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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2주의 선곡 - 2017년 8월 1회차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7.08.14 15:17추천수 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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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엘이(HiphopLE)의 매거진팀은 격주로 일요일마다 오프라인 회의를 한다. 회의에서는 개인 기사에 관해 피드백하며, 중·장기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체크하기도 한다. 열띤 논의 끝에 회의를 마무리할 시점이 오면 그때부터는 특별하다면 특별한 시간을 갖는다. 지난 2주간 에디터 개인이 인상 깊게 들었고, 다른 팀 멤버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노래를 소개하고, 하나씩 감상한다. 처음에는 그저 각자의 취향을 공유해보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던 이 작은 습관은 실제로 서로 극명하게 다른 음악적 성향을 알아가며 조금씩 외연을 확장하는 효과를 낳았다. 그래서 우리들의 취향을 더 많은 이와 공유하기 위해 <2주의 선곡>이라는 이름의 연재 시리즈로 이를 소화하기로 했다. 가끔은 힙합/알앤비의 범주 그 바깥의 재즈, 훵크 등의 흑인음악이 선정될 수도 있고, 아니면 그조차도 아닌 아예 다른 장르의 음악이 선정될 수도 있다. 어쨌든 선정의 변이라 할 만한 그 나름의 이유는 있으니 함께 즐겨주길 바란다. 8월의 첫 번째 매거진팀 회의에서 선정된 일곱개의 노래를 소개한다.





BOSCO (Feat. St. Beauty) - Castles

한때는 정말 인지도가 적은 신인을 둘러보며 그중 매력 있는 이들을 글로 선점하는 데 재미를 뒀었다. 그 선점의 결과는 웨이브(Weiv)라는 웹진에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러한 재미를 느낄 새 없이 열심히 다른 일을 하게 되었다. 풀스 골드(Fool's Good)의 보스코(BOSCO)는 그때의 재미를 새삼 떠올리게 해준 음악가다. 신인이 자신의 첫 작품으로 듣는 이에게 모종의 확신을 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그는 이 곡을 포함한 작품 [b.]를 통해 멋진 음악가라는 확신을 준다. 참여한 세인트 뷰티(St. Beatuy)는 자넬 모네(Janelle Monae)의 레이블 원다랜드(Wondaland) 소속이며, 세인트 뷰티 역시 앞으로가 기대되는 신인 듀오다. [b.]는 한국의 음원 서비스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으며, 본 링크를 통해 부클릿을 다운받아 볼 수 있다. - bluc







Louis Rain - WORK

개인적으로 <2주의 선곡>에는 최대한 2주 안에 공개된 음악을 찾아서 올린다는 규칙을 두고 있다. 지난 2주 동안은 그 무엇도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 보통 이럴 때의 나는 말 그대로 아무 생각 없이 들을 수 없는 음악을 즐겨 찾는다. 이 곡이 딱 그랬다. 캐나다 밴쿠버의 래퍼 루이스 레인(Louis Rain)은 라디오에 몇 번 소개되어서 몇 개의 조회 수 100K 곡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은 유명하지 않고 어려운 래퍼이자 프로듀서다. 처음 들은 그의 곡은 지난해 공개된 "Raw"와 "TellMe"였는데, 재즈 카르티에(Jazz Cartier)와 느낌이 매우 비슷했다. 그런데 "WORK"는 다르다. 비슷한 사운드, 비슷한 가사를 반복한다. 굳이 무슨 생각을 할 필요가 없는 음악이었다. 틀어놓고 멍하니 있다가 3분이 지나면 다시 재생해두는 식으로 30분 정도를 보내곤 했었다. - 심은보(GDB)






Trinidad Cardona – Jennifer


1999년생의 트리니다드 카르도나(Trinidad Cardona)SNS 스타다. 그는 자신의 SNS에 사운드클라우드에 공개했던 "Jennifer"를 화장실 벽을 치며 부르는 모습을 장난스럽게 올려 화제가 된 바 있다. 덕분에 이 곡을 싱글로도 발매할 수 있었다. “Jennifer”는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초기 음악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하이 피치 보컬 샘플링을 사용한 달달한 힙합/알앤비 트랙이다. 그의 목소리는 블랙스트릿(Blackstreet)과 같은 90년대 보이 그룹의 보컬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면서도 이들에 비해 살짝 어설픈 맛이 있어 묘한 중독성을 불러온다. 후반부에 갑자기 등장하는 속사포 랩 역시 뭔가 살짝 부족하지만, 이상하게 귀를 사로잡는다. 완전치는 않지만, 뭐라 쉽게 형용할 수 없는 마성을 가지고 있어 다음을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 Geda








