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굿바이 마이 싸이월드, 그 시절 우리들의 BGM 7
또다시 한해가 가고 있다. 우린 어느새 2015년을 살고 있다. 그리고 2015년에도 우리의 SNS는 대체로 페이스북 혹은 인스타그램 위주로 흘러갔다. 사람들은 친구 맺기, 혹은 팔로우를 통해 타인이 업로드한 글, 사진, 영상을 실시간으로 각자의 타임라인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원한다면 클릭 한두 번으로 호감을 표시할 수도 있고 말이다(어떤 게 올라와도 모두 클릭하며 호감을 표시하는 '따봉충'이라 불리는 사람들도 있긴 하다). 그 사이에 2000년대 중, 후반을 풍미했던 싸이월드(Cyworld)는 싸이홈(Cyhome)으로 바뀌며, 기존의 데이터를 지난 10월 10일까지 백업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모두가 이미 알고 있었겠지만, 이는 랜선 역사(?)에서 한 시대가 완벽하게 종언되었음을 알리는 소식이기도 했다. 그래서 올해가 가기 전에 우리의 그 시절 SNS였던 싸이월드를 기리는(?) 글을 준비해보았다. 누군가의 미니홈피에 들어가면 눈보다 더 빠르게 귀를 자극하고, 각자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던 싸이월드 BGM에 관한 힙합엘이 스태프 7명의 추억을 모았다.
R. Kelly (Feat. Snoop Dogg) - "Happy Summertime"
추운 겨울이지만 마음만은 따뜻하다. 알켈리(R. Kelly)와 스눕 독(Snoop Dogg)이 함께한 “Happy Summertime”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곡은 아주 오래전 내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단골 BGM이었다. 싸이월드를 탈퇴한 지 오래되어 어떤 음악을 BGM으로 해놨는지조차 잊어버렸지만, 이 곡만큼은 확실히 기억할 수 있다. 당시 약도 없다는 중2병에 걸려버린 나는 미니홈피의 배경음악이 내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했고, 음악을 선택할 때마다 항상 신중을 기했었다. 하지만 어떤 음악도 갈대 같은 중2 여학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는 없는 법. 새로운 음악에도 쉽게 질려 하던 나는 고민 고민하다 다시 이 곡을 배경음악으로 지정하곤 했다. 언제 들어도 세련되고 신나는 멜로디 때문이었을까. 알켈리의 그루비한 목소리 때문이었을까. 난 이 곡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인지 많은 이들이 알켈리의 대표 앨범을 [12Play]로 꼽는 반면, 나는 이 곡이 수록되어 있는 [TP.3 Reloaded]을 그의 베스트 앨범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앨범이라고 말하고 싶다. -Kulie
Nelly (Feat. Kelly Rolland) - "Dilemma"
내가 싸이월드를 가장 자주 활용하던 시기는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으로 넘어가던 시기였다. 그 시기 자연스레 찾아온 2차 성징은 이성에 대해 눈을 뜨게 했고, 이에 발맞춰 나는 어떻게 하면 여자 친구들한테 멋있게 보일 수 있는가에 꽂혀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SNS가 그렇듯 당시 미니홈피와 버디버디(Buddybuddy)는 친구의 친구 혹은 같은 동네에 살지만 서로 모르는 이성에게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는데(난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미니홈피의 BGM을 특히 중요하게 생각했었다. 그때 내가 생각하기에 잘나거나, 멋있는 친구들이 BGM으로 하던 트랙은 프리템포(Freetempo)의 “Sky High”, 에픽하이(Epik High)의 “혼자라도”, 니요(Ne-Yo)의 “So Sick” 정도. 그중 넬리(Nelly)의 “Dilemma”는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멋있는 친구들이 좋아할 것만 같은 트랙이었다. 그래서 BGM으로 쓰기도 했던 트랙이다. 결과적으로 별 소득은 없었지만 말이다. 지금 생각해도 “Dilemma”에 왜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지 달리 구체적인 이유를 댈 수는 없지만, 어렴풋이 불꽃 보드화와 칼카니(Karl Kani) 바지가 유행하던 2000년대 중, 후반 KMTV에서 방영한 뮤직비디오를 보고 힙합 패션을 멋들어지게 소화한 흑인들이 멋있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Dilemma”를 들으면 사자 머리를 한 예쁘장한 여자 초, 중생의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고. - HRBL
