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E (2015년 9월 5주)
윅엘이(WeekLE)는 힙합엘이(HiphopLE) 내에서 유일하게 진행되고 있는 국내 관련 정기 콘텐츠다. 2년 차를 맞은 윅엘이는 이전보다 더 싱글, 앨범, 믹스테입, 믹스셋, 뮤직비디오, 프로젝트와 같은 '결과물'에 집중할 예정이다. 에디터들은 항상 자신들이 생각하는 좋은 것들을 소개하려 하고, 함께 공유하기를 원하기에 윅엘이 작성에 매주 임하고 있다. 그렇기에 에디터들의 취향이 당신과 맞지 않아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이런 걸 좋게 들었구나.',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읽어주셨으면 한다. 윅엘이 2015년 9월 5주차다.
이보 - [Green Life]
현재 한국힙합 씬에서 가장 확고부동한 대표 레이블 하이라이트 레코즈(Hi-Lite Records)에서 투엘슨 컴퍼니(2lson Company)로 소속을 옮기고 나서 방향을 헤매는 건 아닐까 하는 등의 걱정은 기우였다. 단순히 소속이 바뀐 것만으로 방향성을 잃기에는 이보(Evo)는 단단한 음악적 아이덴티티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물질적인 스웩을 한껏 하는 대신 소박하지만 결코 초라하지 않은 보통의 이야기를 보통의 시각에서 늘어놓는다. 그 사이에는 가시적이고 물질적인 것이 전부가 아닌 삶의 또 다른 소중한 가치가 자리한다. 이를테면, 인생을 살아가며 점점 쌓여가는 자신 주변에 남는 '사람'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리고 앨범의 테마이기도 한 대부분이 한 번쯤은 마셔봤을 초록색 병의 소주라는 상징적 아이템은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 공감의 정도를 한층 끌어 올린다. 누군가는 평범하다 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어반함을 바탕으로 노래하고 랩하는 이보의 건재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 Melo
서사무엘 - [FRAMEWORKS]
서사무엘(Samuel Seo)의 음악은 크게 화려한 편은 아니다. 목소리는 차분하고, 보컬은 담백하며, 그가 소화하는 프로듀싱은 소박하다 싶을 정도로 적지 않은 여백을 함유한다. 하지만, 그가 내는 결과물에는 어떤 수식어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그만의 느낌이 담겨있다. 새 앨범 [FRAMEWORKS] 역시 마찬가지다. 별다른 기교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랩과 보컬은 따스할 정도로 부드럽고 매끄럽다. 그는 이 톤과 스킬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앨범에 차근차근 풀어놓는다. 세상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쏟아내기도 하고, 삶에 대한 의욕을 불태우기도 하며, 사랑하는 이를 칭송하기도 한다. 개인사 역시 나지막하게 풀어낸다. 흥미로운 건 이 와중에도 그가 이야기에 힘을 주거나 과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때로는 아주 적은 단서만 주고는 이야기를 되풀이하기도 한다. 절대 친절한 화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감상에 해가 되지는 않는다. 모든 곡이 매번 맥락을 다 드러내며 꼭 친절하게 굴 이유는 없다. [FRAMEWORKS]는 서사무엘이 본인만의 특별한 바이브를 지니고 있으며, 뮤지션으로서의 역량 또한 충분히 지녔음을 입증하는 작품이다. - Pepnorth
크림빌라 - [In The Village]
보컬 피처링이 들어간 트랙은 마지막 곡 "Black Cream" 뿐이다. 하지만 결코 단순하다거나 지루하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부산 출신 아티스트 8명이 구성한 팀 크림빌라(Cream Villa)는 말 그대로 차포 다 떼고 프론트맨들의 타이트한 랩 그 자체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출신지, 힙합 씬에 대한 생각, 그로 빚어지는 개인의 감정, 꿈에 대한 열망 등을 이야기한다. 반블랭크(Ban Blank), 로벤(Loben), 익스에이러(Ex8er), 콰이모(Quaimo), 이 네 명의 래퍼는 따로따로 벌스를 소화하거나 서로의 벌스를 교차해가며 곡을 구성하는데, 각자 스타일과 그에 따른 역할이 상이해 적절한 텐션을 유지하는 편이다. 특히, 서로의 랩이 교차하는 파트와 훅은 복잡하고 정신없다기보다는 구성미가 뛰어나 랩이라는 보컬 도구가 줄 수 있는 연속적 쾌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재지함부터 붐뱁과 트랩의 강렬함까지 품고 있는 하이플라이즈(High Flies)의 프로덕션과 절대 비중이 작지 않은 DJ 티즈(DJ Tiz)의 스크래칭,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브레드(BRED)의 아트워크도 높은 완성도에 기여하고 있다. 