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2주의 선곡 - 2017년 5월 2회차
힙합엘이(HiphopLE)의 매거진팀은 격주로 일요일마다 오프라인 회의를 한다. 회의에서는 개인 기사에 관해 피드백하며, 중·장기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체크하기도 한다. 열띤 논의 끝에 회의를 마무리할 시점이 오면 그때부터는 특별하다면 특별한 시간을 갖는다. 지난 2주간 에디터 개인이 인상 깊게 들었고, 다른 팀 멤버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노래를 소개하고, 하나씩 감상한다. 처음에는 그저 각자의 취향을 공유해보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던 이 작은 습관은 실제로 서로 극명하게 다른 음악적 성향을 알아가며 조금씩 외연을 확장하는 효과를 낳았다. 그래서 우리들의 취향을 더 많은 이와 공유하기 위해 <2주의 선곡>이라는 이름의 연재 시리즈로 이를 소화하기로 했다. 가끔은 힙합/알앤비의 범주 그 바깥의 재즈, 훵크 등의 흑인음악이 선정될 수도 있고, 아니면 그조차도 아닌 아예 다른 장르의 음악이 선정될 수도 있다. 어쨌든 선정의 변이라 할 만한 그 나름의 이유는 있으니 함께 즐겨주길 바란다. 5월의 두 번째 매거진팀 회의에서 선정된 일곱개의 노래를 소개한다.
재규어중사, 기린, 제이슨 리 - 너만의 천사가 되어
이 곡은 1999년에 발표되었던, 보이스(Voice)라는 한국의 3인조 그룹이 발표했던 곡이 원곡이다. 보이스는 솔리드(Solid) 해체 이후 정재윤은 물론, 다른 솔리드 멤버들도 지원사격을 했던 그룹이며, 작품 대부분을 정재윤이 작업했다. 원곡은 솔리드 특유의 슬로우잼 넘버에서 조금 더 깔끔하고 섬세해진 발라드에 가깝다. 그리고 20년 가까이 지나 이 곡을 에잇볼타운(8balltown)의 세 사람이 함께 재해석했다. 감정의 표현은 더욱 선명하고 깊어졌으며, 특히 90년대 한국에서 나왔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향수에 젖어들 수밖에 없다. 제이슨 리(Jason Lee)의 색소폰도 신의 한 수다. 정재윤의 보컬 라인과 색소폰은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원곡이 발표된 1998년 개봉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도 곡 분위기에 더없이 잘 어울리며, 듣고 있다 보면 괜히 우수에 찬 눈빛이 되어 따라 부르게 된다. 섬세함이 묻어나오는, 듣다 보면 젖어 들게 되는 그런 영상이다. - bluc
KOHH - 働かずに食う (I Don't Work) (IA-Vocaloid- Ver.)
발작을 유발할 요소가 있으니 재생하기 전 주의하자. 이 곡의 원곡은 코오(KOHH)의 "働かずに食う (I Don't Work)"다. 해당 곡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대신 페이지를 통해 공개됐었다. 이와 별개로 며칠 전, IA 리믹스가 이 곡의 오피셜 계정에 올라왔다. 힙합 안무를 충실히 구현하는 캐릭터, 글리치와 8 비트, 베이퍼웨이브를 넘나드는 아트워크도 아트워크지만, 제이코어와 칩튠을 적당히 배합한 곡에서 감탄을 터뜨렸다. IA로 만든 보컬의 완성도도 아카펠라만 따로 공개해줬으면 싶을 정도로 그 퀄리티가 높다. 컬트 요소를 제외하고 봐도 뜯어볼 만한 구석이 많은 곡과 뮤직비디오다. 마침 자막 뮤직비디오도 있기에 첨부한다. 자막 개꿀. - GDB(심은보)
Niia - Hurt You First
미국의 피아니스트이자 퍼포머, 그리고 알앤비 싱어인 나이아(Niia)를
보면 왠지 모르게 샤데이(Sade)가 떠오른다. 마른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묘한 분위기와 특정 부분에서의 보컬이 어느 정도 유사성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최근에 발표한 EP [I]의 수록곡인 “Hurt You First”는
단순히 샤데이를 떠올리는 것 하는 이상으로 자신만의 매력을 표출한 곡이다. 몽환적인 베이스가 돋보이는 곡
안에서 그는 불안정한 사랑을 노래하는데, 부드러운 나이아의 목소리가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파워풀하게
다가온다. 퇴근길이나 하교길 혹은 일과가 끝나고 침대에 눕기 전 이어폰을 꽂고 들으면서 나이아의
#캄성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아마 "Hurt You First"에서 끝나지 않고 앨범 전곡을 돌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 Loner
하루하루 날씨가 뜨거워지고 있는 걸 온몸으로 느낀다. 뜨겁다는 표현이 아직 설익어 보이기도 하지만, 낮에 야외활동을 하다 보면 ‘여름이 다 왔구나.' 싶다. 그래서 더워지는 날씨에 맞춰 슬림 400(Slim 400)의 "Bruisin"을 가져왔다. 세 명의 갱스터 래퍼가 함께한 곡으로,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갱스터들과 야자수, 그리고 임팔라 로우라이더 차량은 여름에 너무나 잘 어울린다. 래퍼들이 각자 들려주는 랩도 흥미롭다. 제이지(JAY Z)의 "Show Me What You Got"에도 샘플링된 다키스트 라이트(Darkest Light)의 "Lafayette Afro Rock Band" 속 색소폰 소리가 반복되어 울려 퍼지는 룹 위에서 슬림 400(Slim 400)과 YG가 힘주지 않고 뱉어내는 래핑은 트랙을 더욱 여유롭게 만든다. 또한, 치카노 래퍼답게 찰진 스타일의 새드 보이(Sad boy)에게도 충분히 돋보인다. 한편으로는 최근 힙합 씬에 이렇다 할 치카노 래퍼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의 활동이 반갑기도 하다. 세 래퍼의 예상치 못한 하모니에, 몸이 들썩여지는 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 Urban hippie
글 | 힙합엘이 매거진팀
이미지 | 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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