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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Demigodz - KILLmatic

title: [회원구입불가]soulitude2013.05.15 01:19추천수 5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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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igodz - KILLmatic

01. Intro (Giants On The Earth)
02. Demigodz Is Back 
03. Dumb High (Feat. Open Mic)
04. Never Take Me Out (Feat. Termanology)
05. Just Can’t Quit (Feat. Scoop Deville)
06. Worst Nightmare
07. Can’t Fool Me (Feat. Eternia)
08. DGZ x NYGz (Feat. Panchi of NYGz)
09. Dead In The Middle
10. The Gospel According To… (Feat. Planetary of Outerspace)
11. Raiders Cap
12. The Fallen Angels
13. The Summer Of Sam
14. Tomax & Xamot
15. Captain Caveman (Feat. RA The Rugged Man)
16. Audi 5000



♪ Demigodz - Demigodz Is Back

가뜩이나 각박하고 힘든 세상에서 그나마 우리를 버틸 수 있게 해주는 힘은 바로 ‘다행감’이 아닐까. 먼 옛날 미국 남부 흑인 노예들이 힘든 농사일을 마치고 먼 언덕을 바라보며 연주했던 가스펠 노랫말과 성가 소리를 그 후세와 자손들은 잊지 않았다. 초창기 재즈를 들으며 그 시절 부모 세대의 음악이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음을 느꼈던 것이다. 그로 인해 ‘다행감’을 맛보곤 했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혹시 음악이 죽어버리면 어떡하지. 내가 좋아하던 음악을 더 이상 못듣게 된다면 어떡하지... 북한에서 날아온 미사일이 내 방의 씨디들을 다 와장창 부숴버리면 어떡하지... 정말 무섭지 않은가. 90년대 힙합의 붐 뱁(boom bap) 소리에 완전히 갇혀버린 나와, 이 글을 관심 있게 읽고 있는 당신이 만일 더 이상 예전의 힙합 사운드를 들을 수 없다면 어떡할까 하는 불안감을 혹시나 가지고 있다면, 걱정하지 마라. 데미가즈(Demigodz)가 우리에게 안겨줄 ‘다행감’을 가지고 돌아왔다.

데미가즈는 이미 90년대 중후반에 결성된 미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크루다. 혹시나 작년-재작년에 [Honkey Kong]과 [Nineteen Ninety Now]라는 앨범으로 미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씬을 뒤집어놨던 애퍼씨(Apathy)와 셀프 타이틀드(Celph Titled)를 좋아하게 되었다면, (진부한 표현이지만) 당신은 이미 데미가즈의 팬이다. 왜냐하면 데미가즈는 애퍼씨와 셀트 타이틀드를 주축으로 결성된 그룹이니 말이다. 하지만 데미가즈는 아미 오브 더 패로우즈(Army Of The Pharaohs)처럼 한둘의 주축 멤버를 중심으로 여러 멤버들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개방형 구조이기 때문에 ‘무한도전’이나 ‘1박2일’보다는 ‘정글의 법칙’이나 ‘출발 드림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당신도 노력하면 데미가즈의 멤버가 될 수 있다.) 무려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데미가즈의 이름으로 발표된 앨범은 고작 두 장인데, 하나는 2001년에 발표된 EP인 [The Godz Must Be Crazy]이고 (이 앨범은 2007년에 몇 곡의 신곡과 인스트루멘틀을 포함해서 [Deluxe Edition: The Godz Must Be Crazier]라는 더블앨범으로 리이슈됐다.), 그 다음이 본 앨범인데, 전작이 EP다 보니 이 앨범은 데뷔 15년 만에 발표하는 데미가즈의 ‘데뷔 정규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본인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할 거다.)

사실 데미가즈에 관심과 애정이 있는 사람들에겐 이 앨범이 가지는 의미는 무척이나 크다. 이건 마치 각각의 솔로 활동으로 입지를 다지고 인지도와 명성을 쌓은 이들이 금기시하던, 오랫동안 잊혀졌던 옛 약속을 부활시켜 그 봉인을 해제해버린 상황이랄까. 마치 한동안 잊고 지냈던 두려운 거대 조직의 배후가 조심스럽게 드러난 상황이랄까. 뭐, 대충 그런 정도의 어떤 ‘짜릿함’이 있다. 쉽게 말해, ‘*발, 다 죽었어! 데미가즈다, 데미가즈!!!’ 뭐 이런 느낌? 셀프 타이틀드가 “Demigodz Is Back”의 첫 벌스에서 말한 가사가 정답이다. "Demigodz is back? Hey, it’s f**king awesome!"



