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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REWIND II: 현재진행형의 전설, The Isley Brothers

title: [회원구입불가]soulitude2014.07.23 14:02추천수 4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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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WIND II] 현재진행형의 전설, The 
Isley Brothers
 
웨스트코스트 힙합과 갱스터 랩의 전설적인 존재 아이스 큐브(Ice Cube)는 우리나라의 힙합 팬들에게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적대적인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재미동포들을 신랄하게 공격한 "Black Korea"라는 곡을 발표하여 L.A. 폭동에 불을 지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미국의 랩 경연대회에서 타이거 JK(Tiger JK)가 아이스 큐브의 태도에 대응한 곡으로 알려진 "Call Me Tiger"로 입상했다는 이야기는 한국힙합의 전설처럼 남게 되었고, 그것이 아이스 큐브에게 더욱 악역 이미지를 심어준 것도 있을 것이다.
 
뭐, 사실 아이스 큐브가 호전적이고 언어적 폭력을 일삼는 가사를 내뱉는 래퍼라는 사실은 우리나라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온 세상이 알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Black Korea"가 수록되었던 앨범 [Death Certificate]를 발표한 뒤에 처음으로 공개한 싱글은 완전히 상반되는 분위기를 발산했다. 바로 그 유명한 "It Was A Good Day"였다. 흑인들에게 불합리한 세상에 대한 불만을 랩 음악으로 승화시켰던 아이스 큐브는 이 곡에서 '운수 좋은 날'을 그려낸다. 평상시 같으면 자신에게 시비를 걸고 폭행을 일삼았을 경찰관들이 그냥 지나치고, 평소에 관심을 가졌던 이성과 좋은 하루를 보내는 등, 그야말로 "It Was A Good Day"다. 이 곡에서 사람들이 주목한 것은 반어법으로 의심할 정도로 평화로운 가사도 있었지만, 이에 앞서 이 곡의 프로덕션에 사용된 멜로디 샘플이었다. 원곡은 "Footsteps In The Dark"라는 곡으로, 1977년에 아이슬리 브라더즈(The Isley Brothers)가 발표한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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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펠에서 모타운까지
 
60,·70년대에 활동했던 흑인 가수들의 대부분은 흑인교회 성가대 출신이었거나 가스펠 밴드에서 노래를 했다. 아이슬리 브라더즈 역시 두왑(Doo-wop) 사운드를 강조한 가스펠 밴드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멤버 조합도 당시엔 숱하게 볼 수 있었던 패밀리 밴드(family band)였으므로 그다지 신선한 콘셉트의 그룹은 아니었다. 오하이오(Ohio) 주의 신시내티(Cincinnati)에서 활동을 시작한 아이슬리 형제의 1기 멤버는 버논(Vernon Isley), 오켈리(O'Kelly Isley, Jr.), 루디(Rudolph Isley), 그리고 이후에 아이슬리 브라더즈의 리더이자 정신적 지주가 되는 론 아이슬리(Ronald Isley)가 속해있었다. 이들은 노래 경연대회에서 우승을 하면서 약간의 인지도를 갖게 되었고, 미 동부 지역을 순회하며 가스펠 음악을 공연했다. 그러나 이런 행복도 오래가지 못했다. 자전거를 타던 밴드의 리더 버논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그룹은 해체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머지 세 명의 형제가 재결합하면서 그룹은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는데, 단순히 이름만 이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형태에선 탈피한 새로운 노선을 택하기로 결심했다. 완전히 세속적인 음악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인데, 본격적인 활동을 위해 주 무대 역시 뉴욕으로 옮겼다. 뉴욕에서의 활동은 꽤 성공적인 편이어서 여러 레이블들의 러브콜을 받았고, 메이저 레이블인 RCA와 계약을 맺었다. 아이슬리 형제들은 1957년부터 1961년까지 RCA에서 여러 싱글을 발표했지만, 차트에 오른 것은 "Shout (Part 1 & 2)", 단 한 곡뿐이었다. 라틴 리듬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주목을 살 만했지만 그것뿐이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기다림에 지친 RCA는 결국 아이슬리 브라더즈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그 사이에 스캡터(Scepter Records)와 계약을 한 아이슬리 브라더즈는, 버트 번스(Bert Berns)의 "Twist & Shout"를 커버한 곡이 싱글 차트 17위, 알앤비 차트 2위에 오르며 처음으로 대중적인 히트를 경험하게 된다. 이 곡은 샤우팅을 앞세운 전형적인 초기의 알앤비/로큰롤 넘버로,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이슬리 브라더즈를 연상하면서 떠올리는 풍의 음악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아무튼, 스캡터에서 활동을 하며 몇몇 싱글들("Twistin' With Linda"와 "Nobody But Me")을 차트에 올리기는 했지만, 앞섰던 히트에 비하면 미미한 것이었고, 그룹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결국 또다시 소속사의 무관심 상태로 돌아간 이들은 독자적인 레이블의 필요성을 느끼고 티넥(T-Neck Records, 1967년)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이때 그들은 싱글 "Testify"를 발표했는데, 흥미롭게도 여기에는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지미 핸드릭스(Jimi Hendrix)가 기타를 연주하기도 했다.
 
