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710 추천 수 1 댓글 0
thumbnail.jpg

1967년 7월,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서 흑인폭동이 일어났다. 이른바 ‘12번가 폭동’이었다. 디트로이트의 12번가 근처의 무허가 술집에 경찰이 급습하여 흑인들을 연행했고, 이 사건으로 흑인들의 쌓여 있던 분노가 폭발했다. 60년대는 흑인들의 민권운동이 전국적인 움직임으로 번졌던 시기였다. 자동차 공장 인부로 도시 인구의 다수를 차지했던 디트로이트도 다르지 않았다. 5일간 이어진 이 항쟁에서 43명이 사망했고, 1,189명이 부상을 당했다. 금전적 손실은 4,500만 달러에 이르렀다. 스택스 레코즈(Stax Records)의 프로듀서 아이작 헤이즈(Isaac Hayes)는 이 사건을 뉴스로 봤다. 그는 남부의 테네시 주 멤피스 출신이었으므로 직접 경험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60년대 흑인들에게는 지역과는 상관없이 인종적 연대감 같은 게 있었기에, 그도 일종의 끓어오르는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는 이를 음악에 투사하려 했다. 효과적인 방법을 고민했다. 그 힌트는 중계화면에서 본 벽면에 새겨진 ‘Soul'이라는 단어였다. 

소울은 단순히 60년대 흑인음악만을 지칭하는 게 아니다. 그들의 문화, 생활을 포괄하는 현실적이자 정신적인 표현이다. 음악에서의 사용을 보더라도 60년대에 소울 장르가 등장하기 전인 40, 50년대부터 재즈 뮤지션들은 소울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특정한 장르나 스타일만을 지칭한 게 아니란 의미다. 흑인들의 식단을 의미하는 ‘소울 푸드’도 같은 맥락에 있다. 아이작 헤이즈는 이 소울이란 컨셉을 갖고 그의 작곡 파트너인 데이빗 포터(David Porter)를 찾아갔다. 그 결과물은 "Soul Men"으로 완성됐다. 아이작 헤이즈는 이 곡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헤쳐 나가는 모습을 그려내는 곡입니다. 오히려 '나는 소울맨이다.'라고 자랑하는 것에 가깝죠. 자부심을 표출하는 겁니다.”


sam 2.jpg


이 곡에는 스택스 레코즈의 하우스밴드 부커 티 앤 더 엠지스(Booker T & The M.G.‘s)와 브라스밴드 마키즈(The Mar-Keys)가 참여했다. 스티브 크로퍼(Steve Cropper)의 리드미컬한 기타와 마키즈의 훵키한 브라스 섹션이 주도하는 와중에 샘 앤 데이브(Sam & Dave)의 거친 음성이 더해졌다. 샘 무어(Sam Moore)와 데이브 프레이터(Dave Prater)로 이루어진 이 듀오는 ‘더블 다이너마이트’라고 불릴 정도로 강렬한 음성을 뿜어냈다. 스택스 레코즈가 추구했던 서던 소울과 멤피스 소울에 잘 들어맞았다. 그 덕에 알앤비 차트에서 넘버원이 되기도 했었다. 놀라운 건 흑인들의 이야기를 표출했음에도 팝 차트에서도 2위라는 높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것. 샘 앤 데이브가 팝 차트에서 20위권에 든 것은 "Soul Men"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음악에 담긴 메시지가 백인들에게 공감을 일으켰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훵키하고 강렬한 연주가 설득력이 있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60년대 흑인들의 투쟁은 종종 백인들에게 공포와 반감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물론, 사회적인 효과가 전혀 없던 건 아니었다. "Soul Men"의 대중적인 성과는 흑인들이 이야기를 관철시키는 데에 음악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일깨워줬다. 샘 쿡(Sam Cooke)의 "A Change Is Gonna Come"이라든지, 샘 앤 데이브의 "Soul Men" 등의 영향으로 비슷한 목적성을 띤 곡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흑인 민권운동에 줄곧 소극적이었던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마저도 블랙 프라이드(Black Pride) 찬가를 발표했을 정도였다.


sul men.jpg


[Soul Men]에는 남부의 흑인음악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곡이 수록됐다. 멤피스 소울을 감미롭게 다듬은 "May I Baby", 소울 발라드곡 "Let It Be Me", 브라스 섹션을 앞세운 소울곡 "Hold It Baby", 50년대 리듬앤블루스의 향기를 느끼게 하는 "I'm With You"가 대표적이다. 스택스 레코즈 초기의 곡 대부분을 담당했던 스티브 크로퍼의 곡도 실렸지만, 샘 앤 데이브의 전담 프로듀서라고 할 수 있는 아이작 헤이즈-데이빗 포터 듀오가 주요했다. 샘 앤 데이브의 히트곡 거의 전부를 주조한 것이 이들이었다. 이들은 스택스 레코즈 특유의 남부적인 질감과 감성에 브라스 섹션을 활용한 훵키한 소리를 더했다. 이는 샘 앤 데이브는 대중성까지 획득할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

