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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이 플레이리스트
2017.10.20 22:33

[연재] 당신은 누구에게 감동했습니까?

조회 수 8190 추천 수 3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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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인터넷 매체가 음악을 듣고 소름이나 전율을 느끼면 천재라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 적이 있다. 소식의 진위나 신빙성의 정도를 정확히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이 기사는 SNS상에서 높은 반응을 얻었다. 음악을 듣고 즐기며 전율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사람들은 음악의 다양한 요소에서 소름을 느낀다. 누구는 클래식의 웅장하면서도 세밀한 연주에 감동을 받고, 누구는 힙합의 터지는 베이스와 강렬한 드럼에 전율을 느낀다. 곡의 주제와 가사에 담긴 내용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대중의 사소한 삶과 맞닿은 문제가 세련된 방법으로 구현될 때, 혹은 한없이 개인적이고 특별한 에피소드지만 그 속에 공감할 수 있는 자그마한 여지를 남길 때 청자는 음악에 빠져든다. 아래 다섯 곡은 그간 음악을 들으며 개인적인 이유로 감동 혹은 전율을 느낀 곡들이다. 모두가 이 리스트에 공감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이 글을 통해 그간 감동을 받거나 전율을 느껴봤던 곡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Logic (Feat. Alessia Cara & Khalid) - 1-800-273-8255

로직(Logic)은 꾸준히 좋은 앨범을 낸 음악가지만, 이번 앨범 [EVERYBODY]만큼 평단과 대중을 휘어잡은 앨범은 없다. 일단 음악적인 완성도와 랩 퍼포먼스 모두에서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하다. 나아가 [EVERYBODY]는 작품의 핵심 아이디어가 여타의 앨범들과 다르다. 다른 앨범들이 자신에서 출발해 타인으로 나아갔다면, 이 앨범은 타인에서 시작해 로직의 입을 거쳐 다시 또 다른 타인에게로 향한다. 앨범의 제목이 ‘모든 사람’을 뜻하는 영어 단어 ‘Everybody’인 이유다. “1-800-273-8255”는 그런 앨범의 주제를 대변하는 곡이다. 다른 곡들보다 더 착하고 선량한 단어를 통해 드러나는 로직의 선한 의도로 가득하다.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소재를 다뤘음에도 절망스러운 단어나 분위기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자살 방지 전화로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는다는 구조는 전형적이지만 힙합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부분이기에 은근히 신선하기도 하다. 이는 ‘아티스트가 내뱉는 목소리의 사회적인 힘을 깨달았다. 작정하고 타인에게 긍정적인 힘을 주는 곡을 쓰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는 생각에 앨범 작업을 시작했다는 로직의 의도와 정확히 연결되는 부분이다. 그 덕분일까, “1-800-273-8255”은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역주행을 거듭하더니, 급기야 로직의 2017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2017 MTV Video Music Awards) 무대 퍼포먼스를 기점으로 차트 3위까지 오르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곡의 탄생에서 차트에서의 결과까지,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인 코드로 가득하다. 이런 힙합 곡이 조금은 더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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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Y Z (Feat. Gloria Carter) - Smile

제이지(JAY Z)는 모든 걸 성취한 뮤지션이다. 한 장도 남기기 힘들다는 명반을 몇 장이나 발표했고, 평론가들의 점수도 후한 편이다. 단순한 ‘랩스타’ 같은 단어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음악적으로, 사업적으로 성공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배경에서 그의 새 앨범 [4:44]는 더욱 흥미롭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겉으로는 과거 랩스타 시절의 제이지를 방불케 하는 랩으로 가득해 보이지만, 그 내용은 과거와는 달리 우리와 같은 한 명의 사람으로서 사소한 치부도 스스럼없이 드러낼 만큼 꽤 진실하고 정직하기 때문이다. “Smile”은 그 방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트랙이다. 제이지는 과거 자신을 괴롭힌 문제들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면서도, 곡의 진행에 따라 단계를 밟듯 비유적인 가사를 쏟아내며 그 문제들을 여유로이 질겅질겅 씹어댄다. 그런 그의 태도는 곡 초반에 나오는 어머니 글로리아 카터(Gloria Carter)의 경우와 대비되며 더욱 또렷하게 다가온다. 어머니가 레즈비언임을 숨기면서 살았다면, 자식인 제이지는 그녀의 가르침을 받아 모든 문제를 미소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움츠린 태도에서 벗어나 기쁨도 슬픔도 모두 포용하고 받아들이며 미소 짓겠다는 그의 포부는 곡 말미에 조심스럽게 등장하는 어머니의 잔잔한 나레이션을 타고 청자의 귀에 선명하게 전달된다. ‘그림자 속에 사는 게 더 안전하게 느껴지겠지 / 누구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으니 / 하지만 삶은 짧고 이제는 자유도 느껴야지 /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해. 인생은 아무것도 보장해주지 않으니까 / 미소 지으렴’.