그리고 1966년에 이들은 소울 명가 모타운(Motown)과 계약하게 된다. 모타운에서의 첫 싱글은 "This Heart Of Mine (Is Weak For You)"였는데, 이 역시 과거 라틴 음악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었고, 싱글 차트 16위와 알앤비 차트 6위에 오르며 과거의 성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곡은 이어지는 싱글들의 실패까지 "Shout"의 전철을 그대로 밟았고, 결국 1968년에 모타운을 떠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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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성공, 아이슬리 브라더즈 3기
 
다시 한 번 레이블의 중요성을 깨달은 아이슬리 형제들은 본격적으로 티넥에서 활동을 시작한다. 첫 싱글은 "It's Your Thing"으로 의심의 여지가 없는 펑크(Funk) 음악이었다. 이때 우리가 사랑하는 아이슬리 브라더즈의 트레이드마크 사운드가 만개한 것이었다. 크루닝은 물론이고 론 아이슬리의 그로울링과 샤우팅을 앞세운 이 곡은 가볍게 싱글 차트 2위, 알앤비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곧바로 이어진 "I Turned You On"은 관능미를 앞세운 소울 넘버로 론 아이슬리의 주특기인 팔세토가 절정을 이룬 곡이었다. 이 곡 역시 싱글 차트 23위, 알앤비 차트 6위에 오르며 흥행을 이끌어냈다. 아이슬리 브라더즈가 독립적인 성공을 이뤄내자, 모타운은 "It's Your Thing"이 자신들과의 계약 도중 발표한 곡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걸기도 했다. 이 사건은 아이슬리 측이 승소하며 해프닝으로 일단락되었고, 지속적으로 성공을 이어나갔다.
 
여기에 어니(Ernie Isley), 마빈(Marvin Isley)과 처남 크리스 재스퍼(Chris Jasper)가 가세하면서 이 밴드는 음악적·대중적인 완성도를 높여갔다. 기존의 세 멤버에 세 명이 더해졌다는 의미를 담은 앨범 [3 + 3]가 차트에서 선전하고 RIAA로부터 플래티넘 레이팅을 따내면서 아이슬리 브라더즈는 대중적인 알앤비 그룹을 표방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들 그룹의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는 펑크 사운드가 잘 드러난 "That Lady"의 성공으로 본격적으로 전성기가 시작되었다. 론 아이슬리가 전면에서 노래하고, 과거에 지향했던 두왑과 가스펠의 영향을 받은 코러스가 아릅답게 곡을 장식하는 소울 넘버 "What It Comes Down To" 또한 앨범과 밴드의 인기를 가속화한 명곡이었다.
 

♬ The Isley Brothers - Voyage To Atlantis

그리고 1975년에는 [The Heat Is On]이 앨범 차트와 알앤비 차트에서 동시에 1위에 올랐고, 더블 플래티넘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싱글 차트와 알앤비 싱글 차트에서 각각 4위와 1위에 오른 히트 싱글 "Fight The Power"는 시대를 대표하는 펑크 음악 그 자체였다. 또 다른 더블 플래티넘 앨범인 [Go For Your Guns](1997)도 굉장한 명반이다. 몽환적인 소울 발라드 "Voyage To Atlantis", 순도 100%의 펑크 넘버 "The Pride"와 함께, 서두에서 언급했던 "Footsteps In The Dark"가 수록된 앨범이었다. "Footsteps In The Dark"와 함께, 아이슬리 브라더즈의 곡을 샘플링한 힙합 트랙의 대표적인 사례로, "Between The Sheets"(1983)를 활용한 비기(The Notorious B.I.G.)의 "Big Poppa"도 이야기하고 넘어갈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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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진행형의 전설, 그리고 론 아이슬리
 
시간이 지나면서 어니, 마빈, 크리스 재스퍼는 아이슬리 브라더즈에서 독립하여 새롭게 그룹 아이슬리-재스퍼-아이슬리(Isley-Jasper-Isley)를 결성했고, 1985년에는 오켈 리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결국 둘만 남게 된 론과 루디는 그룹을 해체시키기보다는 듀오 체제로 유지하는 것을 택했다. 이렇게 둘이서 [Smooth Sailin'](1987)과 [Spend The Night](1989)을 발표하며 밴드의 생명을 이어나갔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고, 결국 루디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탈퇴하며 론 아이슬리 홀로 음악활동을 이어나가는 위기를 맞게 된다. 그러나 곧 마빈과 어니가 복귀하여 앨범을 몇 장 발표하게 되었고, [Missions To Please]가 플래티넘을 달성하면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마빈이 당뇨로 인해 두 다리를 절단하며 그룹의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고, 론은 다시 한 번 듀오 체제로 그룹을 이끌게 된다.


