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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PRhyme - PRhyme (Deluxe Version)

Pepnorth2016.01.06 22:25추천수 15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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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hyme - PRhyme (Deluxe Version)


Standard Version

1. PRhyme

2. Dat Sound Good (Feat. Ab-Soul, Mac Miller)

3. U Looz

4. You Should Know (Feat. Dwele)

5. Courtesy

6. Wishin’ (Feat. Common)

7. To Me, To You (Feat. Jay Electronica)

8. Underground Kings (Feat. ScHoolboy Q, Killer Mike)

9. Michrophone Preem (Feat. Slaughterhouse)

Deluxe Version

10. Golden Era (Feat. Joey Bada$$)

11. Wishin’ ll (Feat. Black Thought)

12. Highs and Lows (Feat. MF Doom & Fonte)

13. Mode ll (Feat. Logic)


셰이디 레코즈(Shady Records)의 로이스 다 파이브 나인(Royce Da 5’ 9”, 이하 로이스)과 DJ 프리미어(DJ Premier, 이하 프리미어)가 프라임(PRhyme)이라는 이름으로 동명의 합작 앨범 [PRhyme]을 발표했다. 프리미어가 다시 시작한 듀오라는 점에서 프라임은 그가 과거에 구루(Guru)와 함께 만들었던 갱스타(Gang Starr)를 연상케 한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갱스타와 프라임은 프리미어라는 인물만 공유할 뿐, 음악적 성격과 그 방향이 묘하게 다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로이스와 프리미어가 그간의 정체성을 잠시 내려놓은 채 프라임이라는 이름 아래 헤쳐 모였다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로이스의 캐릭터는 배드 미츠 이블(Bad Meets Evil), 슬로터하우스(Slaughterhouse)의 그것과 닮아있으며, 프리미어가 샘플링을 통해 빚어낸 비트도 스타일 측면에서 보면 과거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프라임의 앨범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건 청자가 익히 알고 있는 맥락을 뻔할 정도로 고스란히 따르면서도 그 어디에도 견줄 수 없는 완벽함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90년대와 붐뱁이 있다. 


90년대와 붐뱁이라는 키워드는 듣기만 해도 전형적인 사운드가 떠오를 정도로 힙합과는 인연이 깊은 사이다. 프라임은 이 두 키워드를 진득하게 끌어안았다. 프리미어는 늘 그랬듯 샘플링 모양의 비트를 깎고, 로이스는 최상급의 랩을 뱉었다. 이 과정을 통해 탄생한 트랙들은 담백하면서도 힙합 고유의 멋을 담고 있다. 로이스와 프리미어가 랩과 비트라는 각자의 영역에 충실한 덕이겠지만, 더욱 중요한 건 이들이 ‘전성기, 최상의’라는 뜻을 지닌 ’프라임(Prime)’이라는 단어에 걸맞은 수준의 음악을 구현해냈다는 것이다. 우선 프리미어의 비트를 짚어보자. 프리미어는 힙합 프로듀서의 대명사나 마찬가지인 인물이지만, 최근에는 다소 부진했던 게 사실이다. “전성기가 지났다.”라는 세간의 비판에 딱히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그가 내놓는 비트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허전하고 엉성한 모습이었다. 때문에 [PRhyme] 앨범 발매 소식을 들은 팬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낸 건 당연한 일이었다.



♬ PRhyme - U Looz



그러나 프리미어는 우려를 단숨에 불식시켰다. 사이키델릭한 분위기가 앨범 전반을 휘감는 가운데, 강하게 울리는 드럼 소리와 단순한 듯 세련되게 구성한 샘플 사이의 균형은 90년대 붐뱁에 뒤지지 않는다. 샘플을 배치하는 방식에서는 베테랑 프로듀서의 여유도 베어 있다. 소울 샘플과 보이스 샘플을 번갈아 활용하기도 하고("U Looz"), 샘플 사이를 넉넉하게 유지하기도 하며("You Should Know"), 한 곡 내에서 BPM을 다르게 가져가며 속도감 넘치는 연출을 선보이기도 한다(“Wishin’ & Wishin’ ll”). 나스(Nas), 푸지스(Fugees), 노토리어스 비아이지(The Notorious B.I.G.), 제이지(JAY Z) 등의 목소리 샘플을 구석구석에 삽입한 부분에서는 과거의 향수가 느껴지기도 한다. 프리미어가 이처럼 전성기 못지않은 비트를 구현할 수 있었던 건 그의 노력도 한몫했겠지만, LA 출신의 프로듀서 아드리안 영(Adrian Younge)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아드리안 영은 샘플을 보는 안목과 프로듀싱 능력이 탁월하며,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의 앨범 [Twelve Reasons To Die]의 전곡을 프로듀싱 하는 등 이미 이 바닥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특히 소울 샘플 관련해서는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프리미어는 그의 작품 등에 기초해 [PRhyme]을 프로듀싱했다. 영화 <Black Dynamite> OST 수록곡 "Shot Me In The Heart", 정규 앨범 [Something About April]에 수록된 "Sound Of A Man", "Midnight Blue" 등이 그것이다. 디럭스 버전에 추가된 “Wishin’ ll”의 인트로에서 프리미어가 프라임의 이름 뒤에 아드리안 영을 가장 먼저 언급하며 샤랴웃을 보내고, “Golden Era”의 인트로에서는 아드리안 영이 곡의 주제와 관련된 나레이션을 직접 소화하며 존재를 드러내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PRhyme]은 프리미어와 로이스가 주축이 된 작품이긴 하지만, 사실상 아드리안 영을 포함한 삼인조로 보아도 무방하다.



