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view] Pharrell Williams - G I R L
01. Marilyn Monroe02. Brand New (Feat. Justin Timberlake)03. Hunter04. Gush05. Happy06. Come Get It Bae (Feat. Miley Cyrus)07. Gust Of Wind (Feat. Daft Punk)08. Lost Queen09. Know Who You Are (Feat. Alicia Keys)10. It Girl
힙합엘이에 쓰는 퍼렐(Pharrell Williams) 리뷰의 장점 중 하나가 퍼렐에 대해 길게 소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혹시나 아직 퍼렐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면, 그의 아티스트 열전(링크)과 관련 뉴스들을 찾아보고 오는 것이 좋다. 사실 앞의 두 과정을 거쳐온 사람이라면 이 리뷰의 내용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앨범이 지닌 의도나 맥락이 찾기 쉬울 정도로 직관적이고 전면에 내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를 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 그러한 부분들을 궁금해 할 분들을 위해, 그리고 이 앨범이나 퍼렐이라는 아티스트를 처음 접하는 분들을 위해 이야기를 좀 풀어내 보고자 한다.
퍼렐은 알다시피 채드 휴고(Chad Hugo)와 함께 프로듀서 팀 넵튠즈(The Neptunes)의 일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들은 테디 라일리(Teddy Riley) 아래서 커리어를 시작하여 힙합과 알앤비 양쪽에서 경력을 쌓아나갔다. 이후 그들은 켈리스(Kelis)의 앨범 총괄 프로듀싱을 시작으로 팝 음악 시장에서도 성공하며 대형 프로듀서로 거듭나게 되는데, 여기에 “Hot In Herre”을 포함한 몇몇 대박 히트곡을 시작으로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직접 기획한 클립스(Clipse), 로빈 시크(Robin Thicke) 등의 아티스트들까지 성공시키며 명실상부 최고의 프로듀서임을 입증하게 된다.
퍼렐은 이렇게 프로듀서로서 히트곡 메이커가 되었을 뿐 아니라 직접 퍼포먼스를 하는 아티스트로서도 성공을 거둔다. 조금씩 해오던 피처링 외에도 N.E.R.D라는 밴드를 통해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선보였고, 솔로 앨범 [In My Mind]에서는 보컬과 랩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모습으로 인상을 남겼다. 거기에 2010년에는 <슈퍼배드> OST를 시작으로 영화음악도 시작하게 되고, 2011년 즈음부터는 본격적으로 솔로로 프로듀서 커리어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한다. 이때가 퍼렐에게 있어서는 나름의 전환점으로 볼 수 있는데, 이때부터 퍼렐이 소울, 훵크, 디스코에 기반한 음악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12년 즈음부터는 일일이 곡명을 다 열거하기 힘들 만큼 그러한 스타일의 음악들을 많이 보여줬는데, 이는 단순한 차용이 아니라 기존의 넵튠즈가 가지고 있는 색을 살리면서 완성해낸 퍼렐만의 음악이었다.

퍼렐의 커리어를 이렇게 다시 간단하게나마 훑어본 이유는 이번 앨범의 사운드가 그가 걸어온 맥락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음악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앞에서도 길게 얘기했지만 훵크와 디스코, 두 가지 장르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거기에 더해 그가 해왔던 영화음악적 요소도 가지고 있다. 훵크 리듬이 강한 기타와 베이스의 전면 배치도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특유의 핸드클랩을 녹음해서 사용하는 방식이나 신의 한 수 수준의 퍼커션 배치는 퍼렐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들려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과 달리 랩을 빼고 보컬만으로 앨범을 채웠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렇게 곡 전체에 특유의 색채를 유지하는 것은 그로서 당연한 일이지만, 그 안에서 과감한 모습도 보인다. 특히 영화음악가인 한스 짐머(Hans Zimmer)를 기용하여 현악기 세션을 앨범에 녹여낸 것은 긴장감을 조성하는 훌륭한 극적인 요소가 되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의 대형 세션을 직접 녹음한 것도 인상적이다. 앨범 전체에 실린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현악기의 등장 역시 이 앨범을 묶는 요소 중 하나다. 외에도 레게 리듬을 슬쩍 차용하거나 로봇 보컬 다프트 펑크(Daft Punk)와 다시 조우하여 복고풍 느낌을 살려낸 것도 앨범 속에서 멋진 순간들을 만들어 낸다.
게스트로는 다프트 펑크 외에도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 마일리 사이러스(Miley Cyrus), 알리샤 키스(Alicia Keys), 조조(JoJo)가 참여하였다. “Brand New”가 시작될 때 등장하는 팀버랜드(Timbaland)의 깨알 같은 비트박스도 따지자면 피처링이기는 하다. 마일리 사이러스와 함께한 “Come Get It Bae”에서는 “Blurred Lines”처럼 특유의 추임새를 두 아티스트의 목소리로 바꿨으며, 마일리 사이러스 특유의 내스티한 매력과 퍼렐의 섹시함이 잘 조화를 이루게끔 했다. 알리샤 키스의 저음은 퍼렐의 팔세토와 멋진 호흡을 이루고 있으며, 인터루드 속 숨겨진 조조의 목소리는 곡에 대한 뛰어난 이해와 자연스러운 소화를 통해 그녀가 기존의 팝 아티스트를 벗어났음을 보여준다.