♬ The Isley Brothers - Contagious
 
그러나 이런 위기는 흑인음악의 역사와 함께해 온 거장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과거 알 켈리(R. Kelly)의 작업물에 참여했던 것에 대한 답례로 전성기의 알 켈리가 힘을 실어준 "Contagious"가 싱글 차트 19위, 알앤비 차트 3위에 오르며 두 시대의 영웅들의 만남을 단순한 해프닝 이상의 사건으로 만들었다. 이 곡이 수록되었던 앨범 [Eternal](2001)은 더블 플래티넘, 앨범 차트 3위,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하며 과거의 영광을 그대로 재현시켰다. 이어진 [Body Kiss](2003)는 특별한 히트 싱글이나 스타 객원 아티스트 없이 앨범 차트와 알앤비 차트 모두에서 1위를 차지하며 아이슬리 브라더즈에겐 가시적인 히트 싱글 이상의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각인시켰다. 앨범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한 이 사건은 웬만한 거장 뮤지션도 달성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기록이라 할 수 있다. 2006년 발표한 [Baby Makin' Music]도 앨범 차트와 알앤비 차트에서 각각 5위와 1위에 올랐고, 론 아이슬리는 솔로 앨범 또한 꾸준히 발표하며 영웅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아이슬리 브라더즈는 지금까지 30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으며, 그중 3장은 더블 플래티넘, 6장은 플래티넘, 4장은 골드를 기록했다. 또한, 이들은 1992년도에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가스펠, 두왑, 라틴, 로큰롤, 리듬앤블루스, 펑크, 소울, 록 그리고 이제는 컨템포러리 알앤비에 이르기까지, 주류 음악을 이끌기도, 시대의 요구에 따르기도 하면서 그룹의 특색에 맞춰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내는 능력은 아이슬리 브라더즈가 오랜 시간 동안 대중음악계의 중심에 자리할 수 있었던 주된 원동력이었다.
 



 
추천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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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The Heat Is On], [For Your Guns], [Eternal], [The Essential Isley Brothers]
 
아이슬리 브라더즈의 음악은 본격적인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던 3기 멤버 구성 때부터 확실하게 확립이 되었기 때문에 이 시기의 음반을 두 장 선정해보았다. 대중적인 히트를 기록했던 [The Heat Is On]과 록, 펑크, 소울, 알앤비를 융합시켜 아이슬리표 음악으로 승화시킨 [For Your Guns]는 이 그룹의 음악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앰벌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알 켈리와 키스 스웨트(Keith Sweat) 등의 90년대 스타들이 참여하여 현대적인 알앤비 감성으로 승화시킨 [Eternal]도 상당한 흥미를 선사한다.
 
정규 앨범만 30장을 발표한 아이슬리 브라더즈는 그야말로 흑인음악의 역사다. 따라서 이런 몇몇 개의 앨범만으로 반세기 동안 흑인음악과 호흡한 아이슬리 브라더즈의 음악을 이해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이들의 앨범을 모두 다 찾아서 들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들의 싱글 디스코그래피를 집대성한 편집 앨범 [The Essential Isley Brothers]를 추천한다. 초기의 히트 싱글들부터 모타운, 스캡터, 티넥 시기의 주요 히트 싱글들을 리마스터링된 훌륭한 음질로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주요 샘플링 사례
 

Ice Cube - It Was A Good Day (1992)
샘플: Footsteps In The Dark (1977)


 


Naughty By Nature - Hip Hop Hooray (1993)
샘플: Make Me Say It Again Girl (1975)


 

Aaliyah - At Your Best (You Are Love) (1994)
At Your Best (You Are Love) (1976)


 

The Notorious B.I.G. - Big Poppa (1994)
샘플: Between The Sheets (1983)


 

Ludacris (Feat. Trey Songz) - Sex Room (2010)
샘플: Summer Breeze (1973)




글│greenplaty
편집│soulit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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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7.25 10:49
    그야말로 전설.. 다 들어봐야겠습니다..샘플들로 쓰인 곡들로 알고있었던 이들의 노래들부터 명곡들까지 다 들어볼게요!
  • 7.25 23:56
    햐.. 또하나 배우고 갑니다 ㅜㅜ 정말 최고 !!
  • 7.28 20:19
    아이슬리 개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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