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WeeksTape (6월 3주)
쿠크 - [COOKIN TAPE2]
힙합엘이 믹스테입 어워드에서 "야행성"이라는 곡을 통해 'BEST MIXTAPE COLLABORATION SONG OF THE YEAR 2015' 부문에 이름을 올린 쿠크(CUKE)의 두 번째 오피셜 믹스테입이다. 지난 믹스테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던 이 아티스트의 장점은 개별 요소를 잘 살려 하나의 트랙을 완성하는 준수한 곡 구성 능력이라 생각하는데, 이는 여전히 유효하게 느껴진다. 특유의 인토네이션과 발음을 통해 곡의 텐션을 놓지 않는 “누가”를 비롯해 래칫 스타일의 비트 위 유연한 랩 스타일을 통해 곡의 무드를 잘 살린 타이틀 곡 “POPPIN”과 “AIRPLANE MODE”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요즘 많이 차용되고 있는 하우스 리듬의 “SHADE” 역시 그의 랩이 중심이 되어 트랙을 이끌어 가고 있어 듣는 이들이 감흥을 놓지 않게 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번 결과물이 듣는 내내 기성 뮤지션들의 랩 퍼포먼스와 비트를 떠올리게끔 하고, 이들과 어떤 점에서 그가 차별화를 두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쿠크가 다음 작업물을 통해 다른 랩퍼들과 어떤 차별화를 두고 있는지 제대로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지난 믹스테입들을 통해 인상 깊은 실력을 보여주었던 만큼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 Geda
적경 - [Guest Visit]
예술은 특별한 게 아니어서 어렵게 여길 필요가 없다. 고민과 연구를 수반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어쨌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말이 아닌 다른 형태로 표현하는 것뿐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일상, 즉 나의 삶에서부터 소재를 찾는 건 결코 나이브하고 식상한 시도가 아니다. 적경이 [Guest Visit]에서 보여준 강점 역시 그 부분이다. 그는 첫 트랙 "아침"부터 마지막 트랙 "밤"까지, 자신의 일상과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잘 캐치해 담백하게 담아낸다. 특히, "아침", "흡연구역 (citizen)"에서는 보통은 쉽게 지나칠 법한 평범한 날들의 풍경들을 활용해 자신의 시야를 드러낸다. "알보칠 freestyle"과 "줄타기"로는 선뜻 제목과 내용이 어떻게 매칭되는지 쉽게 예상되지 않는 키워드를 통해 개인적인 상황을 효과적으로 풀어낸다. 특히나 고무적인 건 어떻게 보면 자조적인, 마이너스한 뉘앙스가 있는 편이긴 하지만, 전반적인 어투가 쓸데없이 자신의 위치나 태도를 높게 설정해 거만하지 않고 비교적 담백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를 적절히 받쳐줄 수 있게끔 재지하거나 소울풀한 프로덕션 위주로 비트 초이스를 한 것도 인상적이다. 다만, 자신의 스토리를 다소 장황하게 풀어놓는 바람에 랩이 전체적으로 어그러진 듯한 느낌을 줘 플로우 디자인, 딕션, 인토네이션 등의 테크닉적 측면은 부족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비슷비슷한 걸 하며 그 안에서 자신이 더 강하다는 걸 입증하려는 이들의 결과물보다는 훨씬 흥미로웠다. - Melo
밀리 조엘 - [Shit Music]
꾸준히 믹스테입 작업을 해오고 있는 밀리 조엘(Milli Joell)의 새로운 믹스테입 [Shit Music]이다. 여섯 트랙으로 채워진 짧은 구성이지만, 믹스테입 마지막까지 감상하는 데는 상당한 피로감이 따른다. 안정적이지 않은 보컬톤, 아무런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 훅은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곡의 후반부로 가며 집중력이 많이 떨어지는 순간도 곳곳에서 엿보인다. 컨셉과 플로우에서 기시감이 느껴진다. 추구하는 스타일이 겹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기본적인 완성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유행에 편승하거나 누군가를 따라하는 래퍼 이상의 인상을 주긴 어려울 것이다. 한편으론 비트에 어울리는 랩 스타일을 구현하는 데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어 잘 다듬는다면 앞으로는 더 나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 본다. 다작보단 충분한 시간을 갖고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기를 권한다. - greenplaty
디즈 에러 - [희망찬 트랙 5선]
디즈 에러(Diz Error)의 두 번째 믹스테입 [희망찬 트랙 5선]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긍정을 테마로 한 작품이다. 우선, WYBH의 피셔맨(Fisherman)과 기리보이(Giriboy)의 비트만으로 트랙을 구성했는데, 테마와 꽤 맞는 비트를 선택하여 믹스테입의 컨셉을 잘 살린 점이 흥미롭다. 초이스된 비트들이 믹스테입이란 그림의 기본적인 스케치를 담당했다면, 디즈 에러의 랩은 색채를 담당했다. 정확히는 디즈 에러의 스토리텔링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말할 수 있다. 짝사랑에 실패한 남자의 이야기를 누구나 공감하게끔 표현한 "Half Heart"나 불안한 현세대들이 꾸준히 살아가는 오늘을 색다르게 표현한 "내일의 어제"가 이러한 강점이 여실히 드러나는 지점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 트랙 "Ultra Marine Deep"같은 경우는 가사적인 측면에서 본 작의 컨셉과는 불일치하는 느낌을 준다. 기리보이의 "새벽 4시"를 가져다 쓴 것도 타 트랙과의 괴리감을 느끼게 해 아쉬움을 자아냈다. 이렇듯 후반부로 가면서 완성도가 아쉽긴 했지만, 디즈 에러가 자신만의 바이브를 어떻게 구축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 Loner
로삼 - [H.O.T(Herald of Truth)]
[H.O.T(Herald of Truth)]라는 믹스테입을 요약하자면, 가장 정석적인 스타일의 믹스테입이라고 하고 싶다. 이는 로삼(Lasam)의 랩부터 그가 선택한 비트까지 모두 부분에 통용되는 말이다. 킥과 스네어에 맞추어 구성된 로삼의 랩은 어떤 자극적인 맛은 없다. 대신 누자베스(Nujabes)로 대표되는 당시 일본의 재즈 힙합 감성을 적극적으로 전면에 내세운 덕에 특정 음악을 향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의 가사 역시도 기믹이나 어떤 특정한 주제를 이야기하기보단 개인의 생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역시도 재즈 힙합 류에서 받은 영향이 아닐까 생각된다. 다만, 짧은 곡 수와 각 곡당의 길이 등을 고려했음에도 중간을 지날 때쯤 지루해진단 점은 아티스트로서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다. - GDB
글 | Geda, Melo, greenplaty, Loner, Heebyhee, GDB
이미지 | 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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