의 “Dead and Gone” 등 사이로 드레이크(Drake)의 노래, 그것도 "Forever"가 들어있는 게 아닌가. 이 토론토 곱슬머리를 2009년 무렵에 알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농구에 빠져있던 나는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의 다큐멘터리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어찌어찌 주워들었고, 자연스럽게 <More than a Game>의 사운드트랙 수록곡이었던 "Forever"를 즐겨들었던 것 같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듣보’에 가까웠던 드레이크를 내가 미니홈피의 최전선에 위치시켰다는 사실에 엄청난 자부심을 느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스스로 감탄했다. ‘나 X나 멋진 놈이었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지금 빌보드 차트를 씹어 먹고 “Hotline Bling”에 맞춰 개다리춤을 추고 있는 드레이크를 마치 내가 키운 것만 같은 기분이다. 당시 내 미니홈피를 방문한 많은 이들은 "Forever" 인트로에 실린 사이렌 샘플을 주야장천 들었을 것이다. 드레이크 짜식, 나한테 감사해라. - Beasel







마일드비츠 (Feat. Big Deal Records) - "Deal With Us"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갓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에 빠져 소울 컴퍼니(Soul Company)며, 빅딜 레코드(Big Deal Records)며 그 당시 활발하게 활동을 벌이던 크루, 레이블들에 빠져 있었다. 어린 나이였던 때라 그런지 모두가 멋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이 노래 속 빅딜 레코드의 멤버들은 나에게 요즘 말로 '세젤멋' 그 자체였다. 그렇기에 내 미니홈피에서 첫 '빠따'로 나오는 BGM인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지금 보면 로케이션이나 촬영 기법 모두 조악해 보이지만, 그 조악함을 커버했던 나름의 화려함과 하드코어함에 빠졌었던 것 같다. 함께 힙합을 좋아했던 친구들과 아무도 없는 우리 집에 모여 하루에도 몇 번씩 돌려봤었고, 그들의 표정과 모션을 따라 해보기도 했었다. 학교 쉬는 시간에도, 걸어 다닐 때도 우린 마치 뮤직비디오 속 래퍼들인양 누가 한 마디를 뱉으면 그다음 마디를 또 다른 누군가가 이으며 놀기도 했었다. 이제는 빅딜 레코드도, 나의 학창 시절도 추억이 되었지만, 이 비트의 시작을 알리는 넥스트플랜(Nextplan)의 목소리만 들으면 그때의 뜨거움이 내게 여전히 남아있는 것만 같다. 참고로 난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데드피(Dead'P)와 이그니토(Ignito)의 벌스를 가장 좋아했었다. - Melo







R. Kelly - "Ignition (Remix)"

초등학교 때 나는 김현정과 유승준과 량현량하를 좋아했고, 6학년이 됐을 때는 NRG의 “Hit Song”이 지구 최고의 노래라고 생각했었다. 친누나가 만지작거리는 최첨단 256MB MP3 플레이어를 탐내 하던 어느 날, 심심하냐며 들어보라고 건네줬을 때 흘러나오던 그 노래를 나는 절대 잊을 수가 없었는데, "Now usually I don't do this but uh…"라는 구절로 인트로를 시작하는 알켈리(R.Kelly)의 “Ignition Remix”였다. 아주 낯선 목소리는 아니었다. 7살 때 줄기차게 보고 또 봤던 <Space Jam>에서도 들었던 목소리였으니까. 꼬마는 자연스럽게 그를 접했고, 더 많이 듣고 싶었고, 자랑하고 싶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훼미리마트에서 산 5,000원짜리 도토리 50개 상품권으로 미니홈피에 설정한 첫 BGM 역시 너무나 당연하게도 “Ignition Remix”이었고, 늘 일촌 파도타기를 하기 전에는 이 노래를 한번은 꼭 돌리며 어깨와 고개를 들썩이는게 내 나름의 의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때로부터 10년이 더 지났음에도 이 아재는 건재하고, 지천명에 이르는 나이에도 최고로 침대노래를 잘 부르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며칠 전, 다시 한 번 로그인해보았는데, 싸이월드는 해외에서의 불안정한 접속이 의심된다며 나를 가차 없이 차단해버렸다. 그때와 같을 수는 없겠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Chocolate Factory]를 돌리며 컴퓨터를 하는 하루를 보낼 것 같다. - seoluca


글 | 힙합엘이

신고
댓글 12
  • 12.20 02:48
    빅딜...
  • 12.20 03:10
    와..저는 마지막 bgm이 매소드맨 & 레드맨의 The ? 였는데
  • 12.20 07:07
    ㅋㅋㅋ딜레마는 진짜..ㅋㅋㅋㅋ
  • 12.20 18:15
    기억에 딜레마랑 니요노래 많이 들렸던듯 So Sick이나 Mad 같은..
  • 12.20 18:40
    저는 마지막 브금으로 LL Cool J 의 Hey Lover 만 돌렸었는데
  • 12.20 19:38
    ne yo - so sick도 싸이월드 갈때마다 들었던 브금인데 ㅋㅋ
  • 12.20 21:26
    와 somebody loves you 저 브금이었는데ㅋㅋㅋㅋ 반갑네ㅔ요.
    vj의 favorite도 가벼워서 브금이었고.
  • 12.21 15:34
    개화산ㅜㅜㅜㅜㅜㅜ
  • 12.22 15:36
    LMFAO 도 많이 들었었는데 ㅎㅎ
  • 12.30 14:05
    와 개화산 몇년만에들어보냐
  • 12.30 23:10
    ㅋㅋㅋㅋ 잘봤어요
  • 1.7 15:39
    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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