[Soul Men]이 발매됐던 1967년은 스택스 레코즈의 황금기로 기억되지만, 급격한 하락세를 맞이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오티스 레딩(Otis Redding)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레이블에 크나큰 충격을 안겨줬다. 결정적이었던 건, 애틀랜틱 레코즈(Atlantic Records)-스택스 레코즈의 파트너십 붕괴였다. 1968년, 애틀랜틱 레코즈가 워너 브라더스 레코즈(Warner Bros. Records)에 매각되었다. 이 때문에 스택스 레코즈의 유통을 담당했던 애틀랜틱 레코즈와의 계약을 갱신해야 했는데, 충격적이게도 기존 계약서에는 애틀랜틱 레코즈가 유통한 스택스 레코즈의 카탈로그를 소유하게 된다는 조항이 있었던 것. 이 결과로 스택스 레코즈는 이때까지 유통을 맡겼던 카탈로그를 모두 워너 브라더스 레코즈에게 넘기고, 급격한 하락세에 접어든다.


sam.jpg


샘 앤 데이브는 결국, 애틀랜틱 레코즈로 복귀하게 된다. 복귀라고 표현한 이유는 애초에 이들은 애틀랜틱 레코즈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을 발굴한 건 애틀랜틱 레코즈의 부사장인 제리 웩슬러(Jerry Wexler/ 과거 <빌보드>의 필자로, '레이스 뮤직(Race Music)'이라 불리던 흑인음악에 리듬앤블루스라는 명칭을 달아준 인물이다)였다. 다만, 가스펠 기반의 걸쭉한 소울 음악을 지향했던 이 듀오에게는 스택스 레코즈가 적합할 거란 판단에 일종의 임대됐던 셈이다. 하지만 애틀랜틱 레코즈-스택스 레코즈의 파트너십은 끝났고, 자연스럽게 샘 앤 데이브도 원 레이블로 복귀하게 됐었다.

이 기간만큼은 샘 앤 데이브가 최강의 듀오였다. 1965년부터 1968년까지 알앤비 차트 20위권에 열 곡이 올랐으며, 스택스 레코즈에서 발매한 세 장의 앨범 모두 알앤비 앨범 차트 10위권에 올랐다. 이 시기에 이들보다 앞서나간 것은 단 한 명, 바로 소울의 여왕으로 불렸던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뿐이었다. 샘 앤 데이브는 그만큼이나 60년대 흑인음악 계에 자신들의 이름을 확실하게 남긴 팀이었다.


글 | 류희성



  1. [연재] 2주의 선곡 - 2017년 7월 3회차

    [연재] 2주의 선곡 - 2017년 7월 3회차 힙합엘이(HiphopLE)의 매거진팀은 격주로 일요일마다 오프라인 회의를 한다. 회의에서는 개인 기사에 관해 피드백하며, 중·장기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체크하기도 한다. 열띤 논의 끝에 회의를 마무리할 시점이 오면 그...
    조회수1444 댓글1 작성일2017.07.31 카테고리2주의 선곡
    Read More
  2. [연재] 그.알: Sam & Dave - Soul Men (1967)

    1967년 7월,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서 흑인폭동이 일어났다. 이른바 ‘12번가 폭동’이었다. 디트로이트의 12번가 근처의 무허가 술집에 경찰이 급습하여 흑인들을 연행했고, 이 사건으로 흑인들의 쌓여 있던 분노가 폭발했다. 60년대는 흑인들의 민권운동이 ...
    조회수710 댓글0 작성일2017.07.27 카테고리그.알
    Read More
  3. [연재] 재즈x힙합 ⑨ Us3 - Hand On The Torch

    힙합이 대중음악의 중심으로 위치를 옮겨가고 있던 90년대 초, 대중들은 한 낯선 음악을 받아들였다. 밝고 훵키한 재즈 연주가 중심에 있었지만, 힙합이었다. 랩과 샘플링, 프로그래밍된 드럼과 베이스, 모든 게 힙합이었다. 그 음악을 선보인 건 어스쓰리(Us...
    조회수1125 댓글0 작성일2017.07.27 카테고리재즈x힙합
    Read More
  4. [연재] #음스타그램 - 김유정