마이노스 인 뉴올 - "S.E.O.U.L"
한 5년 전쯤 고향 홍성을 떠나 서울로 왔다. 간간히 서울에 올라온 적은 있지만, 아예 자리를 잡고 장기 체류하는 건 처음이었다. 이후 상황에 맞춰 학교 기숙사, 고시원, 자취방 등을 전전했다. 남들은 시골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대자연을 온몸으로 느낀다는 군시절에도 나는 서울을 벗어나지 않았다. 서울에서 의경 생활을 한 탓이다. 그렇게 5년 이상 서울에 거주하게 되었지만, 이곳이 내게 주는 인상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여전히 차갑고, 때로는 폭력적이다. 내가 여기 온 이유가 무엇인지 목적을 잃고 헤맬 때도 있고, 녹록지 않은 세상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때도 있다. 싸이월드가 한창 유행하던 대학교 2학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듣고, 술도 가끔 마셨으며, 친구와 맛집 나들이도 다녔었다. 하지만 그리 행복하지는 않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나 혼자고, 저녁에 눈을 감을 때도 나 혼자인 자취방. 남들은 ‘자유’를 얻었다며 부러워했지만, 나는 그들이 집에서 받을 가족의 ‘사랑’과 ‘집 밥’이 부러웠다. 한참 ‘고딩 친구’와 ‘대딩 친구’를 나눌 때여서 그런지 진지하게 고민을 나눌 이도 없다고 여겼다. 지금 생각하면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때의 나는 그랬다. 그래서 내 미니홈피 배경음악은 늘 “S.E.O.U.L”이었다. 마이노스(Minos)의 거침없는 랩에 담긴 서울 속 지방 사람의 고충이 왠지 내 이야기 같았다. 덕분에 많은 위로를 받았고, 또 꿈을 꿨다. 지금도 여전히 내 미니홈피에서는 이 노래가 울려 퍼진다. - Pepnorth
마일드비츠 (Feat. Big Deal Records) - "Deal With Us"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갓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에 빠져 소울 컴퍼니(Soul Company)며, 빅딜 레코드(Big Deal Records)며 그 당시 활발하게 활동을 벌이던 크루, 레이블들에 빠져 있었다. 어린 나이였던 때라 그런지 모두가 멋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이 노래 속 빅딜 레코드의 멤버들은 나에게 요즘 말로 '세젤멋' 그 자체였다. 그렇기에 내 미니홈피에서 첫 '빠따'로 나오는 BGM인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지금 보면 로케이션이나 촬영 기법 모두 조악해 보이지만, 그 조악함을 커버했던 나름의 화려함과 하드코어함에 빠졌었던 것 같다. 함께 힙합을 좋아했던 친구들과 아무도 없는 우리 집에 모여 하루에도 몇 번씩 돌려봤었고, 그들의 표정과 모션을 따라 해보기도 했었다. 학교 쉬는 시간에도, 걸어 다닐 때도 우린 마치 뮤직비디오 속 래퍼들인양 누가 한 마디를 뱉으면 그다음 마디를 또 다른 누군가가 이으며 놀기도 했었다. 이제는 빅딜 레코드도, 나의 학창 시절도 추억이 되었지만, 이 비트의 시작을 알리는 넥스트플랜(Nextplan)의 목소리만 들으면 그때의 뜨거움이 내게 여전히 남아있는 것만 같다. 참고로 난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데드피(Dead'P)와 이그니토(Ignito)의 벌스를 가장 좋아했었다. - Melo
글 | 힙합엘이
vj의 favorite도 가벼워서 브금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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