Vic Mensa - We Could Be Free

최근 발매된 빅 멘사(Vic Mensa)의 앨범 [The Autobiography]는 조금 호불호가 갈리며 혹평과 호평을 번갈아 받았다. 혹평의 주된 원인은 달라진 스타일이 그와 썩 어울리지 않고, 프로덕션의 완성도가 보기보다 훌륭하지 않다는 점이다. 반대로 호평을 받기도 한 이유는 그가 다룬 주제들과 가사의 깊이에 있다. ‘빅 멘사가 이런 가사도 쓰다니’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앨범은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진지한 태도로 받아들이고 이야기하는 빅 멘사의 시선으로 가득하다. “We Could Be Free”에서 그는 본인의 가족 이야기로 시작해 후드의 친구들, 나아가 그와 같은 피부색을 공유하는 모든 이들에 대해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고 그들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며 함께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물론, 그 결론이 결국 사랑이나 자유라는 건 다소 상투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빅 멘사가 가사에서 짚듯 미국 사회에는 여전히 인종에 따른 공권력의 차별이 존재한다. 얼마 전에는 대통령이 인종적 갈등을 야기하는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도 아직 갈 길이 먼 셈이다. 그래서 담백한 기타 멜로디에 기대 울려 퍼지는 빅 멘사의 진솔한 가사가, 사랑을 말하는 상투적인 가사가, 조금 더 나아가면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가사가 더욱 힘 있고 호소력 짙게 다가온다.






Emeli Sandé - Breathing Underwater

에밀리 산데(Emeli Sandé)는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는 못하지만, 영국 현지에서는 2000년대 후반부터 큰 주목을 받은 가수다. 가창력과 개성을 겸비한 목소리도 좋지만, 싱어송라이터로서 직접 작곡과 프로듀싱을 겸한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올해 초 발매된 두 번째 정규 앨범 [Long Live The Angels]에 수록된 “Breathing Underwater”에서 에밀리 산데는 1집과 2집 사이 3~4년에 이르는 공백을 몇 가지 짧은 문장으로 회고한다. 물론,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는다. 다만, 짧고 함축적인 표현을 통해 곡의 주제와 의도를 청자에게 암시적으로 건넨다. 특히, 후렴구에 이르면 ‘하늘을 나는 기분이다. 물속에서 숨을 쉬는 기분이다. 자유를 느끼는 것 같다’며 그간 감내한 고통, 수긍, 승리, 그리고 환희 등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을 한순간에 토해낸다. 조금은 종교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힘든 순간 어디든 의지하고 이겨낼 힘을 주는 버팀목이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한 문제다. 짧은 결혼 생활과 이혼이라는 역경을 겪은 에밀리 산데에게는 신과 종교가 그 역할을 한 거로 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끝내 찾아온 환희를 노래하는 이 곡이 곧 울림이고 버팀목이 될지도 모르겠다.






Loyle Carner (Feat. Mum and Dad) - Sun Of Jean

그라임이 영국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외로 가장 눈에 띄는 래퍼는 로일 카너(Loyle Carner)다. 어린 시절 그라임에 매료됐었다는 로일 카너는 흥미롭게도 그라임과 가장 먼 스타일의 음악을 구사한다. 그의 음악은 개인적이고 감성적이다. 때로는 서정적인 노랫말과 랩으로 청자를 사로잡는다. 첫 앨범 [Yesterday’s Gone]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앨범에서 힘들었던 개인사와 가정사를 훌훌 털어놓듯 이야기한다. “Sun Of Jean”은 그런 앨범의 특징이 가장 잘 묻어나는 곡이다. ‘어머니와 나 사이에는 무엇도 끼어들 수 없다’ 같은 부분에서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 엿보이고, 어머니가 했던 말을 인용해 ‘ADHD 증후군은 불행이 아닌 축복이었다’며 본인의 병력을 드러내는 부분에서는 그의 긍정적인 성품이 드러난다. 이는 로일 카너가 힘들었던 과거를 드러내는데도 곡 자체에서는 어두운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곡 제목 옆에 붙은 참여진에서도 보이듯 마지막 벌스는 그의 어머니가 직접 불렀다. '그 아들에 그 어머니'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어머니는 영국 억양이 베인 톤으로 멋들어진 랩을 들려준다. 얼핏 들으면 케이트 템페스트(Kate Tempest) 같기도 하다. 훌륭한 어머니와 자랑스러운 아들이기에 탄생할 수 있었던 감동적인 곡이 아닐까.


글 | 김현호 (Pepno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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