     [연재] #음스타그램 - 김유정 이번 <#음스타그램>의 주인공은 어쩌다 '도치피치피보족'이란 유행어를 전파하고 있는 김유정이다. 사실 김유정은 예전부터 범상치 않은 음악 취향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평소에 힙합을 즐겨 듣고 있...
    조회수11022 댓글5 작성일2017.07.21 카테고리#음스타그램
    Read More
  5. [연재] Heroes of the State: Rhode Island

    [연재] Heroes of the State: Rhode Island * <Heroes of the State>는 힙합 씬의 크기가 비교적 작은 미국의 주를 다룹니다. 그곳 힙합 씬의 분위기와 더불어, 현재 활동하고 있는 로컬 래퍼들을 조명합니다. 힙합의 폭풍으로 빨려 들어간 래퍼들을 확인해 ...
    조회수1760 댓글4 작성일2017.07.20 카테고리Heroes of the State
    Read More
  6. [연재] 2주의 선곡 - 2017년 7월 2회차

    [연재] 2주의 선곡 - 2017년 7월 2회차 힙합엘이(HiphopLE)의 매거진팀은 격주로 일요일마다 오프라인 회의를 한다. 회의에서는 개인 기사에 관해 피드백하며, 중·장기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체크하기도 한다. 열띤 논의 끝에 회의를 마무리할 시점이 오면 그...
    조회수1270 댓글0 작성일2017.07.17 카테고리2주의 선곡
    Read More
  7. [연재] 2주의 선곡 - 2017년 7월 1회차

    [연재] 2주의 선곡 - 2017년 7월 1회차 힙합엘이(HiphopLE)의 매거진팀은 격주로 일요일마다 오프라인 회의를 한다. 회의에서는 개인 기사에 관해 피드백하며, 중·장기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체크하기도 한다. 열띤 논의 끝에 회의를 마무리할 시점이 오면 그...
    조회수1795 댓글0 작성일2017.07.03 카테고리2주의 선곡
    Read More
  8. [연재] 2주의 선곡 - 2017년 6월 2회차

    [연재] 2주의 선곡 - 2017년 6월 2회차 힙합엘이(HiphopLE)의 매거진팀은 격주로 일요일마다 오프라인 회의를 한다. 회의에서는 개인 기사에 관해 피드백하며, 중·장기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체크하기도 한다. 열띤 논의 끝에 회의를 마무리할 시점이 오면 그...
    조회수1916 댓글2 작성일2017.06.19 카테고리2주의 선곡
    Read More
  9. [연재] 그.알: Wilson Pickett – The Exciting Wilson Pickett (1966)

    [연재] 그.알: Wilson Pickett – The Exciting Wilson Pickett (1966) 윌슨 피켓(Wilson Pickett)은 60년대에 상당한 인기를 구가한 흑인음악 스타지만, 흔히 말하는 60년대 소울 역사에선 외면되곤 한다. 아마 그의 음악을 소울 시대의 거장들과는 달리 특정...
    조회수1020 댓글1 작성일2017.06.16 카테고리그.알
    Read More
  10. [연재] 재즈x힙합 ⑧ Souls Of Mischief - 93 'Til Infinity

     [연재] 재즈x힙합 ⑧ Souls Of Mischief - 93 'Til Infinity * '재즈x힙합'은 재즈 매거진 <월간 재즈피플>과 <힙합엘이>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기획 연재입니다. 본 기사는 <월간 재즈피플> 2017년 6월호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1992년부터 시작된 서부 힙...
    조회수1560 댓글5 작성일2017.06.12 카테고리재즈x힙합
    Read More
  11. [연재] The Label ⑭ - 크래프트 앤 준

    [연재] The Label ⑭ - 크래프트 앤 준 크래프트앤준(Craft And Jun)은 2014년 설립되었으며, 그들의 말에 따르면 “가장 본질적인 방법으로 예술 창작에 접근하는”곳이라고 한다. 힙합, 알앤비 팬들에게는 서사무엘(Samuel Seo)로 대표되는 레이블이지만, 레이...
    조회수5479 댓글3 작성일2017.06.10 카테고리더 레이블
    Read More
  12. [연재] LE Playlist : 당신의 멘토는 누구입니까?

    [연재] LE Playlist : 당신의 멘토는 누구입니까? 사람들이 음악을 듣는 이유는 무엇일가? 멜로디 때문일까, 리듬 때문일까, 아니면 귀가 심심해서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사가 들어 있는 대중음악이라면 노랫말의 비중을 간과하기 어렵다. 노랫말은...
    조회수11644 댓글11 작성일2017.06.08 카테고리엘이 플레이리스트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 39 Next ›
/ 39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HIPHOPLE NEWSL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