♪ Demigodz - Dead In The Middle

개방형 구조이긴 하지만 앨범 자켓에 여섯 명의 실루엣을 그려놓은 것을 보아, 데미가즈는 아마도 현재 여섯 명의 정규 멤버, 애퍼씨, 셀프 타이틀드, 에소테릭(Esoteric), 라이유(Ryu), 모티브(Motive), 그리고 블랙카스탠(Blacastan)으로 압축된 것으로 보인다. 앨범은 주구장창 여섯 멤버들과 몇몇 게스트 랩퍼들의 ‘호전-공격-하드코어-언어유희-펀치라인’의 향연이라 보면 된다. 진지한 내면의 고찰? 매타포의 철학? 힘든 게토의 삶? 애절한 사랑? 진중한 스토리텔링? 그런 거 없다. 당연하지. 순도 100%의 ‘본격 퓨어 하드코어 힙합 앨범’을 표방한 앨범에서 ‘그딴’ 가사들은 필요도 없고 있어도 팬들에 대한 모독이기 때문이다. 가사를 통한 음미는 [good kid, m.A.A.d city] 같은 앨범에서 충분히 했으면 됐고, 자자, 그보다는 우린 이 앨범의 프로덕션에 주목해야 한다. 

전작 (편의상 [The Godz Must Be Crazy EP]를 ‘전작’이라 칭한다.)은 대부분 셀프 타이틀드가 프로듀스를 했다. 앨범은 대체적으로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언더그라운드의 화두였던 재지한 느낌과 찰진 브레이크 비트가 주를 이뤘었는데, 그 가운데 애퍼씨가 프로듀스한 몇몇 곡들이 약간 멜로우(mellow)한 느낌을 주기에 다소 신선했었다. 근데 그 느낌 그대로 이번 앨범에는 메인 프로듀서 (16곡 중 8곡) 역할을 애퍼씨가 맡았는데, 바로 그 점이 이 앨범에 별 네 개의 가치를 부여하게 했다고 할 수 있겠다. 작년에 발매됐던 아폴로 브라운(Apollo Brown)과 오씨(O.C.)의 [Trophies]라는 앨범을 알 것이다. 작년에 미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甲이었던 앨범이다. 이 앨범이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 중 하나는, 비트들이 기본적으로 90년대의 오리지널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촌스럽지 않게 묘하게 현재의 트렌드도 동시에 담은 듯한, 정-반-합의 세련된 비트들을 들려줬다는 것인데, 대체 왜들 이러는지 애퍼씨가 주축이 되어 만든 이 앨범의 사운드 역시 그렇다. 톡 까놓고 말해서 90년대의 죽이는 ‘뚝치빡’ 붐 뱁 느낌을 살리면서 앨범이 전체적으로 너무 신선하게 나와버렸다. ‘뭐.. 또 고만고만한 하드코어 힙합 앨범이겠지...’가 아니라는 말이다. 

