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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중반,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은 가수를 넘어선 존재였다. 리메이크한 오티스 레딩(Otis Redding)의 곡 "Respect"은 흑인과 여성, 그러니까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곡으로 자리 잡았고, 더불어 그는 투쟁의 선봉장으로 인식됐다. 실은, 원곡자 오티스 레딩에겐 이런 의도가 없었다. 그저 귀가한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해달라는 의미로 노래했을 뿐이었다. 아레사 프랭클린은 약간의 개사를 통해 곡의 주체를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꾸고, '존중'이란 테마를 앞세워 이 노래를 60년대 흑인 민권운동의 주제가로 만들었다. 거친 블루스 질감은 흑인들에게 일종의 연대감을 주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그 결과, 팝 차트와 알앤비 차트 모두에서 넘버원에 오르며 백인 중심 사회 속에서 흑인들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심어줬다. 그렇기에 민권 운동 주제가로 의미를 획득하는 건 자연스러운 결과였고, 일부 평론가는 '소울이 대중음악이 된 역사적인 순간'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블루스적인 질감으로 대중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는 그가 유사한 사운드로 여러 차례 성과를 거뒀던 애틀랜틱 레코즈(Atlantic Records) 소속이기에 가능했다처음부터 애틀랜틱 레코즈와 함께했던 건 아니다아레사 프랭클린은 메이저 레이블인 콜롬비아 레코즈(Columbia Records)에서 데뷔했다. 60년대 중반에 인디 레이블인 애틀랜틱 레코즈로 이적했고이적한 뒤에 훨씬 큰 성공을 거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그가 콜롬비아 레코즈에서 크게 성공할 수 없었던 건레이블의 착오 때문이었다콜롬비아 레코즈는 아레사 프랭클린을 백인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이른바 '차세대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그러기엔 포기해야만 하는 블루스 필이 너무 강했고이는 그 특유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인이었다반대로 그의 강렬한 성량을 앞세운 애틀랜틱 레코즈는 놀라운 성과를 얻었다아레사 프랭클린은 애틀랜틱 레코즈에서 발표한 2장의 앨범 [I Never Loved a Man the Way I Love You] [Aretha Arrives]를 모두 알앤비 앨범 차트 넘버원에 안착시켰다팝 차트에서도 각각 2위와 5위에 오르는 굉장한 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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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앨범에 수록되지 못한 곡인 "(You Make Me Feel Like) A Natural Woman" [Lady Soul]의 싱글로 출시됐다. 느릿하고 애절한 소울 발라드인 이 곡은 알앤비 차트 2, 팝 차트 8위에 오르며 앞섰던 히트곡들의 성과를 이어갔다. 이어서 발표한 싱글이 "Chain Of Fools". 작곡가 돈 코베이(Don Covay)는 어린 시절 남부의 목화농장에서 일하는 흑인들을 떠올리며 곡을 썼다고 밝힌 바 있다. 알앤비 그룹 스위트 인스피레이션스(The Sweet Inspirations), 아레사 프랭클린의 자매 캐롤린 프랭클린(Carolyn Franklin)과 어마 프랭클린(Erma Franklin)이 코러스를 맡았다. 이들의 리드미컬한 코러스, 높고 낮은 음역을 자유자재로 활보하는 아레사 프랭클린의 성량이 만나 절정의 쾌감을 자아내는 곡이다.

 

돈 코베이는 사실 이 곡을 오티스 레딩에게 줄 계획이었다. 그러나 먼저 곡을 살펴본 제리 웩슬러(Jerry Wexler)가 아레사 프랭클린이 더 적합할 것 같다며 그를 설득했다. 이 곡은 팝 차트 2, 알앤비 차트 넘버원에 오르며 아레사 프랭클린을 대표하는 히트곡이 됐다. 오티스 레딩의 입장에선, 사실상 아레사 프랭클린의 곡으로 인식되는 "Respect"에 이어 또 다른 히트곡을 빼앗긴 셈이다. 그렇다고 무슨 곡이 됐든 오티스 레딩에게 갔다고 해서 똑같은 성과를 내진 못했을 거로 본다. "Respect"의 가사에 "R-E-S-P-E-C-T"라는 코러스를 붙여 히트를 기록한 건 아레사 프랭클린이었기 때문이다. 아레사 프랭클린은 60년대에 그 누구보다도 중독적이고 직관적인 코러스를 잘 활용한 스타였다. 오티스 레딩은 탁월한 소울 가수가 분명하지만, 코러스를 활용한 아레사 프랭클린의 재능은 오티스 레딩의 능력 밖의 문제였다.


선공개된 싱글들의 대성공으로 [Lady Soul]의 성공은 예견됐다실제로 이 앨범은 블루스를 기반으로 한 서던 소울, 멤피스 소울 스타일로 팝 앨범 차트 2알앤비 앨범 차트 넘버원에 오르는 성과를 낸다그런데 정작 돈 코베이는 "오리지널 버전의 "Chain Of Fools"는 더 블루지했는데애틀랜틱 측에서 팝스럽게 다듬었다"고 말한 바 있다편집 전 버전은 훗날 재발매된 CD에서 보너스 트랙으로 만날 수 있다무편집본은 기타로 반주를 한 애드립이 도입부에 등장하고리듬도 덜 다이나믹하다는 차이가 있긴 하다하지만 우리가 흔히 듣는 버전도 블루스 필이 짙은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느릿한 "Good To Me As I Am To You"은 아예 블루스를 표방한다아레사 프랭클린의 음성 뒤에서 연주되는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의 블루스 기타 연주를 만끽할 수 있는 곡이다물론매끈한 팝 사운드를 전면에 드러내는 "Groovin'" 같은 곡도 있지만, 어쨌든 앨범을 채우는 건 남부 흑인들의 음악이다.



♬ Aretha Franklin - Chain of Fools



아레사 프랭클린은 60년대에 흑인 가수이자 여성 가수로 소수자를 대변했지만팝 음악사에서 그의 위치는 하위분류 없이 '가수'로만 놓고 보아도 최상급에 자리한다사회적 맥락히트곡의 향연 등의 이유가 있지만주요한 것은 그 누구도 대적할 수 없었던 성량이었다전성기였던 60, 70년대는 물론이고, 90년대와 2000년대까지도 탁월한 수준이었다. 90년대 전성기를 구가한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과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마저도 그와 같은 무대에 서길 꺼렸을 정도였다. 1998년에 열린 제40회 그래미 어워즈에 오를 예정이었던 테너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가 건강상의 문제로 불참하게 되자, 아레사 프랭클린이 공연 15분 전에 조율하고 무대에 오른 사건이 대표적이다오페라 <토스카>의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를 소울풀하게 재해석해서 불렀으며곡의 고음까지도 완벽하게 소화했다이때 그는 이미 50대였다.


이러한 대표적인 해프닝 외에도 아레사 프랭클린이 후대 음악가들에게 존경받는 이유는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그를 수식하는 단어를 쓸 때도 늘 고민이 잇따른다. ‘디바나 소울의 여왕’ 정도로 표현하기에 외려 그 수식어들이 더 초라해 보인달까.

 


♬ Aretha Franklin - Nessun Dorma (Turandot)



글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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