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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 케이트(Kim Kate)는 한국의 전자음악 프로듀서다. 허니배저 레코즈(Honeybadger Records)와 메르시 지터(Merci Jitter)에 소속되어 있으며, 이중 메르시 지터는 그와 프로듀서 다니엘 네스(Daniel Ness)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킴 케이트라는 이름으로 홀로 활동을 시작한 건 영국에서부터였으며, 음악에서도 영국의 음악색이 짙게 묻어난다. 그런 그가 얼마 전 EP [Drug Culture]를 발매했다. [Drug Culture]는 그가 언더그라운드 클럽/파티에서 경험한 소리를 여러 종류의 그루브박스, 드럼머신과 테이프/바이닐 시뮬레이터 등을 통해 재현하는 일련의 시도가 담긴 음반이다. 각 곡의 제목은 흔히 항정신성 약물로 분류되는 약품들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런 그와 만나 이야기를 나눈 후, 자신의 음악에 영향을 미친 여섯 곡을 선정해주기를 부탁했다. 보내온 글에는 킴 케이트가 영국의 지하철 노선을 떠올리며 꼽은 음악들이 담겨 있다. 함께 각 역을 통과하며 현재의 런던 언더그라운드 씬을 따라가보자. 대부분 오버그라운드 노선을 통과하는 만큼, 그에 관한 정보도 함께 첨부한다. 또한, 글을 읽기 전, 믹스맥 코리아(Mixmag Korea)에 게시된 인터뷰를 먼저 읽고 글을 읽는다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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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Intro

영국에서 4년을 살았고, 킴 케이트의 많은 활동을 런던에서 시작했다. 단순히 베이스 음악을 좋아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영감과 영향을 런던에서 받았다. 이 때문에 음악 여섯 곡을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단순히 좋아하는 음악이 아닌, 매일 내게 영향을 준 장소들의 로컬 음악가 또는 친구의 음악을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그 모든 음악가의 이야기를 묶어 런던의 지하철 정거장들과 함께 소개하려 한다.

런던 오버그라운드(London Overground)는 그레이터 런던(Greater London)의 교외 지역을 한 바퀴 순환하는 형태로 만들어진 전철 노선으로, 런던 시외의 아주 큰 구간을 책임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거나, 혹은 이미 끝나버린 곳. 그러니까 힙이 모이고 힙이 끝나는 곳들을 다 관통하는 노선이었다.







1. Ross from Friends - Golf School (New Cross Gate)

뉴 크로스 게이트(New Cross Gate)는 런던 동남부의 작은 역이다. 내가 통학하기 위해 들리던 곳이었다. 그라임의 아이콘 중 하나인 노벨리스트(Novelist)가 사는 지역구인 루이스햄 보로(Lewisham Borough)에서 가장 북쪽이며, 아직도 로컬 덥 페스티벌, 파티가 활발히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첫 번째 소개할 음악가는 학교 동기인 로스 프롬 프렌드(Ross from Friends)다. 그는 2015년, 재기 넘치는 로파이 하우스(Lo-Fi House) 곡으로 가득한 [Alex Brown]를 시작으로 지난 3월 하우스 레이블 랍스터 테레민(Lobster Theremin)에서 [Don’t Sleep, There Are Snakes], [You’ll Understand]를 발표하며 많은 로파이 하우스 팬에게 지지와 관심을 받으며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OOUKFunkyOO, 'Molten Jets'와 같은 유튜브 채널뿐만 아니라 BBC 라디오1(BBC Radio1)까지 그의 음악을 다루었으니, 앞으로도 더 많은 활동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Golf School"은 첫 EP인 [Alex Brown]의 첫 곡으로, ‘프렌즈에 나온 로스’라는 이름처럼 재기발랄한 그의 프로듀싱 스타일을 느껴볼 수 있다.






2. Henry Wu - Croydon Depot (Peckham Rye)

지금 런던 언더그라운드 음악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역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역시 페컴(Peckham)일 것이다. 보일러룸(Boiler Room)의 초창기 멤버였던 트리스 티안(Thris Tian)과 그의 새 파트너 월드와이드 FM(Worldwide FM), 쇼핑몰 안에 비밀스럽게 감춰진 발라미 라디오(Balamii Radio), 매주 수없이 많은 파티를 호스트하는 부세이 빌딩(Bussey Building)과 레코드샵 라이 왁스(Rye Wax), 그리고 이제는 꽤 유명한 레이블이 된 브래들리 제로(Bradley Zero)의 비밀스러운 파티 <리듬 섹션(Rhythm Section)>가 있다. 모든 움직임이 이 작은 역을 중심에 둔다.


