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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Dr. Dre - Compton

Pepnorth2015.09.30 21:36추천수 9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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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Dre - Compton


1. Intro

2. Talk About It (Feat. King Mez, Justus)

3. Genocide (Feat. Kendrick Lamar, Marsha Ambrosius, Candice Pillay)

4. It’s All on Me (Feat. Justus, BJ The Chicago Kid)

5. All in a Day’s Work (Feat. Anderson. Paak, Marsha Ambrosius)

6. Darkside / Gone (Feat. King Mez, Marsha Ambrosius, Kendrick Lamar)

7. Loose Cannons (Feat. Xzbit, Cold 187um, Sly Pyper)

8. Issues (Feat. Ice Cube, Anderson .Paak, Dem Jointz)

9. Deep Water (Feat. Kendrick Lamar, Justus, Anderson .Paak)

10. One Shot One Kill (Performed by Jon Connor, Feat. Snoop Dogg)

11. Just Another Day (Performed by Game, Feat. Asia Bryant)

12. For the Love of Money (Feat. Jill Scott, Jon Connor)

13. Satisfiction (Feat. Snoop Dogg, Marsha Ambrosius, King Mez)

14. Animals (Feat. Anderson. Paak)

15. Medicine Man (Feat. Eminem, Candice Pillay, Anderson .Paak)

16. Talking to My Diary


닥터 드레(Dr. Dre)가 라디오 방송 도중 급작스레 앨범 [Compton: A Soundtrack by Dr. Dre (이하 'Compton')]의 발표 소식을 전했다. 같이 방송을 진행하던 사람들도 놀랐고, 듣고 있던 사람들도 놀랐다. 그의 마지막 앨범 [2001]은 1999년 11월에 나온 작품이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정도 전의 일이다. 앨범 발매 소식에 팬들은 놀라움과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 마음 한구석에는 걱정도 적잖이 자리하고 있었다. 닥터 드레가 위대한 뮤지션이긴 하나, 이제 쉰이 된 그가 과거처럼 맹렬한 사운드를 품은 앨범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낙관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현직 프로듀서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부 프로듀서들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닥터 드레의 음악에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진보를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닥터 드레’라는 이름에 걸맞은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는 여전히 나의 아이돌이다.” 라고 입을 모았다. 최고의 프로듀서라는 그의 명성에 전혀 걸맞지 않은 반응이었다. 


앨범을 발매하지 않은 시간 동안 닥터 드레가 음악 활동을 완전히 접은 건 아니었다. 그러나 프로듀서로서 작업에 참여하는 것과 자신의 싱글, 나아가 하나의 서사를 온전히 갖춘 앨범을 만드는 건 성격이 전혀 다른 일이다. 게다가 리스너들의 입에 긴 시간 오르내리며 기대치만 높이던 앨범 [Detox]가 흔적도 없이 폐기된 사건은 그의 커리어에 큰 오점을 안겼다. 사람들이 닥터 드레의 뉴스를 보고 반가워하면서도, ‘헤드폰 깎는 노인’이라며 쓴웃음을 날렸던 건 다름이 아니다. 그래서 [Compton]을 전혀 기대하지 않는 이도 꽤 많았다. 여기에는 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튼>을 작업하다가 느낌이 와서 작업했다는 앨범 비하인드 스토리도 한몫했다. 심혈을 기울인 앨범도 완전히 엎어버리는 마당에 영화 촬영 중 받은 영감으로 얼마나 대단한 작품을 만들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였다. 닥터 드레라는 이름표가 헤드폰의 품질은 보증할지언정, 음악의 품질은 더 이상 보증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앨범의 퀄리티는 모두의 기대와는 정반대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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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가 컴튼(Compton)은 닥터 드레의 커리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가 태어난 곳이자 음악을 접하고 시작했던 곳이며, 동료 뮤지션들과 전설적인 그룹 N.W.A를 결성했던 곳이다. 닥터 드레 커리어의 시작점은 [The Chronic]보다는 [Straight Outta Compton]에 가깝다. 컴튼에서 나와 컴튼으로 끝맺는 그의 디스코그라피. 그래서인지 닥터 드레는 최근 발표했던 그 어떤 곡에서보다도 더 의욕적인 모습을 앨범 내내 선보인다. 우선, 그는 시종일관 목소리에 힘을 주어 빡빡하고 거칠게 랩을 뱉는다. 긴장과 비장함이 묻어날 정도다. 가사의 수준 또한 마찬가지다. 컴튼의 삶을 있는 그대로 묘사해서 그런지 기본적으로 잔인하며, 때로는 참혹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물론 일부 곡에서는 너무 극적인 면이 있어서 과잉 묘사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마약사범을 붙잡기 위해 탱크가 출동하고, 지나가던 흑인을 아무 이유 없이 때려눕히던 영화 속 컴튼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오히려 가사가 부단히 사실적이며, 충분한 설득력을 갖췄다는 인상을 준다. 그만큼 가사와 랩은 통일된 모습을 지니며 앨범을 어둡게 가다듬으면서도 힘차게 이끌어간다.


