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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2009년, 전자음악의 시대 (1)

title: [회원구입불가]soulitude2014.06.09 22:40추천수 1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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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전자음악의 시대 (1)
 
대중 음악사를 보면 재미있는 점이 있다. 새롭게 10년이 시작되는 지점에는 새로운 음악적 사조가 기존의 것을 덮어버린다는 것이다. 50년대에는 비밥의 시대가 저물고 모던 재즈가 그 자리를 대체했으며, 60년대에는 록이 대중음악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70년대에는 훵크(Funk)와 디스코가 시대를 대변하는 '핫 키워드'로 자리했지만, 80년대의 시작과 동시에 디스코는 사라졌다. 90년대에는 힙합을 기반으로 뉴잭스윙/힙합소울이 흥행했으며, 2000년대에 들어서는 남부 힙합을 중심으로 힙합 클럽튠이 대세를 이루었다. 하지만, 애틀랜타(Atlanta)를 중심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한 2000년대 힙합 음악의 정체성은 2010년대를 한 해 앞둔 2009년에 들어서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다. 언제까지나 대세일 것만 같았던 힙합에 일렉트로닉 음악 소스가 더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한 기류는 알앤비와 힙합에 모두 영향을 끼쳤으며 그 중심에는 블랙 아이드 피스(The Black Eyed Peas, 이하 'BEP')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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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로팝과 알앤비 사이
 
언젠가부터 알앤비와 팝의 차이는 '가수의 피부색'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기도 했었지만, 전자음악 사운드가 알앤비를 뒤덮기 시작한 시점이 되자, 그러한 이야기에 그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미 팝화 되어가는 알앤비 음악, 그리고 알앤비 창법을 구사하기 시작한 팝 아티스트들의 경계선이 모호해진 상황에서, 장르를 구별해내는 최선책은 곡의 사운드를 판독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동일하게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차용하기 시작하자 그러한 구분법은 무의미해졌다. 이것이 긍정적인 것인지 부정적인 것인지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그냥 상황이 그렇게 변했다는 것이다.
 
당시 가장 히트했던 알앤비 싱글들만 보아도 그러한 변화는 눈에 띄게 드러난다. [Raymond v. Raymond]라는 앨범을 발매했던 어셔(Usher)는 윌아이엠(will.i.am)이 조력한 "OMG"로 차트 1위에 올랐으며, 일렉트로팝 "DJ Got Us Fallin` In Love"까지 대형으로 히트시키며 클럽을 휘어잡았다. 2004년도에 히트시켰던 "Yeah!" 이후 발표된 어셔의 클럽 넘버들 중 가장 완성도 높은 이 곡들은 전자음악의 차용을 통해 완성된 것들이었다. 제이 션(Jay Sean)의 "Down"과 제이슨 데룰로(Jason DeRulo)의 "Whatcha Say"도 비슷한 전략으로 싱글 차트 정상을 점령했다. 알앤비 슈퍼스타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도 일렉트로니카을 기반으로 알앤비/힙합을 조합한 "I Can Transform Ya"로 히트를 기록했다. 이렇게, 당시 뮤지션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전자 소리를 가져와 자신의 음악에 덧칠하는 작업에 열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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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lack Eyed Peas의 차트 공습
 
"Shut Up", "Where Is The Love" 등이 수록된 2003년작 [Elephunk]를 시작으로 2005년도의 [Monkey Business]까지 여러 작품들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확립한 BEP의 방향은 확실히 여타 힙합 뮤지션들의 것과는 달랐다. 얼터너티브 힙합이라고 볼 수 있던 그들의 음악적 스타일은, 독자적이면서도 대중성까지 갖추고 있었고, 그렇기에 트렌드와는 전혀 무관한 자신들 고유의 사운드만으로도 충분히 대성공을 거둘 수가 있었던 것이다
 
4년간의 공백을 가진 후 발표한 [The E.N.D]는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사운드를 내뿜고 있었다.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댄스 넘버가 주를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 작품은 앨범의 히트곡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울 정도로 수많은 곡들이 큰 성공을 거뒀다. 톱 10에 오른 싱글이 5곡이며, 그중 1위에 오른 곡도 무려 3곡에 달하기 때문이다. BEP는 단 두 곡("Boom Boom Pow"와 "I Gotta Feeling")만으로 싱글 차트 넘버원 기록을 무려 26주 동안이나 유지했는데, 2009년의 싱글 차트가 연간 총 52주였던 것을 감안하면 한 해의 절반을 단 두 곡으로 점령했다는 의미가 된다. (이는 2000년대에 들어서는 유일무이한 기록이다.) 앨범의 또 따른 수록 싱글인 "Imma Be"는 아예 2010년도까지 넘어가 싱글 차트에서 넘버원을 기록했으니 앨범의 상업적 성공은 정말로 대단했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이 외에도 "Meet Me Halfway"와 "Rock That Body"는 각각 7위와 9위에 이름을 올리며, 앨범의 다섯 싱글이 모두 톱 10에 오르는 대기록을 세운다. 모든 싱글이 대형 히트를 기록했지만, 특히 "Boom Boom Pow"와 "I Gotta Feeling"의 미국 내 싱글 판매량은 도합 1,300만 장에 이를 정도였다.
 
앨범과 싱글들의 성공은 힙합과 일렉트로닉 음악의 절묘한 조화에서 비롯되었다. 그들은 힙합 음악의 중심이 되는 보컬 스타일인 랩을 유지하면서, 일렉트로닉 음악에서 도출되는 댄서블함을 조합하고, 그 위에 매혹적인 멜로디와 중독적인 훅까지 덧대는 작업에 성공해냈다. 이것이 상업적으로도 완벽하게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앨범 대부분의 곡은 윌아이엠의 작품이었지만, 여기엔 데이빗 게타(David Guetta)의 조력도 상당했다. "Rock That Body"와 "I Gotta Feeling"에서 프로덕션을 맡은 데이빗 게타는 힙합과 일렉트로닉 음악의 접점을 잘 짚어내어 앨범의 색깔을 한층 더 확고하게 했다. BEP의 음악이 뛰어났던 점도 있었지만, 트렌드를 적기에 짚어낸 윌아이엠의 선견지명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2009년은 BEP를 위한 한 해였다.
 

글│greenplaty
편집│soulit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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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 6.11 20:23
    어셔의 대세를 읽는 눈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 6.11 20:54
    기승전BEP
    잘봣슴다 ㅋ
    지금의 윌리엄 형은 .... ㅠㅠ
  • 6.12 00:01
    그때 bep 진짜 굉장했죠
  • 6.12 08:19
    윗분 말씀대로 어셔의 트랜드 읽는 감은 힙합알앤비 통틀어서 발군이죠. 얼마전 looking 4 my self 앨범에서도 피비알앤비류 음악
    자기색깔이랑 혼합해서 보여줬는데 진짜 real중에 real이라는 생각이
  • 6.13 18:10
    09년도 BEP는 내 고등학교 시절의 활력소....ㅎㅎ
    친구한테 받았던 BEP 포스터 아직도 내 방안에 떡하니 붙여져 있는데
    추억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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