메인 프로듀서인 애퍼씨가 만든 “Can’t Fool Me”를 보자. 뭐 이런 게 다 있나? 카세트 테이프를 리와인드시키는 느낌의 신선하고 실험적인 비트. 마치 실험 뮤지션 토바코(Tobacco)의 음악에서나 듣던 비트다. “Just Can’t Quit”은 어떻고? 피아노 루프와 비기(Biggie)의 목소리를 활용해 마리화나에 대한 찬양을 장난스러운 비트로 얼버무려버렸고, 심지어 “The Fallen Angles”의 비트는 우주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다 보니 영화 록키(Rocky)의 유명한 테마인 “Gonna Fly Now”를 차용한 “Demigodz Is Back”은 진부해서 오글거린다기보다는 오히려 귀엽다. 의도적인 전형성이 주는 미학이랄까. 그리고 이에 애퍼씨와 오래 호흡을 맞췄던 명프로듀서, 첨질라(Chumzilla)의 “DGZ x NYGz”는 트렌디한 신디사이저음까지 차용해버렸다. 더불어 역시나 애퍼씨의 오랜 동료인 테디 락스핀(Teddy Roxpin)의 “Never Take Me Out”과 “Captain Caveman”, 그리고 베테랑 더 스노우군스(The Snowgoons)의 “The Summer Of Sam”의 록적인 느낌은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며, 이쯤에서 “The Gospel According To…”의 도입부가 가지는 가스펠적인 느낌과 “Audi 5000”에서의 마르코 폴로(Marco Polo)의 리얼 ‘생’ 연주 비트까지 가면 우와… 대단하다. 잠깐, 여기까지 읽은 독자는 혹시나, ‘그게 뭐야! 뭐 종합선물셋트야? 다양성만 있고 일관성이 없는 거 아냐?’라고 반문할지 모르겠으나, 이러한 다양한 비트들만 듣고 있기에는 시종일관 애퍼씨의 공격적인 다음절 라임과 셀프 타이틀드의 조롱하는 바리톤 언어유희, 그리고 여타 멤버들의 일관된 히드코어 랩이 우리의 귀를 가만두지 않는다. 걱정마시라. 앨범은 충분히 일관적이고 통일적이며 분명한 구심점이 존재한다. 



♪ Demigodz - Worst Nightmare (prod by DJ Premier)

헤비메탈 앨범에서 발라드가 없으면 섭섭해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역시 이 앨범에도 돌직구 하드코어 비트의 전형성을 보이는 것들도 물론 있다. DJ 프리미어(DJ Premier)의 “Worst Nightmare”에서 그는 그가 들려줄 수 있는 가장 전형적인 ‘프리모 비트’를 들려준다. 또한 빅 펀(Big Pun)읜 노래 “Twinz”의 유명한 다음절 라이밍을 샘플링한 애퍼씨의 “Dead In The Middle”은 가장 이상적인 하드코어 힙합 비트의 전형이라 할 수 있겠다.  

하드코어 힙합의 정수와 태도는 그대로 남겨둔 채로, 전혀 진부하지 않게 창조적이고 신선한 음악을 들고, 그야말로 ‘돌아온’ 데미가즈의 사랑스러운 앨범에 두고두고 찬사를 보내고 싶다. “The Fallen Angel”에서의 모티브의 가사 한 줄이 의미 심장하다. 

“Hardcore hip hop fans, this is what they hope for.”
"하드코어 힙합 팬들아, 이게 바로 너네가 바라던 거야."


오늘도 우리 딸아이는 고양이 인형을 끌어안고 자지만, 나는 오늘밤 데미가즈의 [KILLmatic] 씨디를 품에 끌어안고 자고 싶다. 


글 | tunik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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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 5.15 02:06
    F.H!
  • 5.15 12:19
    커버 좋다;;
  • @The Quiett
    진짜 좋네요 ㅋㅋ
  • 5.15 12:56
    솔직히 갓오브 세렝게리 보다 이게 더 좋았음 ㅎㅎ
  • 1 5.15 13:28
    여담이지만 Apathy가 췌장 큰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회복 중이랍니다.
    쾌유를..
  • 5.15 18:00
    와 쩌네요 걍 쩐다 ㄷㄷ
  • title: Kanye Westido
    5.15 22:15
    언제나 리뷰글 잘보고 있습니다. tunikut님 글은 언제나 최고에요.
  • 5.16 22:19
    @ido
    감사합니다 ㅠㅠ 앞으로도 많은 성원..
  • title: Kanye Westido
    5.17 01:14
    @tunikut
    넵 tunikut님 개인블로그(?) 형식의 사이트도 자주가서 글 읽곤해요ㅎㅎ
  • 5.16 18:48
    정말 내가 바라던 앨범이군요..
  • 5.16 23:15
    리뷰 잘봤습니다. 오랫만에 리뷰읽고 공감하네요.
  • 7.21 16:29
    이건 아무리 들어도 비트가 정말 .. ㅋㅋㅋ 리뷰잘봤습니다!
  • 9.23 14:35
    이거 듣자마자 와~~~우 하고 비명을 지르던게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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