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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Mac Miller - GO:OD AM

Melo2015.10.17 02:37추천수 6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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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 Miller - GO:OD AM


1. Doors
2. Brand Name
3. Rush Hour
4. Two Matches (Feat. Ab-Soul)
5. 100 Grandkids
6. Time Flies (Feat. Lil B)
7. Weekend (Feat. Miguel)
8. Clubhouse
9. In The Bag
10. Break The Law
11. Perfect Circle / God Speed
12. When In Rome
13. R.O.S.
14. Cut The Check (Feat. Chief Keef)
15. Ascension
16. Jump
17. The Festival (Feat. Little Dragon)


사람들은 간혹 미디어 속 젊고 어린 인물을 보고 자조적인 생각을 하곤 한다. “나랑 동갑인데(혹은 나보다 어린데) 저렇게 성공해서 유명하네.”, “난 그동안 뭘 한 거지?”와 같은 말을 하면서 말이다. 단순히 지나가는 투로 하는 우스갯소리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는 나와 동등한 조건에서 더 가치 있는 걸 해내고 있다고 믿으며 이루어지는 타인에 대한 비교 의식과 열등감이 내재하여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피상적으로 보이는 부분에 근거한 사고일 뿐, 실제 그 대상이 되는 젊고 어린 셀럽들도 각자 고민과 부담을 안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되려 인생을 헝클어뜨리는 유혹에 빠지기도 쉽기 마련이다. 물론, 나이에 적절한 역할과 삶의 단계가 있다는 것도 고정관념의 함정에 빠진 생각일 수도 있다. 다만, 우린 이미 <순풍산부인과>에서 미달이로 쌓인 기존의 이미지에서 오는 고민과 부담감을 안고 살아온 탤런트 김성은이나 어린 나이에 이혼을 보고 경험하고, 마약을 상습 복용하며 성인이 되기 전에 망가져 버린 맥컬린 컬킨(Macaulay Culkin) 등의 좋지 않은 예시를 봐왔다.

 

김성은과 맥컬리 컬킨을 예시로 꺼냈는데, 맥 밀러(Mac Miller)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로 어린 나이에 비해 너무 많은 유명세와 큰 성공을 얻었었다. 그는 18살 때, 지난해까지 소속 아티스트로 본분을 다한 피츠버그의 인디펜던트 레이블 로스트럼 레코즈(Rostrum Records)와 계약해 이듬해 발표한 앨범 [Blue Slide Park]로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기록했었다. 당시 맥 밀러가 인디펜던트 상태로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한 건 1995년 더 독 파운드(The Dogg Found) [Dogg Food] 이래로 처음이라 꽤나 이례적인 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앨범은 지금까지도 맥 밀러의 작품에서 프로덕션 대다수를 맡고 있는 아이디 랩스(I.D. Labs)의 프로덕션 아래 부드러운 무드를 자랑했었는데, 이 때문에 백인 중산층이 하는 힙합 음악이라는 딱지가 붙기도 했다. 어쨌든 맥 밀러는 큰 성공을 거두고 이름을 알렸는데, 이 이후로는 마약 중독, 우울증으로 인해 어두운 분위기와 내용의 음악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칸예 웨스트(Kanye West) [YEEZUS], 제이콜(J.Cole) [Born Sinner]와 함께 나오는 바람에 실제 차트 성적과는 무관하게 묻힌 감이 있는 두 번째 앨범 [Watching Movies with the Sound Off]가 그랬고, 열한 장의 믹스테입 중 [Blue Slide Park] 이후에 발표된 믹스테입이 주로 그랬다. 특히, 얼터 이고 델루셔널 토마스(Delusional Thomas) 활용한 믹스테입 [Delusinal Thomas]는 축 처지고 몽롱한 분위기의 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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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마약 중독과 우울증으로 음악도 극에 치달았던 찰나, 맥 밀러는 2015년이 되어서야 대형 레이블과의 계약을 체결한다. 지난해 10, 워너 브라더스 레코즈(Warner Bros Records)와 천만 달러 규모로 이루어진 계약은 그에게 큰 동기를 불어넣어 준 듯하다. 그는 새로운 레이블에서 발표하는 첫 번째 스튜디오 앨범 [GO:OD AM]에서 끊임없이 새로워진 자신을 어필한다. 실제로 그는 이전에 우울했던 시기를 벗어 던졌으며, 마약도 끊었다고 한다. 좋은 아침을 뜻하는 앨범 제목 ‘GO:OD AM’도 그런 자신의 새로운 시작을 뜻하는 의미에서 지어졌다.

 

맥 밀러는 본 작을 통해 과거 마약과 우울감에 빠져 있던 과거 시절, 또 다른 시작을 맞이하게 해준 새 레이블과의 계약, 또 그와 동시에 현재의 성공한 삶을 이야기한다. 앨범은 “Doors”, “Brand Name”과 같은 차분하면서도 밝은 분위기의 곡으로 포문을 연다. 그러나 이후 진열되어 있는 중반부의 트랙들은 프로덕션 스타일도, 주제도 제각각임은 물론, 그것들이 서로 교차하고 있기까지 해 전형적인 기승전결을 따라가지는 않는다. 그래서인지 안정감을 심어주지도 않는다. 물론, 후반부에서는 디스토션된 기타나 날카로운 신스로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마약으로 얼룩진 삶에서 벗어나 희망을 노래하는 “Ascension”, “Jump”, “The Festival”로 작품을 일단락하고 있어 전체적인 구성이 어그러지진 않은 모양새를 띤다.

