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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Mura Masa – Mura Masa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7.08.07 03:26추천수 3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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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Messy Love
02. Nuggets (Feat. Bonzai)
03. Love$ick (Feat. A$AP Rocky)
04. 1 Night (Feat. Charli XCX)
05. All Around The World (Feat. Desiigner)
06. give me The ground
07. What If I Go? (Feat. Bonzai)
08. Firefly (Feat. NAO)
09. NOTHING ELSE! (Feat. Jamie Lidell)
10. Helpline (Feat. Tom Tripp)
11. Second 2 None (Feat. Christine and the Queens)
12. Who IS IT Gonna B (Feat. A. K. Paul)
13. Blu (Feat. Damon Albarn)


‘인터넷이 새로운 음악가의 출현을 돕는다.’ 이제는 너무 흔해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는 명제이지만, 신선한 음악가가 등장할 때면 으레 이 이야기가 생각난다. 무라 마사(Mura Masa)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 갓 스물을 넘긴 무라 마사는 영국을 중심을 활동하며 약 2, 3년 전부터 급격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동년배의 뮤지션들 대부분이 그렇지만, 그는 유독 인터넷에 큰 영향을 받았다. 그가 거주하던 곳이 영국 음악의 중심인 런던은 물론, 영국 자체와도 다소 동떨어진 건지라는 섬인 탓이다.

독특한 출신지답게 그의 음악 또한 유별난 개성을 지녔다. 무라 마사는 인터넷 트렌드에 가까운 전자음악을 구사한다. 그렇다고 퓨처 베이스 같은 장르처럼 대중음악의 중심부로 다가간 스타일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그는 주로 소박한 구성에 어렵지 않은 리듬과 멜로디를 담아낸다. 악기 운용도 과하지 않고 담백하다. 인터넷에 영향은 받았지만, 그 흐름을 맹목적으로 따라가지는 않는 음악. 이 같은 특징은 첫 정규 앨범 [Mura Masa]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 Mura Masa (Feat. A$AP Rocky) - Love$ick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무라 마사는 이번 앨범에서 음악적으로 크게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 그보다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소화할 수 있는 음악의 폭을 조금씩 넓히며 새로운 개성을 확보한다. 이를 위해 준비한 도구는 다름 아닌 다양한 참여진이다. 그는 에이셉 라키(A$AP Rocky), 찰리 XCX(Charli XCX), 디자이너(Desiigner)처럼 잘 나가는 이들부터 고릴라즈(Gorillaz)를 이끄는 데이먼 알반(Damon Albarn), 제이미 리델(Jamie Lidell) 같은 베테랑과 나오(NAO), 본자이(Bonzai), 톰 트립(Tom Tripp) 같은 신예까지, 다양한 뮤지션과 합을 맞춘다. 이중 그와 접점이 있는 가수는 나오나 본자이 정도라고 해도 무방하며, 그 외의 뮤지션들은 다른 장르 혹은 스타일의 음악을 구사한다. 앨범의 주도권을 내줄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무라 마사는 오히려 이들을 통해 본인의 스타일을 다양하게 꾸리고 앨범 내 통일감을 형성하며 완성도를 확보하는 데 성공한다. 협업의 목적이 히트곡이 아닌, 서로 다른 개성의 충돌에서 오는 재미와 시너지 효과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앨범에는 기존의 무라 마사에게서 듣기 어려웠던 다양한 스타일의 곡이 혼재한다. 디자이너가 참여한 “All Around The World”에는 힙합의 문법이 묻어나며, 얼터너티브 소울 뮤지션 제이미 리델이 함께한 “NOTHING ELSE!”는 훵키한 리듬이 돋보인다. “helpline”은 나오와 같은 레이블 소속의 신예 톰 트립이라는 뮤지션의 등장으로 인해 곡 자체가 신선하게 느껴지고, “Second 2 None”에서는 프랑스 뮤지션 크리스틴 앤 더 퀸즈(Christine and the Queens)의 목소리를 무라 마사 식대로 요리해 독특한 예술의 식감이 묻어난다. 스타일이 다양하다고 해서 음악이 중구난방인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음악의 중심에는 앞서 언급한 특유의 소박한 악기 운용과 담백하고 깔끔한 구성이 자리한다. 참여한 뮤지션의 장점은 취하되, 본인의 감성과 개성은 잃지 않는 것. 무라 마사는 프로듀서 앨범의 단순 명료하면서도 달성하기 은근히 어려운 그 핵심을 앨범 속에서 차근차근 구현한다. 그리고 이를 밑거름 삼아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히고 보다 큰 성장 가능성을 확보한다. 젊고 영민하게 움직인 셈이다.


♬ Mura Masa (Feat. Charli XCX) - 1 Night


좋은 이야기를 늘어놨지만, 앨범 내에 장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앨범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이미 공개됐던 곡들이 너무 많이 존재한다. “What If I Go”는 1년 반 전에 발매됐던 싱글이고, “Love$ick”은 2015년에 발매된 [Someday Somewhere] EP에 비트로만 수록됐었으며, 이후 에이셉 라키와의 협연을 거친 이후 2016년 9월경 싱글로 발매된 적 있다. 나오가 참여한 “Firefly” 역시 2년 전 EP를 통해 이미 공개된 트랙이다. 초반을 과거 한 차례 공개된 곡들이 점유하다 보니 앨범은 재미있고 신선하면서도 묘하게 식상한 구석이 묻어난다. 어떤 곡을 어떻게 수록할지는 온전히 프로듀서 본인의 몫이지만, 수차례 소비된 곡의 재활용에는 분명 의문이 남는다.

그럼에도 무라 마사가 훌륭한 잠재력을 지닌 음악가라는 점은 변함없다. 많고 많은 21세기의 인터넷 키드지만, 그에게는 평범한 이들과는 조금 다른, 음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맥락이 있다. 80년대에 스코틀랜드에서 밴드로 활동했던 아버지는 무라 마사에게 모든 음악에 열린 태도를 물려주었다. 덕분에 그는 유튜브를 통해 영국 런던을 비롯한 세계 곳곳, 특히 아시아와 일본의 음악을 디깅해왔다. 여러 곡에서 아날로그적인 느낌과 함께 아시아의 색채가 조금씩 묻어나는 것도 여기서 비롯됐다. 일본 역사 속 인물 무라마사 센고(Muramasa Ssengo)의 이름을 따서 활동명으로 지은 것도 같은 이유다. 가장 존경하는 뮤지션으로 프린스(Prince)를 꼽는 데서 알 수 있듯 전자 악기로 요즘의 음악을 만들면서도 모든 악기를 다루고 싶어 하는 욕심도 어떻게 보면 비슷한 결로 이해할 수 있다(그 때문인지 젊은 뮤지션치고는 자주 라이브 세션을 꾸미는 편이다). 그래서 <BBC Sounds Of 2016>에 5위로 랭크되고, 나이에 비해 노련하게 [Mura Masa]를 완성한 건 단지 시작일지도 모른다. 가장 21세기다운 문법으로 성장하고 있는 이가 바로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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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현호 (Pepno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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