서울과 홍대 중심의 한국힙합 씬에서 어떻게 보면 아직도 변두리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그들은 한 트랙을 통해 '열매'를 맺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러나 어쩌면 이 작품은 이미 열매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 Melo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가 중 한 사람인 이승환 씨가 "가만히 있으라"를 무료로 공개한 이후, 두 래퍼가 빠르게 자신의 목소리를 보태 각자의 버전을 무료로 공개했다. 전혀 다른 리듬감과 랩 스타일로 같은 뜻을 전했다는 점에서 두 곡은 모두 한 번쯤 귀 기울여 들어볼 만하다. 제리케이(Jerry.K)는 날카롭게 박자를 쪼개며 직설적인 화법으로 문제의식에 접근하지만, 아날로그소년은 세월호 당사자의 입장에 빗대며 리드미컬한 랩을 선보인다. 곡을 미리 들어볼 수 있었다고 말했듯 두 래퍼 모두 이러한 이야기에 있어 자신의 목소리를 뚜렷하게, 그리고 바로 전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이승환 씨가 직접 곡에 관한 권한을 포기한다고 하는 만큼 많은 이들이 두 곡과 원곡 모두 많이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너무 무겁지도 않게, 너무 가볍지도 않게 우리는 일상의 문제의식과 피로도를 예술을 통해 조금은 덜어낼 수 있다. - bluc
루피 - [KING LOOPY]
후디 - [Let em Know RMX Pack]
크릭 - [Beats From The Planet]
지난달, 오랜만에 복귀작 [배경들 (Sceneries)]을 발표했던 비솝(B-Soap)과 마찬가지로 반가운 아티스트의 새 정규 앨범이다. 과거 크루시픽스 크릭(Krucifix Kricc)이었던 크릭(Kricc)은 정규작 [Kanid Collection Vol.1], [미묘], [Transform]에 이르기까지 약간씩의 변화만 있었을 뿐, 드럼과 피아노, 각종 신스 위주로 산뜻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일관되게 자아내왔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길었던 공백기만큼이나 유독 그 변화의 폭이 더 크게 느껴진다. 전작들과 다르게 피처링 게스트가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때문인지 인스트루멘탈만으로도 나름의 기승전결을 갖추고 있다. 또한, 이전에는 각 악기의 울림이 단면적이었다면 본 작에서는 공간감 있게 여러 위치로 이동하는 듯한 느낌을 주어 입체적이다. 다시 말하면 기존에 유지하고 있던 서정성 그 이상으로 소리 그 자체만으로도 생동감 있다는 뜻이다. 이에 곳곳에 배치된 토크박스와 보코더가 적용된 보컬 파트는 신비감까지 더한다. 요즘 인기 있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지만, 오랜만에 기분 좋게 들을 수 있는 인스트루멘탈 앨범이었다. - Melo
식케이 - [제목미정]
올해 <쇼미더머니 4> 이후 발표된 식케이(Sik-K)의 결과물은 과거 확실한 스타일이 없을 때와는 다르다. 그는 [My Man]에서도, [제목미정]에서도 소위 싱 랩이라고 불리는, 멜로디가 있는 랩 스타일을 구사한다. 특히, [제목미정]은 멜로디의 굴곡이 이전보다 커져서 랩보다는 노래를 하고 있다는 인상이 더 강하다. 어찌 보면 빈지노(Beenzino)의 것과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더불어 이번 싱글에 수록된 두 곡에서는 크루셜 스타(Crucial Star), 테일러(Taylor), 도넛맨(Donutman), 엘로(Elo)와 같이 부드러운 무드를 자아내는 프로덕션 위에서 세련되게 노래하고 랩할 줄 아는 아티스트들이 목소리를 더하며 식케이와의 좋은 콤비네이션을 선보인다. 싱 랩을 구사하는 아티스트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은 만큼, 또 자연스럽게 빈지노가 떠오르는 만큼 앞으로는 그가 자신만의 독창적인 영역을 구축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 Melo
양다일 - [널]
정키(JungKey), 강민희와의 콜라보 싱글을 발표하고, 소속사 브랜뉴뮤직(Brand New Music) 컴필레이션 싱글에 참여했던 양다일이 첫 솔로 작품을 발표했다. 이번 싱글 앨범 [널]에는 "널"과 "Stay With You" 두 곡이 수록됐다. 첫 수록곡 "널"은 60년대 소울에서 80년대 초기 알앤비까지 이어지는 서정적인 흑인음악을 연상하게 한다. 은은하게 펼쳐진 사운드스케이프 위에서 매끄러운 음성으로 노래하며, 코러스에서는 높은 음역도 무리 없이 소화한다. 독립적인 행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구현해내는 리듬감도 탁월하다. 소속사 동료 뮤지션 캔들(Candle)이 참여한 "Stay With You"는 이보단 조금 더 도회적인 느낌이 진하다. 그러면서도 앞서 보여줬던 감수성은 놓지 않는다. 싱글 앨범 [널]의 두 수록곡을 통해서 양다일은 자신이 가진 재능과 색깔을 잘 드러냈다. - greenpla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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