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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2주의 선곡 - 2017년 6월 1회차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7.06.05 23:36추천수 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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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2주의 선곡 - 2017년 6월 1회차


힙합엘이(HiphopLE)의 매거진팀은 격주로 일요일마다 오프라인 회의를 한다. 회의에서는 개인 기사에 관해 피드백하며, 중·장기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체크하기도 한다. 열띤 논의 끝에 회의를 마무리할 시점이 오면 그때부터는 특별하다면 특별한 시간을 갖는다. 지난 2주간 에디터 개인이 인상 깊게 들었고, 다른 팀 멤버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노래를 소개하고, 하나씩 감상한다. 처음에는 그저 각자의 취향을 공유해보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던 이 작은 습관은 실제로 서로 극명하게 다른 음악적 성향을 알아가며 조금씩 외연을 확장하는 효과를 낳았다. 그래서 우리들의 취향을 더 많은 이와 공유하기 위해 <2주의 선곡>이라는 이름의 연재 시리즈로 이를 소화하기로 했다. 가끔은 힙합/알앤비의 범주 그 바깥의 재즈, 훵크 등의 흑인음악이 선정될 수도 있고, 아니면 그조차도 아닌 아예 다른 장르의 음악이 선정될 수도 있다. 어쨌든 선정의 변이라 할 만한 그 나름의 이유는 있으니 함께 즐겨주길 바란다. 6월의 첫 번째 매거진팀 회의에서 선정된 일곱개의 노래를 소개한다.





GoGo Penguin - Branches Break (Live)


이 곡은 고고 펭귄(GoGo Penguin)이 블루 노트(Blue Note)와 계약한 후, 발매된 [Man Made Object]에 수록되었던 곡이다. "Branches Break"를 [Live At Abbey Road EP]라는 작품에 라이브 버전으로 수록한 버전이다. 고고 펭귄은 영국 맨체스터 출신의 재즈 트리오로, 재즈 안에서 전자음악을 선보이며 독특한 방법론을 이끄는 팀이다. 이들은 엔지니어를 제4의 멤버로 여기며 함께 투어를 다니는데, 감상하며 이것이 정말 중요한 포인트라는 걸 새삼 다시 느꼈다. 라이브 앨범에는 그러한 중요성이 담겨 있지 않나 싶다. 뻔한 이야기지만, 원곡과 비교해보거나 유튜브에서 실제 공연 영상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를 찾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 bluc







SHE Spells Doom - How I Get It (S.S.D. Bootleg)


쉬 스펠스 둠(SHE Spells Doom, 이하 S.S.D)은 동아프리카 잠비아의 프로듀서다. 이 곡을 들은 건 영국의 음악 블로그에서였다. 돈 리차드(Dawn Richard)의 목소리를 편집하여 아프로 리듬에 얹은 단순한 곡이지만, 클럽 음악, 댄스 음악으로서 가지고 있어야 할 에너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 기억이 잘 나지 않아 돈 리차드의 원곡 "How I Get It"를 다시 들어보니, 이 곡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와 리듬으로 구성된 곡이었다. 특정한 의도로 만들어진 곡이 누군가에 의해 전혀 다른 곡으로 변하는 과정과 그 결과물. 이래서 내가 아직도 음악 찾아 듣기를 멈추질 못한다. - 심은보(GDB)







Zack Villere - Cool


우리는 한 분야에 깊이 빠져 다른 일을 신경 쓰지 못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너드(Nerd)라고 부른다. 지금 소개하는 싱어송라이터 잭 빌레리(Zack Villere) 역시 너드 중 한 명이다. 지난 5월 공개한 "Cool"의 뮤직비디오에서 그는 어딘가 빗지 않은 곱슬머리에 둥그런 안경을 쓰고, 흐물거리는 노란 후드를 입은 채로 너드미를 뿜뿜댄다. 그 너드미가 굉장히 'Cool'하게 느껴질 수 있던 것은 바로 그의 음악 덕분이다. 예쁜 소스를 사용하며 팝적인 사운드 운용을 해낸 것이 인상적이다. 어떤 면에서는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의 그것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번 달에 그의 데뷔작이 발표된다고 하니 뮤직비디오와 함께 기다려보면 어떨까. - Geda







