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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엘로 - [8 Femmes]

title: [회원구입불가]Loner2016.09.19 00:54추천수 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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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엘로 - 8 Femmes


01. Wax Mannequeen

02. F.W.B (Feat. Hoody)

03. ROSE

04. The End (Feat. Paloalto)

05. DAY N NIGHT (Feat. GRAY)

06. Tattoo (Feat. Jay Park)

07. Angel (Feat. Simon Dominic)

08. Parachute (Remix) (Feat. GRAY)

  

박재범(Jay Park) [Worldwide] 수록곡 중 원해(Want it)”를 보면 “Ugly Duck Elo Elo Elo it’s your turn”이라는 가사가 있다. 가사에서 유추할 수 있듯 실제로 엘로(Elo)는 타 멤버들의 활동량에 비해 크게 돋보이는 활동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AOMG의 출범 이후 레이블은 박재범과 그레이(Gray), 그리고 로꼬(Loco) 위주의 활동을 보여주었고, 최근 들어서야 사이먼 도미닉(Simon Dominic)과 어글리덕(Ugly Duck)이 방송 및 앨범 활동으로 두각을 보이고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엘로가 드디어 첫 EP 앨범 [8 Femmes]를 발표했다. 앨범 발매와 동시에 들었던 생각은 이전에 발표했던 “Blur”, “Denim Heather T-Shirts”, “Your Love”에서 보여줬던 우울하면서도 담백한 스타일의 확장판이 아닐까였다.

 

이와 같은 예상은 어느 정도 들어 맞았지만, 그와 별개로 예상외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8 Femmes]에서 엘로는 기본적으로 여덟 명의 여성을 말함과 동시에 자신의 여덟 가지 면을 말한다. 사랑을 주제로 삼았다는 점은 공통적이지만, 그 속에 각기 다른 결의 이야기를 담아낸 편이다. 그 점에서 본 작은 스토리적 측면에서 전작들보다 스펙트럼이 넓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때론 친구도 연인도 아닌 애매한 사이를 노래하고(“F.W.B”), 때로는 자신을 밀어내는 철벽같은 여성을 향한 애정을 노래한다(“Wax Mannequeen”). “The End”에서는 힘든 연애를 끝마치려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DAY N NIGHT”을 통해서 연애에 회의적이던 자신이 다시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그려내기도 한다. 여덟 여인과 그에 상응하는 자신의 여덞 면을 담으며 일련의 연애과정 역시 담아낸 셈이다.

 


♬ 엘로 - ROSE



이러한 내용적인 측면은 은유적인 표현법을 통해 효과적으로 드러난다. 클리셰적일 수도 있지만, 상대방을 장미에 비유하며 그에 끌리는 자신을 가시에 찔렸다고 표현한 “Rose”, 자신을 구원해줄 사랑의 대상을 천사로 비유한 “Angel”, 그리고 상대방에게 빠지는 모습을 타투에 빗댄 “Tattoo”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단순히 무언가에 빗대는 데에만 집중해 본질을 흐리지는 않는다. 각 곡의 비유가 담긴 라인들은 직관적이면서도 과하지 않은 톤앤매너를 취함으로써 그의 장기인 담백함을 부각한다. 더불어 각각의 이야기는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상황과 감정을 담고 있기도 해 준수한 흡인력을 갖춘 편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치명적인 상대를 보고 사랑에 빠지고연인과 따뜻하고 뜨거운 밤낮을 보내고 싶어 하지 않은가. 이는 청자가 쉽게 몰입하게 할 뿐만 아니라 트랙 간의 이질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게끔 하는 감상 지점이다.


전반적인 프로덕션 또한 부드러운 감상에 힘을 보탠다. 대체로 미니멀한 구성의 프로덕션은 앨범 안에서 엘로의 목소리가 돋보이게끔 한다. 기타, EP, 신시사이저, 드럼 등 각 악기는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적당히 본연의 소리를 내는 편이다. “The End”, “Day N Night” 등에서 선보이는 훅에서의 꽤나 댄서블한 변주는 루즈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곡의 무드를 환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감상들은 크게 보았을 때, 작품 전반에 묻어나는 전자음악적 요소에서 기인하는 편이기도 하다. 엘로는 기존의 것과 다르기를 추구하는 최근 알앤비 씬의 트렌드인 얼터너티브 알앤비 안에서도 아이러니하게 공식이 되어가는 공간감이나 악기의 소리를 한껏 왜곡하는 식의 문법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소스나 이펙트, 패턴에 있어 전자음악의 향취를 가져오면서도 적절한 사운드 밸런스를 찾고, 이를 통해 과잉되지 않은 몽환적인 무드를 연출해내는 편이다. 엘로는 본 작을 통해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기본적인 의의인 '다름'을 제대로 실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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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8 Femmes]는 옴니버스 영화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트랙마다 각각 다른 여인을 두고 다른 결의 주제를 담으며, 그에 대응되는 엘로의 모습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또, 밴드 세션과의 공연을 연상케 하는 레트로한 “Rose”부터 조금은 트렌드와 동떨어진 “Tattoo”, 전작들의 연장선이라고도 볼 수 있는 우울하면서도 몽환적인 사운드의 “F.W.B”까지, 소리적으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물론, 명확한 킬링 트랙이 부재한다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다만, 어쨌든 트렌드를 의식하면서도 결코 그에 편승하려고만 하지 않은 자신만의 것을 들려주었기에 [8 Femmes]는 엘로 개인 커리어에 있어 고무적인 결과물이라고 본다.



글ㅣLo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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