그냥 따분하고 지루했던 2014년의 어느 금요일, 친구들이 동네 근처에 재밌는 파티를 하나 안다고 해서 따라갔다. 촬영을 엄격히 금지하고, 조명 하나 없이 어두운 당구장의 댄스 플로어에서 펼쳐지는 오직 바이닐만 플레이하는 파티. 리듬 섹션에서 브래들리 제로(Bradley Zero)와 함께 플레이하던 헨리 우(Henry Wu)를 발견한 게 그의 이름을 알게 된 계기였다. 이후에 그가 재즈 밴드 유수프 카말(Yussef Kamaal)의 키보디스트이자 솔로 프로듀서라는 사실을 알았다. 동시에 자일스 피터슨(Gilles Peterson), 벤지 비(Benji B) 등 수많은 레전드 DJ와 음악가의 지지를 받는다는 사실도 함께.

"Good Morning Peckham"은 헨리 우가 발표한 동명의 음반에 실린 마지막 곡이다. 텁텁하고 그루비한 브로큰 비트 드럼과 베이스의 시퀀싱, 허비 행콕(Herbie Hancock)의 [Head Hunters]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신디사이저 사운드로 가득하다. 같은 음반의 "Croydon Depot"처럼, 헨리 우 외에도 같은 동남부 런던의 지역을 제목과 가사에서 호명하는 음악가들의 곡이 더 있으니, 찾아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일 것이다.






3. Riz La Teef - Top 10 Dubplate Mix (Bedroom Dubplate Maker)

덥플레이트(Dubplate)는 레코드의 정식 대량생산 전에 테스트 녹음용으로 제작되는 10인치 아세테이트 견본 레코드를 의미하나, 최근에는 미발표 곡이나 새로운 리믹스를 담아 소량 제작된 음반을 의미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건 믹스다. 믹스를 소개하는 이유가 뭐냐고? 이 믹스를 만든 이가 재능이 뛰어난 수많은 DJ/프로듀서 사이에서 스킬이나 셀렉션이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만들어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리즈 라 티프(Riz La Teef )가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놓쳐서는 안 될 DJ가 된 방법은 말 그대로 세상에 오로지 단 하나만 존재하는 버전, ‘덥플레이트’만 플레이하는 것이었다.

리즈 라 티프는 페컴의 발라미 라디오와 레이더 라디오(Radar Radio)에서 레귤러 쇼를 방송하는 DJ이자 베드룸 ‘덥플레이트’ 메이커다. TSVI, MM(Miss Modular), 스크레차 DVA(Scratcha DVA), 릴 실바(Lil Silva) 같은 베이스 뮤직 씬의 유명 프로듀서, 음악가들의 곡부터 시작해서 그가 이메일로 받는 불특정 다수의 곡까지 모두 자신의 마음에 들면 직접 덥플레이트로 제작해서 플레이한다고 하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곡을 그에게 보내봐도 좋을 것 같다.






4. Holloway & Simkin - Untitled (Goldsmiths, Merci Jitter)

골드스미스(Goldsmiths)는 내가 다녔던 런던의 대학교이며, 메르시 지터는 내가 다니엘 네스와 함께 운영하는 레이블이다.


홀로웨이(Holloway)와 심킨(Simkin), 다니엘 네스와 나는 모두 골드스미스에 다녔다. 그중 같은 과 동기였던 홀로웨이는 런던에서는 이미 전도유망한 프로듀서이자 프로그래머로 활동 중이다. 린스 FM(Rinse FM)의 키사운드(Keysound), 플라스티션(Plastician) 쇼에서 그의 곡들이 여러 번 플레이되었으며, 앞서 소개한 리즈 라 티프의 서포트를 받기도 했다. 이 곡은 메르시 지터의 두 번째 컴필레이션, [Merci Jitter Movements Vol. II]에 수록된 곡이다. 참여한 음악가들의 곡 중 가장 많이 플레이된 곡이기도 하다. 어쩌면 나의 지나친 편애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듣고 나면 언급하게 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5. Akito - Cherry Bisous (Radar Radio, Shoreditch / Shoreditch High Street)

쇼디치(Shoreditch), 올드 스트릿(Old Street) 지역은 젠트리피케이션 이후에도 여전히 흥미로운 가게들과 클럽들이 있다. 다섯 번째로 소개하게 될 레이더 라디오 또한 이곳에 있다.