Ennio Morricone - Playing Love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의 주인공은 나인틴헌드레드(1900)다. 그는 갓난아기 때 유람선에서 발견되어 평생을 그곳에서 살며 배를 떠나지 않는다. 천부적인 피아니스트로 성장한 그는 재능을 인정받아 선내에서 음반을 녹음한다. 곡의 시작은 늘 그랬듯 현란하고 기술적이다. 그러나 곧 창문 밖에 있는 여성을 발견하며 곡은 아름다운 발라드곡으로 급격하게 전개된다. 창문 안의 나인틴헌드레드를 바라보는 것인지,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묘한 장면. "Playing Love"는 그 순간 첫사랑에 빠진 나인틴헌드레드의 감정을 잘 묘사한다. 선율적인 작풍으로 유명한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의 곡 중에서도 손꼽히는 서정적인 곡이다. 고전 영화 특유의 따뜻한 감성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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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꼬 - 호랑이


나는 노원에서 20년 가까이 살고 있다. 그래서 이 곡을 듣는 순간, '어?!' 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를 되짚기 위해 꺼낸 중계본동, 중계 주공 7단지, 재현고, 은행사거리, 운전면허학원과 같은 장소로 시작하는 가사 때문이었다. 물론, 저스디스(JUSTHIS)의 "노원 (No One)"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직접적이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서울 땅에 발붙이고 살아보고 싶었던 우리네 부모님 세대의 뒤틀린 열망이 가득할 뿐, 별다른 특징이 없는 수많은 서울의 한구석이라 가사에 자주 등장하는 편이라 더더욱 반가웠다. 또, 힙합은 '무엇'을 말하느냐만큼 그 무엇을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한 장르라 생각하기에 특정한 키워드로 로꼬(Loco) 개인이 겪은 역전의 서사를 풀어낸 서술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꼭 나쁜 말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그가 마초적이지 않고 착하고(?) 예쁜(?) 말들로 성공을 충분히 노래했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웠다. 언젠가 검은 색깔의 호랑이를 몰고 오는 그런 로꼬를 동네에서 볼 수 있을까? 아무래도 어렵지 않을까 싶다. - Melo






재지팩트 - 하루종일


처음에는 재즈 힙합(^^)스러운 사운드 때문에 재지팩트(Jazzyfact)를 좋아했다. 그렇게 [Lifes Like]를 여러 번 돌리다 보니 어느덧 단순히 사운드에서 풍겨오는 분위기라는 이유를 넘어 가사에서 느낄 수 있는 공감이 커 재지팩트를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이번 EP [Waves Like]에서는 "하루종일"이 가장 많은 이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트랙인 것 같다(물론, 가사에 나의 필명인 'Loner'가 나온 점이 가장 큰 선정 이유이기도 하다). 우울감이라는 단순한 감정을 일요일, 욕조, 반신욕 등의 키워드로 풀어냄으로써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 빈지노(Beenzino)스러운 가사가 지닌 매력이 무엇인지를 잘 알려준다. 혼자 있고 싶을 때 들어도 좋고, 진짜 반신욕이나 완신욕을 하면서 들어도 좋지만, 조용히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면서 듣기를 추천한다. 듣다보면 본인의 감정에 조금 더 충실해질 수 있을 것이다. - Loner







SAINt JHN - Roses


브루클린 출신의 신인 래퍼 세인트 존(SAINt JHN)은 자신의 매력을 어떻게 어필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작업물은 유튜브, 사운드 클라우드를 통틀어 단 여섯 곡뿐이다. 하지만 그중 세 곡의 음악을 뮤직비디오로 제작됐고, 어느 하나 허투루 만든 게 없다. “Roses”의 뮤직비디오는 영화감독 빌 피쉬먼(Bill Fishman)이 디렉팅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원 테이크로 촬영되었으며, 세인트 존이 시그니처로 삼는 십자가가 전면에 부각됐다. 영상에서 보여지는 세인트 존의 모습은 ‘신인 래퍼’라는 틀로 담기엔 너무나 능숙해 보인다. 제스처나 표정은 물론, 자신과 크루원들의 패셔너블한 모습까지 비주얼적으로 완벽한 모양새다. 그는 최근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디렉터 앤소니 슈프림(Anthony Supreme)과도 작업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나가고 있다. 세인트 존은 분명 음악적으로도, 비주얼적으로도 될성부른 떡잎이다. 앞으로 그의 이름을 여러 매체에서 찾아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 Urban hippie



글 | 힙합엘이 매거진팀

이미지 | 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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