♬ PRhyme - Courtesy



로이스의 랩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로이스는 시종일관 특유의 날카롭고 타이트한 래핑을 선보이며 비트를 빈틈없이 메운다. 사실 그간 로이스는 배드 미츠 이블, 슬로터하우스의 앨범에서 주체로 전면에 등장하지는 않았다. 전자의 경우에는 에미넴(Eminem)과 함께, 후자의 경우에는 그룹을 구성하는 일원의 역할만 담당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단순히 랩만 뱉는 게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 존재감도 제대로 과시한다. 프리미어라는 든든한 프로듀서를 배후에 두고 당당히 앨범의 주체로 우뚝 선 것이다. 로이스의 독보적인 존재감은 “Courtesy”와 “Wishin’”, 그리고 그 이후에 등장하는 트랙들에서 빛을 발한다. 특히 “Wishin’”과 “Wishin’ ll”에서 로이스는 매 벌스가 끝날 때마다 변하는 BPM에 맞춰 랩의 기어를 자유자재로 바꾸면서도 특유의 날 선 래핑을 이어가는 등 발군의 퍼포먼스를 보인다. 이제 37살이 된 로이스의 연륜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빡빡한 랩과 붐뱁 비트는 그 타격감 넘치는 특징 때문에 적잖은 피로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자기 과시’나 ‘증명’으로 점철된 가사도 이에 한몫한다. 이럴 때일수록 참여 뮤지션들의 역할이 더없이 중요하다. 앨범에는 드웰레(Dwele) 같은 보컬리스트부터 시작해 커먼(Common), 슬로터하우스, 킬러 마이크(Killer Mike), 엠에프 둠(MF Doom) 같은 베테랑과 앱소울(Ab-Soul), 스쿨보이 큐(ScHoolboy Q), 맥 밀러(Mac Miller) 같은 젊은 피까지 수많은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지만, 이들은 각자 맡은 파트를 완벽하게 책임지며 앨범의 분위기를 환기하고, 가사에 다채로움을 부여한다. 참여진과 로이스와의 빼어난 호흡도 돋보인다. 이를테면, 디럭스 버전에 추가된 “Wishin’ ll”에서는 블랙 똗(Black Thought)과 함께, “Golden Era”에서는 조이 배대스(Joey Bada$$)와 함께, “Mode ll”에서는 로직(Logic)과 함께 주고받듯 랩을 펼치는 식이다. 특히 조이 배대스, 로직과 랩을 내뱉는 모습을 보면, 붐뱁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만큼 이들의 랩 퍼포먼스는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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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hyme]은 사실 슬로터하우스의 단체 작품으로 나올 예정이었다. 작품 포맷도 앨범이 아닌 EP였다. 끝내 앨범으로 완성될 수 있었던 이유는 로이스가 작업에 대한 의지와 열정을 불태운 덕분이다. 즉, 철저한 기획 아래 탄생한 작품이 아니다. “PRhyme”보다 “U Looz”가 더 앨범의 첫 트랙 같고, “Wishin’ ll” 전에 나오는 인트로가 멋지기보다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해 보이는 건 기획의 부재 탓이다. 영화 <Southpaw>의 OST에 삽입된 “Mode”에 벌스를 덧붙여 “Mode ll”를 만든 건 조금 급급해 보이기도 한다. 그만큼 앨범은 유기적인 구성을 갖추지 못했다. 그나마 스탠다드 버전 발매 이후 1년이 지난 시점에 나온 디럭스 버전이 총 13곡을 담아내며 앨범다운 구색을 갖춘 편이긴 하다. 물론 추가된 곡도 대부분 다른 경로로 한 차례씩 공개됐던 곡들이라 신선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을 고려하더라도 [PRhyme]은 여전히 의미 있는 작품이다. 로이스의 원초적인 가사와 랩스킬은 힙합 고유의 매력을 품고 있고, 프리미어의 비트는 90년대의 향수를 한껏 머금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탄생한 앨범 [PRhyme]은 가장 정석적이고도 완벽한 붐뱁을 담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 앨범을 듣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글 | Pepnorth

신고
댓글 14
  • 1.6 22:30
    좋습니다
  • 오우 쉣
  • 1.7 01:19
    추가 곡들 퀄리티 지림;;;
  • 1.7 03:51
    하....로직.. 개좋다
  • 1.7 11:16
    휴 미쳤음 걍
  • 1.7 12:15
    디럭스 별로 안좋아하는데 이건ㄷ
  • 1.7 15:39
    프리모!
  • 1.7 18:57
    '프리미어와 로이스가 주축이 된 작품이긴 하지만, 사실상 아드리안 영을 포함한 삼인조로 보아도 무방하다' 라고 쓰신 본문의 내용처럼 삼인조의 작품으로 봐야할 정도로 거의 모든곡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someting about april 앨범의 샘플이 쓰여서 좋았고 저도 wishin' II 인트로 부분이 구색 맞추기로 느껴져서 조금 아쉬운것 빼고는 디럭스 버전 기다렸던 만큼 기대치를 채워주는 앨범인것 같습니다
  • 1.10 17:40
    프리모 목소리 매력적이라고 생각한건 나 뿐인가
    칼리드처럼 중간중간에 목소리 좀 많이 넣어줬음 좋겠음ㅋㅋㅋㅋ
    (칼리드 극혐합니다)
  • 1.14 13:01
    하아..진짜 앨범 구성력부터 리릭 스킬까지 다 좋음.전부 애드리안 영 샘플인건 몰랐었는데 진짜 선택 잘한것 같구 모드2는 멈출줄 모르네요.
  • 1.27 13:04
    추가곡들이 아주 좋습니다~
  • 2.18 18:23
    프리미어!
  • 2.25 15:13
    프리모 모자에 '뉴에라' 한글로 쓰여있는거 맞나요??
  • Pepnorth글쓴이
    2.25 23:51
    @벤틀리
    네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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