주제에 대한 집중력도 뛰어나다. 빈민가에서의 삶과 성공 등을 제외한 다른 이야기로 절대 눈을 돌리지 않는다. 이야기 속 주체로서 자신이 겪은 삶의 궤도에 따라 결이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방향은 변함 없다. 그만큼 주제의식이 명료하다. 그러면서도 컴튼에서의 삶이 좋은지 나쁜지에 대한 가치 판단은 하지 않는다. 다만 돈과 명예가 아닌 폭력을 중점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내면서도, 폭력을 자랑하지 않고, 자연스레 삶에 녹여내며, 폭력의 끝에 오는 결과는 ‘자기만족’에 불과하다고 다그치는 모습을 보인다. 즉, 이야기를 원하는 방향으로 보기 좋게 전시해놓고 가치 판단은 청자에게 맡긴다는 것이다. 앨범 속 이야기의 배경은 십여 년도 더 전이지만, 컴튼은 여전히 우범지대에 가깝다고 한다. 닥터 드레가 말한 과잉된 자의식, 자기만족이 여전히 자기 삶의 전부인 래퍼가 존재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앨범의 이야기는 더더욱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컴튼에서 태어나 실패와 성공을 모두 겪은 50대 뮤지션이기에 가능한 회상이자, 이야기이고, 방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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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드레의 앨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사운드도 주목할 만하다. 얼핏 들었을 때 사운드 자체는 다소 날카롭고 거칠게 느껴진다. 하지만 사운드 손질이 덜 됐다거나 완성도가 부족한 건 절대 아니다. 닥터 드레가 완벽주의자로 유명하기도 하거니와, DJ 프리미어(DJ Premier) 같은 베테랑 아티스트부터 시작해 DJ 다히(DJ Dahi), 포커스(Focus...), 뎀 조인츠(Dem Jointz), 카디악(Cardiak) 등 수많은 프로듀서가 앨범 프로듀싱에 참여했다. 사운드가 나쁘게 뽑힌 게 아닌, 의도적으로 사운드를 거칠게 구현해 앨범의 어두운 분위기를 더욱 강하게 주조했다고 보는 게 맞다. 귀를 후려칠만큼 화려하고 풍성한 사운드도 선보인다. 특히 "Genocide"와 "Deep Water" 같은 곡에서는 복잡하지 않은 음들과 랩 트랙을 다층적으로 구성해 거대한 공간감을 형성, 웅장한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한다. 화려하지 않은 음들의 조합으로 창출한 화려함. 닥터 드레의 앨범 아니면 어디서 들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공들인 흔적이 앨범 곳곳에 역력하다. 사운드의 전반적인 흐름은 이야기의 흐름과 같은 길을 걷는다. 이를테면, 초반부에는 다소 거칠게 음을 나열하다가 앨범의 중반에 있는 “Loose Cannons”, “One Shot One Kill”, “Issues” 등에서는 전자 기타의 운용을 통해 마치 록처럼 강렬하고 화려한 사운드를 구사하고, 곡의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흐름이 조금씩 부드러워지는 식이다. 그리고 이 강렬하고 화려한 사운드는 컴튼의 거칠고도 험난한 삶을 묘사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무대가 되어준다. 닥터 드레가 논하는 컴튼의 삶이 사실적으로 느껴지는 데에는 비트의 높은 완성도가 한몫한다.