 


♬ Mac Miller  - Brand Name



그렇다면 중구난방 식으로 얽혀 있는 중반부의 트랙들은 그저 난잡하기만 한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맥 밀러는 앞서 말한 대로 이번 앨범을 통해 자신의 지난 몇 년간의 서사, 그리고 현재의 성공한 삶을 논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 만큼 그의 랩 자체가 탄탄할 필요가 있었는데, 우선 그는 전반적으로 정석적인 스타일의 랩을 선보인다. 그 와중에도 순간순간 연속적인 라이밍을 배치하거나 강한 비트에 맞게 타격감을 강조하기도 한다(“When in Rome”). 또한, 트랩 리듬 위에서는 발음을 슬쩍슬쩍 흘리는 등 충분히 여유를 부리면서도 긴장감을 놓지 않으며, 몇 가지 플로우의 전형을 따라가지도 않는다(“In The Bag”, “Cut the Check”). 다른 트랙에 비해 비교적 미니멀한 트랙에서는 리듬감 그 자체를 강조하기도 한다(“Time Flies”, “Weekend”). 이렇듯 맥 밀러는 다양한 방식으로 트랙들을 소화해내며 앨범의 주도권을 쥔다. 그래서 오히려 앱소울(Ab-Soul), 치프 키프(Chief Keef)와 같이 한 벌스를 배당받은 게스트가 불필요하게 느껴질 정도이며, 인트로나 아웃트로, 브릿지에서 특별한 역할을 부여받은 릴 비(Lil B), 쥬시 제이(Juicy J), 리틀 드래곤(Little Dragon)의 존재감이 더 빛나기도 한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단연 “Perfect Circle / God Speed”“ROS”가 흥미롭다. 맥 밀러는 한창 유명 레이블과의 계약이나 돈과 여자를 근거로 한 성공한 현재, 그리고 어두웠던 과거를 논하며 떠들썩하게 굴던 와중에 위의 두 트랙에서 상당히 진중한 모습을 보인다. 두 개의 트랙을 이어 붙인 “Perfect Circle / God Speed” 중 후반부에 위치한 “God Speed”는 맥 밀러와 형제지간인 밀러 맥코믹(Miller McCormick)의 음성 메시지로 시작한다. 이후 맥 밀러의 랩에는 마약에 취해 있던 지난날을 털어내고 새롭게 태어나려는 그의 진취적인 태도가 담겨 있다(곡의 분위기가 앞에 등장하는 “Perfect Circle”의 음울한 분위기와 대조되기도 한다). 또한, “ROS”에는 방탕하고 막 나가는(?) 래퍼가 아닌 한 명의 남자로서 여성에게 진지하게 구애하는 내용이 그의 노래와 랩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러한 면모는 지난 몇 년간 맥 밀러의 음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GO:OD AM]에서만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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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맥 밀러의 커리어에서 가장 비중이 높았던 프로듀서 아이디 랩스의 비중은 본 작에서 다소 낮아졌다. 그 대신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 사운웨이브(Sounwave), 샤 머니 엑셀(Sha Money XL), 썬더캣(Thundercat), DJ 다히(DJ Dahi), 바이닐즈(Vinylz)와 같은 유수의 프로듀서가 참여해 작품을 더 탄탄하고, 다채롭게 했다. 여기에 건재함을 증명하는 맥 밀러의 랩까지 더해졌으니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맥 밀러는 이번 작품을 통해 데뷔 초기에 발표했던 [Blue Slide Park] 때처럼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프레쉬함을 청자들에게 안겨준다거나 히트를 기록하진 못할 것이다. 시대가 변했고, 또 그만큼 그의 위치도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낙심할 필요도 없다. 성공적인 래퍼, 아티스트에게 중요한 건 그저 단 한 순간 반짝이는 게 아닌 안정감 속에서 자신의 역량을 꾸준히 작품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맥 밀러는 23살인 지금에 오기까지 반짝임과 어두움을 경험했던 것이며, 이제야 안정권에 들어선 셈이다. 그리고 [GO:OD AM]은 그 안정된 상태에서 그가 선보이는 꾸준한 작품 활동의 첫 스타트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빠른(?) 92년생의 맥 밀러, 이제야 다시금 좋은 아침이다.



글│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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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 10.17 03:17
    2집과 Macadelic 믹스테잎의 싸이키델릭한 느낌을 이번 앨범에서 버릴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욱 더 탄탄한 싸이키델릭 사운드로 돌아와줘서 감격이었습니다.
  • 10.17 12:53
    맥 밀러 특유의 독특함을 계속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네요
  • 10.17 17:33
    계속 곡을 낱개로 듣다가 오늘 풀랭스로 돌려서 들었는데, 곡의 능선이 유연해가지구(비록 후반부가 조금 아쉽긴 했지만) 역시 밀러라는 생각했네요. 멜로님이 이렇게 오늘 리뷰를 올려주시니 뭔가 묘한 느낌이었네요.^^
  • 11.6 20:11
    좋은 글 잘 읽고갑니다
  • 1.7 15:45
    맥밀러만의 느낌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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