이 앨범은 일관된 주제를 지닌 콘셉트 앨범이기도 하다. 타이틀부터 아예 여성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번 앨범의 제목([G I R L]) 역시 익숙한 것('girl'이라는 단어)을 낯설게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니, 대중음악에 가볍게 등장하는 'girl'을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앨범을 통해 여성들에 대한 감사와 오마주를 이야기하는 동시에 성에 따른 사회적 불균형 문제를 꺼내고 싶었다고 한다. 즉, 이 앨범은 여성에 대한 단순한 관심을 표현한 정도의 작품이 아니라, 여성들을 위한 작품이자 여성들에게 바치는 작품인 것이다.
"아름답기 위해서는 꼭 피부가 하얘야 하고, 삐쩍 말라야 한다는 미쳐버린 기준을 없애고, 또 바꾸고 싶었다."라고 한 그의 발언은 피부색이 어떻든지, 사이즈가 어떻든지, 성적 취향이 어떻든지 간에 당신을 여성으로서 존중한다는 의미를 담은 앨범의 첫 곡 “Marilyn Monroe”에 고스란히 가사로 나타나고, 좋은 여성의 사랑은 남성을 새롭게 바꿔 놓을 수 있다는 이야기의 “Brand New”, 여성의 입장에서 가사를 쓴 "Hunter", 섹시한 무드를 뽐내는 "Gush"와 "Come Get It Bae", 여성을 아낌없이 예찬하는 "Lost Queen"과 "It Girl" 등의 곡들을 통해 일관되게 '여성에 대한 애정과 존중, 예찬'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가사들은 비교적 쉬운 언어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렇게 과도한 감수성을 배제한 젠틀한 방식으로 그는 애초의 목적이었던 여성의 힘 모으기(empowerment)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의도도 명확히 전달해냈다.
이 앨범은 퍼렐이 왜 대단한 음악가인지를 확실하게 말해준다. 곡을 잘 쓰고 노래를 잘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음악 자체를 이해하고 자신만의 것을 만든다는 점, 그리고 그 안에 하고 싶은 말을 유려하게 펼쳐내며 의미를 담아낸다는 점이 그 증거이다. 결국 이 앨범은 퍼렐 혼자서 프로듀싱을 하고 곡을 썼으며 직접 보컬을 부른, 그야말로 혼자 완성한 제대로 된 솔로 앨범이다. 이 앨범은 퍼렐이라는 아티스트 개인에게도 하나의 이정표 역할을 하겠지만, 동시에 레트로 감성이 유행하고 있는 음악 시장의 흐름에도 정점의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복잡한 의미를 떠나서도 이 앨범은 분명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단순히 곡을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이 나고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좀 일찍 발매되었지만, 올해의 앨범 중 하나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견해 본다.
♪ Pharrell Williams - Happy
글│Bluc
편집│soulitude




어찌 아쉽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이 앨범의 특유한 밝고 신나는 에너지는
사람들의 기분을 실제로 좋게 만들어 줘서 좋았습니다.
Happy는 엄청난 힘을 갖고 있는 곡임에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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