라이브 스트리밍 시대에서 인터넷에 기반을 둔 해적 라디오는 전혀 낯선 개념이 아니다. 하지만 오직 오디오만 방송하는 인터넷 해적 라디오 중에서도 레이더 라디오는 무척 인상 깊다. 그들은 단순히 인터넷을 통해 자신들의 믹스를 송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시 개방된 스튜디오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람의 크고 작은 만남과 스튜디오 레이브 등으로 런던 언더그라운드 씬의 큰 축으로 성장했다.

아키토(Akito)는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일본계 영국인 프로듀서/DJ이자 자신의 레이블, 산스 앱센스(Sans Absence)의 설립자다. 여러 클럽 히트와 팝 곡들을 절묘하게 섞은 블렌드 바이 아키토(Blends by Akito)와 데뷔 EP [Acid Fantasy], 아키토 & 프렌드(Akito & Friends) 등의 활동으로 런던의 신진 프로듀서들을 후원하는, 2014년 이후의 UK 훵키 씬의 없어서는 안 될 인물로 자리 잡았다.

"Cherry Bisous"는 지난 4월 발매된 EP [Turbo Blues]의 첫 번째 곡으로, 콤플렉스 UK(Complex UK)를 통해 선공개되었다. 그의 시그니처 스타일인 퍼커시브하고 미니멀한 구성의 비트와 화성 진행, 그리고 아프리카 또는 남미의 전통음악에서나 들어볼 만한 트라이벌 리듬, 그라임 샘플의 재해석과 같은 인터넷 기반의 댄스뮤직이 가지고 있는 맥락들을 끌어다 놓는다. 최근 영국발 베이스 뮤직을 팔로잉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들어봐야 할 곡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6. TSVI - Malfunction (Hackney - Dalston)

마지막으로 향할 곳은 쇼디치에서 조금 더 올라가는, 남동부 런던 오버그라운드 라인의 종착역인 달스턴 - 해크니(Dalston - Hackney) 지역이다. 이스트사이더들의 본진(?) 정도로 인식되던 동네였고, 카페 OTO(Cafe OTO) 등 생각보다 역사가 깊은 클럽, 바들이 위치한 곳이었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의 흐름에서 생존하지 못하고 댄스 터널(Dance Tunnel) 같은 소규모 클럽들은 패브릭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나오기 약 2개월 전쯤에 결국 영업을 종료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웨어하우스 파티와 레이브가 펼쳐지고, 창고를 개조한 스튜디오에 사는 음악가와 예술가들이 존재하는 동네다.


포스트-나이트 슬럭스(Post-Night Slugs), 클래시컬 커브스(Classical Curves)를 발매할 당시의 잼 시티(Jam City)가 보여준 새로운 UK 훵키의 청사진-최근 들어서 에코-퓨처리즘(Eco-Futurism)으로 명명되기도 하는 그 사운드(혹은 힐스고쓰 사운드트랙(Healthgoth Soundtrack)), 디지털 드럼 샘플러와 빈티지 신디사이저 모듈을 기반에 둔 미래적인 드럼 댄스 곡-을 이어받은 적자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TSVI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2014년 파리를 기점으로 하는 레이블 B.YRSLF 디비전(B.YRSLF Divison)에서 [Malfunction]을 발매했다. 이를 기점으로 동료 프로듀서인 월워크(Wallwork)와 함께 운영하는 레이블 너버스 호리즌(Nervous Horizon)을 통해 여러 EP와 컴필레이션들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언더그라운드 댄스 음악 씬에서 ‘전혀 버릴 곡이 없는 음악을 내는 레이블’이란 명성을 프로듀서와 DJ들에게 얻으며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고히 세웠다. 

현재 그는 앞서 소개한 아키토, 작년에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던 룸(Loom)과 함께 애시드 판타지(Acid Fantasy)의 멤버로 활동하며, 인스트루멘탈 댄스 곡 외에도 니코 린세이(Nico Lindsay), 잼즈(Jammz)와 같은 MC와 함께 그라임 곡을 발매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에 시작을 다시 기억하기에 "Malfunction"만 한 곡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이퍼웨이브는 아니지만 콘크리트와 관엽식물들, 기계로 가득 찬 공간에 대한 상상으로 가득했던 2013, 2014년의 그 분위기를 다시 곱씹어볼 만한 기회가 되지 않을까.


편집 ㅣ 심은보(GDB)
이미지 ㅣ 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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