Gustavo Dudamel & SBYO - Ginastera: Estancia

여름이 되면 라틴 아메리카의 음악을 찾는다. 탱고, 보사노바, 라틴/쿠반 재즈를 주로 듣는데, 요즘에는 ‘트로피컬’ 계열 음악이 그런 역할을 한다. 나의 여름 플레이리스트에는 라틴 아메리카의 클래식도 있다. 주로 듣는 건 아르헨티나의 작곡가 알베르토 히나스테라(Alberto Ginastera)의 음악이다. 탁월한 리듬감과 라틴 특유의 화성, 종종 등장하는 아름다운 선율이 뛰어난 작곡가다. 사실 남미 클래식 음악은 브라질의 에이토르 빌라-로보스(Heitor Villa-Lobos) 정도를 제외하면 대중적으론 묻혀있던 편이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은 그런 남미의 음악을 대대적으로 끄집어냈다. 그중에서 히나스테라의 음악적 색깔이 강하게 묻어있는 "Estancia(대목장)"은 그의 인기 레퍼토리가 됐다. 베네수엘라의 빈민가 비행 청소년들을 음악으로 교화시키는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 출신의 구스타보 두다멜과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Simon Bolivar Youth Orchestra)는 프로 수준으로 곡을 연주하는데, 서정적인 부분과 리드미컬한 부분을 극단으로 몰고 가는 해석을 들려준다. 남미의 광활한 대목장을 떠올리게 하기도, 내년에 여행하기로 계획한 남미의 모습을 기대하게 하는 곡이다. - 류희성






한해 (Feat. D.meanor) - 올해의 남자


2년 전, 이 곡이 타이틀이었던 한해의 첫 솔로 앨범 [365]의 소개 글을 의뢰받아 썼었다. 당시 앨범은 한해가 아직 <쇼미더머니 4>에도 나오지 않았던 상황인 데다 연초라 그리 많이 주목받진 못했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도 나름 잘 만나고 있는 애인을 갓 사귄 터라 글을 써서 보내고도 이 노래를 자주 흥얼거렸다. 정말 올해의 남자가 되기라도 한 기분이었나 보다. 조금은 뜬금없이 이 추억(?) 어린 곡을 떠올리게 된 건 <쇼미더머니>에서 한해가 1차 공연으로 선보인 "로비로모여" 때문이다. 사실 곡만 놓고 보면 풀 밴드 세션을 기용한 것부터 모든 게 완전히 다르다. 순전히 그가 정장을 빼입고 머리를 이쁘게 넘기고 나온 모습이 언뜻 "올해의 남자" 속 비주얼과 비슷해 보였을 뿐이다. 같은 남자로서 두꺼운 입술과 함께 소위 말끔하게 잘 빠진 스타일이 잘 어울리는 게 부럽기도 하다. 아무튼, 한해는 올 시즌 좀 더 각성한 듯하지만, "구름"에서 말했듯 그때나 지금이나 주변 상황과 관계없이 자신의 랩 스타일을 꿋꿋하게 유지 중이다. 그런 만큼 제목도 잘 어울리고 하니 "올해의 남자"가 좀 더 세련된 버전으로 리워크되어 지금 시점에 나왔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여담이지만, 피처링한 알앤비 아티스트 디미너(D.meanor)는 지난달, 스윙스(Swings)가 피처링한 데뷔 싱글 "Don't Hold Me"를 발표하며 공식적인 발걸음을 내디뎠다.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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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붐 – 소주가 달아

개인적으로 술을 싫어하고, 그중에서도 소주를 제일 싫어한다. 소주가 달다는 말에 공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일종의 허세가 담긴 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붐(Chaboom)의 “소주가 달아”를 듣고 나니 그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적당한 템포로 랩을 뱉는 차붐에게서 느껴지는 담담함은 어째서 소주가 달게 느껴지는지 자연스레 알게 해준다. 4분이 조금 덜 되는 트랙 속 서사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했던 그의 친구와 성공에 대한 열망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어릴 적 친구와 함께 성공을 다짐하고 결국 이를 거머쥐었지만, 죽음을 맞이한 친구를 서글프게 달래는 이야기. 어찌 보면 단순한 이야기고, 큰 공감을 얻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알려진 차종혁이라는 한 인간의 배경과 래퍼 차붐이 가사에 사용한 워딩은 이를 가능케 한다. ‘마이마이’, ‘X창’, ‘워리어와 헐크호건’, ‘자이’, 그리고 ‘750i’ 같은 상징적인 키워드들이 대표적이다. 다 듣고 나서는 어쩌다 소원해졌던 친구들이 떠올랐다. 아마 그 친구들을 만나면 그토록 싫어하는 소주도 조금은 마실 수 있지 않을까. - Loner






Lecrae (Feat. 1K Phew) - Hammer Time 

렉래(Lecrae)라는 이름이 다소 생소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는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 수상자이자 일곱 개의 정규 앨범을 가지고 있는 베테랑 래퍼다. 그전에 크리스천 래퍼이기도 하다. 그간 사운드적으로나 메시지적으로나 종교색을 짙게 드러내 왔는데, "Hammer Time"에서는 다소 이질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메트로 부민(Metro Boomin)이 프로듀서로 참여해서일까? 존 렉래 음악의 특징이었던 희망차고 밝은 사운드는 찾아볼 수 없다. 그 자리를 어둡고 무거운 트랩 사운드가 대신한다. 지금까지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줬던 그가 현재 씬에서 가장 핫한 프로듀서와의 협업으로 변화를 꾀한 것이다. 렉래의 팬으로서 정말 반가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 변화된 모습이 다음 달 발매될 그의 여덟 번째 앨범에서 어떤 식으로 표현될지 벌써 기다려진다.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겠지만, 다음 앨범이 렉래 커리어의 정점이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 Urban hippie


글 | 힙합엘이 매거진팀
이미지 | GDB(심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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