하지만 사운드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앨범은 아쉬움을 남긴다. 과거 그의 앨범을 기준으로 삼으면 아쉬움은 더 또렷해진다. [The Chronic]과 [2001]은 누가 뭐라고 해도 당시 힙합의 변화에 혁혁한 공을 세운 앨범들이었다. 지훵크(G-Funk)라는 힙합의 또 다른 갈래가 생긴 건 물론, 스눕 독(Snoop Dogg) 등 당대 최고의 힙합 스타를 배출하기도 했다. 물론 이번 앨범도 비교적 무명인 뮤지션을 조명한 편이다. 그 과정에서 앤더슨 .팍(Anderson .Paak)은 최고의 블루칩으로 성장, EP 앨범 발표를 앞두고 있다. 툭하면 사건, 사고 뉴스에서 볼 법한 일을 저지르던 래퍼 게임(Game)이 완벽한 랩을 선보였다는 점, 정체됐다는 인상을 줬던 존 코너(Jon Connor)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했다는 점 등도 눈에 띈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과거 앨범을 통해 빚어낸 영향력에 비하면 많이 모자라는 게 사실이다. 사운드도 마찬가지다. 완성도 자체는 웬만한 힙합 앨범은 뺨을 난타할 정도로 높다. 하지만 과거 앨범만큼의 개성이 담겨있다고 하기는 어렵고, 현 힙합 사운드의 흐름에 큰 영향을 줄 기미를 보이는 편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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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ton]은 닥터 드레의 세 번째 정규 앨범이자 마지막 앨범이다.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정규 앨범은 긴 시간 닥터 드레의 발목을 잡았다. 사람들의 기대, 평론가의 날카로운 눈초리, 과거의 명성까지 삼박자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다. 그리고 닥터 드레는 [Compton]으로 그 세가지 요구를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잡아냈다. 새로운 변화, 힙합 씬의 발전을 끌어낼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제이콜(J. Cole) 등 힙합의 현세대를 이끌어가고, 나아가야 할 지점을 제시하는 래퍼들의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뒷받침했다. 알맹이 없는 작품이 아닌, 사운드와 이야기, 그리고 컴튼이라는 지역에 힘을 실으며 앨범의 완성도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이제 쉰이 다 된 아티스트가 15년 만에 낸 작품으로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글│Pepno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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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 9.30 22:39
    전작들의 기준으로 보면 아쉬움이 남지만 컴튼 앨범만 두고 본다면 확실히 좋은 앨범 인거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9.30 23:08
    마지막 ㅠ
  • 10.1 16:15
    외힙입문의 첫걸음이 되게 해줬는데 ㅠㅜ마지막이라니
    그래도 고맙다.
  • 10.1 17:21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기다려왔기때문에
    나와준것만으로도 감사한 그런 앨범이였습니다 ^^
  • 10.8 19:06
    수십번 돌려봐도 별로다.. 인트로가 가장 좋아
  • 10.11 22:14
    난 좋은데..
  • 10.16 02:21
    심각하게 드레음악에 빠져살던 저로썬 그냥 아쉬움만 많이 남네요. 그동안 보여줬던 100곡이 넘는 유출곡들의 퀄리티,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참가는 거품이되버린채 완전히 다른 명목의 작품을 내버렸지만.. 이건 드레로써는 최선의 선택이었지 싶어요. 이정도만해도 충분히 박수받을만 하고 이젠 미련없이 보내줄수있는 시기가 오지않았나 생각합니다. 글쓰느라 수고하셨어요~
  • 10.24 19:42
    너무 좋아서 이것만 귀에 박고 사는 느낌이었네요 ㅎㅎ 잘 읽었습니다! 완전 공감가는 내용이었어요
  • 10.26 11:45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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